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87)
제 555화
152화. 콰울 가네스토(3)
다소 꼬장꼬장한 성격인지라 조금은 걱정이 되었으나, 콰울은 의외로 도착하자마자 동료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까칠한 면모가 있기는 했지만, 아이들에게 투박한 듯 다정한 모습을 보여서 동료들은 금방 그를 받아들였다.
“도련님. 다들 무라칸 님이 그립기는 그리운가 봐요.”
길리가 진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녀와 진은 애들이 콰울을 산적, 혹은 산적 두목이라 놀리는 걸 보고 있었다.
“무라칸?”
“무라칸 님이 있을 땐 항상 티칸이 시끌벅적한 느낌이었거든요. 왁왁 소리 지르면서 사실은 다 챙겨주고, 애들하고도 잘 놀아주고 말이죠. 그 역할을 콰울 님이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애들하고 잘 노는 건 맞는 것 같은데, 다른 동료들을 챙겨주는 건 아직 없지 않아? 콰울 님이 여기 온 건 겨우 세 시간 전이잖아.”
그 말에 길리의 눈동자가 커졌다. 생각해 보니 진의 말대로인 것이다.
콰울이 지난 세 시간 동안 동료들과 한 것이라곤 아멜라를 조수로 임명하고, 베리스에게도 조수 제안을 했다가 된통 거절당한 후 서로 육두문자를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까불다가 퀴칸텔에게 턱을 한 대 얻어맞기도 했는데, 기가 죽거나 침울해지지는 않았다.
“어, 음. 그러네요?”
그냥 길리가 무라칸이 보고 싶나 보다…… 진은 그렇게 이해했다.
‘두 사람이 연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왠지 기분이 좀 이상해진다는 말이지…….’
두 사람은 진에게 사실상 부모와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진은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를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되었다.
“흠, 흠흠. 밀린 일들 좀 하러 가보겠습니다, 도련님.”
길리가 사라지자 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무라칸은 잘 하고 있으려나.’
무라칸, 그는 현재 미샤의 역할을 대신하느라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솔더렛의 대리의 대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진도 알지 못했다. 신의 일인 만큼, 세상의 균형이나 질서 등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추정할 뿐.
미샤조차 자신이 진행하면서도 모든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한다고 했었다. 필멸자의 인지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아멜라 경.”
데굴데굴, 이번엔 둥근 덤불 옷을 입은 아멜라가 진에게 굴러왔다.
“말행, 주군.”
“아까 콰울 님하고 이야기를 길게 나누시던데, 어떤 것 같습니까?”
“능력에 대해성?”
“예.”
“내가 열 명이 있어도 콰울 아재의 발끝에도 따라갈 수 없겠던뎅.”
“그 정도입니까?”
“기술적으로 최소 몇백 년은 앞서 있엉. 마력흡입분사형 전천후 가속파쇄포도 오늘부터 같이 보기로 했는뎅, 벌써 내가 못 풀고 있던 몇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궁. 완벽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그래도 필요하겠지망, 코젝의 주포를 앞서는 건 오래 안 걸릴걸.”
“오…….”
과연 자신을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일 것이라던 콰울의 장담은 허언이 아니었다.
아멜라는 용병이기 이전에 연구자로서 콰울을 존경하는 눈치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플이 저 아재를 그냥 던져둔 건 진짜 미친 짓이양. 놈들 최고의 실수라궁.”
콰울이 오지에 방치되어 있던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지플은, 자신들이 그의 능력 대부분을 이용했다는 착각을 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지. 얼마 전까지는.’
콰울이 처음부터 천재 중의 천재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가진 공학자로서의 능력은 실시간으로 상승하는 중이었다.
자신이 ‘가네스토’의 핏줄임을 이제야 깨달았듯이, 검황성전 이후 이야기의 힘이 약해지며 봉인되어 있던 그의 ‘전승된 기억’ 일부가 함께 풀려나고 있는 것이다.
‘십대기사 로키아 가네스토는, 후손들에게 계속 기억이 전승되도록 장치를 마련해뒀다…… 이런 건가.’
기억 전승.
진은 이미 명왕족 형제들의 도움으로 인해 그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바가 있었다. 히스터가 역시 ‘전승지’를 통해 후손들에게 마법과 마력, 기록, 기억을 남기는 중이고.
가네스토가 또한 모종의 방식으로 그와 유사한 기억 전승을 이루고 있었다. 지플은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상태고 말이다.
그럼에도 지플은 콰울을 차라리 죽이거나 특별 관리를 했어야 했다. 검황성전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면 그리했을 것이다.
“얼마 안 가서, 놈들이 콰울 님을 다시 찾기는 할 겁니다. 그러니 아멜라 경이 콰울 님을 잘 살피도록 하세요. 티칸 바깥 외출은 절대로 자제시켜야 합니다.”
“가둬놓고 연구만 하게 하라는 거징?”
“그런 셈이죠.”
“그건 걱정하지 망. 나가라고 해도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을 부류니깡. 특별히 더 신경을 쓰도록 하기는 할겡.”
콰울을 통해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은, 반드시 로사가 ‘예언자’를 선택했을 때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와야 했다.
-본래 나는 그것들을 예언자를 통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조슈아의 기수 자격을 정지시키며 생각이 바뀌었다. 예언자와의 협상을 유예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네게 예언자보다 뛰어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아라.
-제가 실패하면, 가주 대행은…… 예언자에게 그것들을 넘기겠다. 이 말씀이시군요.
기계와 함선 설계도, 로사는 여전히 그 물건들을 예언자에게 언제든 넘기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만약 검황성전 때 지플이 그만큼 큰 피해를 받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즉시 내게서 그것들을 빼앗으려 했을 것이다.’
진에게 말한 적은 없으나, 로사는 사실 지금 당장 예언자와 협상을 해 기계 장치와 함선을 완성하고 싶었다. 콰울처럼, 전쟁 이후 그녀에게도 내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도 로사가 협상을 유예하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였다. 가문의 세력이 약해졌으니, 예언자와의 협상에서 변수가 발생하면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예언자가 어느 정도의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아직 검의 정원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걸 보아 가문을 뜻대로 뒤집을 수 없는 정도라는 것만 유추할 수 있을 뿐.
“그런데 일단 지금은, 금설족 제품들로 콰울 님을 변장시켜주세요. 아멜라 님도 외출 준비 하시고.”
“옹, 어디 가겡?”
“죗값을 물어야 할 놈들이 있거든요. 놈들이 또 사기를 치려고 하면, 저로서는 파악할 수단이 없으니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 *
킨젤로 본회.
언제나처럼 킨젤로의 간부들은 아이나스와 부바르가 뛰어노는 모습을 심란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론 하이란…… 설마 그가 창성에 오를 줄은 몰랐네요.”
늘 생글생글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르지엘라의 얼굴에도 수심이 묻어났다.
그녀는, 단테의 죽음을 검황성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견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하얀 돌에서 글리엑이 깨어난 후 세계의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지엘라가 예지한 모든 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틀어지고 말았다. 론이 마지막 순간 창성에 다다른 것으로 인해서.
“느낌이 좋지 않아요. 진 경을 우리 사람으로 만드는 건, 앞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그것도 당신의 능력으로 미래를 확인한 건가요?”
제피린이 묻자 마르지엘라가 고개를 저었다.
“진 경의 운명은 제게도 전혀 보이지 않는답니다. 다만 일이 이렇게 틀어졌으니, 진 경이 우리와 한 걸음 더 멀어진 것 같을 뿐이죠.”
“이미 그 악마는 우리와 아주 거리가 멀었어요.”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리고 당신이 본 운명이 예정대로 흘러갔어도, 진 경은 우리와 멀어졌을걸요?”
“마음은 멀어졌겠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기는 했을 거예요.”
한 적호족이 헐레벌떡 간부들을 찾았다.
“무슨 일이냐?”
베락트가 조심성 없이 달려든 적호족을 노려보며 말했다.
“진 룬칸델이 수인들의 땅을 찾아왔습니다! 헉, 헉. 지난번에 말한 회담을 하러 왔다고…….”
적호족은 얼마나 달려왔는지 몹시 숨이 찬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달려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저, 정오까지 유카유카 시장으로 나오지 않으면 회담은 없던 일로 하고 돌아가겠답니다!”
간부들의 시선이 동시에 벽에 걸린 시계로 닿았다.
정오까지는 고작 2분이 남아 있었다. 제피린이 당장 본모습으로 변신해 본부 천장을 뚫고 전속으로 날아도 그 안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 그 건방진 놈이 또 이런 식으로 우릴 능멸한다는 말인가? 안 되겠습니다, 베락트 님. 티칸에 서신을 보내도록 하죠. 오늘 내로 다시 수인들의 땅을 찾아오지 않으면, 당장 티칸을 치겠다고!”
씩씩거리며 소리치는 조의 모습에, 웬일로 베락트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마르지엘라가 고개를 젓자마자 베락트는 조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닥쳐라, 조.”
“맞아요, 조 아저씨. 진 경은 절대로 빈말을 하지 않는다고요. 지금이 아니면, 기계 장치와 설계도를 다시는 구경할 수 없을 거예요.”
함선 설계도와 기계 장치는 킨젤로에게도 매우 중요한 물건이었다. 애초에 그들도 소타 사막에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며 그것들을 쟁취하려 했던 것이다.
마르지엘라는 곧 결단을 내렸다.
“문을 열겠습니다. 죄송해요, 단장님!”
그녀가 허공에 손을 내젓자 별안간 회의실 한가운데 거대한 강철문이 형성되었는데, 그 순간 애석하게도 본부 내실에 누워 있는 킨젤로의 단장은 또 한 번 피를 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악마하고만 엮이면 내 주인의 회복이 늦어지는군…….”
“다 같이 가요!”
간부 전원이 마르지엘라가 연 강철문을 넘었다. 그들은 유카유카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회중시계를 들고 있는 진을 만날 수 있었다.
“오전 11시 59분 57초. 아쉽게 됐군, 4초만 늦었어도 네놈들과 내가 대화를 할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소타 사막에서 얻은 물건들이 네놈들에게도 아주 필요한 모양이지?”
“음, 오랜만이에요. 진 경! 잘 지냈나요?”
마르지엘라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서로 안부를 물을 사이는 아닌 것 같군, 마르지엘라.”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진 경. 급하게 오느라 공학자들은 대동하지 못했으니, 그 부분은 양해를 해줄 거라 믿어요. 안 그러면 피차 재미없을 테니까.”
제피린이 으득 이를 갈며 말하자, 진은 코웃음을 쳤다.
“뭐, 좋아. 그 부분은 이해를 해주지. 그런데, 네놈들은 괘씸죄가 적용됐거든. 글리엑이 깨어날 수 있다는 거, 너흰 알고 있었지?”
“알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게 무슨 문제가 되죠? 그건 우리 정보력이 앞섰을 뿐이죠. 당신 말대로 우리가 안부를 주고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동맹은 더더욱 아니니 공유할 필요도 없었고요.”
“맞는 말 하네. 동맹이 아니니까 나도 그냥 너흴 괘씸죄로 몰아가고 싶을 뿐이야. 사실 소타 사막에서 얻은 걸 네놈들과 공유할 필요는 없거든. 따라서, 이번 회담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물건을 보고 싶다면…….”
어떻게 비먼트가 테마르의 육신을 찾게 되었는지를 말해.
진이 굳은 표정으로 뒷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