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19)
제 666화
159화. 투왕대전(7)
* * *
“정말 계속 이럴 것인가?”
“무엇이 진 형제를 그렇게 만들었지?”
“이미 투신 형제의 계승자가 되었는데도 새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던 게 그렇게까지 화가 날 일이란 말인가? 형제를 찌를 만큼! 진 형제가 정녕 다른 형제들이 그간 처했던 상황을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게다가 형제들 모두가 무조건 진 형제를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았어. 십투왕 형제조차도 공정한 투왕대전을 원했을 뿐, 진 형제가 가진 것을 반드시 빼앗겠다는 태도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뭐라고 말 좀 해보게!”
바바의 말대로, 명왕족들은 그토록 분노했음에도 아직 진을 진심으로 죽이거나 추방할 자신이 없었다.
카이오의 병실에서 당장이라도 진을 내칠 듯이 말하기는 했으나, 그들이 가장 원하는 건 진과의 대화였다.
형제끼리는 은원을 계산하지 않는다는 명왕족의 법칙은 진에게도 여전히 유효했다.
다만 진은 상황을 점점 더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명왕족들은 진심 어린 사과만 있다면 마음을 풀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진은 찾아오는 모든 형제들을 냉대하며 돌려보내기만 할 뿐이었다.
날이 갈수록 명왕족들의 실망은 깊어져만 갔다. 그들은 한없이 차갑고 이기적이며 냉정하기만 한 진을 보며, 과연 자신들이 알던 그 사람이 존재하기는 했던 건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지금까지 그 자식이 보여준 모습은 다 가짜였던 거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순간에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린 모든 것을 주려고 했는데!”
“한 번이라도, 시그문드를 이미 계승했으니 더 검증하지 말라고 솔직하게 얘기를 했다면 우리가 그 말을 무시했겠어? 십투왕 형제는 물론이고, 모든 형제들은 그 말을 받아들였겠지.”
“우리가 자기 것을 빼앗기 위해 난리를 치는 중이라 확신하는 것 같더군. 막상 형제로서 다른 형제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그리도 싫었던 게지. 내가 아니면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것들이 감히 이제 와서 자격을 검증하려 해? 이런 태도란 말이다.”
“놈은 진짜 명왕족이 될 수는 없던 거다. 결국은 인간이라고, 늘 탐욕에 젖어 있던 그 종족!”
서운함은 분노로, 분노는 곧 증오에 가까운 감정으로 변해갔다. 한순간에 그들의 관계에 이렇게까지 깊은 골이 생길 수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해보지 못한 문제였다.
77명, 진을 더하면 78명, 링링까지 포함해도 79명.
옛 명예와 위엄이 밴 황금으로 가득한 도시는 진이 올 때마다 그 적은 숫자로도 늘 활기차고 빛나는 분위기를 드러냈으나, 지금은 그저 스산한 긴장이 가득했다.
“후우.”
진은 투신전을 벗어나 라프라로사 외곽의 빈집들에서 시간을 보냈다.
투왕대전이 있을 때에도 자신의 대전이 아닐 땐 본당을 찾지 않았고 말이다.
‘저번부터 느꼈지만, 정말이지 못 할 짓이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카이오를 도발했을 때도, 야비하게 그를 찔렀을 때도, 지금 모든 형제들을 계속 자극하는 중에도. 당연히 녹물이 들어찬 듯 가슴속이 쓰고 괴로웠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한 번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는 생각도 확실해졌다.
‘내가 시그문드를 계승한 일이 조금이라도 거저 얻은 보상이라는 느낌을 남겨서는 안 된다.’
서열.
명왕족은 투신을 제외하면 모두가 동등하다. 그러나 돌아보면, 진은 언제나 예외적인 위치에 있었다.
형제가 아니었음에도 명왕검을 익혔고, 형제가 된 다음엔 곧장 시그문드를 계승 받았다.
그렇기에 도열할 때에도 진의 위치는 반의 옆이었고, 개막전에서는 투신합일을 통해 모든 명왕족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있기까지, 그들이 함께한 시간은 고작 몇 년일 뿐이다.
등을 맡긴 채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치른 적도 없으며, 영토를 수호한 적도, 정복한 적도, 적들을 도륙한 적도, 운명을 건 전쟁에 함께한 적도 없다.
진은 늘 이곳에서 받기만 해왔다. 그러나 탄텔의 말처럼 명왕족도 사람인 만큼 지극히 평범한 감정들이 존재했다.
명왕족은 진을 형제로 받아들인 다음에도, 진이 반 다음의 서열을 가진 후에도 늘 진을 자신들이 ‘챙겨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완전히 동등하게 대하고 싶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명왕족은 죽은 세계에 갇힌 신세이며, 그들이 진과 함께한 시간은 지극히 짧으니까. 말하자면, 명왕족은 진을 동생처럼만 여기고 있었다.
진은 두 번째 서열을 가진 명왕족 형제로서.
그들에게 자신이 배려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자 대우를 넘어 동등으로, 동등을 넘어 초월해야 할 대상으로 말이다.
반처럼 초월적인 힘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면, 그럴 수 있을 만한 시간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갈등을 조장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명왕족이 계속 라프라로사에 갇혀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언제까지나 갈등 없이, 사랑받는 막내로서 받기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형제들과 밖에서 함께 싸우려면, 추후 우두머리로서 그들을 통제하려면.
반드시 진짜 싸움이 필요했다. 실제에 가까운 연극이 아니라 진짜 싸움이.
그 싸움 이후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진이라고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싸움 끝에 얻는 결과가 무조건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머리를 비운다. 투왕대전이 끝날 때까지, 수련에만 집중하면 돼.’
명상과 복기.
깨어난 이후, 진은 대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카이오와의 대전에서 얻은 부상은 투신합일의 감각을 더욱 강하게 자극했고, 진의 수련은 이전까지 해온 것과는 한 차원이 높은 경지에서 이루어졌다.
대상을 찌르고 베기 위한 최적의 경로,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냉철, 죽음을 피하는 감각, 한없이 멀고 태산 같던 사람들이 보던 영역으로 추정되는 어떤 풍경들…….
이를테면 초월한 자들만이 알 수 있는 무의 세계.
머릿속에서 쉼 없이 그 세계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진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여 갔는데, 당연히 투신합일을 통해 경험한 반의 감각 덕분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투신 형제의 감각은, 태어나 한순간도 빠짐없이 강자였던 사람의 그것이다. 마치 아버지처럼.’
그 감각에 진만의 영역이 더해지고 있었다.
밑바닥과 길고 긴 절망의 수렁, 그리고 한 번의 죽음까지 거쳐 얻어낸 진 룬칸델이라는 무인의 고유한 영역은, 초월의 세계를 한층 더 다채롭게 물들여갔다.
그 결과.
진은 사흘 뒤 벌어진 제31대전에서 십일투왕 나타를 정면으로 꺾어버렸다.
나타는 잔뜩 독기가 오른 상태였고,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으나 끝내 승자는 진이었다.
‘십투왕 형제와 싸울 때는 제 힘을 모두 낸 것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아니, 강해진 거다. 그 짧은 시간에.’
‘흥, 진은 자신의 성장 속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선을 넘고 오만방자해진 것이지. 그 모든 게 투신합일과 계승을 통해 얻은 특혜라는 생각 따위는 없는 거라고.’
이어진 제38대전, 벨리즈와의 경기에선 패배했다. 그러나 벨리즈는 오른팔이 잘린 채 죽음의 위협에 놓였었고, 진은 미리 그녀에게 경고했듯 거기서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카이오 때처럼 승패가 갈린 다음에도 한 번 더 그녀의 목으로 칼을 들이밀었던 것이다.
명왕족들은 이전보다 진을 더욱 주시하고 있었으므로 다행히 그 칼이 벨리즈의 목을 치는 일이나, 벨리즈가 반격해서 진의 숨이 다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명왕족들이 뇌전을 쏘아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
진은 그 과정에 사지가 뒤틀어졌고, 벨리즈는 다치지 않았다. 이제는 명왕족도 진을 과격하게 제압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진을 향한 분노도 한층 더 증폭되었고 말이다.
“미친놈…… 정말로 또 형제를 죽이려 하는군.”
“칠투왕 형제는 바로 오늘 아침까지도 진을 옹호했다. 이제 칠투왕 형제도 생각이 달라졌겠지.”
또다시 진의 회복이 끝나고 이어진 제46대전에서는 가르문드를 꺾었고, 제50대전과 제54대전에서는 각각 발티록과 루모라에게 패배를 겪었다.
패배할 때마다 마지막까지 악귀처럼 달려들어 제압을 당하기도 했다. 이제는 그 모습에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진의 육체는 점점 피폐해지고 있었다.
회복하면 투왕들과 한계까지 싸우는 걸 반복하고 있으니,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라 할지라도 계속 버틸 수는 없었다.
다른 명왕족들도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으나, 그들과 진은 전혀 다른 싸움을 하고 있다.
다른 명왕족들의 대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악기와 증오가 가득했던 것이다.
그 어두운 기운들은 먹처럼 진을 좀먹고 있었다.
“나는…… 싸울 수…… 없어.”
제60대전, 진의 상대로 나선 린파는 대전이 시작되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차마 만신창이가 된 진과 싸울 자신이 없었다. 명왕족들은 모두 그녀의 판단을 존중했다.
린파는 마지막까지 신들에게 도전하자는 형제들을 말렸고, 그에 실패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금언에 들어섰던 인물이다.
‘어차피 다음 대전은 구투왕 형제다.’
‘아무리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한들, 구투왕 형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이미 다른 투왕 형제들에게도 패하고 있으니…….’
‘결국 바바 형제가 끝을 낼 테지. 지금껏 진의 횡행을 참아온 바바 형제도 이제는 치를 떨고 있다고.’
바바 또한 벨리즈와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진이 손을 내밀면,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부디 진이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와 싸우지 않겠다고?”
싸늘한 진의 목소리에 린파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래…….”
“경고하겠습니다, 린파. 거기서 한 걸음만 움직이면, 그대로 벨 것입니다. 싸움을 피하지 마십시오.”
린파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고, 진은.
영검으로 그녀의 등을 베었다.
린파가 반응했기 때문에 얕기는 했으나, 긴 절상이 남았다. 후드득 붉은 선혈이 튀었다.
붉은 줄들이 끊어진 듯 보이는 그 핏자국은, 명왕족과 진의 관계가 종말에 이르렀음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사, 사투왕 형제!”
“저 미친 새끼가 또……!”
반은 달려들려는 명왕족들을 한 손으로 제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규칙을 벗어나지 않았다. 진 형제가 사투왕 형제를 죽인다면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 계속하겠는가, 사투왕 형제?”
“……그만두겠습니다.”
정적이 흘렀다. 진은 쓰러진 린파를 내려다보다가, 반의 대전 종료 선언이 떨어지자 무심히 돌아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진이 본당을 빠져나가려는 찰나, 별안간 바바가 본당 중심으로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투신 형제.”
“말하라, 구투왕 형제.”
“방금 투신 형제께서는 진을 형제라 표현하셨으나, 저희는 더 이상 그를 형제로 여길 수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바바는 진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제가 다음 대전에서, 진 룬칸델을 죽여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