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75)
제 666화
173화. 검을 쫓다(1)
“진 씨가 직접 한 요리를 먹다니…… 아! 이대로 여기 티칸에서 그냥 살고 싶다. 그치, 헤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가씨.”
“왜 그렇게 매번 부정적이야? 요즘 하는 짓이 점점 마음에 안 드네.”
“자꾸 그러시면 가문에 아가씨의 기행을 알리는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오늘처럼 기회가 있어도 12기수를 만나러 올 수 없게 되시겠지요.”
“호오, 쓰레기가 따로 없네? 그 덩치에 고자질쟁이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괜찮은 조합인 것 같군요. 아무도 제 외모를 보고 고자질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 나름 의외성과 매력이 있습니다.”
헤도와 산드라가 티칸에 찾아오고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두 사람을 지켜본 동료들은, 진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을 사이 좋은(그러나 딸 쪽이 심히 망나니인) 부녀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흐으음, 짱구를 아무리 굴려봐도 이 제트는 모르겠다는 말이죠. 도대체 저 대단한 사내가 산드라 지플에게 꼼짝 못 하는 이유가 뭔지. 무슨 약점을 잡힌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기묘한 관계이긴 하지.”
“애초에 저 헤도라는 인물의 존재부터가 기묘합니다, 발카스 경. 우리 귀신대도 저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고, 흑왕단도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주군 역시 소타 사막에서 직접 마주한 다음에야 그 존재를 알았고. 저 정도 인물을 우리가 전혀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시론 경과 룬칸델, 지플의 최고위층은 알고 있던 것 같지만…… 여러모로 베일에 싸인 인물인 건 사실이로군.”
티칸은 여전히 헤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가 지플의 산드라의 전속 집사이자 지플의 2등 집사장이며, 그런데도 가문 내 최고 대우를 받는다는 것.
헤도는 이 시국에 ‘개인사’라는 두루뭉술한 이유만을 대고 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위치였다.
“발레리아 양이 살펴보고 있는 검에 적힌 글씨도 베일이고 말입죠.”
어제부터 발레리아는 밤을 새워가며 헤도가 가진 검, ‘베일’의 기록을 살펴보는 중이다.
베일은 옛 룬칸델과 관련이 있는 물건인 만큼, 예상대로 역사가 조작된 상태였다.
“헤도 경.”
발카스가 모두를 대신해 헤도를 찾았다.
“그냥 탑지기라 불러도 좋소, 흑왕단장.”
“경이라 칭하는 쪽이 더 편하오. 궁금한 게 있어서 불러보았소.”
“무엇이오?”
“경과 산드라 지플의 관계가 궁금하오.”
“집사가 주인을 모시는 게 궁금할 일이란 말이오?”
“보통의 집사와 주인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진에게 들으니 경은 지플이 아니라 산드라 지플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다던데. 좋은 술과 담배를 준비할 테니 특별한 사연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겠소?”
발카스는 은근히 친화력이 좋은 인물이었다. 헤도 역시 발카스의 갑작스러운 접근이 그리 거북하지는 않은 눈치를 보였다.
“좋은 술과 담배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딱히 사연은 없소.”
“그러지 말고 알려주시오. 경과 산드라 지플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티칸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란 말이오.”
발카스가 품에서 밀라산 최고급 송연을 꺼내 헤도에게 내밀었다. 헤도는 그 향을 한 번 음미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밀라 담배 농장을 모두 통틀어 한 해에 기껏해야 한 곽이 나올까 말까 한 품질이로군. 좋소, 알려드리지.”
귀를 쫑긋 세우는 일행들.
그러나 다음 순간 헤도는 매우 실망스러운 대답을 내놓았다.
“오래 키운 개나 고양이를 제 몸보다 아끼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 내가 아가씨를 모시는 이유도 그것과 다름이 없소.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옆에서 쭉 지켜왔으니, 이제는 그게 당연할 뿐이오.”
“날 애완동물하고 비교해?”
“굳이 표현을 하자면 그렇다는 말이었습니다, 아가씨. 아무튼, 받은 담배에 비하면 약소한 이야기로군. 실망하지 않았으면 하오.”
“그렇다면……! 지플에는……! 어쩌다, 적을 두게 된 겁니까?”
제트가 살짝 눈치를 살피며 끼어들었다. 그도 발카스와 다른 종류의 최고급 밀라산 송연을 꺼내 헤도에게 내밀었다.
그건 콰울의 서랍에서 훔쳐 온 것이다.
“그리 겁먹은 채로 말할 필요 없소, 제트. 지플은 젊은 시절 유랑하던 중 우연히 소속되게 되었소. 음, 이것도 아주 기품 있는 향이로군.”
“티칸 사람들 등골을 빼먹는 게 아주 즐겁게 보이는군, 탑지기.”
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자네도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게, 내 구미가 당길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그럴 필요 있겠소, 우리 사람이 되면 자연스레 다 알게 될 텐데.”
산드라에게 묻는다면 진은 헤도의 과거를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굳이 감추려는 과거를 들춰 추후 아군이 될 수 있는 거인을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의 과거가 그다지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말이다.
중요한 건 베일을 통해 여섯 번째 무덤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리고 당신의 과거보다는 당신이 가진 검의 과거가 더 궁금하군. 내가 아직 알려주지 않은 것 같은데, 검신에 적힌 베일이라는 글씨는 옛 룬칸델 십대기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이름이오.”
“설원에서 본 그자처럼 말인가? 어느 정도 짐작했던 바다.”
“십대기사의 검을 지플의 하수인이 가지고 있다는 게 나로서는 참 씁쓸한 이야기지. 뭐, 탑지기 당신은 지플의 사람이라는 것만 빼면 충분히 그만한 검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 무인이기는 하오.”
“아부도 떨 줄 알았군.”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땐, 그야말로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나 싶었으니까.”
“그런다고 내 마음이 바뀔 일은 없다네.”
“내가 당신한테 잘 보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요나 누님과 관련된 사안도 있거든.”
진은 산드라와 헤도가 찾아오자마자 요나를 찾는 걸 도와달라고 요청한 상태였다.
“그 문제라면 아가씨가 어제 승낙하지 않았나?”
“호호, 걱정 말아요. 자기, 시누이는 내가 어떻게든 구해낼 테니까.”
“산드라는 믿지. 하지만 당신이 위에 보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오.”
“고자질쟁이 취급을 두 번이나 받는군. 진실의 계약자를 데려와서 확인해도 좋다.”
“믿고 맡기도록 하지.”
“믿는 게 아니라 요나 룬칸델이 잘못되는 순간 산드라 아가씨를 겁박하려 할 테니, 내가 그게 싫어서라도 보고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겠지.”
“나도 그렇게까지 비열하지는 않소. 하지만 상대가 먼저 비열하게 군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을 뿐.”
“자기한테 납치당하는 건 난 얼마든지 좋아요.”
거기까지 대화가 이어진 찰나, 발레리아가 연구실을 빠져나왔다. 이런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그렇듯 초췌한 얼굴이었으나, 평소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눈동자가 상당히 반짝거리네……?’
그건 발레리아가 특히 대단한 발견을 했을 때만 보이는 눈빛이었다. 진은 그 모습에 옛 전생이 떠올라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진.”
“기록 분석을 끝냈나?”
“그래, 따라와라. 설명해줄 테니.”
진이 자리를 떠나자 산드라는 발레리아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헤도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들뜬 것 같군. 예상했던 것보다 수확이 큰 모양이지?”
“이 검은 우리가 지금껏 발견한 옛 룬칸델에 관한 물건 중, 가장 온전한 기록을 품고 있다.”
“상당히 강력하게 검의 역사가 조작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렇게 말했지, 처음엔 실제로 그랬어. 그런데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이거든. 내 마법이 닿자 이 검의 역사는 스스로 회복하기 시작했어.”
“역사를 스스로 회복해?”
마치 마른 숲이 빗물을 삼키듯, 헤도의 검은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이 닿자마자 서서히 그 속에 담긴 기록들을 되살려냈다.
발레리아는 밤새 그 상태를 유지하기만 했을 뿐, 기록을 더 복구시키기 위해 특별히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 이 검은, 천 년 전 룬칸델의 한 파편을 완벽하게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야. 우리가 완타라모 숲에서 본 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아.”
지금까지 진은 단 한 번도 옛 룬칸델의 ‘온전한 기록’을 본 적이 없다. 진이 본 기록들은 언제나 일부, 혹은 대부분이 훼손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솔더렛이 남긴 기록 장치들보다도 많은 걸 보여주겠군.”
“당연하지. 게다가 어쩌면…….”
발레리아가 잠시 말을 멈추며 진과 눈을 맞췄다.
“살아 있는 옛 룬칸델을 만날 수도 있다. 이 검 안에 있는 무덤에서는.”
“뭐라고……?”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조작된 역사가 이토록 간단히 회복된 이유를 고민해봤어.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레 약해진 부분이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더군. 내 기록 마법이 뛰어나기 때문도 아니었지.”
발레리아는 헤도의 검에 기록 마법을 펼치며, 그 속에 담긴 어떤 생생한 힘이 역사 조작에 저항하기 시작한 걸 또렷하게 느꼈다.
“그렇다면 네 말은, 살아 있는 십대기사가 저 안에서 네 기록 마법에 반응해 역사 조작을 이겨내고 있다는 뜻인가?”
“꼭 십대기사라는 법은 없지만, 누군가 검 속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은 아주 높아. 수호자의 형태가 아니라, 진짜 살아 있는 생명으로서. 그리고 만약 그의 정신이 온전하기까지 하다면, 또한 그가 네게 호의를 보인다면. 그에게 직접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겠지.”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의문투성이인 옛 룬칸델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만 있다면, 그간 품어온 수많은 의문들이 해소될 수도 있었다.
첫 번째 무덤에서 실더레이가 솔더렛을 배신자라 칭하게 된 배경, 조작된 역사들의 실체, 테마르의 죽음, 그 시절 룬칸델의 최후.
그리고 솔더렛이 이미 천 년 전에 자신을 계약자로 점지하고도 그 사실을 숨긴 이유 등.
“놀라운 이야기로군. 지플의 탑지기가 가진 검에서 그런 단서를 찾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섯 번째 무덤도 그 검이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었겠지.”
“탑지기에게 이 사실을 알릴 건가?”
“알리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는 철저한 인물이야, 아마 우리가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가면 유리아를 통해 검증을 해달라고 할 거다. 이미 유리아를 언급하기도 했으니. 그때 거짓말을 한 게 들통나면 절대로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겠지.”
거부하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었다.
헤도는 검의 주인이니, 그로부터 강제로 빼앗을 게 아니라면 솔직히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물론 헤도는 지플의 인물이다. 그에게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옛 룬칸델’의 존재를 알리는 건 무척이나 거북한 일이지만, 달리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서 탑지기를 죽이거나 그로부터 검을 빼앗는 건 미친 짓이니 그게 낫기는 하겠어. 무덤은 언제 들어갈 거야?”
“지금부터 준비해서 들어가야지. 개방 과정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바깥에서 시도하는 게 좋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