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86)
제 555화
152화. 콰울 가네스토(2)
콰울이 반사적으로 기계를 향해 손을 뻗었고, 진은 가볍게 그 손길을 피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의 물건을 그렇게 막 빼앗으려고 하면 안 되지.”
“그게 왜 네 것이냐!?”
“내가 지플로부터 쟁취했으니까.”
“하! 지플, 이 등신 같은 새끼들! 그걸 너한테 빼앗겼다고?”
“이게 꼭 지플에 있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
내내 격한 반응을 보인 콰울이지만, 얼굴이 터질 듯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게 정말로 진노한 모양새였다.
심지어 두 눈은 순식간에 충혈되었고, 손발까지 부들부들 떠는 모습.
“이…… 이 개자식들이! 감히 이 몸을 속여……!?”
“지플이 당신을 속였다고?”
진의 미간이 좁혀졌다. 일단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겠지만, 그가 지플에 반감을 갖는 건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한 일이었다.
“그건 지플이 아니라 내 물건이다!”
“이렇게 또 한 번 물건 간수를 잘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군.”
“돌려줘라.”
“룬칸델이 쟁취한 물건을 그런 말 한 마디에 뱉어내는 가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 테지.”
단지 콰울의 약을 올리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었다.
기계 장치와 함선 설계도. 그 두 가지 물건을 얻기 위해 소타 사막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던가. 흑기사 제인의 죽음으로 얻은 것이다.
진으로서는 콰울이 감히 자신의 앞에서 물건의 소유를 주장하는 것도 불쾌할 정도였다.
콰울이라는 인물의 효용 가치가 쉽사리 상상조차 되지 않을 지경이니 살의를 드러내지 않았을 뿐. 다른 사람이었다면 즉시 죄를 물었을 것이다.
“좋아, 인정한다. 대신, 그 물건을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는 알려주면 좋겠는데.”
“왜 그래야 하지?”
“내 능력을 원한다며?”
“그건 다른 문제야. 배경을 듣고 싶다면, 이번엔 당신이 내 구미가 당길 만한 이야기를 해봐.”
콰울이 이를 악물었다. 순식간에 주도권이 넘어간 것이다.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주도권을 빼앗겨본 적이 없었다.
지플을 비롯해 우연히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권력자들은, 대개 무의미한 협박과 회유를 써가며 종내는 알랑방귀를 뀌어대기만 했었으니까.
공학자로서의 능력이 있는 이상, 콰울은 그야말로 언제나 ‘갑’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제외한다면, 분명 그랬었다.
‘내 예상보다 이것들이 콰울에게 더 소중했던 모양이군.’
역작을 완성하고 싶으리라는 공학자로서의 욕망이 존재할 것이다, 라는 진의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따라서 포섭은 이미 반쯤 끝이 난 셈이나 다름이 없다.
남은 건, 그가 얼마나 협조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가의 문제였다.
“……진 룬칸델, 아까 너는 그게 순간 이동 장치라고 했지? 그 물건은 순간 이동이 아니라, 초속 소환을 위한 도구다. 순간 이동과는 엄연히 달라.”
“무슨 차이가 있지?”
“순간 이동은 이동 관문이 그렇듯이 기후에 따른 제약이 있으나 그 장치엔 해당 사항이 없으며,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지.”
그렇기에 해당 장치의 명칭은 순간 이동이 아니라 ‘시공간 장치’였다.
진은 콰울의 대답에 번쩍 눈이 뜨일 수밖에 없었다.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면.’
어쩌면, 라프라로사에 있는 형제들을 데려올 수 있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물론 콰울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었다.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나 희망을 갖고 싶어 확대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공간 장치라는 것도 불과 얼마 전까지는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진은 전생에서도 그런 기술이 존재한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고 말이다.
“그게 전부인가?”
“그렇다. 지금으로서는. 이제 네가 대답할 차례다.”
“연인 사이에 밀고 당기기라도 하는 기분이로군. 물건은 소타 사막에서 얻었다. 2마탑의 창고에서 기계 장치와 설계도 두 가지 모두를 획득했지. 그걸 모르고 있던 게 더 이상하군. 소타 사막 사건이 일어난 당시엔 지플에서 일하지 않고 있었나?”
“흥, 내가 소유권을 주장하자마자 살의를 억누른 이유가 그것이었나. 많은 희생을 치렀겠군.”
“무골은 아닌데, 그걸 읽어낸 게 신기하군.”
“그 부분에 대해선 사과하지. 장치는 명백히 네 소유다.”
이번엔 진도 콰울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다소 모나고 괴팍한 건 사실이나, 적어도 기본을 모르는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각자의 머릿속을 정리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콰울이었다.
“그리고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 물건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다.”
진으로서는 콰울의 말을 거짓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콰울이 기계와 설계도의 제작자라는 사실은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그럼 누가 만들었는데?”
“로키아.”
“뭐?”
“로키아 가네스토. 기계 장치는 내가 아니라, 내 먼 조상이 만들었다. 내가 그것을 통해 만든 시공간 장치는, 그 시절의 물건에 대한 복원 시도에 불과하지.”
콰울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공간 장치는 이미 천 년 전에 만들어진 셈.
천 년 전의 룬칸델과 지플은 지금보다 훨씬 강대한 힘을 소유했고, 또한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유물들이 첨단 기술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가진 경우가 종종 발견되는 것만 봐도 가능한 일이기는 했다.
기록 마법으로 밝혀진 제작자가 콰울이었던 것도 아예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던 물건을 개량한 것이니 그 또한 제작자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로키아 가네스토를 비롯한 십대기사에 대한 역사 조작은 아주 조금 옅어졌을 뿐, 여전히 작동하는 중이다.
“설계도도 네가 아니라 로키아 가네스토가 만든 것인가?”
“네가 가진 설계도가 종이 형태라면, 그건 내가 만든 게 맞아. 하지만 그조차 내 조상이 남긴 유물을 통해 복원한 것이다. 시공간 장치와 마찬가지로 천 년 전 존재했을 원본에 비하면 어설프고.”
그건 처음 듣는 정보였다.
진은 원본이 석판 형태라는 걸 알고 있던 척 잠자코 있었으나 콰울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것까지 훔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1마탑, 이야기의 탑에 있는 물건이니까.”
“설계도 원본도 본래 당신의 물건인가?”
“아니, 그렇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오래전부터 지플의 소유였다. 연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늘 내 품에 있던 그 부품과는 달라.”
“내 정보원에게 설계도는 1775년, 그리고 부품은 1780년에 제작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참 대단한 정보원을 뒀군.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 내 연구 시작 시점을 알고 있는 건, 지플 내에서도 켈리악과 카둔, 그리고 옥타비아밖에 없거든…….”
콰울이 뭔가 짐작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 알겠어. 네 정보원이라는 인물, 히스터의 생존자로군? 기록 마법. 그게 아니라면 결코 알 수 없는 정보들이다. 켈리악 지플이 직접 알려준 것이 아니라면!”
진은 대답하지 않고 콰울의 분위기를 살폈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서 어떤 열망이 이글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내 본명. 그건 켈리악이 알려줄 수 있다는 가정조차 성립하지 않아. 기록 마법이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어. 기록 마법을 통해 그 장치를 확인했을 거고. 너는 거기서 가네스토라는 성을 보았을 것이다.”
히스터의 생존자가 존재한다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거대 세력들 사이에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가 진과 함께한다는 건, 최근 양대 가문 모두 어느 정도 눈치를 챈 상태.
콰울이 이 정도 유추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비약이라고 말할 건가?”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나는 평생을 팅겐 바우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콰울 가네스토라는 내 진짜 이름을 알게 된 건, 내게도 아주 최근의 일이다. 세상이 혼돈으로 물든 다음이지. 기록 마법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 그걸 알아낼 수 있겠나?”
‘가네스토’라는 이름에 걸린 역사 조작에 문제가 생긴 건 겨우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글리엑으로 인해 생긴 지플의 세력 약화가 지금 진과 콰울 사이에도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진도 콰울도 알지 못하나.
지플의 역사 조작에 문제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콰울이 태어났을 무렵에도, 그리고 그의 다른 조상들이 지낼 때에도 조작이 약해진 순간들이 있던 것이다.
특히 가네스토가의 역사 조작은 자주 문제가 생기곤 했었다.
“켈리악도 당신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한 게 패착이군. 그래, 히스터가의 생존자는 나와 함께하고 있다.”
계속 숨길 상황이 아니었다. 진은 계속 콰울의 눈동자에 맺힌 열망을 주시하고 있었다.
콰울은 로키아 가네스토의 후손이며, 세계 제일의 공학자다. 그리고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부와 권력,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기술의 복원과 완성이었다.
그렇다면 오직 히스터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록 마법은, 콰울에게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능력이었다.
“오두막을 떠나기 위해 내가 말하려던 조건은 본래 이것들이었다. 첫째는 그 기계 장치를 소유하고 있을 것. 그리고 둘째는, 기록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을 섭외해서 내 조수로 붙여줄 것. 그러니 네게 아무런 기대가 되지 않았던 거다. 둘 다 불가능할 것 같았으니까.”
치익, 콰울이 담뱃불을 붙이며 말했다.
“첫 번째 조건은 이미 충족이 되었고, 두 번째 조건은 네가 기록 마법사와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달렸겠군. 가능하겠나?”
“조수가 아니라 조력자라면 가능할 것 같군.”
“뭐, 명칭의 문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이 몸의 능력을 확인하면, 알아서 스스로를 조수로 생각할 테니까.”
발레리아가 절대 그럴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진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진에게는 오히려 콰울이 발레리아의 조수를 자처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콰울이 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인생은 물론이고, 네 가문과 네 세력 전체에 나를 얻은 것보다 큰 행운은 없을 것이다.”
진은 그의 손을 맞잡으며 이렇게 답했다.
“나름대로 극진히 모시도록 하죠.”
“나름대로라는 건 또 뭐야?”
“바멀 연합에 소속된 것을 환영한다는 뜻입니다.”
콰울은 아직 소속된 것은 아니라며 성질을 부렸으나, 진은 그를 가볍게 제압해 모트의 입속으로 내던지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