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08)
제 666화
156화. 혼돈 정화(13)
* * *
“발레리아 양과 묘인족 덕분에 작은 수인들의 세계가 순조롭게 정화되고 있는 것 같군요.”
카시미르가 찻잔을 내려두며 말했다.
“묘인족의 결계 능력이 대단하긴 하군. 룬칸델과 지플도 애먹고 있는 ‘완전 정화’를 해내고 있으니.”
퀴칸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앉은 테이블 위엔 진이 발레리아에게 보낸 서신이 놓여 있었다. 묘인족을 도와 전대 고양이 신들의 ‘잊힌 신전’을 함께 찾아달라는 내용의.
그 내용대로 현재 발레리아는 묘인족들과 함께 잊힌 신전을 찾는 중이며, 빠르게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저번에 발레리아가 묘인족의 결계 능력에 시간의 권능을 합쳐서 정화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알고 있나, 카시미르?”
“예, 저도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레리아 양이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건지, 꽤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죠. 심지어 애들하고 놀아주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아직은 편하게 대하기가 왠지 어렵긴 합니다.”
“칼 같은 아이지. 냉담한 진을 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묘인족의 결계에 시간의 권능을 더하는 일의 관건은 엔야다. 엔야가 시간의 힘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어야 가능한 일이야.”
“엔야 양도 매일 불꽃같이 수련하고 있으니 곧 그렇게 될 겁니다. 콰울 님의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고…… 진 공자가 돌아올 때쯤이면, 많은 게 바뀌겠지요. 다만.”
카시미르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계속 모든 게 순조로울 수 있을지 걱정이기는 합니다. 특히 황실과 지플의 유착이 신경 쓰이는데, 지금으로서는 더 깊이 파고들 수가 없으니까요.”
테마르의 왼팔.
황실이 보유한 그의 육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현재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으로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그것이 여전히 황실만의 소유인지, 아니면 지플과 공유되어 새로운 마인화가 연구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정세를 미루어 보아 짐작할 수는 있었다. 카시미르는, 이미 지플과 공유되었다고 판단했다.
“지플이 최근 그토록 벅찬 와중에도 루테로 마법 연방뿐만이 아니라 제국의 땅을 정화하는 일에도 힘을 쏟는 건, 단지 죗값을 치르기 위함이 아닐 테고요.”
지플의 제국 정화는 루테로 마법 연방과 가까운 동부 지역 위주로 진행되고 있었다.
“제국 동부의 정화가 끝나고, 지플이 힘을 되찾았을 때. 황실은 동부 지역과 함께 아예 루테로 마법 연방에 편입되는 길을 선택할 겁니다. 단지 루테로 마법 연방의 영토가 늘어나는 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으나, 중요한 건 마인화의 기술력이죠.”
“어차피 황실의 수뇌들을 찾아 죽일 수 없다면, 그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은 진이 돌아오기 전에 묘인족의 결계를 강화하고, 작은 수인들의 세계가 정화되면 그들의 결계를 인세에 적용하는 것이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마인에 대한 정보는 단테 경이 구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테니. 기다려보도록 하죠.”
* * *
검의 정원, 토나 형제는 중정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우, 이번 임무는 좀 힘들었다. 8성 무인급 전염자…… 켄가 사람들은 억장이 무너지겠군. 차기 가문 제일검으로 키우던 인물을 잃었으니.”
“전염자라 어쩔 수 없이 제거하긴 했지만, 조만간 켄가를 찾아가서 조의라도 표하도록 하자고.”
막 오염 지역 정화 임무를 끝내고 돌아온 참이었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룬칸델은 검황성전 이후 최초에 발생한 오염 지역을 7할 이상 정리한 상태였다.
이런 식이라면 룬칸델의 영토를 잠식한 혼돈이 진압되는 건 시간문제일 테지만, 어째서인지 정화 구역이 늘어나도 ‘혼돈 감염자’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였다.
특히 최근에는 상위급 무인이나 마법사 감염자가 계속 발견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큰 피해를 일으키기 전에 룬칸델이 신속하게 제압을 해왔다.
그러나 휴페스터 연합의 일원들은, 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품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번엔 켄가의 차기 제일검이, 저번엔 투코가의 원로 한 사람이 감염되어 토벌되었다.
심지어 룬칸델의 수호기사들도 몇 차례 감염된 바가 있으니, 지플과 휴전한 상태라 할지라도 휴페스터 연합은 오히려 전보다 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루테로 마법 연방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사실이었다.
“으, 피곤해 죽겠는데. 한 시간 쉬고 또 다음 임무인가.”
“이번엔 델키 왕국이지? 그나마 감염자 발생 지역이 민가하고 멀어서 사람 피는 덜 보겠네.”
“아무튼, 그나마 여기서 쉴 수 있으니 좋네.”
본래 그들은 주로 수호기사 숙소 뒤뜰을 이용했다. 특히 뮤와 앤이 원내에 대기 중일 때는 더욱 그랬는데, 요즘 들어 그녀들은 토나 형제를 못살게 굴지 않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들은 기수로서 매번 정화 임무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중이며, 자연스레 가문 내 입지 또한 오르고 있었다.
가문의 일원들 대부분은 그녀들이 추후 돌아온 진에게 숙청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이해했다.
뮤와 앤이 예언자의 전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벌써 막내가 폐관 수련을 떠나고 1년이 넘게 지났군…….”
“잘 하고 있을까?”
“그렇겠지. 얼마나 강해져서 돌아올지 모르겠는데.”
“어머니께서, 막내가 돌아오면 걔를 가주로 올리시겠다고 말했잖아?”
“정확히 그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거의 그런 느낌이기는 했지.”
폐관 수련.
비록 휴전 상태라고는 하나 휴페스터 연합이 그 어느 때보다 어지러울 때, 진은 홀로 수련을 떠났다.
그러나 가문 내의 그 누구도 진을 비난하거나 멸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왕좌에 오르기 전, 마지막 자격을 검증하기 위한 일이라고 여겼다.
그간 진이 세운 공이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가 없었다면, 휴페스터 연합은 물론이고 세계 전체가 지금보다 더욱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테니까.
게다가 로사가 직접 전송하기까지 했으니, 룬칸델의 일원들 대부분은 모두 토나 형제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돌아오면, 진은 가주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새삼 어린 시절 겁도 없이 막내가 선택 의식에서 바리사다를 골랐다는 이유로 괴롭혔던 게 생각나네.”
“그때 우리 안 죽은 게 용하다.”
“폭풍성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때였으면 끝장이었을걸.”
“그래도 우리 둘 다 그때부터 막내랑 조금씩 친해지기는 했잖아. 뮤랑 앤, 그 미친……(이 대목에서 혹시 몰라 데이토나는 한 차례 두리번거렸다) 것들이 우릴 괴롭히지 않는 것도 어쩌면 막내 눈치를 보느라 그런 걸 수도 있어.”
“막내가 그 미친개(헤이토나 역시 두리번거렸다)들을 숙청한다면, 그땐 우리가 가장 앞장서서 끝장을 내버리자! 키히히, 뒤졌다. 진짜.”
퍼어엉, 콰드드드득-!
그 순간, 돌연 중정 안쪽, 본원으로부터 폭음이 들려왔다.
토나 형제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뮤와 앤이 자신들의 뒷담화를 듣고 분노를 터뜨렸다고 착각한 것이다.
“으, 으아아. 미안, 누님들!”
그러나 폭발의 주체는 뮤와 앤이 아니었다.
“잠깐, 이건 미친개들이 아니야. 본원 쪽이다! 뮤랑 앤 따위가 낼 수 있을 만한 힘도 아니고……!”
쿠르르르……!
지진이 난 듯 검의 정원 전체가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맹수를 마주한 먹잇감들처럼, 토나 형제는 뮤와 앤이 아니라는 걸 알고도 일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현재 가문 내에 이만한 기운을 퍼뜨릴 수 있는 사람은, 그들이 아는 한 두 사람뿐이었다.
흑기사대장 스탐.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로사 룬칸델.
철퍽!
“이게 대체. 머, 머리!?”
토나 형제의 앞에 누군가의 머리와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떨어졌다.
원로의 머리였다. 토나 형제는 그걸 보자마자 본원 쪽으로 미친 듯이 내달렸고, 가는 동안 그들과 마찬가지로 뛰고 있는 기수,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메, 메리 누님! 어떻게 된 겁니까!?”
“데이토나, 헤이토나! 너희 둘은 본원으로 가지 말고 인근 통제해!”
“디푸스 형님?”
“10기수, 11기수, 통제하라고! 비상사태란 말이다! 지금 일이 절대로 바깥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 알겠나! 상급 이하 수호기사 전부 데려가, 언론 통제 준비하고! 현 시간부로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 최우선 임무다.”
“아, 알겠습니다!”
토나 형제는 수호기사들을 이끌기 위해 사라졌고, 뮤와 앤은 계속 본원으로 달렸다.
벌써 본원은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으며, 근처에는 본원에 있던 이들의 시체와 널브러진 부상자들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흑기사와 상위 기수 이하 인원은 진입을 금한다. 모두 밖에서 대기하도록!”
가장 먼저 도착해 입구를 지키고 있던 스탐이 소리쳤다.
스탐과 흑기사, 상위 기수들은 당혹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부서진 본원으로 들어섰다.
본원 가운데, 혼돈에 휩싸인 한 여인이 검을 쥔 채 포효를 내지르고 있었다.
로사 룬칸델, 그녀가 폭주를 일으킨 것이다.
디푸스와 메리는 그녀를 보자마자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하필 이 시기에 어머니가 폭주를……!’
갑자기 왜 로사가 폭주를 일으켰는지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로사의 폭주는, 그야말로 아무도 예기치 못한 사고였다.
심지어 디푸스와 메리는 불과 30분 전에 멀쩡하던 그녀와 회의를 했던 것이다.
만일 로사가 폭주를 멈추지 않으면 룬칸델은 오늘부로 나락에 빠지게 될 것이다. 기수들과 흑기사들이 원내에 대기하고 있었으니 그녀를 제압하는 건 가능할 테지만, 이후 상황을 감당하는 건 무리였다.
로사는 시론이 부재한 현재 룬칸델의 가장 중요한 전력이자, 가주 대행이다.
그녀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게 외부에 밝혀지는 순간, 지플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테니까.
휴전 협정은 어디까지나 룬칸델과 지플이 서로를 쳐서 끝장내기에 부담이 될 때나 유지될 수 있었다.
다행히도.
로사는 기수와 흑기사들을 보자 포효를 멈추었다.
“가주 대행, 의식이 있으십니까.”
“스탐 경…….”
“다행입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명령을 내리십시오.”
푹!
그 말에 로사는 광란으로 제 가슴을 찔렀다. 이성은 제어할 수 있으나, 육체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검에 관통된 가슴팍에서 초재생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로사는 의지와 관계없이 검을 뽑아내려는 육체에 격렬히 저항해냈다. 지나친 초재생 때문에 육체의 기운이 모두 빠져버릴 때까지.
그리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전, 스탐에게 명령을 내렸다.
“반드시…… 함구하게 만드시오. 오늘 일을, 모두가…….”
스탐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어 로사가 쓰러지자 스탐이 그녀의 가슴팍에 꽂힌 광란을 뽑아냈다. 천천히, 주위에 퍼진 혼돈이 환부로 스며들어 재생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바깥에 있던 뮤와 앤은 담담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이제 어머니도 아시겠지. 그분의 뜻을 계속 거슬러서는, 결국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