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2)
제 666화
158화. 개막식(2)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그보다 본당이 난데없이 부유한 건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더 생각할 틈이 없었다.
진과 반의 광심장이 공명하며 투신합일을 일으켰고, 직후 한 자루의 창이 진의 눈앞으로 날아든 것이다.
테토의 창이었다.
‘젠장, 늦었……! 아니, 여유롭네?’
본래라면 피를 보았을 게 분명했다. 혹은 무리하게 쳐내다가 내상을 입었거나.
그런데 지금은 얼굴로 날아든 시퍼런 창날이 그토록 느리게 보일 수 없었다.
가격당하려면 노력을 해야 할 정도로!
‘이래서 투신 형제가 본당에 오기 전에 투신합일을 펼칠 수 있을 만큼 휴식을 하자고 말한 것이군. 개막전이 시작되자마자 형제들이 진짜 살기를 보인 건, 반 형제를 상대로 어설픈 투지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고.’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다.
‘뭐, 한 번쯤은 투신 형제의 힘을 실전에서 사용해보고 싶기도 했지.’
진은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창날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테토의 입장에서는, 진이 움직이는 순간을 인지할 수도 없었다.
쩌엉-!
투왕의 혼이 담긴 일격과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혔으나, 밀려난 쪽은 테토였다.
아니, 그저 밀려난 수준이 아니다.
“커헉!”
테토는 창을 타고 전해지는 충격에 한 움큼 피를 토하며 본당 저 멀리까지 튕겨지는 모습이었다. 마치 화살처럼, 혹은 바위가 부서질 때 파편이 튀는 것처럼 말이다.
테토가 날아가자마자 일순 확 트인 시야로 온갖 병장기가 날아들었다.
검, 창, 활, 그리고 거대 마물을 포획할 때나 쓸 법한 정체불명의 그물망까지.
그 모든 게 이렇게까지 ‘안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에, 진은 저도 모르게 희열을 느끼고 말았다.
‘이 정도였나……!’
반의 무위가 대해와 같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그 힘을 직접 휘두르는 건 문자 그대로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파아아앗-!
단 한 차례 기운을 폭발시킨 것만으로, 진은 아귀처럼 달려드는 형제들을 일시에 몰아낼 수 있었다.
발티록의 장검, 루모라의 창, 팔렘의 장검, 린파의 대검, 보라스의 주먹과 손대포, 달피르의 쌍검, 벨리즈의 대검, 가르문드의 대검, 바바의 장검, 카이오의 활, 나타의 발차기, 다시 뛰어든 테토의 창.
그리고 평전사들의 수많은 무기들까지. 그 모든 공격이, 진이 발산한 기운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진은 너무나 쉽게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힘 있게 내지른 권풍만으로도 낙엽처럼 평전사들이 쓸려나갔고, 투왕들은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들의 기합에 온 하늘이 쩌렁쩌렁, 부서질 듯 진동하고 있었다.
퍼렇다 못해 새하얗게 보일 지경인 뇌기가 순식간에 해일 같은 뇌우를 형성했고, 일그러진 공간에선 비명 같은 파열음이 쏟아졌다.
한순간에 종말을 알리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벌써 몇몇 평전사들은 뇌기의 폭풍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원래 자신의 힘인 듯 자연스럽게.
진은 쓰러진 이들이 더 다치지 않도록, 그들의 근처로 뇌기를 보내 보호막을 형성해주었다.
모든 평전사들을 그런 식으로 보호해도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명왕족 ‘투신’의 힘이라는 사실에.
“카아아아!”
가장 먼저 진의 뇌기를 뚫고 들어온 투왕은 나타였다.
카이오가 활을 쏴 길을 만들었고, 그 속으로 포효를 내지르며 뛰어든 것이다.
진이 시그문드를 뽑은 건 그때였다.
칼날엔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이 짙은 뇌기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진은 칼날이 검집을 빠져나옴과 동시에, 한 가지 확신을 가졌다.
마음만 먹으면, 달려든 나타를 일검에 벨 수 있다고.
진은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으나, 나타는 직감적으로 알아보았다.
“진짜 투신 형제였다면,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진 형제.”
후우우욱! 뇌기가 소용돌이치며 나타의 주먹으로 모여들었다.
‘착각? 아니, 변수다. 나타 형제가 만든.’
확신이 든 순간 어디든 베어야 했다. 그랬다 할지라도 나타는 결코 죽지 않고 어떻게든 한 걸음 더 파고들어 지금처럼 주먹을 내질렀을 테니까.
그녀는 명왕족 투왕이다.
비록 투신에 미치지는 못하나, 고작 일검에 당할 인물이 아닌 것이다.
진짜 반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죽이려면 진심을 다해야만 했다. 특히 이렇게 열두 투왕과 평전사 전체가 한꺼번에 덤벼드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나타의 주먹이 진의 귀 옆을 지나쳤다. 충격파에 일순 균형 감각을 잃었으나, 반격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칼자루로 주먹을 쳐내며 그대로 종베기를 펼쳤다.
나타의 피가 뇌기에 증발하려는 찰나 두 번째로 들어선 벨리즈의 대검이 날아들었다.
피하고 찌르고, 이어진 카이오의 뇌전을 쳐내며 검기를 쏘고, 팔렘과 루모라의 공격 궤도를 비틀고, 발티록을 밀어내고, 달피르와 가르문드를 엎어트리고, 린파를 튕겨내고, 보라스의 턱을 가격하며(이때는 추후 보라스가 바빠질 것을 생각해 힘을 조절했다) 테토의 창을 내리쳤다.
거기까지 3초가 필요했다.
아직 진은 유효타를 맞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진형이 무너진 사이 역공을 펼치려고 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남아 있다.
구투왕 바바. 옛 투신 나나의 직계 후손. 혼란한 전장 사이로 그녀의 푸른 칼날이 쇄도해오고 있었다.
‘이건 위험하다.’
직감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투신합일 상태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을 것 같던 위기감이 번쩍 정신을 깨웠다.
정확하게 맞받아치는 것만이 이 위기를 가장 완벽하게 넘기는 해법이다.
투신의 눈과 감각이, 이토록 다급한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이걸 받아치면 바바는 죽거나 불구가 된다.
앞서 나타의 경우가 없었다면, 진은 이번에도 망설였을 것이다. 그들은 적이 아니라 대련 중인 형제니까.
‘바바 형제가 다칠까 봐 어설프게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형제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거짓말처럼, 사방에 퍼진 진의 뇌기가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시그문드로 모여들었다.
서로의 칼끝이 닿기 전, 칼날의 극점엔 극히 짧은 순간 동안 진의 모든 힘이 맺히게 되었다.
크즉……!
바바의 검이 일그러졌다. 검을 쥐고 있던 그녀의 팔도 뒤틀렸고, 진은 그걸 본 다음에도 진행을 멈추지 않았다.
곧장 본당이 그대로 파괴될 것 같은 충격파가 퍼졌다.
근처에 있던 투왕들이 마구잡이로 튕겼고, 진은 발산한 힘을 거두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증폭시켰다. 투왕을 모조리 몰살하겠다는 마음으로. 폭발에 시야가 온통 하얗게 물들었고, 충격이 너무 큰 탓에 투신의 감각으로도 상황을 곧장 파악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진이 후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대폭발을 뚫고, 또다시 벼락처럼 떨어지는 바바의 검이 보인 것이다. 뇌기의 백색 폭풍을 찢어발기며 또다시 자신을 위협하는 바바의 검을.
처음만큼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진은 여유롭게 바바의 검을 흘리며 그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일어날 틈을 주지 않았다. 야수처럼 달려들어 목에 칼을 겨눈 것이다.
찌르기 직전에 날아든 카이오의 화살이 시그문드를 밀어냈다.
또다시 연계되는 투왕들의 공격은 한층 더 매서운 기세가 묻어났다.
게다가 일부 평전사들도 기어이 투왕들이 뚫은 길을 따라 진입하고 있었다.
진은 그 대목에서 한 번 더 희열에 찬 눈빛이 될 수밖에 없었다.
투신합일을 펼치고도 이렇게까지 ‘질리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과, 이토록 악착스럽고 강한 전사들이 바로 자신의 형제라는 사실이 가슴을 두들겨댔다.
진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전투 종족으로서의 자긍심이었다.
“십투왕 형제를 엄호해!”
“달려든다, 일대일로는 절대 맞서지 마라!”
“구투왕 형제가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하나둘씩 진의 몸에도 생채기가 생기고 있었다. 다른 명왕족들은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으깨진 경우가 태반인데도 기세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사나워지고 있었다. 혼자라면 불가능했겠지만, 협공을 펼치는 명왕족에게 개인의 부상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투왕과 평전사를 가릴 것 없이 하나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무위의 고하에 따른 차이가 아예 없지는 않으나, 언제든 기회가 오면 누구나 공격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진은 정신없이 그들 사이를 돌진하며 진형을 와해했다.
그러나 아무리 무너뜨려도, 형제들은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반은 하늘 위에서(몸집을 변환시킨 링링의 등에 올라탄 채)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흥…… 저 녀석이 잘 싸우는 모습을 보니 괜히 짜증이 나. 안 그래도 센데, 반의 힘이 더해지니 완전 날개를 달았네.]“링링, 사실 진을 그렇게 싫어하지도 않으면서 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
[그러는 반은 내 마음을 다 읽고 있으면서 왜 물어?]“그건 그렇구나.”
[……그보다, 정말 저 녀석에게 반의 모든 걸 줘도 괜찮겠어?]피식, 반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진 형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형제들에게도 언제든 내 모든 것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쳇, 반은 어떻게 그런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지?]“그리고 네게도 그렇다, 링링. 너는 형제는 아니지만 나의 일부, 아니. 가족이 되었으니.”
링링은 대답하지 않고 부끄러운 듯 팔락팔락 날개를 빠르게 휘저었다.
후우…….
반이 지친 듯 호흡을 골랐다.
투신합일이 끝날 시간이 된 것이다.
아까 최대치였던 10분을 펼쳤으니, 지금의 투신합일은 더 큰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었다.
싸움이 종료된 순간.
진은 가쁜 숨을 내쉬며 바바의 목에 칼날을 댄 채였고, 투왕들은 그의 몸에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처음엔 진이 압도했으나, 점차 투신합일의 동조율이 낮아지며 종내는 그가 밀리는 모양새가 되었던 것이다.
명왕족들은 투신합일이 끝나자마자 모든 공격을 멈추었다.
채 10분이 되지 않는 짧은 전투였으나, 진을 비롯한 명왕족들은 모두 며칠을 전쟁터에 살다 온 사람들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다.
“크, 세던데. 진 형제!”
“세기는, 반 형제의 힘이 없었다면 순식간에 끝장이 났을 겁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아무튼, 즐거운 싸움이었네!”
진이 ‘업적’을 이룰 때마다 늘 그랬듯, 명왕족들이 별안간 본당의 허공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러곤 내리는 눈을 먹으려는 어린 짐승들처럼 와구와구 공기를 삼켜댔다.
다소 민망하기는 했으나, 진은 거짓말처럼 순박해진 형제들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훌륭하다. 이로써 투왕대전의 개막전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