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76)
제 666화
173화. 검을 쫓다(2)
* * *
티칸 영해의 한 무인도.
진은 여섯 번째 무덤, 검의 아공간을 개방하기 위한 장소로 이곳을 택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진과 티칸의 강자들, 그리고 검의 주인인 헤도와 산드라가 무인도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번처럼 영기를 퍼뜨려서 아공간을 여는 것인가?”
“아마도 그럴 것이오. 정확히는 검에 주입하는 것이지만.”
“흐음.”
못 미더운 듯 헤도가 안경을 고쳐 썼다.
“칼드란 설원에서, 테마르의 무덤이 개방되려면 위치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12기수. 이 무인도가 그 조건에 부합하는 곳은 아닐 것 같은데.”
“모든 무덤이 그렇지는 않았소. 그때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추정을 했을 뿐이지.”
헤도가 어깨를 으쓱이며 진에게 검을 건넸다.
진은 검을 받으며 헤도에게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소, 탑지기?”
“갑자기 무슨 소리냐?”
“문득, 이 검이 천 년의 세월을 거쳐 당신이 얻게 된 게 과연 그저 우연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군. 옛 십대기사와 지플의 집사라는 조합이 그렇지 않소.”
“쓸데없는 운명론이로군.”
“쓸데없는 운명론까지 들먹이며 당신을 회유하고 싶을 뿐이지. 혹시 아오? 어쩌면 당신이 베일이라는 십대기사의 후손일 수도 있잖소. 그래서 검이 당신을 찾은 것이지. 우연이 아니라.”
“낭만적인 이야기네요, 자기.”
“아가씨, 전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멍청한 집사는 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가주께서 저를 처음 가문에 받아들였을 때, 가문은 저에 대한 신원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아, 헤도를 버렸다는 그 천한 녀석들. 기억나네, 이미 죽어서 얼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들었나, 12기수? 내 부모는 보잘것없는 평민이자 범인이었다. 벅차다는 이유로 자식을 버려놓고 한 번씩 죄책감에 못 이겨 고아원을 찾아오기는 하지만, 결코 다시 거두지는 않는. 그러다가 이내 죄책감이 견딜 만해지면 발길을 끊는, 그런 범인들이었지.”
그런 말을 하면서도 헤도는 아무런 심경의 변화가 없는 듯 보였다.
실제로 그는 낳자마자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해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운 적도 없고, 미운 적조차 없었다.
“게다가 가문은 그들의 뿌리까지도 확인을 했는데, 그 끝에는 멸망한 우롯 왕국의 상인 가문이 나왔다더군. 검 안에 누가 있든, 그가 내 조상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아쉬운 이야기로군.”
“이제 보니 아가씨뿐만이 아니라 자네도 밀고 당기는 신비로움을 익힐 필요가 있겠군. 그렇게 나를 원한다고 달려들면 더더욱 마음이 뜨지 않겠나?”
“참고하도록 하지.”
진은 아쉬운 척 능글맞게 입맛을 다셨다.
헤도는 왠지 그 모습이 얄미워 소타 사막에서 더 패줄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
이내 진이 표정을 고치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지금부터 검에 영기를 주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무난하게 무덤이 개방된다면 좋겠지만,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다들 경계를 늦추지 말아주십시오.”
“예, 주군!”
“알겠소, 주군.”
진이 영기를 해방하자 순식간에 일대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대낮임에도 한순간에 밤이 찾아온 듯했고, 눈부신 태양빛은 검은 장막에 가려졌다.
‘역시, 이번에도 대량의 영기가 필요하군.’
영기가 거의 소진된 채 들어섰다가 룬티아와 힘겹게 전투를 치른 지난 무덤의 기억 때문인지, 다소 긴장이 되었다.
또 영기가 다 소모된 상태로 부담스러운 상대를 맞닥뜨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검 안에는 살아 있는 옛 룬칸델의 인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 역시 이제껏 만난 무덤의 수호자들처럼 진을 다짜고짜 공격할 수도 있으며, 십대기사라면 룬티아보다 약할 리는 없었다.
‘살아 있는 옛 룬칸델의 일원이라…….’
아공간이 ‘죽은 세계’이기 때문에 가능했거나, 용이나 마족처럼 수천 년의 수명을 가진 존재거나. 십대기사 전원이 인간이라는 정보를 얻은 적은 없으니 말이다.
‘혹은 봉인된 상태일 수도 있겠지. 엘로나 지플처럼.’
영기는 끝을 모르고 퍼져나갔다. 그러다 한 번씩 검으로 쏟아져서 흡수되었는데, 지켜보는 이들은 진이 다루는 영기의 크기를 가늠하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전성기의 무라칸이 펼친 영기 해방이 떠오르는 느낌이군. 그 멍청한 놈은 힘을 제대로 찾나 싶더니, 미샤 님을 대신하느라 진을 돕지도 못하고…… 이럴 때 그 녀석이 있다면 든든할 텐데.’
칼드란 설원에서 무덤은 진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입장을 거부했다.
과거 일행이 다 함께 무덤에 들어서서 수호자 사라와 대적한 경험이 있기는 하니, 퀴칸텔은 이번에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다.
‘영기가 미친 듯이 주입되고는 있는데, 검에서부터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려는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곧 영기가 바닥날 것 같건만 헤도의 검은 요지부동이었다.
칼드란 설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광휘를 발산하거나, 문을 형성하지도 않았다.
“진 씨, 저번이랑 뭔가 느낌이 다른데요? 저 붉은 머리가 뭔가 잘못된 정보를 가져온 것 아닐까?”
산드라가 발레리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발레리아는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진과 검을 지켜보았다.
“이대로 실패한다면 또 기록 마법을 통해 검의 문을 여는 법을 다시 알아봐야 하는 건가? 위치적 조건 같은 것들을.”
“내가 볼 때 붉은 머리는 순 엉터리야, 헤도. 애초에 살아 있는 옛 룬칸델이 검 안에 있다는 것도 이상해.”
“저도 의아하기는 합니다.”
“어, 그런데 만약 붉은 머리의 말이 다 사실이고, 갑자기 문이 열렸어. 그때 그 룬칸델이 진 씨를 공격하면 어쩌지? 칼드란 설원에서처럼.”
“아가씨가 걱정해야 할 문제는 그 옛 룬칸델이 12기수의 아군이 되는 경우이지 않겠습니까?”
“바랄 걸 바라, 헤도. 그건 진 씨에게 좋은 일인데, 내가 어떻게 그걸 걱정하겠어?”
“나는 너희들에게 뿌리와 가족을 잃었고, 오랜 시간 쫓겨왔다.”
발레리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산드라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였다.
“뭐라고, 붉은 머리?”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 닥치고 일에 집중해 달라는 뜻이야. 다들 어쩔 수 없이 일하자고 모인 거니까.”
여전히 발레리아는 산드라를 쳐다보지 않았으나, 그 낮은 목소리에 담긴 스산한 살기에 산드라는 눈동자를 끔뻑였다.
그리고 산드라가 버럭,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별안간 헤도의 검이 진동하며 처음으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공간이 열리려는 건가?”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
퀴칸텔이 말을 끊었다.
진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진, 괜찮은 거냐?”
“자기!?”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진의 얼굴에 잔뜩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탑지기의 검이, 어디론가 튈 것 같은 기세다……!’
진은 직접 영기를 주입하고 있는 만큼, 검에 시작된 변화를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인지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가 느낀 바에 의하면, 헤도의 검은 저번처럼 문을 여는 대신 ‘이동’을 택한 모양이었다.
채 3초가 지나기 전에 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곧 검이 어디론가 튀어 나가리라는 사실을.
검 속으로 영기가 흘러 들어가는 걸 일단 막아보았으나, 이미 검은 움직이기에 충분한 동력을 얻었다.
피이잉, 쓰아아아악-!
마력포가 쏘아지듯.
별안간 진의 앞에 놓여 있던 검이 하늘을 뒤덮은 검은 장막을 찢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룬칸델의 비기 광속 찌르기를 하늘로 펼친 것 같은 모양새였다.
검이 날아오른 속도에 공간이 일그러졌고, 섬에 모인 이들은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 헤도의 검이 폭죽처럼 튀었어……!”
번쩍 뛰어오르는 헤도.
그는 자신의 검을 붙잡지 못한 채 땅에 착지하고 말았다.
그사이 더 멀어진 검을 보며, 헤도는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잡아!”
퀴칸텔이 소리쳤다.
그러나 직선으로 솟구쳤던 검은 벌써 방향을 틀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검이 흡수한 진의 영기들이 혜성의 꼬리처럼 하늘에 긴 흔적을 남기기까지 했다.
눈 깜짝할 새에 검은 모인 이들로부터 1리 이상 멀어져 있었다.
직감적으로, 진은 검이 자신의 아공간을 개방하기 위한 공간을 찾아 비행하는 것이라 추정했다.
그렇다면 무덤 개방은 성공인 셈이지만,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저 검을 당장 쫓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붉은부엉이는 무명 쪽에 대기시켰고, 모트는 부상 중이며, 애초에 그 둘이 있다 할지라도 저런 상태의 검을 쫓는 건 어려울 것이다. 검은 공간 이동이 아니라 순수한 초고속 비행을 하고 있으니까.
지금 검을 보고 있는 이들 모두는, 저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비행 물체를 본 기억이 없었다.
“퀴칸텔 님!”
진이 퀴칸텔을 불렀다. 검을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았다!”
퀴칸텔은 재빠르게 시간의 권능을 발현시키며 본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검은 아슬아슬하게 시간의 권능을 피하며 하늘 저 멀리로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모여 있던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퀴칸텔의 등으로 올랐다.
퀴칸텔은 곧장 전속으로 비행을 시작했으나 검을 따라잡는 건 무리였다.
[검이 남기는 영기의 흔적이라도 따라가보마!]다행히도 헤도의 검은 비행운처럼 긴 영기의 흔적을 남기며 나아갔다.
이미 검은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졌으나, 흔적을 쫓아 따라간다면 검의 종착지에 도달할 수는 있을 터였다.
문제는 종착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과 검의 비행이 길어지는 경우였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다. 무덤 개방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무덤 수호자와의 전투일 줄 알았건만, 검이 저런 식으로 날아갈 줄이야!’
그것도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기면서.
검이 온 하늘에 흔적을 남기며 오랜 시간 비행을 한다는 건, 곧 티칸이 아닌 다른 세력에게 얼마든지 이 사태가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일 검의 종착지에 도착할 때쯤 검의 정원, 지플, 킨젤로, 황실 같은 세력들이 모두 다 그 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임시 동맹들은 그래도 허튼짓을 하기가 부담스럽겠지만, 검의 정원은 아니다……!’
까딱하면 테마르의 여섯 번째 무덤에 거대 세력들이 다 모이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었다.
헤도의 살기 어린 시선이 진의 등 뒤에 닿았다.
“보아하니 자네도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인 것 같군. 하나 만일 이 사태로 내 검을 잃기라도 하면, 그다지 재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12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