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8)
제 666화
159화. 투왕대전(6)
충격적인 제22대전을 펼친 두 사람은 일주일이 넘도록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투신 반은 그 기간 동안 투왕대전의 진행을 멈추었다. 본래 투왕대전은 ‘사고’가 벌어지더라도 늘 곧장 속행되었으나, 이번 일은 특수했다.
진이 명왕족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다시 명왕족의 역사가 멈춘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오투왕 형제!”
“어찌 되었는가, 형제들은 괜찮은가!?”
“형제들? 이봐, 팔투왕 형제! 못 봤어? 승부가 난 다음 진이 십투왕 형제를 어떻게 했는지……!”
“십투왕 형제가 먼저 진 형제를 적처럼 대했다. 진 형제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처음에 십투왕 형제가 그렇게까지 하지만 않았어도.”
“그렇다고 방심한 형제의 가슴을 찌르고, 그 속에서 뇌기를 폭발시키기까지 해? 이건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인 살인 미수다.”
“형제들, 좀 닥쳐봐! 오투왕 형제 말 좀 듣자!”
보라스는 꼬박 일주일이 넘도록 진행된 대수술에 초췌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 다 무사해. 장애를 갖게 될 일도 없고, 목숨에 지장도 없다. 다만 극도로 안정이 필요하니, 내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찾아오지 마.”
명왕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스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두 사람의 병실을 분리시켰는데, 명왕족들은 각자 지지하는 인물의 병실 앞에 자리를 잡았다.
제22대전이 있기 전에도 명왕족은 편이 나뉘어 매일 기싸움을 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전에는 파벌이 거의 반으로 나뉘었었다면, 지금은 압도적으로 카이오를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카이오가 먼저 진을 인정할 수 없는 듯 행동한 건 사실이나, 그는 선을 넘지 않은 반면.
진은 명백히 선을 넘은 것이다. 게다가 카이오는 엄밀히 말하면 투왕대전의 전통과 원칙을 따르자는 식이었을 뿐이다.
진의 도발이 있기 전까지, 카이오는 먼저 진을 직접적으로 공격한 적이 없었다.
진의 병실 앞을 지키는 투왕은 린파와 벨리즈, 가르문드가 전부였다.
평전사도 샤쿠를 포함해 채 열 명이 되지 않으니, 대다수 명왕족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진 쪽에 모인 이들조차 무조건 그를 지지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진이 대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형제’라는 울타리에서 추방하지는 말자는 입장일 뿐이었다. 나머지 형제들은 진을 추방해야 한다거나, 단순 추방이 아니라 강력한 처벌까지 수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젠장,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가르문드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가장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똑바로 싸우기만 했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일은 없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자책은 그만둬…… 가르문드 형제. 형제의 잘못이…… 아니야.”
“그래, 그럴 시간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나 고민하자고. 하아, 우리 형제들의 결속이 겨우 이 정도였나. 이래서는 과거 우리가 혐오하던 멍청한 타 종족들과 다를 바가 없잖아.”
진을 추방하자는 이들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사실 선택권은 없었다. 명왕족의 절대적인 결정권은 오직 투신 반에게만 있는 것이다.
반은 투왕대전을 멈추기만 했을 뿐 여전히 달리 의사를 표하지 않고 있었다.
단지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링링과 칩거한 채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다.
“투신 형제가 나서서 뭐라도 말씀을 해주셔야 할 텐데.”
“투신 형제가 이럴 때 가만히 계시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야.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지.”
명왕족들의 우려와 분노가 커져만 가는 와중, 진과 카이오는 모두 이틀이 더 지나서야 의식을 차렸다.
깨어난 진은 보라스의 허락을 받고 달려온 형제들에게 즉시 입장을 표명했다.
“투신 형제께서 직접 징계하는 게 아니라면, 나는 예정대로 계속 투왕대전에 참여할 겁니다. 필요하다면 카이오 형제를 이긴 것과 똑같은 방식을 계속 고수할 거고요.”
기다리던 형제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들은 당연히 진이 지나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격분한 형제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기대한 것이다.
“진 형제, 미쳤어!? 또 그런 짓을 벌이겠다고?”
벨리즈의 격앙된 목소리에 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투왕대전은 근본적으로 대련이 아니라 싸움입니다, 칠투왕 형제. 그리고 나는 이 싸움에서 내 계승 의지와 자격을 증명할 겁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런 짓을 해도 괜찮다는 거야? 형제들의 신의와 애정을 짓밟아가며 이기는 게, 정말 옳은 경쟁이라고 생각하냐고!”
“난 그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나와 싸울 형제들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진 형제와 달리 십투왕 형제는, 더 이상 투왕대전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큰 부상을 입었다. 가슴 속에서 진 형제의 뇌기가 폭발했으니! 완치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지금은 혼자 밥도 못 먹는 수준이라는 말이다! 느껴지는 게 없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십투왕 형제에게 두 눈을 잃을 뻔했죠. 마지막엔 머리가 통째로 사라질 뻔했고.”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지. 왜 그런 것 같아? 십투왕 형제가 끝내 진 형제를 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진짜로 끝내 쏘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십투왕 형제는 졌고, 나는 다음 대전에서도 승리할 겁니다. 형제라서 죽일 수 없다? 애초에 사고사라는 걸 어쩔 수 없다 말하는 대전을, 그런 물러 터진 정신으로 임하는 것부터 문제입니다.”
“뭐라고……?”
“그리고 십투왕 형제가 나를 쏘지 못한 게, 정말 나를 아끼기 때문인 것 같습니까? 내가 아니면 형제들이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이겠죠.”
벨리즈가 진의 뺨을 때리려는 듯, 팔을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부들부들 떨며 다시 팔을 내렸다.
“나는 형제들이 나에 대한 태도를 똑바로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정말 형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면, 내가 시그문드의 계승자가 된 걸 이제 와서 다른 가능성이 생겼다는 이유로 부정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형제들 모두가 그러지는 않았어.”
“하지만 많은 형제들이 그러했지요. 투신 형제조차 그 분위기를 제재하지 않았고요.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벌써 형제들은 분열되었고, 대부분은 카이오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분열도 아니군요. 이전부터 맘에 들지 않던 내 계승을 부정할 기회가 왔으니, 단합이 된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진의 악독한 말들에 곁에 있던 형제들은 모두 이를 악물었다. 자신들이 지금껏 보아온 진이 맞나 싶을 지경인 것이다.
“……우리가 아무래도 진 형제를 잘못 본 것 같군.”
“나는 명왕족의 우리, 라는 말에 진정으로 포함된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당신들조차 돌아서서 저편으로 서겠죠. 결국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벨리즈가 돌아서서 병실을 나가자 평전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린파와 가르문드는 잠시 남아 진을 내려다보았다.
“진 형제…… 왜 이러는…… 거야.”
“진 형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내 잘못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지금은 진 형제가 확실히 나쁘다고! 십투왕 형제가 좀 거칠기는 했지만, 정말 진 형제를 쏘지 못한 게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라고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가주세요.”
진은 눈을 감았고, 두 사람은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진 형제, 이것만…… 알아둬. 계속 그러면, 형제들 모두가 정말…… 돌아설지도 몰라.”
* * *
한편, 카이오의 병실은 좀 더 무거운 분위기였다.
모두가 말없이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위험한 위치에서 뇌기가 폭발했다면, 카이오는 광심장이 부서져 불구가 될 뻔한 것이다.
“추방해야 한다.”
“맞습니다! 진 형제, 하. 이제는 형제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그 녀석은 선을 넘었습니다. 이건 명백히 형제 살인 미수라고요.”
“놈을 추방하면 우린 영영 나갈 수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카이오는 말없이 구투왕 바바가 먹여주는 죽을 삼켰다.
“방금 투신 형제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막 병실로 들어선 모우카가 소리쳤다.
“뭐라고 하셨는가!?”
“진 형제가 완전히 회복하는 즉시 투왕대전을 속행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연히 진을 징계할 줄 알았건만, 투왕대전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나왔으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투왕대전이 다시 이어진다는 건, 카이오를 배제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카이오는 더 이상 이번 투왕대전에 참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니.
“……이로써 확실해졌다. 투신 형제께서는 진 형제를 직접 징계할 마음이 없어.”
그러나 명왕족들은 그것이 반의 편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고 여겼다. 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혹은, 진에게도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이라 여겼다.
그가 다음 대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형제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지켜보기 위해서 말이다.
“투신 형제께서도 같은 마음일 거다. 우리가 나갈 수 없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그래. 결코 진을 처벌하지 않을 생각이셨다면, 우리에게 결코 복수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셨겠지.”
“진 형제는 투신을 계승할 자격이 없다. 힘이 부족할 뿐만이 아니라, 진 형제가 죽으면 우리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걸 약점으로 이용해 십투왕 형제를 죽이려고까지 했으니.”
“차례가 오면, 내가 십투왕 형제를 대신해 그놈을…….”
몇몇 명왕족들이 살기를 드러내자 바바가 죽을 내려두었다.
“그런데, 진 형제도 결국 십투왕 형제를 죽이지는 않았어. 다들 흥분을 조금만 가라앉히자.”
“구투왕 형제.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팔투왕 형제가 헛짓을 했을 때, 십투왕 형제가 그렇게까지 화를 낸 건 바로 구투왕 형제 때문이다. 설마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테지.”
구투왕 바바.
멸망하기 전까지, 명왕족은 대부분 반을 계승하는 인물은 결국 바바일 것이리라 생각해왔다.
카이오를 비롯한 투왕들은 평생 그녀를 넘기 위해 분투해왔고 말이다.
멸망 전에 마지막으로 열린 투왕대전에서도 최종 승자는 바바였다.
“하, 나도 알아. 아는데. 그렇다고 정말 진 형제를 죽이겠다는 거야? 실수일 수도 있잖아. 게다가 다들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진 형제를 추방하거나 죽일 자신도 없잖아.”
“바바…….”
마침내 카이오가 쉰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자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카이오는, 눈을 부릅뜨며 이렇게 말했다.
“만약…… 진이 또 실수를 저지른다면. 그때는…… 네가 직접 끝을…… 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