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3)
제 666화
159화. 투왕대전(1)
꿈 같은 전투였다.
개막전에서 겪은 투신의 감각과 경험은 며칠이 지나도록 뇌리에 남아 진을 자극하고 있었다.
예술가가 걸작을 탄생시키기 직전, 강렬한 영감에 노출된 것처럼. 진은 끊임없이 개막전을 복기하느라 늘 멍한 눈이었다.
‘거기서 카이오 형제의 화살을 그렇게 막는 게 아니었어. 막는 게 아니라, 받아쳐서 그대로 되돌려줬다면 후속타로 이어진 형제들의 공격을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진을 보고 있는 형제들은 걱정스러운 듯 혀를 찼다.
“개막전 이후 진 형제가 이상해졌어.”
“좀 맛이 간 것 같기는 하지. 투신 형제의 힘이 진짜 자신의 것이 아니라서 아쉽기 때문일까?”
“진 형제가 그런 성격은 아니지. 그냥 그날 얻은 전투의 깨달음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이제 다들 치료가 끝났으니 오늘부터는 투왕대전이 시작될 텐데. 저래서 십이투왕 형제랑 제대로 붙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하는군.”
반이 예고한 대로, 개막전 이후 첫 대전은 진과 테토였다. 테토는 진과 달리 보라스의 치료가 끝나자마자 연일 맹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진은 이제 투왕대전이 끝날 때까지 투신합일을 사용할 수 없다.
온전히 자신의 무력만으로 형제들과 우열을 가려야 하는 것이다.
평전사들은 이렇게 모여서 잡담을 나누거나 함께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투왕들은 보라스 한 사람을 제외하면 서로 눈빛조차 섞지 않고 있었다.
그토록 절친하던 형제들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상대가 누구든, 반드시 꺾겠다는 결기와 투지가 엄청난 신경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설령 최종 승자가 되어 1위를 차지한다 할지라도 투신을 제외한 명왕족은 모두 그저 같은 형제일 뿐이다.
적어도 반의 시대에서는 항상 그래왔다.
그런데도 투왕들이 이렇게까지 날을 세우는 건 천부적인 호승심과 자긍심 때문이었다.
전력을 다하는 것만이 상대를 배려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투왕대전의 최종 승자는, ‘투신에 가장 가깝다’는 뜻이다.
투신이라는 존재는 명왕족 궁극의 지향점이다.
투신에 가장 근접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명왕족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인 것이다.
진 또한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쿠르르릉-! 쿠즈즉!
본당 위에서부터 별안간 번개가 내리쳤다.
경기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뜻. 몰아치는 번개를 거스르며, 지상에 있던 명왕족들이 본당으로 몸을 던졌다.
밧줄을 이용하거나, 검풍을 일으켜 비행하거나, 오르는 형제들의 등을 밟고 뛰어오르거나.
기묘한 풍경이었으나, 뇌전을 거스르며 본당을 오르는 명왕족들에게선 어딘가 숭고한 분위기가 풍겼다.
반이 본당 중앙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십이투왕 형제와 진 형제는 앞으로 나오도록.”
진과 테토는 그때서야 처음으로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테토는 장난기 가득하던 평소와 달리 이글거리는 투지가 가득했고, 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규칙은 간단하다. 상대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거나, 본당 바깥으로 떨구면 승리다. 또한 살인은 반드시 금하나, 살검을 펼치는 것엔 제약을 두지 않는다.”
투신을 비롯해 대기하고 있는 모든 명왕족이 안전 요원이니 살검을 마음껏 펼쳐도 어지간해서는 상대를 죽일 수 없다.
그런데도 발생하는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뇌전이 잦아들며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싸움은, 반이 돌아서서 물러나는 것을 신호로 시작되었다.
스아아악-!
진이 먼저 검을 뻗었다. 검기와 뇌전이 사방에 솟구치며 폭발을 일으켰고, 테토는 그 사이로 창을 뻗었다.
첫 공방부터 두 사람 다 명백히 치명타를 노렸다. 진은 흉부를, 테토는 목을 노렸으며, 둘 다 그 위치에 생채기가 났다.
핏방울은 튀자마자 뇌기에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백여 걸음 정도의 거리가 쉴 새 없이 좁혀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고, 곳곳에 두 사람의 잔상이 남았다.
혼돈을 정화하기 전, 실력 점검을 위해 대련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싸움을 지켜보는 형제들도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다. 언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격하기 때문이었다.
“겨우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제대로 싸워라, 진 형제!”
테토가 기합을 내지르며 진을 튕겨냈다.
밀려난 진은 이어진 연타에 자세가 불안정해졌고, 테토는 그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이상했다.
진이 무게중심을 잃은 와중에도, 테토는 진에게 잔상처 이상의 부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작은 상처라 할지라도 미친 듯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으니, 타격이 누적되기는 할 테지만 테토는 왠지 모를 꺼림칙한 감각에 신중을 기했다.
‘이런 감각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진은, 그때까지도 개막전을 복기하고 있었다.
투신합일이 해제된 상태에서 최대한 그 감각을 살려보고자 내적인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아!”
진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치자 테토가 일순 공격을 멈추었다.
“미안, 십이투왕 형제. 생각 좀 하느라 집중을 못 했군.”
거짓말은 아니지만 도발을 위해 일부러 얄밉게 말했다.
테토는 눈동자를 끔뻑이다가 이렇게 답했다.
“갑자기 그런 얕은 도발을 던지면 흥이 깨져, 진 형제.”
“그렇다면 미안하군.”
도발은 그냥 던져본 것일 뿐. 진은 막 그때의 감각 일부를 떠올려냈다.
그러자, 단숨에 테토를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비록 그중 최약이라고는 하나, 명왕족의 투왕을.
쿠즈즈즉……!
소용돌이치는 뇌기가 시그문드로 모여들었다.
그 순간, 테토는 물론이고 지켜보던 이들은 전부 진이 어떤 검을 펼칠 것인지를 알아보았다.
“사죄의 의미로, 십이투왕 형제의 의견을 수용하도록 하지.”
10성.
진의 오러는 이미 그 영역에 닿아 있다. 그러나 단지 힘의 크기가 10성인 것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건, 그 힘을 얼마나 초월적으로 다룰 수 있느냐.
“부디 십이투왕 형제에게 이 검이 영광스러운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군.”
명왕검 투신기 제10검
명왕군림검 – 개開
반을 제외한 형제들은 단 한 번도 진이 직접 명왕군림검을 펼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설령 보았다 할지라도, 명왕족들은 달리 아주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간 진이 펼친 명왕군림검은 반의 원본과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했으며, 근본적으로 미완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명왕군림검은 다르다.
위력은 여전히 원본에 한참 미치지 못하나, 형식과 개행만큼은 완성에 가까워진 것이다. 진의 몸으로, 반의 감각을 통해 펼치는 것이니.
‘진 형제는…… 역시, 투신기의 오의를 익혔던 건가.’
지켜보던 구투왕, 바바는 저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의를 마주하고 있는 테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본당 바닥이 으스러지며 용암처럼 뇌전이 분출되었다. 진의 두 눈은 뇌기로 푸르게 빛났고, 광심장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진동하며 광휘를 퍼뜨렸다.
악독한 뇌기가 폭풍을 일으켜 순식간에 진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에 맞서 테토도 자신의 명왕검 창술 투왕 절기를 펼쳤다. 진의 영역 속에서, 테토의 광심장이 요동치며 명백히 도드라지는 하나의 점을 형성했다.
두 심장에서 퍼진 기운이 맞부딪치며 시퍼런 불꽃을 일으켜댔다.
“진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승부는, 테토가 그렇게 소리친 순간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면, 이토록 급하게 투왕 절기를 펼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나 진은 승리를 확신하고도 검의 진행을 멈추지 않았다.
개막전에서 겪었듯 투왕이란 언제든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존재들이며.
지금의 자신이 전력으로 명왕군림검을 연마할 수 있는 상대들이었다.
3검 단죄에 이어 투신합일을 통해 새로 익힌 7검 용살과 9검 멸절이 테토에게로 떨어지고 있었다.
평전사라면 그중 단 하나도 견딜 수가 없을 것이다. 대신 평전사들은 반과 투왕들의 도움 없이도 명왕군림검의 폭풍을 오롯이 견뎌내고 있었다.
“카아아아아……!”
테토의 창이 몰려드는 진의 뇌기를 일순 밀어냈다. 명왕군림검을 펼치지 않은 상태였다면, 충분히 진을 위기로 몰아넣었을 위력을 품고 있었다.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 해, 십이투왕 형제.]명왕군림검 오의의 2장, 전戰은 개방하지 않았다. 고의적으로 테토의 목숨을 취할 것이 아니라면, 싸움을 끝내기에는 이미 부족함이 없었다.
테토를 쓰러뜨린 건, 9검 멸절이다.
진을 중심으로 거대한 날개처럼 펼쳐진 푸른 기운이 폭풍우처럼 뇌전을 떨궈 테토를 난타하고 있었다.
피할 수는 없다. 쳐내고, 막고,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테토는 점차 밀려나며 뒷걸음질을 쳤고, 멸절의 칼날은 그럴수록 더 사납게 그를 찍어눌렀다. 명왕군림검을 통해 한계까지 위력이 증폭된 상태로.
“커, 허……!”
이윽고 멸절이 멎었을 때 테토는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 선 채로 죽은 듯 보였고, 진은 거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단죄의 송곳을 쏘았다.
그리고 테토는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도 단죄를 쳐내는 모습을 보였다.
반발을 견디지 못하고 본당 바깥으로 추락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진은 어지럽게 솟아오르는 기운을 억누르며 호흡을 골랐고, 다른 형제들은 즉시 추락하는 테토에게로 몸을 던졌다.
승부가 끝났을 때, 어떤 형태로든 패자를 구출하는 게 투왕대전의 전통이었다.
착!
루모라가 테토를 붙잡았고, 다른 형제들이 그들을 다시 본당으로 끌어 올렸다.
“제, 젠장…… 최약을…… 벗어나야 하는데.”
“꿈 깨라고 했지. 십이투왕 형제, 그런 무른 정신 상태로 싸웠으니까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깨진 거야. 다음에 다시 도전해 봐, 진 형제에게. 원래는 십이투왕 형제가 이겨야 정상이라고.”
“대전 종료, 승자는 진 형제다.”
이어 반이 나지막이 결과를 알리자, 진은 평소처럼 우레와 같은 형제들의 함성을 듣지 못했다.
대신 진을 반긴 것은 당장이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투왕들의 살벌한 눈빛이었다.
그 와중에도 은근히 공기를 삼키며 업적을 먹는 투왕들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쉬운 승리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군.’
진은 살기 어린 형제들의 시선을 미소로 맞받아치며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