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1)
제 666화
158화. 개막식(1)
1802년 1월 15일.
어느덧 진이 라프라로사에 들어서고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그중 대부분의 시간은 혼돈을 정화하는 일에 사용되었으니, 실질적으로 진이 온전히 훈련에만 매진한 건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반이 링링을 받아들인 뒤부터 지금까지가 전부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진은 그 어느 때보다 놀라운 성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아, 하.”
진이 검을 거두며 호흡을 골랐다.
앞에는, 방금 그가 남긴 거대한 검흔이 남아 있었다. 과거 테마르가 훈련장에 남긴 것보다도 훨씬 더 깊고 흉측한 검흔이.
이어 언제나처럼 강렬한 탈력감이 찾아오며 투신합일이 해제되었다.
10분, 지금의 진과 반은 딱 그 정도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투신합일을 최고 수준의 동조율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건 곧, 10분 동안 진은 그야말로 최강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기분이 어떤가, 진 형제.”
“아쉽습니다. 아직은 투신 형제의 힘을 빌려야만 가능한 영역이니까요.”
“배부른 소리를 하는군. 어디 가서 그런 소리를 하면 원망을 사게 될 것이야.”
“알고 있습니다. 형제들이 아니면 어디서 제가 이런 복에 겨운 소리를 늘어놓겠습니까.”
강해진다는 행위에 전부를 쏟아 넣으며 매일 뚜렷한 성취의 희열을 느끼는 것. 무인에게 그보다 더 행복한 나날은 없을 것이다.
물론 투신합일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온전히 진의 것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때 공유받은 반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 수련해서 얻은 것들은, 분명 진의 힘이었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링링을 베었을 때의 영검 궁극기도 결코 완성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반의 경험.
투신합일의 동조율이 높아질수록 진은 반의 모든 것을 더욱 선명하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영검과 명왕검의 깨달음을 엿볼 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별도의 수련 과정 없이 영검과 명왕검을 익히게 된 셈이었다.
물론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 적용 사이엔 크나큰 괴리가 있으니 반복 훈련이 반드시 요구되나, 핵심을 명확히 꿰뚫은 상태로 행하는 수련은 압도적인 효율을 약속했다.
‘지금이라면 그때보다도 더 나은 영검을 펼칠 수 있다. 명왕검 또한…….’
혼돈의 마성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강해졌을 때와 달리, 투신합일을 통한 수련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
‘계속 이대로 성장할 수 있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복귀할 수 있겠군.’
로사가 허락한 시간은 3년이다. 이제 절반이 흘렀으니, 문득 바깥은 얼마나 변했을지 궁금한 마음이 일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진 형제.”
막 훈련장으로 들어온 보라스가 진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왔습니까? 보라스 형제. 잠시 바깥을 떠올렸습니다.”
“걱정되는 모양이군.”
진은 고개를 저었다.
“썩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지금 내 가문의 가주 대행인 어머니는 강합니다. 본인이 한 말에는 반드시 책임을 질 인물이기도 하죠. 3년 내에 가문에 문제가 생길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룬칸델로서의 생존에 대한 집착. 진은 로사의 그런 점을 믿고 있었다.
자신이 부재하더라도 로사가 있는 한, 룬칸델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없었다면 아마 라프라로사에 오는 것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었을 테지.’
돌아보면, 자신이 전생에서 알던 룬칸델의 위엄은 많이 옅어진 상태였다.
그때의 진이 보기에 룬칸델은 결코 무너질 일이 없는 절대적인 철옹성이었다. 가문의 일원 한 사람이 빠진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아버지와 루나 누님은 검황성전 이후에도 계속 부재중이고, 가문은 이전 같은 결속력이 없다. 내가 조슈아를 몰락시킨 것이 이유지만, 고작 그것만으로 이런 상태라니.’
킨젤로는 마수왕 오르갈의 존재와 자신들의 힘을 숨겨왔으며, 지플은 마신석과 함대를 제작해 ‘인간’을 초월하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고, 제국조차 그런 세력들과 협상을 할 정도로 뛰어난 마인화를 개발하고 있다. 그것도 테마르의 육체를 이용해서.
그런 와중 룬칸델만이 정체되어 있었다.
그 사실이 만천하에 명명백백히 드러난 게 바로 검황성전이다. 그 끔찍한 전쟁을 기어이 끝내기까지, 룬칸델은 사실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명백히 자신의 ‘적’인 로사가 가문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에 혀가 썼다.
돌아가거든, 그녀를 끌어내리고 가문 전체를 다시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옛 룬칸델에 뒤지지 않는 위엄을 갖출 수 있도록, 찬란하던 룬칸델의 본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오투왕 형제.”
“말씀하시게, 투신 형제.”
“형제들을 모두 투신전으로 부르도록.”
진은 반의 말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제 투왕 형제들과의 내 대련을 시작하려나 보군.’
슬슬 진도 궁금하던 차였다. 지금의 자신과 투왕들 사이엔 얼만큼의 차이가 있는지.
1년 반 전까지, 명왕족의 투왕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진보다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벼운 대련이었다고는 하나, 십이투왕 테토조차 진을 거의 농락하며 압살한 것이다.
나머지 모든 투왕은 그런 테토보다도 강하다.
“우리도 지금 이동합니까?”
“아니, 형제와 나는 충분히 쉬었다가 간다. 다시 투신합일을 펼칠 수 있을 만큼.”
“예.”
몇 시간 후 두 사람이 천천히 투신전으로 향하자, 이미 모인 형제들이 도열해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반이 본당의 성좌에 오르자 그녀를 제외한 76인, 역사에서 지워지고 살아남은 모든 명왕족들이 그녀를 우러러보았다. 그들과 진의 광심장이 반의 기운에 공명하며 평소보다 더욱 강한 빛을 일으켰다.
광심장에서 퍼지는 광휘가 가득하나, 그들이 모인 풍경은 어딘가 허전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었다.
한때는, 평원처럼 드넓은 투신전 본당 전체가 그들의 빛으로 가득했었다.
지금은 멀리서 보면 겨우 한 줌 정도의 빛처럼 보일 것이다.
“내가 오늘 형제들을 모은 것은, 기념하기 위함이다.”
링링도 분위기를 읽고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우리의 시간이 멈춘 이래, 최초로 우릴 깨운 것은 테마르였다. 그러나 이후 그보다도 더욱 우리가 시간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바로 여기 있는 진 형제다.”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은 새삼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진은 자신이 준 것보다, 형제들에게 받은 것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 형제는, 우리를 다시 세상으로 꺼내겠다고 선언하였다.”
현재로서는 단서만 있을 뿐 확실한 수단이 마련되지 않았으나, 명왕족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진이 반드시 그렇게 하리라 믿고 있었다. 진 역시 자신을 믿었고 말이다.
“우리의 역사는 곧 다시 시작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전통 한 가지를 부활시키고자 한다. 강자 중의 강자에게만 허락된 전통을.”
“오, 오오!”
“설마!”
명왕족들은 반의 이야기에 잔뜩 흥분한 기색을 드러냈다.
“다시는 끊이지 않을 역사와 전통의 부활은, 당연히 진 형제가 시작해야 마땅하다. 다들 그렇게 생각할 테지?”
“그렇습니다!”
명왕족들이 힘차게 대답하자 반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소리쳤다.
“투왕대전을 시작하겠다!”
모두가 함성을 내뿜는 동안 진은 슬쩍 반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투신 형제, 투왕대전이 뭡니까?”
“명왕족 최고의 축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사들이 투왕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이지. 투왕끼리도 마찬가지고.”
“전투? 대련이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투왕대전은 날붙이로 형제를 해하는 게 유일하게 허락되는 싸움이다.”
명왕족은 은원을 계산하지 않는다.
또한, 결코 형제끼리 서로를 죽일 목적으로 싸우지 않는다.
어떠한 형태의 분쟁이라 할지라도 형제들끼리의 문제는 맨손 격투로 해결하며, 날붙이를 사용하더라도 결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투왕대전에는 그런 금기가 적용되지 않았다.
물론 ‘형제간 살인’은 절대적으로 금하나, 치료 가능한 선에서의 치명상은 허용하는 것이다.
반이 설명해주자 진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고가 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까지 제약 없이 싸우다 보면, 서로를 죽일 수도 있을 텐데요.”
“사고는 어쩔 수 없다.”
“……예?”
“예기치 못한 사고란 본래 세상만사에 적용되는 것이지.”
과연 ‘훈련은 원래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사람다운 대답이었다.
“우리가 언제나 지금처럼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지만은 않았다, 진 형제. 명왕족의 역사에서도 배신과 살인, 음모, 계책이 많았어. 다른 종족보다 적었을 뿐이지.”
언제나처럼 보라스가 반 대신 설명을 이어갔다.
“현 투신, 반 형제의 시대는 그야말로 명왕족의 태평성대였다. 그래서 멸망하기 전 열었던 투왕대전에서도 살인이 발생한 적은 없으나,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어. 파벌이 나뉘어 싸우기도 했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상대를 죽이기도 했다.”
명왕족들이 투왕대전의 부활에 열광한 건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투신 반의 치하 아래서 펼쳐진 모든 투왕대전은 그야말로 순수한 무력의 격돌만이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전통의 부활은 곧 희망의 실현이기 때문이었다.
신들에게 대항해 멸망한 이후, 명왕족은 줄곧 이 죽은 세계에서 죽은 사람들처럼만 지내온 것이다.
전통이니 축제니 하는 것들을 이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이 투왕대전을 부활시킨 건, 진에 대한 믿음과 그로 인해 해방될 라프라로사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었다.
“캬캬, 이번엔 나도 투왕 최약을 벗어나겠다!”
“꿈 깨, 십이투왕 형제.”
“언제부터 시작합니까? 투신 형제! 오늘? 내일!?”
“지금 즉시 개막식을 시작한다.”
반의 말에, 즉시 투왕들의 눈빛이 변했다.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반을 죽이겠다는 살기가 이글거렸다.
‘……실전에 가까운 대련 정도가 아니라, 정말 반 형제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눈빛인데?’
쿠우우웅……!
반이 한 차례 발을 구르자, 돌연 투신전 본당이 다른 건물들과 분리되며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투신전 본당이 투왕대전을 위한 무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진으로서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이어 하늘 한가운데 본당이 자리하자, 반이 진을 가리켰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투왕대전의 개막전은 본래 내가 모든 형제들과 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린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투신합일을 펼친 진 형제가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겠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반을 향하고 있던 투왕과 형제들의 살기가 모조리 진을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