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77)
제 666화
173화. 검을 쫓다(3)
* * *
검은 그로부터 꼬박 나흘을 비행했다. 나흘을 쉬지 않고 온 대륙과 해역을 종횡무진 휩쓸고 다닌 것이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일행은 처음 십여 분 정도만 겨우 꽁무니를 쫓았을 뿐, 이후로는 계속 아군과 동맹의 방공망과 목격담에 기대고 있었다.
[빌어먹을, 대체 목적지가 어디야?]퀴칸텔이 노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그녀는 나흘 동안 잠시도 눈을 붙이지 못하고 전 세계를 비행하는 중이다.
물론 용에게 보통 나흘 정도의 비행이 대수로운 일은 아니나 거의 매 순간 전속으로 나는 건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설마 ‘검’과 추격전을 벌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내 검…… 내 검을…… 찾을 수는 있는 것인가……?”
모든 무인들이 그렇듯 헤도는 자신의 장검을 매우 아꼈다. 현시대의 대장장이 중 그만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은 없을뿐더러, 젊은 시절 흑해의 괴물과 사투를 벌인 끝에 얻은 보상이라는 점도 애착이 가는 요소였다.
그런 검이 벌써 나흘째 하늘을 휘젓고 있으니 헤도로서는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근육질과 어울리지 않는 파리한 안색에, 산드라는 계속 심심하고 성의 없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검이 도망친 건 아쉽지만, 그 덕에 이렇게 우리 자기랑 나흘이나 공중 데이트를 하고 있잖아, 헤도. 좋게 좋게 생각하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거야!”
퀴칸텔의 등에 탄 이들은 그런 산드라에게 끝내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는 헤도가 존경스러웠다.
“슬슬 목적지의 윤곽이 잡히긴 했습니다, 퀴칸텔 님. 조금만 더 고생해주십시오. 탑지기도 조금만 더 인내해주시오, 미안하다는 것밖에 할 말이 없소.”
그제까지, 헤도의 검은 그야말로 미친개처럼 사방팔방 날뛰기만 했을 뿐이다.
북으로 향하는가 하면 다시 남으로 돌았고, 동으로 가는가 하면 서로 틀며 쫓는 이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검이 작정하고 사람들을 놀리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을 지경이었다.
당연하게도 그 이틀 사이 검의 정원과 지플, 킨젤로는 물론이고.
“으미…… 저게 뭐시여?”
“먼 시커먼 유성 같은 게 떨어지는디?”
“아이고야, 그 혼돈의 잔재 아니여!? 도망쳐야 혀!”
각지 해상의 어부들과.
“저건 설마 호, 혼돈의 잔재인가!?”
“그 뒤로 은룡 퀴칸텔이 쫓고 있다!”
“오오, 12기수와 바멀 연합도 보이는군! 혼돈 진압을 하나 본데?”
“진 룬칸델!”
“섭정 전하와 진 룬칸델을 위해 건배!”
바멀 연합과 단테, 거대 세력들의 비호 아래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온갖 도시의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나흘 사이 세상엔 이 사태를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었다. 테마르의 여섯 번째 무덤에 비밀리에 진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미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베일이 내게 돌아오는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고 이번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겠소.”
“이미 돌이킬 수가 없게 되었단 말이다……! 벌써 가문의 함선들에 나와 아가씨가 노출되었으니까!”
그 말대로, 검을 추적하는 과정에 일행은 이미 몇 차례 타 세력의 추격대와 맞닥뜨렸다. 룬칸델의 혼돈룡과 흑선, 킨젤로와 지플의 함선, 용들이 모두 산드라와 헤도를 보았다는 의미였다.
-헤도 경……!?
-옆에는 산드라 아가씨 아닌가? 어째서 휴가를 간 두 분이 12기수와 함께……?
-그러고 보니 저 비행 물체는 헤도 경의 검과 매우 유사하군.
특히 헤도의 근육질 거구는 한 번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저 멀리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특하기에, 아닌 척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닌 척을 안 한 것은 아니나 소용이 없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헤도는 돌아가서 해명하는 일이 벌써 막막하기만 했다.
지금은 바멀 연합과 지플이 임시 동맹 중이고, 헤도는 본래 가문 내에서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는 입장이나.
문제는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왜 문제가 돼? 어차피 헤도가 나랑 외출한 순간 내가 진 씨랑 데이트를 하러 가는 건 뻔한 일인데.”
“12기수가 검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사실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됩니다, 아가씨…….”
“탑지기, 그건 왜 보고하지 않았소?”
피곤해지기가 싫어서였다.
지난번 다섯 번째 무덤에 들어갈 때 베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도, 헤도는 가문에 알리지 않았다.
물론 조상까지 이미 다 확인하긴 했으나, 혹여라도 지플이 자신과 옛 룬칸델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으리라 여기면 짜증 나는 여러 절차를 밟게 되었을 터.
게다가 설원에서 탈출할 때도 진 덕에 다른 지플보다 일찍 탈출한 사실까지 숨기고 있었으니, 헤도로서는 여간 불편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이 이렇게 꼬일 줄 몰랐기 때문이다.”
진에게 내내 성질을 부렸기는 하나, 헤도는 사실 이 모든 건 자신의 불찰이라고 생각했다.
‘그간 가주와 수뇌들의 배려에 너무 절여진 것인가, 안일해도 너무 안일했다.’
이번 일로 추후 자신이 문책을 당하는 건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았다.
문제는 산드라였다.
-당신이 산드라 지플을 지켜주기 때문인가?
-그래.
-이해가 가지 않는군. 당신이 말하는 보호란, 산드라를 대상으로 한 일정 수준의 실험까지는 모두 용인하는 것인가?
검이 난리를 치기 전 진과 나눈 대화.
그 말처럼, 지금까지 산드라가 ‘아주 치명적인’ 수준의 실험을 면할 수 있던 건 모두 헤도의 존재 덕분이다.
지플은 헤도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더 강한 힘도, 더 강한 상대와 싸울 기회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산드라의 생존.
그렇기에 지플은 헤도가 종종 규칙을 어겨도 눈을 감아주었다. 그가 엮여 무언가 찜찜한 사태가 발생해도 진지하게 조사하지 않았다.
결국 헤도가 해내는 일의 모든 결과는 늘 산드라의 이익이자, 지플의 이익으로 돌아왔으니.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진이 만일 헤도의 검으로 인해 또 한 번 강해지거나 옛 룬칸델에 걸린 역사 조작에 문제가 생기면, 지플이 산드라를 겁박해도 헤도는 할 말이 없었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지난번 소타 사막에서 내가 망령대들을 죽인 것과 아이나스에게 당한 척 12기수 일행을 놓아준 것도 들통이 날 수 있다…….’
부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이번 일의 끝이 깔끔하기를 바라는 헤도였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다.
[허억, 헉. 검이…… 멈췄다!]퀴칸텔이 가쁜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
휴페스터는 검의 바다라고 부르고 루테로 마법 연방은 마법의 바다라고 부르는 영해 한가운데.
“퀴칸텔 님이 비행을 시작한 첫날 이곳을 지나갔었는데, 이제 와서 이 바다 위가 목적지였다고?”
“그냥 잠깐 멈춘 것일 수도 있……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군요.”
진이 대답하자 검은 움직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그곳에 멈추었다.
시곗바늘이 돌아가듯 서서히 회전하는 칼날은 이내 바다를 겨눴다.
마치 찌를 것처럼.
피잉, 쓰아아악-!
공기가 찢기고 터지는 엄청난 굉음과 더불어 검이 바다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쿠우우우우……!
문자 그대로, 바다가 뒤집어졌다.
어느 거인이 산 몇 개를 뭉쳐 돌처럼 집어 던진 듯, 이루 말할 수 없이 거대한 파문이 일어났고 치솟은 바닷물은 구름에 닿을 지경.
퀴칸텔과 동료들은 보호막을 펼쳐 바닷물을 밀어냈다. 어지간한 초인의 진심이 담긴 공격만큼이나 무거운 감각이, 바닷물에서 전해지고 있었다.
어쩌면 세상이 잠시 통째로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헤도의 검이 폭발시킨 그 힘은, 모두 나흘 전에 흡수한 진의 영기였다.
그만한 난리가 가라앉기까지는 본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바다는 한동안 끊임없이 몸살하며 육지까지 해일을 밀어낼 거고, 재해가 끝날 때까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달리 없다.
그러나 검이 일으킨 건 재해가 아니라 어떤 신적인 발견이었다.
검에서 쏟아진 영기가 스스로 움직이며 저 아래 드러난, 바다의 맨살을 만지고 있었다.
마치 잊히고 먼지 쌓인 소중한 물건을 매만지듯이, 영기가 해저로 스미는 모습이 이어졌다.
“주군, 영기가 건물 같은 형태의 무언가를 바닥에서 끌어올리고 있소!”
발카스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동료들도 모두 같은 풍경을 보고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전설처럼, 바다 아래 숨겨진 문명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방금까지 걱정에 사로잡혔던 헤도조차 잠시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경외심에 빠지고 있었다.
과거 올망고가 바다를 가르며 거대한 조개를 꺼냈을 때도 충격적이었으나, 지금 일행의 눈앞에 놓인 풍경에 비하면 그마저 소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와아…… 자기, 저게 자기 조상의 여섯 번째 무덤이에요?”
진은 대답하려다 발레리아와 눈을 맞췄다.
“검 속에 존재하는 아공간이라고 하지 않았나?”
발레리아의 앞엔 기록 마법의 작은 푸른 창이 열려 있었다.
기록 창은 그런 문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 검 속에 존재하는 아공간이 개방된 거야. 우리가 차원문을 통해 검 속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검에 내재된 아공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검은 그간 그 공간을 꺼낼 수 있는 위치를 찾기 위해 비행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건 솔더렛의 아공간이 아닌 모양인데. 그가 만든 아공간이었다면 이름이 정확히 명시되었을 텐데.”
의아한 듯 말하며, 발레리아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공간이 누구 것인지보다 중요한 문제가 코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비행체가 멈췄다! 공격을 멈추고, 우선 저것과 반역자들부터 확인하라!]지플과 검의 정원에서 나온 추격대가 하는 말이었다.
그들은 바멀 연합처럼 방금까지 검을 추격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 동선이 겹쳐 전투를 치르던 중이었다.
“대공, 찾았습니다. 단장님께서 위독하시니 힘은 사용하지 말아주십시오!”
킨젤로도 마찬가지였다.
또다시 세 개의 거대 세력이 바다 한가운데 모이게 된 것이다.
진 일행은 거리 때문에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으나, 저들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진은 아직도 사방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영기 섞인 바닷물 사이를 바라보았다.
각 세력의 함선과 용들이 떠 있는 저 멀리까지도 어느새 영기가 퍼져 있었다.
영기가 닿은 모든 영역은 검의 아공간이다.
즉, 검을 추격하던 이들 모두가 이미 아공간에 들어섰으니…… 무덤 안에서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