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7)
제 666화
159화. 투왕대전(5)
“왜, 아주 대놓고 죽이겠다고 말을 하지 그러나?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눈빛인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카이오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가 더 분노하도록 일부러 비꼬는 것조차 떨릴 정도로.
겉으로는 웃고 있으나 마른침이 넘어갔다.
‘악역도 못 할 짓이군. 이거 원, 무섭네.’
라프라로사로 와 혼돈을 정화하고, 힘을 모두 되찾고, 투신합일로 한층 더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건만. 설마 카이오의 ‘기세’에 이렇게까지 깊고 무겁게 압박당할 줄이야.
카이오가 명왕족 투왕 최상위권의 전사라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투신합일을 펼친 채 개막식을 진행할 때에도, 투왕들은 모두 카이오의 보조를 받으며 전투를 했었다.
카이오는 한 자루의 활로 모두를 아울렀고, 그 화살은 투신합일 상태에서도 가장 껄끄럽고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제22대전, 시작하라.”
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이오의 대궁 ‘신살’에 폭풍처럼 뇌기가 모여들었다.
시그문드로도 기운이 모였으나, 그보다는 조금 늦었다.
최소 투왕 수준은 되어야 알아볼 수 있는 정도의 차이였다. 칼날과 화살이 맞부딪친 순간, 평전사들은 두 사람이 동시에 공격을 했다고 인지했다.
무겁다.
이전까지 겨뤄온 테토, 가르문드, 팔렘, 달피르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특히 이전 두 경기에서는 비록 패배했어도, 명왕군림검을 한계까지 사용하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엔 첫 일격부터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결코 카이오를 ‘정상적인 승부’에서 이길 수 없다고.
‘계속 수련하면 가능성이 보일 것 같기는 하군.’
지금 같은 성장세라면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투신합일의 감각은 나날이 진을 급속도로 성장시키는 중이니까.
처저정-!
연발로 날아든 화살을 튕겨낼 때마다 둔탁한 충격이 몸을 흔들어댔다.
탐색전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카이오는 초장부터 전력으로 진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진은 겨우 그의 흐름을 쫓아 발을 맞추는 형세였다. 평전사들의 눈에는 막상막하로 보였으나, 투왕들은 벌써 승기가 카이오에게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당연한 일이다.
당장 두 사람이 비등하게 싸우는 중이라 느끼고 있는 평전사들조차 제22대전은 이미 결과가 정해진 싸움이라고 여겼다.
‘시간문제다. 이 정도 기세라면 진 형제는 금방 지칠 수밖에 없어.’
‘십투왕 형제가 진 형제를 너무 많이 다치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진이 계승자로서 다른 투왕들과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확정된 계승자라고 보는 이들도.
모두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카이오가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고 말한 건, 진에게만 들린 목소리가 아니었다.
“날 반드시 꺾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 것치고는 실망스러운데.”
“떠들어댈 시간에 화살이라도 한 발 더 쏘지 그래. 아직은 버틸 만…… 큭!”
화살이 부서지며 튄 뇌전이 왼팔을 찔렀다. 뼈를 건드릴 정도로 깊숙이 박힌 파편은, 우연이 아니라 카이오의 의도였다.
진이 화살을 부숴서 튄 것이 아니라 ‘산시散矢’였다.
마력포의 산탄형 폭발탄과 달리 카이오의 산시는 폭파한 수십 조각의 파편 전부가 그의 의지를 따라 움직였다.
개막식에서는 카이오의 산시를 경험하지 못했다.
당시 투신합일을 펼친 진의 뇌기를 뚫기 위해선 파괴력을 극한까지 한 점으로 집중시켜야 했으므로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3승을 기록하는 동안 다른 형제들에게도 꺼내지 않았으니, 진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왼팔을 파고든 파편이 빠지자 거센 출혈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산시에, 진은 부상 부위에 한 번 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장난이 아니군.’
상황을 바꾸려면 반드시 큰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카이오는 진에게 눈곱만큼도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껏 수많은 상대들과 싸워왔으나, 지금처럼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는 건 카이오가 처음인 듯 느껴질 정도였다.
거리를 좁힐 수가 없다.
카이오는 바람처럼 뛰어다니며 사방에서 화살을 쏘아댔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열댓 명 정도의 궁수가 난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에 비하면 율리안의 뇌궁 하르밀라는 귀여울 정도인데.’
이쪽이 오히려 폭풍신의 힘을 가진 궁수라고 느껴졌다.
어렵게 방어에 성공해도 빈틈이 보일 때마다 산시가 폭발하니 진은 거의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검을 바꿨다.
“영검 궁극기? 아, 이제 보니 진 형제는 그걸 믿고 있던 모양이군. 그래, 그 검은 조금 위험하지.”
그렇게 말한 카이오는 즉시 한층 더 화력을 높였다.
진의 영검 궁극기는, 링링의 감각을 차단했던 징조조차 개방되지 않았다.
본당을 물들이려는 영기의 장막이 카이오의 뇌전에 찢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예 효과가 없지는 않았다. 시야가 가려진 탓에 활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영기를 밀어내느라 낭비되는 뇌기가 상당한 것이다.
“진 형제, 이런 식으로 시간을 버는 게 의미가 없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 테지.”
이쯤이면 멈추겠지, 라고 생각할 때마다 신살의 화력이 높아졌다.
진은 결국 영검 궁극기를 온전히 펼치지 못한 채, 사방에 뿌려진 영기를 마검 비기로 치환해야만 했다.
그조차 온전하지 못했다. 풍랑에 갇힌 배처럼 온몸이 충격에 흔들리는 상태로는 그 어떤 기술도 똑바로 펼칠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테스의 힘도 빌릴 수 없었고.
업화는 그럼에도 대단한 위력을 보이기는 했다. 화살을 불살랐고, 뇌기를 밀어내며 번져서는 카이오를 덮치기까지 한 것이다.
그 순간 진의 뇌리에 떠오른 강적은, 백야의 탑지기 헤도. 불안정하게 펼쳐진 업화는 소타 사막에서 헤도를 친 순간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다.
그리고 카이오는 그때 헤도가 그랬던 것처럼 어렵지 않게 시퍼런 화염과 화기를 떨쳐내는 괴력을 보였다.
테스의 힘까지 더해져 온전히 사용되었다면 카이오라 할지라도 이토록 쉽게 받아내지는 못했을 터.
하지만 전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
때문에 카이오는 진의 업화에 달리 큰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스아악-!
푸른 화염 사이로 시커먼 검기들이 분출되고 있었다. 카이오는 유려하게 검기를 피하며, 진과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점을 포기할 만큼 진을 얕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진을 보다 확실하게 끝장내고자 내린 선택이었다.
가까워질수록 신살의 파괴력은 배가 된다. 본당 전체를 잠식하고 있는 뇌기는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카이오에게로 수렴되고 있었다.
손아귀를 좁히는 것과 같았다. 진은 카이오의 뇌기가 잠식한 영역이 줄어들어도 그곳으로 자신의 기운을 펼치지 못했다. 보다 강한 힘이 계속 진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두 걸음 앞에 펼쳐놓은 영기 장막이 뚫리고 있었다.
최종 저지선이 무너진 셈, 진은 이제 그 속으로 침투하기 시작한 신살의 뇌전을 견뎌야 했다.
뇌기로 상대의 영역을 모두 침식한 채 부조리할 정도로 유리한 상태를 유지하는 건 명왕군림검의 특징 중 하나다. 카이오의 기술은 그것을 닮아 있었다.
파칵-! 츠아악!
정신없이 화살을 막아내는 와중 또다시 산시가 폭발을 해댔다. 세 번째 산시가 터졌을 때, 진은 일순 시야가 컴컴해지는 걸 느꼈다.
눈.
두 개의 파편이 정확히 진의 양 눈을 찌른 것이다.
뮬타의 룬과 보호막 덕에 진짜로 찔리지는 않았으나,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머리가 울렸다.
“다음은 못 막을 텐데, 괜찮겠나. 진 형제? 살려달라고 소리를 치는 쪽이 좋아 보이는데.”
열 걸음, 어느새 진과 카이오의 거리는 거기까지 좁혀졌다.
카이오의 말처럼 뮬타의 룬은 정확히 눈 쪽이 완벽하게 찢어진 상태였다.
등줄기가 서늘해지며 식은땀이 흘렀다. 눈동자는 박살이 나는 순간, 보라스의 치유력으로도 결코 다시 돌이킬 수 없었다.
이제 바깥에선 뇌전과 영기 장막 때문에 두 사람의 전투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정말로 진이 두 눈을 잃게 되더라도 그저 ‘사고’일 뿐인 것이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물러서면, 내가 목표한 바를 절대로 이룰 수 없다.’
투왕대전, 투신의 계승자를 가리는 싸움.
그 싸움에서 명왕족들은 모두 목숨을 건다. 눈은, 그에 비하면 비싸지 않았다.
악역이 되어 형제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값이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약해 빠졌군. 나라면 그딴 걸 알려주지 않고 즉시 네 눈을 취했어, 카이오.”
“그래서 나도 그럴 생각이다.”
카이오가 당겨놓은 활시위를 놓았다.
그러자 활에 걸려 있던 뇌전과 더불어, 기둥처럼 곳곳에 세워져 있던 모든 화살들이 일제히 진에게로 내리꽂혔다.
뇌기와 영기에 가려졌어도 그건 바깥의 형제들도 모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큰 움직임이다.
명왕족들은 움찔하며 탄식을 내뱉었다.
“결국 십투왕 형제가……!”
“빌어먹을, 저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얼마든지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이건 아니야. 투신 형제, 중재해야 합니다!”
“이미 늦었어…… 십투왕 형제의 말처럼, 이렇게 되기 전에 진 형제가 대전 포기를 선언했어야 해. 우리가 먼저 나서서 말렸거나.”
크아아악-!
진이 갈라진 목소리로 비명을 토했다.
기어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십여 초가 지나자. 이제껏 본당을 뒤흔들었던 거대한 힘들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듯 폭발이 가라앉고 있었다.
시야가 확보된 후 명왕족들이 본 모습은, 온몸에 화살이 박힌 채 얼굴 전체에서 피를 쏟아내고 있는 진과, 가쁜 호흡을 고르며 그를 내려다보는 카이오였다.
명왕족들은 카이오를 탓할 수 없었다. 투왕대전은 본래 이런 싸움이고, 그는 그저 전력을 다했을 뿐이다.
시종일관 펼친 투왕 절기는 카이오에게도 크나큰 부담이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지탱한 채, 마지막으로 쓰러진 진에게 신살을 겨누었다.
“후우, 후…….”
승리를 알리는 조준, 시위를 놓으면 진은 반드시 죽는다.
반은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제22대전…….”
그러나 반이 종료를 선언하려는 찰나.
별안간 쓰러진 진이 벌떡 일어서서 카이오의 가슴팍으로 브라다만테를 찔렀다. 검을 입에 문 채로.
“미친, 이게 무슨!”
“진 형제!?”
화살이 박힌 채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기는 했으나, 결코 카이오가 반응하지 못할 속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카이오는 가슴팍을 뚫고 들어온 브라다만테를 어쩔 수가 없었다. 찔리지 않으려면, 진의 머리에 조준하고 있던 활시위를 놓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네, 네놈……!”
카이오는 가슴이 찔린 와중에도 활시위를 놓지 않았다.
반면 진은 정말로 카이오를 죽일 것처럼, 고개를 틀어 그의 가슴에 꽂은 검을 휘젓기까지 했다.
“말했지, 카이오…… 넌 나를 이길 수 없다고. 절대로.”
이어 브라다만테의 기운이 가슴 속에서 폭발하자 화살이 진의 뺨을 스쳐 하늘을 갈랐다.
카이오는 피거품을 토하며 쓰러졌고, 진은 덜덜 떨며 몇 초쯤 그를 내려다보다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