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6)
제 666화
159화. 투왕대전(4)
카이오는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차가운 눈동자로 진을 쳐다보았다.
“우리의 대전 차례가 오면, 형제로서. 진 형제가 뼈에 새길 만한 가르침을 주도록 하지.”
“그렇게 살기 어린 눈빛을 하고는 잘도 형제라는 말을 하는군. 돌이켜보면, 십투왕 형제는 이전부터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어.”
“진 형제!”
“그게 무슨 소리야, 지나치다! 십투왕 형제를 대체 어떻게 보고……!”
지켜보던 명왕족 몇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가르문드조차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뜨는 모습.
“내 말이 틀린 것 같습니까, 형제들? 내가 투신 형제에게 시그문드를 전승받았을 때, 나는 십투왕 형제에게 축하를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굳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내 승리를 폄훼하고 있군요.”
당시 축하하지 않은 몇 사람이 더 있기는 하지만, 진은 일부러 카이오만이 그랬던 것처럼 말했다.
“그건 십투왕 형제가 팔투왕 형제에게 화가 났기 때문에…….”
“정말 팔투왕 형제에게만 화가 났다면, 십투왕 형제는 기저귀 운운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십투왕 형제가 평소 나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단어죠. 게다가 십이투왕 형제는 분명 진심을 다해 싸웠습니다. 그런데 십투왕 형제는 왜 나 따위를 못 이기냐는 듯 말하고 있는 겁니까?”
명왕족들은 진의 말에 얼른 반박하지 못했다. 진은 형제들이 치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또한 방금 십투왕 형제가 나서서 분란을 일으킨 이유조차 내 명예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데?”
“십투왕 형제는 팔투왕 형제가 내게 고의적으로 패했다고 추측해서 분노를 표출했죠. 그런데, 그 직후에 한 말이 뭡니까?”
진이 한 차례 형제들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도 너희가 위대한 명왕족의 투왕이냐.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십투왕 형제였다면, 다르게 말했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싸우는 건 진 형제를 모욕하는 일이라고. 투왕들의 명예가 아니라, 의도적 패배에 동참한 적 없는 형제를 챙기는 게 우선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침묵이 흘렀다.
진이 의도적으로 더 얄밉게 말하기는 했으나 틀린 점은 없는 것이다.
분위기에 쐐기를 박기 위해, 진은 다시 카이오와 눈을 맞췄다.
“십투왕 형제.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해주고 싶군. 형제야말로 위대한 명왕족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 방금 형제는 추측만으로 팔투왕 형제와 나를 모욕했고, 형제를 폭행했다. 내가 형제들의 형제가 되고 보아온 우리의 모습은, 분명 이것과 거리가 멀었어. 실망스럽군.”
“진 형제, 이제 그만해. 팔투왕 형제도, 십투왕 형제도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다. 그렇다고 십투왕 형제가 진 형제를 이전부터 싫어했다고 넘겨짚는 건 심하지 않나.”
발티록의 말에 진이 고개를 저었다.
“나 또한 십투왕 형제처럼 십투왕 형제의 심리를 추측해본 것일 뿐입니다, 일투왕 형제. 그리고 나는 틀린 적이 별로 없죠. 우리 대전 때 보자고, 십투왕 형제.”
진이 돌아서서 본당을 빠져나가자마자 탄텔이 허겁지겁 그를 뒤쫓아 지상으로 몸을 던졌다.
“진 형제!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내가 해준 이야기는 벌써 다 잊었어?”
“일부러 그런 거야.”
“뭐?”
“형제들의 승부욕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거든. 팔투왕 형제가 내게 져준 걸 보니 진작부터 이런 게 한 번쯤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허, 자세히 좀 얘기해봐.”
“알았어, 탄텔 형제만 알아둬. 투신 형제와 모든 형제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고.”
* * *
그날 이후 라프라로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선 보석주를 걸고 벌이는 도박이 사라졌다.
보석주 도박은 사실상 아무도 피해자가 없는, 모두의 여흥에 불과하다.
딴 사람도, 잃은 사람도 결국은 도박에 사용된 보석주를 다 함께 나눠 마시며 웃고 떠드는 게 전부일 뿐이었다.
다들 그저 기분을 내려는 것이다. 이런 여흥조차 진이 와서 라프라로사의 시간을 흐르게 만들 때만 가능한 일이니까.
보석주 도박이 사라지며 자연스레 투왕대전에 임하는 명왕족들의 웃음기도 없어졌다.
서로 투기를 뿌려대며 상대를 죽이기 직전까지 몰아붙인다 한들, 투왕대전은 근본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추구한다.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투신 반의 태평성대 이전처럼, 보이지 않는 파벌이 생긴 것이다.
진은 이미 옛적에 투신의 계승자로 지목되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쪽과,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쪽.
전자는 그저 진을 사랑하는 형제로서 무조건 지지해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후자는 이제 상황이 변했으니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우리가 계속 갇혀 있어야 한다면 모를까, 나갈 수 있다면 투신 형제의 후계 경쟁은 확실해야지.”
“맞아, 그쪽이 진 형제한테도 좋은 일이다. 투신의 후계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 아니라면, 우리 명왕족은 결국 약해질 것이다. 그래서는 밖으로 나가서 진 형제를 똑바로 도울 수 없다.”
“형제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진 형제는 투신 형제가 직접 고른 인물이다. 투신 형제의 안목을 의심하는 것인가?”
“아니지. 그때 우린 인세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없던 상황이었다. 투신 형제로서는 당연히 진 형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헛소리!”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제7대전에서 십투왕 형제가 나섰을 때 왜 투신 형제가 그냥 가셨겠어? 팔투왕 형제처럼 진 형제를 억지로 밀어주는 건 이제 옳지 않기 때문이실 거다. 투신 형제가 직접 나서면 모양새가 이상해질 수도 있었고.”
“그건 투신 형제를 모독하는 말이다. 그리고, 언제부터 투왕대전이 투신 형제의 후계를 정하는 대회가 되었지?”
“암묵적으로 늘 그래왔어. 투왕대전의 최종 승자는 대부분 다음 투신이 되었다.”
“젠장, 형제들! 내 눈엔 그저 의미 없는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우리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이미 계승자로 정해진 진 형제를 또 시험하겠다고? 겨우 그 이유로 이렇게 편을 갈라 다투다니, 진 형제를 보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팔은 결국 안으로 굽는 법이지. 분명 진 형제를 굴러온 돌이라고 생각하는 형제들이 있을걸? 은혜를 모르고……!”
“샤쿠 형제, 그렇게 말하지 마라.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모를 일이지. 난 솔직히 십투왕 형제가 진 형제를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 진 형제가 2연패를 했을 때, 십투왕 형제가 가소롭다는 듯 조소하는 걸 나만 본 건가?”
2연패.
진은 제12대전에서는 팔렘에게, 제17대전에서는 달피르에게 패배를 경험했다.
테토와 가르문드를 이겼을 때와는 달리 처참할 정도로 당한 것이다.
“게다가 삼투왕 형제와 육투왕 형제도 진 형제를 상대할 때 꽤 감정이 실린 느낌이었지. 승기를 잡고도 한 번에 끝내지 않았단 말이다. 진 형제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그럴 수 있겠나? 그리고 두 투왕 형제는 십투왕 형제와 아주 친하지.”
“우리 명왕족은 모두가 친하다, 또 억측을 하는군!”
“설령 두 투왕 형제가 의도적으로 진 형제를 괴롭게 했다 한들, 그건 투왕으로서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유가 무엇이든 진 형제는 패배했어. 투신 형제의 계승자가 될 자격에서 더욱 멀어졌다는 뜻이다.”
“말 다 했나, 모우카 형제? 마침 오늘 평전사들 대전에 우리가 포함되는군. 거기서 이긴 사람의 의견이 옳은 것으로 해볼 텐가?”
“흥, 그딴 식으로 나오겠다 이건가. 물러설 생각 없다. 후회하지 말라고!”
하루가 멀다 하고 명왕족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토록 평화롭고 이상적으로 지내던 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최대한 중립에 서서 지켜보는 이들은 매일 살얼음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아직은 무너지지 않고 있으나, 언제든 기회만 온다면 모두가 폭발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세상에…… 적어도 우리 시대엔 이런 유치한 갈등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들 죽어간 형제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것인가? 어찌 이럴 수가 있어?”
멀리서 형제들을 지켜보던 벨리즈가 이마를 짚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진을 가장 환영하고 아껴준 인물이지만, 지금은 갈등이 격해질 걸 염려해 중립을 지키고 있었다.
“오투왕 형제, 투신 형제께서는 달리 말씀이 없으셔?”
벨리즈가 옆에 앉은 보라스에게 물었다.
보라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 꼴도 보기 싫은 건지, 아니면 뭔가 생각이 있는 건지. 대전 외 시간엔 전부 링링하고 놀아주기만 하더군.”
“미치겠군. 이대로 진 형제가 십투왕 형제를 만나면 사달이 일어날 것 같은데…….”
제22대전, 진과 카이오의 싸움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진은 지난 패배에서 얻은 부상을 아직 회복하는 중이고, 카이오는 그보다 더 많은 대전을 벌이고도 벌써 만전으로 임할 수 있는 상태였다.
“……십투왕 형제는 봐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 한을 품었다고.”
갈등은 기름통이고, 두 사람의 대전은 불씨였다.
모든 명왕족이 카이오의 압승을 점쳤고, 그 이후 파벌 간의 골이 더 깊어지리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둘 중 누군가는 물러서서 이 갈등을 멈춰야 하건만, 진과 카이오는 결코 서로에게 사과를 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하, 설마 십투왕 형제가 진 형제를 죽이지는 않겠지?”
“설마 그런 미친 짓을 하겠나!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 칠투왕 형제까지 왜 그래? 십투왕 형제를 못 믿는 건가? 이게 형제끼리 서로를 죽일 만한 일일 리가 없잖아.”
“젠장, 모르겠어. 그날 보여준 모습이 꼭 예전에, 십투왕 형제가 한창 미쳤을 때를 보는 것 같았단 말이야.”
카이오가 한창 미쳤을 때.
벨리즈와 보라스는 그 시기의 카이오가 어땠는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의 카이오는 언제든 선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렇듯 모두가 걱정하고, 또 기대하는 사이.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은 채 진과 카이오의 대전이 있는 날에 도달하고 말았다.
본당 위, 모든 명왕족들이 모여 숨을 죽인 채 진과 카이오를 바라보았다.
반은 언제나처럼 감정을 읽을 수 없이 담담한 얼굴이었다.
“드디어 만나는군, 십투왕 형제.”
진의 말에 카이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오는,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죽을 것 같다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라.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