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
제 66화
21화. 테싱 지하 경매(5)
‘아니, 그러면 그 새낀 대체 뭐였지? 역시, 비먼트 특임대였나?’
부지런히 뛰는 제트의 품 안에 두 살배기 아들이 곤히 자고 있었다. 다행히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깨지 않았다.
‘젠장, 이게 무슨 꼴이야… 아킨에서 정보상으로 제대로 자리 한번 잡아 보려고 했건만.’
이곳에서 품은 원대한 꿈도, 지금껏 일궈 놓은 모든 것도. 등 뒤에 남겨 놓은 채 떠나야만 했다.
‘이렇게 도망치는 신세가 될 줄이야…….’
배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과연 그 정체 모를 꼬마의 말을 따르는 게 옳은 선택일지 고민했다.
그 외에 답이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갑판에 오른 제트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품속을 뒤졌다. 묵직한 순금 목걸이, 반지, 콩알만 한 금 조각 같은 게 한 움큼 잡혔다.
-도망치는 동안 여비해라. 아들 잘 먹이고.
진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다. 베라딘인 척 사기를 치고 내내 이용한 주제에, 이런 걸 챙겨 준 저의는 대체 무엇일까. 제트로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하아, 일단 비먼트로 가서 소식을 기다려 보자.’
우울한 제트였다.
* * *
쾅!
누군가 문짝을 박살 내는 소리에, 경매장 내부에 있던 조직원들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씩씩 거친 숨을 뱉으며 들어오는 알루.
“그 사기꾼 자식, 어디 있어!”
“예? 보스, 누구 말씀이십니까?”
“베라딘 지플! 베라딘 지플을 사칭한 핏덩이 말이다!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와, 직접 살가죽을 벗겨 죽일 테다……!”
“사, 사칭이라뇨, 보스. 설마.”
부하들이 반사적으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너는 알았어? 아니, 꿈에도 몰랐어. 모두가 그런 눈빛들이다.
“보스, 노, 놈들은 이미 갔습니다요. 한 시간 조금 안 됐습니다.”
그 꼴을 보고 있는 알루는 분통이 터져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짝! 짝! 솥단지처럼 두꺼운 손바닥이 앞에 있는 부하들의 뺨을 차례대로 후려갈겼다.
“너흰 대체 뭐 하는 새끼들이야, 어? 그걸 보내? 그걸 그냥 보냈단 말이냐?”
하지만 보스, 보스도 속으셨잖아요.
그렇게 대답할 만큼 용기 있는 조직원은 아무도 없다. 알루가 눈깔이 돌아갔을 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그나마 평소 심복을 자처하는 한 조직원이 용기를 냈다.
“보스, 놈들이… 명부와 장부도 모조리 가져갔습니다. 물건은 딱히 손댄 게 없고요.”
눈앞이 노래질 만큼 뒷골이 당겼다. 당장이라도 이 무능한 부하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지만, 사칭범을 잡는 게 우선이었다.
“당장 추격 준비해. 아침 해 뜨기 전에 그 개자식들을 모조리 잡는다.”
* * *
한편 진은 이미 마법 우편을 통해 세 곳에 투서를 돌린 상태였다.
투서가 향한 곳은 비먼트 황실, 지플 본가, 그리고 아킨의 한 소식지.
그저 ‘테싱이 못된 놈들이다’라는 내용의 투서만 보냈다면, 세 기관 모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테지만.
비먼트엔 투서와 함께 노예 명부를, 지플엔 거래 장부를, 소식지엔 고객 명단을 동봉했다.
‘비먼트는 노예 목록에 자국 백성이 다수 섞여 있으므로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지플은 거래 내역서에 가치 높은 고대 마법서가 포함되어 있으니 테싱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고객 명단을 받은 소식지 역시 목소리를 낼 터였다. 아킨의 소식지는 대부분 테싱에 매수되어 있었지만, 진이 투서를 보낸 곳은 전생에서도 꿋꿋이 놈들의 실태를 고발한 곳이었다.
이제 이틀 내로 각 당국이 투서를 확인하면 끝이다. 사실상 테싱은 이제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럼에도 진은 아직 아킨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현재 진은 동료들과 함께 아킨 외곽에서 알루를 기다리는 중이다.
놈이 정말 룬칸델과 끈이 있는 것인지, 한 번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꼬마, 그 제트라는 놈의 말을 신경 쓰는 것 아니냐? 네 형제들이 정말 이 동네 밑바닥 양아치들하고 어울릴까?”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도련님. 급이 적당히 낮아야죠.”
“테싱이라는 조직 자체는 별것 없지만, 알루는 그래도 7성급 무인이야. 예전엔 어딘가에서 날렸던 놈일 수도 있지.”
알루의 과거에 대해선 진도 딱히 아는 바가 없었다. 그가 언젠가부터 테싱을 운영해 아킨을 좀먹고 있었다는 사실 외에는.
“흐음, 그래. 뭐. 떠나기 전에 감사 인사 정돈 남겨야겠지. 첸미의 마법서도 모자라, 마스터피스까지 하나 선물해 준 녀석이니까. 경매장 나와서 네놈 손가락에 그거 끼워진 거 보고 식겁했다, 정말.”
무라칸에 의하면 이 반지 아티팩트의 진짜 이름은 ‘마왕의 투구’가 아니라, ‘뮬타의 룬’이었다.
수천 년 전, 뮬타라는 마족이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제 연인을 지키고자 만든 물건.
그 연인이 비먼트의 초대 황제라는 비사를 듣게 된 건 덤이었다.
“아무튼 촌구석 깡패 소굴에서 얻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성과로군. 일이 다 끝나면 첸미의 마법서부터 해독해서 익히도록 하자고.”
알루가 추적하기 쉽도록, 일부러 곳곳에 흔적을 남기며 왔다. 세 사람이 할 일은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두 시간.
마침내 한 무리의 테싱 조직원이 모닥불을 펴고 앉아 있는 세 사람을 찾았다.
“놈이다, 보스께 알려!”
퍼엉!
동시에 신호탄을 쏘는 조직원. 하지만 놈들은 쉽사리 진 일행을 덮치지 못하고 있었다. 사칭범에 불과한 꼬마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눈앞에서 5성급 마법을 보여 주긴 한 것이다.
기묘한 대치가 이어졌다.
도망칠 생각이 없는 진 일행이 조직원들을 멀뚱히 쳐다봤고, 그들은 지원군이 오길 기다리는 양상.
“무라칸.”
“왜?”
“알루하고 일대일로 붙어 보고 싶어.”
“이젠 별걸 다 시키는군. 그래서, 나더러 잔챙이들만 싹 골라서 처리하라는 거냐?”
“정확해.”
“아오, 귀찮게 하기는…….”
무라칸이 투덜대는 사이 알루가 도착했다. 얼마나 급하게 뛰어온 건지, 온몸이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모습이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백여 명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방금까지 진 일행을 경계하던 조직원들은 잡배들이 으레 그렇듯, 수가 많아지자 기세등등한 얼굴이 되었다.
“이, 이… 찢어 죽일. 뭣들 하고 있어, 덮쳐!”
“잠깐 딸기파이 좀 지키고 있어.”
일제히 달려드는 테싱 조직원은 마법사 절반, 무인 절반 정도의 비율이었다. 마법사들은 멀리서 주문을 영창했고, 무인들은 온갖 병장기를 쥔 채 돌격해 왔다.
그에 반해 무라칸은 완벽하게 맨몸이다. 얇은 셔츠를 한 장 걸치고 있을 뿐, 손바닥 반만 한 단검 한 자루조차 없다.
크직!
“컥.”
그럼에도 선공은 무라칸의 몫이었다. 무라칸은 우선 선두를 차지한 놈의 턱을 팔꿈치로 으깬 후, 전광석화처럼 무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극도로 훈련받은 고위 기사들의 진형도 아니고, 하나하나가 특출한 무인도 아니다. 그들 속에 자리 잡은 무라칸이 한 번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한 사람이 죽거나 기절했다.
아마 알루와 부하들의 눈엔 엄청난 무투가처럼 보일 것이다.
영창을 끝낸 마법사들은 함부로 마법을 펼치지 못했다. 그들 실력으로는 무라칸의 속도를 좇아 조준할 수도 없을뿐더러, 아군이 너무 몰려 있었다.
“이 등신 같은 새끼들! 저놈 말고, 뒤에 있는 꼬마를 노리면 되잖아!”
알루가 소리치자 마법사들이 뒤늦게 조준 대상을 변경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은 절로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발사!”
조장 마법사가 소리치자 마법사들이 동시에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길리, 내 뒤로.”
화르르륵!
그들이 일제 사격으로 고른 것은, 3성 빙결 계통 마법 얼음 송곳. 50개에 육박하는 얼음 송곳이, 한 점으로 수렴하며 진을 덮치고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막을 필요도 없겠어.’
마수왕 오르갈의 펜던트 덕분에 진은 5성 미만 마법에는 사실상 완전 면역이다.
후드드득……! 진에게 닿지도 못하고 부서지는 얼음 송곳들. 테싱의 미등록 마법사들이 할 수 있는 건, 눈동자만 겨우 끔뻑이는 것이다.
“저, 저것들. 대체 뭐야……?”
“크아악!”
“어억!”
무라칸 쪽은 이미 정리가 끝나 가고 있었다. 오십이건, 백이건. 잔챙이는 모여 봐야 잔챙이고, 흑룡은 전성기가 지났어도 흑룡이다.
개전 5분째.
테싱 조직원들은 벌써 전의를 잃어 가고 있었다. 그래도 일국을 쥐락펴락하던 그들이 이토록 허무하게 당하고 있는 것은, 그저 진 일행이 강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이 사칭범이란 게 밝혀진 직후 추격이 시작된 순간부터, 특히 실력 좋은 조직원들은 모두 살길을 찾아 도주했다.
그들은 이미 ‘알루는 끝났다’고 인지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플이 횡행을 묵인해 줬으나, 사칭범에게 당한 걸 알고도 테싱을 가만 내버려 둘 리는 없었다.
아침이 밝으면 지플 내에 보고가 올라갈 게 자명하니,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쯤 되면 알루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부로 자신은 끝장이 났다는 사실을.
“푸흐흐흐.”
헛웃음을 뱉은 알루의 검이 백색의 오러로 물들었다.
“평범한 사기꾼들은 아닌 것 같고.”
서걱!
돌연 뒤돌아선 알루가 제 옆에 서 있던 마법사들의 목을 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미친 보스를 상대로 도망치지 못하고,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검기 때문이었다. 5성도 되지 못한 마법사들이 부지불식간에 날아든 7성 무인의 검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보, 보스. 왜 이러십아악!”
“으아아아!”
무덤덤한 얼굴로 부하들을 살육하는 알루. ‘거미손’이라는 이명답게 살아서 도망친 부하는 단 하나도 없다.
“너희, 어디서 보낸 놈들이냐? 누가 사주한 거야, 응?”
그렇게 말하는 알루의 눈동자는 반쯤 초점이 나가 있다.
“어차피 곧 지옥으로 갈 텐데, 좋을 대로 생각해.”
“맞는 말이야… 하지만.”
샤악!
‘빠르다!’
알루가 기습적으로 쏜 검기가 진의 뺨을 스치고 지나쳤다.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뺨이 아니라 목이 잘렸을 것이다.
“이걸 어쩌지, 나도 혼자 갈 생각은 없다. 너희 모두, 나와 함께 지옥으로 간다.”
그저 오러를 개방하고 살기를 뿜기 시작했을 뿐이다. 게다가 진과 알루 사이의 거리는 약 50미터.
그럼에도 진은 온몸의 솜털이 다 곤두서는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과연 7성 무인의 위압감인가.’
살면서 수많은 7성 기사를 만났지만, 자신을 죽이려는 자는 처음이었다. 날것 그대로 마주한 7성 기사의 기운에 바싹바싹 목이 말랐다.
그에 맞서기 위해 검을 뽑으려는 순간.
“이놈, 드디어 임자 만났네. 이제 내가 딸기파이를 맡을 차례로군. 크크, 한번 잘해 봐라!”
어느새 길리를 낚아채 저 멀리 달려가고 있는 무라칸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