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5)
제 666화
159화. 투왕대전(3)
소리친 명왕족은 십투왕, 카이오였다.
‘카이오 형제?’
모두가 카이오를 돌아보았다. 얼마나 격분했는지, 카이오는 꽉 그러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시, 십투왕 형제. 왜 그래?”
“가르문드 형제에게 건 거야!?”
제대로 분위기를 읽지 못한 평전사 몇 사람의 말에 카이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치 좋은 탄텔은 그들의 입을 틀어막으며 헛기침을 했다.
순식간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진은 지금까지 라프라로사를 찾아온 이래, 형제들 중 누군가가 이렇게까지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 내게 불만이 있는 모양이군, 십투왕 형제.”
가르문드가 눈을 가늘게 뜨며 카이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방금까지 진을 상대하며 품은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두운 투기가 담겨 있었다.
“그래, 이제야 제대로 싸움에 임할 준비가 된 눈빛을 하는군.”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그 눈빛은 내가 아니라 방금 진 형제와 싸울 때 보였어야 한다.”
“뭐라고?”
“그렇게 진 형제를 애처럼 대할 거면, 아예 기저귀까지 갈아주지 그러나?”
“말이 거칠군…… 십투왕 형제. 선을 넘으려는 것 같은데.”
“먼저 선을 넘은 건 팔투왕 형제다. 방금 형제가 진 형제에게 고의적으로 패배했다는 걸 다른 형제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난 그냥 진 거다! 아침 대전에서 생각보다 누적된 충격이 컸고, 또! 예상보다 진 형제가 강했을 뿐이란 말이다.”
“그런 걸 보통은 미필적 고의라고 하지. 팔투왕 형제는 은근히 진 형제가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어. 하여 대전을 치를 때에도 일부러 수를 깊게 두지 않았다.”
“아니라니까 자꾸 헛소리를……!”
“정말 아니라면.”
카이오가 가르문드에게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투신 형제와 모든 형제들의 명예를 걸어보아라. 팔투왕 형제는 오롯이 전심전력을 다해 싸움에 임했는가? 형제가 그렇다고 답한다면, 나는 내 오른팔을 자르겠다.”
코앞까지 다가온 카이오의 결연한 얼굴을 보며, 가르문드는 저도 모르게 한 번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카이오의 기세에 짓눌렸거나, 대립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 말대로 찔리는 게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카이오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가르문드의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왜 대답하지 못하는가, 팔투왕 형제?”
“흠, 흠흠! 그……건. 나는 정말 아닌데, 십투왕 형제가 오른팔을 자른다고 하니까.”
“팔투왕 형제, 십이투왕 형제와 내가 같은 투왕이라는 게 수치스러울 지경이로군.”
“어…… 나는 정말 제대로 싸웠다가 깨진 게 맞는데. 나까지 그렇게 싸잡혀서 욕을 먹어야 해? 십투왕 형제?”
듣고 있던 테토가 억울한 듯 목소리를 내자 루모라가 그의 목을 거칠게 휘감았다.
‘조용히 있어, 십이투왕 형제. 중요한 문제다.’
‘아니, 십투왕 형제 말하는 본새가 영 안 예쁘잖아. 말리지 말아봐! 왜 가만히 있던 나한테 지랄이냐고? 하, 나. 내가 최약 최약 하니까 진짜 핫바지로 보이나.’
‘카이오 형제랑 한판 붙기라도 하게? 십이투왕 형제가 되겠냐, 어, 되겠어!? 이 누나 말 들어라. 그리고 어쨌거나 십이투왕 형제도 진 형제한테 깨진 이상, 투왕 형제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건 사실이야.’
테토는 루모라의 완력을 이기지 못하고 버동거리기만 하는 모양새였다.
카이오는 그런 테토를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
“이런 모욕적인 상황을 겪고 있으면서도 끝내 대답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팔투왕 형제.”
“십투왕 형제는 자신이 투신 형제라도 되는 줄 착각하는 모양이군. 내가 왜 십투왕 형제의 말을 따라야 하…….”
다음 순간, 명왕족들은 모두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쩌엉-!
별안간 카이오가 가르문드의 턱에 주먹을 꽂은 것이다. 본당 전체에 충격파가 번질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오오. 저건 진짜 아프겠다. 턱 부러졌을 것 같은데.]가르문드는 쓰러질 듯 휘청이다가 눈을 부라렸다.
“카이오, 이 자식이!”
이어 가르문드가 반격하려는 찰나.
“그만.”
반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반은, 한동안 링링의 위에서 형제들을 내려다보며 달리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제7대전 종료. 승자는 진 형제다. 다음 대전은 한 시간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진행하겠다.”
대신 싸움의 결과만을 담담한 목소리로 알린 후,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투신을 제외한 모든 명왕족들 사이에는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투신기와 시그문드의 계승자인 진이 명목상의 지위는 반 다음으로 높지만, 실제적인 인정은 다른 문제였다.
그렇기에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진은 분명 명왕족 사이에서도 강자의 반열에 올랐고, 영검의 전승자이자 투신의 계승자가 되었으나.
아직 모든 형제들에게 그 힘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형제로 인정받는 것과 투왕, 계승자로 인정받는 것은 분명 다른 영역이었다.
‘투신 형제가 싸움을 중재하지 않고 떠났다…….’
‘투왕 형제들의 싸움을 말리지 말라는 뜻인가? 이렇게까지 험악해진 건 신들과의 결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
‘결전 이전에도 거의 없던 일이다. 당황스럽군.’
‘그런데 십이투왕 형제와 팔투왕 형제가 의도적으로 져줬다는 건 사실인가?’
‘그게 이렇게까지 다툴 일이야? 진 형제가 좀 잘 되는 게 어때서. 난 솔직히 십투왕 형제가 유난을 떠는 것 같은데. 어차피 진 형제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맞아. 애초에 진 형제가 아니면 우린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다. 게다가 진 형제가 지금껏 투신 형제의 총애를 믿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뛴 적도 없잖아? 늘 증명해왔어. 그렇기에 형제가 되었고!’
‘그건 그렇지만, 투왕대전의 의미를 생각하면…… 십투왕 형제의 마음도 이해는 가. 솔직히 진 형제가 우리의 형제가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잖아.’
‘그리고 진 형제는 투왕 형제들이 그토록 바라던 걸 단기간에 모두 거머쥐고 있지. 투신 형제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지만. 다른 시대였다면 모두 불가능에 가까웠을 일들이다.’
‘무엇보다 십투왕 형제는…… 멸망 전까지 누구보다도 투신 형제의 후계가 되기 위해 가장 노력하던 사람이니까. 이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걸.’
평전사들이 저마다 속삭이며 의견을 나눴다.
그들은 반이 그냥 자리를 비킨 이유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혼란스럽기는 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아는 형제들은, 결코 서로에게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형제로 인정받은 순간부터 진은 단 한 번도 차별과 텃새를 경험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만을 받아왔다.
그건 명왕족이라는 이들의 종족적 성향이자 특성이다.
진은 때때로 명왕족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갖춘 집단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단 한 사람의 절대적인 지도자, 그리고 평등과 신뢰, 결코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 사람들.
다만, 앞서 탄텔이 말했듯. 명왕족도 사람이었다.
-우리가 언제나 지금처럼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지만은 않았다, 진 형제. 명왕족의 역사에서도 배신과 살인, 음모, 계책이 많았어. 다른 종족보다 적었을 뿐이지.
-현 투신, 반 형제의 시대는 그야말로 명왕족의 태평성대였다. 그래서 멸망하기 전 열었던 투왕대전에서도 살인이 발생한 적은 없으나,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어. 파벌이 나뉘어 싸우기도 했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상대를 죽이기도 했다.
불현듯 보라스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그랬던 투신 형제의 태평성대는…… 결국 신들에게 도전하고 멸망이라는 결과로 막을 내렸다.’
진이 지금껏 보아온 형제들의 이상적인 모습은, 어쩌면.
이곳, 라프라로사가 ‘죽은 세계’이기에 가능했던 일일지도 몰랐다.
명왕족의 시간은 멈췄다. 테마르가 첫 전승자로 라프라로사를 찾았을 때도, 이후 천 년이 지나 진이 찾아온 순간에도 라프라로사는 미래가 없는 사회였다.
그 속의 명왕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긴 세월 동안 겨우 두 명만이 찾아온 전승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뿐.
그렇기에 그들은 더 이상 서로와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투신의 후계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칠 필요도, 정진할 이유도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진이 그들을 세상으로 복귀시키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그들의 시간에 다시 의미가 생겼다.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고, 욕망이 부활했으며, 꿈의 불씨가 번졌다.
말하자면 전승자만을 위한 유령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일부 형제들은 이번 투왕대전이 처절할 정도로 공정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어도 영검의 전승자는 진일 수밖에 없지만, 투신의 계승자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멈춰 있던 명왕족의 역사에 낀 녹과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투쟁과 싸움이 수반된다.’
투왕대전은 반이 진에게, 그리고 다른 명왕족 모두에게 내린 마지막 시험이자 정화의 장이었다.
역사를 다시 흐르게 만들고 싶다면 털어낼 것은 모두 털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옳은지 결론을 내렸다.
“십투왕 형제.”
진이 가르문드를 등진 채 카이오를 바라보았다.
“팔투왕 형제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십투왕 형제의 차례가 왔을 때 형제가 전력으로 나를 짓밟으면 돼.”
“그럴 생각이다, 진 형제.”
“그리고 팔투왕 형제의 진심이 어떠했든, 결과가 나의 승리라는 건 변함이 없어. 이건 대련이 아니라 싸움이다. 이제 와서 팔투왕 형제가 전력을 다했는가, 그렇지 않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그래, 그건 맞는 말이군.”
“그러니 이제 추태를 그만 부리는 게 좋겠군. 팔투왕 형제의 말대로, 지금 십투왕 형제는 꼭 투신 형제라도 된 듯이 행동하고 있거든. 형제들 사이엔 서열이 없다. 명령도, 강요도 할 수 없어. 오직 투신 형제에게만 허락된 일이란 말이다.”
명왕족들은 진의 의견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과, 가만히 있는 이들로 나뉘었다.
진은 그들의 투쟁을 부추길 악역이 되기로 결정했다.
끝내 승리해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악역이 되기로.
“내 생각에, 십투왕 형제는 내심 자신이 팔투왕 형제보다 강하다는 확신이 있는 것 같군. 그렇지 않고서야 모든 형제들이 보는 앞에서 팔투왕 형제에게 이런 모욕을 줄 수는 없다.”
카이오의 눈매가 한층 더 사나워졌다.
“……그래? 재미있는 이야기군. 그렇다면 지금 진 형제가 나를 몰아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진 형제는 나보다 강하다는 확신이 있어서 이리 까부는 것이냔 말이다.”
그 말에, 진은 미소를 지었다.
“정확해. 십투왕 형제는 나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