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32)
제 666화
163화. 가문 복귀(2)
* * *
지플, 이야기의 탑.
카둔과 헤도, 옥타비아의 시선이 탁자 위 소식지에 닿아 있었다.
(검황성전의 영웅, 검의 정원의 12기수 진 룬칸델. 폐관 수련을 끝내고 돌아오다!)
“진 룬칸델이 돌아왔다는 말이지…….”
옥타비아가 낮은 목소리로 씹어뱉듯 말했다.
검황성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 문제의 12기수.
아직 진에게 달리 악감정이랄 게 없는 헤도는 무덤덤한 얼굴이었으나, 옥타비아와 카둔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이거 원, 세계제일가의 수뇌부라는 인물들이 어린애 하나를 대하는 태도가 늘 이런 식이어서야. 가주가 없으니 자제도 되지 않는군.’
켈리악 지플.
그는 현재 혼돈 제어 장치와 신체 유지 장치의 보조를 받는 상태였다.
검황성전에서 로사와 더불어 가장 많은 혼돈에 피폭되었으니 당연한 일.
1년쯤 전까지는 지플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조금이라도 대외 활동을 했으나, 지금의 켈리악은 시간을 정말 ‘아껴’ 사용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지플이 완벽한 혼돈 제어술을 얻게 될 때까지, 혹은 킨젤로가 거래에 응할 때까지는 말이다.
‘뭐, 나도 처음 소타 사막에서 녀석을 조금 가볍게 보기는 했지…….’
돌이켜 보면 그게 문제였다.
소타 사막에서 산드라가 난리를 피우기 전에 진을 끝장냈다면, 진이 활로를 열기 전에 베었다면, 혹은 계속 산드라에게 붙어 그녀가 진에게 사랑에 빠진 가이파 군도를 따라가 그때 그를 베었다면…….
이렇게 큰 근심거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플에게도, 헤도 개인에게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으로서는 강해져서 돌아온 진이 지플에게 그다지 나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헤도가 탁자 옆에 놓인 다른 소식지를 펼쳤다.
(단테 하이란 경이 귀곡새성의 마수를 토벌하다! 단테 경은 故론 하이란 경의 뒤를 이은 제국제일의 수호검으로서 검황성전 이후 10성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따르며…….)
“귀곡새성의 스마리온 프로치는 아마 단테가 아니라 12기수가 토벌했을 겁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헤도?”
“단테 하이란은 계속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상의 흔적이 전혀 없고, 그의 기사들 또한 아무도 죽은 자가 없지요. 제국수호검이 아무리 강해졌다 해도, 상처 없이 그만한 혼돈을 토벌할 정도는 아닙니다. 단신이라면 목숨을 걸어야 가능할 것 같군요.”
“그건 그렇군. 하지만 그건 진 룬칸델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12기수가 얼마나 강해졌냐에 따라 다른 문제입니다.”
“2년 6개월 동안 아무리 성장했다고 해도 그 정도까지?”
“그는, 분명 뭔가 다른 인간입니다. 늘 상식을 뛰어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걸 여기 있는 모두가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만일 부상 없이 스마리온을 처리한 상태라면, 무라칸이 힘을 회복해서 다시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헤도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12기수가 창성에 가까운 힘을 갖게 되었거나, 무라칸이 옛 힘을 되찾게 되었거나. 둘 중 어느 쪽도 지금으로서는 우리에게 그다지 나쁜 상황이 아닙니다.”
룬칸델, 모두가 몰락 중이라 생각하고 있는 지플의 오랜 숙적. 지플과 킨젤로는 세간의 평가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검의 정원. 지금으로서 그들을 견제하기에 12기수보다 좋은 패는 없습니다.”
탁자에 놓인 또 다른 소식지를 펼치는 헤도.
(검의 정원, 초대 가주 테마르 룬칸델의 유물을 발견했다 알려…… 구체적인 발표는 없으나, 가문의 잊힌 역사를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
“12기수는 현재 룬칸델의 상황을 정확히 모를 겁니다. 그러니 돌아오자마자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가문보다 세상에 먼저 복귀를 알렸습니다. 이건 그 후에 룬칸델이 보여준 반응이고요.”
룬칸델은 천 년 전 지플에게 패해 대부분의 역사를 잃은 후, 선조들에 대한 문제를 대외적으로 알린 적이 거의 없다.
그중에서도 테마르를 직접 언급하는 건 금기 중의 금기.
그러나 이제는 룬칸델을 짓누르던 지플의 이야기의 힘이 약해졌고, 그들은 더 이상 지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었다.
검황성전 이후 순혈 룬칸델에게 생긴 ‘마력 친화’ 현상에 대해서도 함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뿐.
자신감이다.
더는 지플의 맹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자신감…….
“놈들이…… 히스터의 생존자보다 먼저 테마르의 무덤을 찾은 건가. 예언자의 힘을 통해?”
“아마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12기수는 이 기사를 본 순간 가문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중요합니다.”
“히스터가 생존자의 생사와 본인이 얻었어야 할 유물을 확인하기 위해?”
“그것뿐만이 아니라 진 룬칸델이 가문으로 돌아가는 건 반드시 행해야 할 선택일 수밖에 없다. 가주가 되기 위해서라도. 놈은 룬칸델이 이전과 같지 않아도 가문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타협이 되는 부류가 아니니까.”
“망령대장과 카둔 님의 말대로입니다. 물론 12기수가 아무런 준비 없이 가문을 찾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아마 비궁주가 가진 눈두꺼비를 도주방책으로 마련할 거고, 바멀 연합을 끌고 가지는 않을 것 같군요.”
“그렇다면 놈은 반드시 그 자리에서 죽게 될 겁니다, 헤도 경. 놈은 지금 룬칸델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모를 테니까!”
옥타비아는 복수의 기회가 사라질 일에 분개했다.
“아니, 옥타비아. 만일 무라칸이 옛 힘을 모두 찾았다면. 게다가 헤도의 말처럼 놈의 무위도 초인 1급 이상에 다다른 수준이라면…… 둘만으로도 룬칸델과 전쟁 비슷한 것은 할 수 있을 테지.”
“그리고 12기수가 바멀 연합과 함께 룬칸델에 복종한다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는 한, 검의 정원에서 싸움이 나는 건 필연입니다.”
“놈은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겁니다.”
과연 그 과정에 룬칸델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을 것인가.
그건 세 사람 다 가늠이 되질 않았다.
다만 셋 다 진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했다.
무라칸이 힘을 다 되찾은 채 받쳐주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렇다면 이참에 우리는 그들의 전투를 통해 룬칸델이 가진 힘을 확인하면 되겠군.”
지플은 예언자가 로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검의 정원을 장악한 사실을 알고 있고, 그들의 힘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유추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히 어느 수준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전에 맺은 휴전을 빌미로 전면전을 피하는 중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며 동향을 살피는 건 물론 좋은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서 더 나아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더 나아간다라……?”
카둔과 옥타비아의 시선이 헤도에게 닿았다.
“룬칸델이 우리 예상보다 약한 힘을 가졌다면, 그 싸움에서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때야말로 룬칸델을 완전히 끝장낼 적기다.
헤도는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회복할 시간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예언자가 검황성전에서 죽은 그 많은 기사들을 얼마나 빨리 살려냈는지, 그들을 어떻게 강화시켰는지.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진이 라프라로사에 있을 때 보고된 첩보였다.
예언자의 부활과 강화를 알린 첩자는, 보고가 끝나자마자 켈리악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녹아버리며’ 숨을 거뒀다.
말하자면, 당시의 예언자는 일부러 힘을 과시한 것이다.
그가 첩자라는 걸 알고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카둔과 옥타비아는 소름이 돋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헤도, 자네 말은. 우리도 전면전을 준비하자는 것인가?”
“전투의 양상에 따라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조건적인 전면전이 아니라.”
“전투가 양패구상의 형세로 흘러가면 우리가 둘 다 마무리를 짓자는 뜻이군요…… 아니다 싶으면 그대로 빠지고.”
잠시 정적이 흘렀고, 카둔은 곧 결정을 내렸다.
“그 말대로만 된다면 분명 가장 좋은 그림이다. 하지만 우리끼리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 켈리악을 잠시 깨워서 판단을 맡기는 게 좋겠군.”
이어 그들은 이야기의 탑 최상층으로 가 켈리악에게 상황을 알렸다.
켈리악은, 헤도의 의견이 옳다며 유지 장치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 * *
킨젤로 신본부.
같은 시각, 그들도 지플과 같은 주제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지플 측과 비슷한 결론으로 닿아가는 중이기도 했다.
이쪽에서 주도적으로 양패구상을 노리자고 말한 인물은, 비슈켈 이블리아노였다.
“흐음, 부단장님 의견이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정말 그놈이 홀로 검의 정원을 찾아갈까요? 란케 님을 이기기는 했지만, 우리도 함부로 못 건드리는 검의 정원을 혼자 찾아가는 건 미친 짓일 텐데. 하물며 그 얍삽한 놈이?”
“헹! 진 룬칸델 그놈, 란케 녀석을 피떡으로 만들어놨다고 아주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지!?”
부바르와 아이나스가 의문을 표했다.
란케는 구석 자리에 앉아 넋이 나간 채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때때로 진이 자신을 ‘이겼다’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아이나스와 부바르를 죽일 듯이 쳐다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이나스 님 말대로 란케 님을 간단하게 짓밟았다는 이유로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니라면, 저는 놈이 검의 정원에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란케 님하고 룬칸델 전체는 급이 다르잖아요, 급이. 아, 물론 란케 님이 허접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졌을 뿐이죠…….”
“맞아, 그냥 진 거야. 그러니까 기운 내! 란케.”
비슈켈은 언제나처럼 부바르가 그 멍청한 머릿속에 똥처럼 가득 찬 말을 되는대로 내뱉는 것에 신물이 났다.
“……아이나스 님, 그리고 부바르. 란케 님의 패배를 자꾸 강조하지 마라. 회의의 주제와 안 맞고, 예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쩝쩝.
두 사람은 비슈켈의 말을 듣지도 않고 품에서 고구마크로켓을 꺼내 먹었고, 비슈켈은 쥐고 있던 펜을 부러뜨렸다.
“으음, 단장님 생각은 어때요?”
마르지엘라가 비슈켈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부단장의 의견이 옳다. 아마 지플도 비슷한 계획을 세웠을 테지. 진과 룬칸델이 둘 다 큰 타격을 받았을 때, 우리와 지플이 함께 룬칸델을 친다면. 그건 지금 검의 정원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감당이 어려울 것 같군.]“그럼, 단장. 총공격 준비를 하자는 것이오?”
[일단은 그게 좋을 것 같군, 베락트. 추후 양상을 지켜보기는 해야 할 테지만. 진 룬칸델이 예언자에게 복종을 맹세할 리는 없으니…… 싸움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리고 아이나스, 부바르. 란케의 패배는 흠이 아니다. 진 룬칸델은 이전과는 비교조차 불가할 만큼 강해졌어.]단장의 직접적인 평가에 간부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특히 제피린은 긴 세월 동안 오르갈과 함께하며 그가 이렇게까지 평가하는 인간을 본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때 룬칸델이 감춰둔 힘이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결과가 판가름 나겠군요. 생각보다 약하다면, 다 쓸어버릴 수 있는 기회고요. 주인, 오랜만에 제 마음에 쏙 드는 판단을 내리네요? 언제까지 그깟 것의 눈치를 보아야 하나 짜증이 나던 참이거든요.”
[제피린, 예언자를 함부로 평하지 마라.]“흥, 하여간 난 주인의 편애라고는 받아본 기억이 없는 불쌍한 용이네요.”
이번에도 마르지엘라가 제피린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럼, 단장님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우리도 준비를 해볼까요? 검의 정원과 진 룬칸델 경. 결국엔 둘 다 다칠 수밖에 없는 싸움이 될 테니, 즐거운 일이겠네요.”
마르지엘라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이번 일은 진을 자신들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진짜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