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74)
제 666화
172화. 포섭 시도
티칸, 리트라 다과점.
“진 씨, 그거 알아요? 요즘 이 산드라 지플은 아주 행복하답니다.”
와그작!
산드라가 리트라 쿠키를 깨물며 말했다.
옆에 앉은 헤도는 무표정한 얼굴로 산드라의 입가에 묻은 쿠키 가루들을 닦아줬고, 진은 그들이 집사와 주인보다는 부녀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보통은 이러면 왜 행복한지 물어보는 게 예의라고요?”
“아가씨 입에서 예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참 뭐?”
“감격스럽군요. 앞으로도 쭉 예의와 품위에 대해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뭐래, 넌 생긴 것부터 예의가 없는데. 그 쓸데없이 우락부락한 근육덩어리들, 보통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거든?”
“쿠키나 그만 좀 흘리십시오. 도대체 다섯 살 때나 지금이나 왜 흘리지 않고는 드시지를 못하는 겁니까.”
“헤도가 알아서 다 해주는데 뭐하러 그렇게 해?”
“그럼 오늘부터는 도움을 드리지 말아야겠군요.”
“그러면 확 찢어 죽일 거야!”
진은 그들이 한 쌍의 희극 배우 같다는 인상마저 받고 있었다. 가만히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듣다 보면 종종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기분이 좋은데? 산드라 지플.”
“그야 요즘 들어 자기를 아주 자주 만나니까! 당연한 걸 묻기는, 하하.”
“음…… 그렇군.”
순혈 지플과, 정체불명의 초인 탑지기에게 지플을 배신하라고 말하는 일.
베라딘을 제외하면, 설마 또 다른 지플에게 그런 말을 하게 되는 날이 또 오게 될 줄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산드라가 아니라 헤도다.’
표면상 헤도는 산드라에게 절대 복종하고 있으나, 진은 그들 사이의 실질적인 주도권은 헤도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헤도는 산드라의 말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도 어지간하면 따른다.
그러나 일정한 선이 있었다. 산드라가 그 선을 넘는 요구를 하면 헤도는 절대로 응하지 않았고, 산드라 역시 욕을 하거나 조르기는 해도 그게 전부였다.
문제의 최종적인 결정권은 헤도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매번 아가씨가 그렇게 좋은 내색만 보이니 12기수가 이렇게 툭하면 오라 가라 하는 것입니다. 연애 관계라는 것도, 때로는 밀고 당기는 신비로움이라는 게 필요한 법입니다. 이래서는 진 룬칸델이 아가씨를 매력적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죠.”
“흠…… 그 말은 나름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는 것 같네. 그런데 내가 알기로 헤도는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하루는 24시간입니다, 아가씨. 그리고 저는 그중 평균 다섯 시간 정도는 아가씨와 함께 있지 않습니다.”
“그럼 그 다섯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서 연애를 했다는 것이오? 탑지기.”
진이 물었다.
정말로 궁금했다. 헤도는 말만 2등 집사장이자 탑지기일 뿐, 실제로는 지플 최고위 간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는 다섯 시간 동안 해야 할 업무나 일 또한 상당할 텐데, 그 안에 연애를 하는 게 가능한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래. 그게 이상한가?”
“조금 신기하긴 하군. 지플의 최고위 간부라는 자리가 내 생각보다 그리 바쁘지 않은 것 같소.”
“맙소사, 진 씨가 나보다 헤도한테 더 관심을 보일 줄이야! 미쳤어, 헤도!? 이렇게 꼬리를 쳐?”
“나는 최고위 간부가 아니라 그저 집사일 뿐이다, 12기수.”
“그저 집사일 뿐이라…….”
진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렇다면 이직 제의를 하고 싶은데.”
굳이 돌려 말할 필요가 없었다.
“좋아요!”
산드라는 곧장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헤도의 눈동자는 날카로워졌다.
“이직 제의?”
“그렇소.”
“지금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
“명확하게 알고 있지.”
“그렇다면 못 들은 걸로 하지.”
“헤도, 왜 또!”
“왜 또, 가 아닙니다, 아가씨. 지금 12기수는 저와 아가씨께 가문을 배신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게 어때서? 나도 전부터 그렇게 하자고 했잖아.”
“아가씨야 다소 머릿속이 오락가락하시는 감이 있으니 그럴 수 있지만, 이건 12기수가 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동맹은 어디까지나 임시일 뿐, 지플과 룬칸델은 결국 양립할 수 없는 사이입니다.”
-소타 사막에서 헤도한테 당할 뻔한 게 고작 몇 년 전이야. 그때만 해도 헤도가 진 씨와 그 일행을 모두 압도했었는데, 지금은 어때?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이길 수 있겠느냐고.
-안 될 것 같군요. 검의 정원을 홀로 헤집었으니 예상은 했습니다만, 가까이에서 직접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로군요.
-거봐! 진 씨라면 분명 가능성이 있어.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으니 헤도의 잘못은 아니야. 그러니까 저번에 내가 말한 대로 하는 게 어떨…… 아, 깜짝이야!
칼드란 설원에서 헤도와 산드라가 나눈 대화.
사실, 산드라는 이전부터 헤도에게 진의 편에 서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헤도는 완강히 거부하는 중이고 말이다.
“단지 지플과 룬칸델의 오랜 원한 관계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오?”
“그래.”
“당신은 순혈 지플이 아니지 않소. 룬칸델이나 바멀 연합에 딱히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맞아, 너는 순혈 아니잖아. 순혈인 내가 배신하겠다는데, 왜 말리고 지랄이야!”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 그런데 이제 생기려고 하는군. 아가씨의 연심을 지나치게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진 씨가 나를 이용하기는 개뿔! 그리고 이용한다고 해도, 그게 뭐가 나빠. 난 좋기만 한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건 단지 나와 연합, 혹은 룬칸델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들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오.”
진심이었다.
진은 물론 자신을 향한 산드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으며, 그녀라는 사람 자체가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지난 몇 년간 그녀와 몇 가지 사건을 함께 겪으며 일종의 동료애와, 연민을 가지게 되었다.
때문에 진은 산드라가 계속 지플에 있는 한, 그 미래는 결국 참담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산드라, 잠깐만 자리를 비켜줘.”
“그건 싫어요.”
“그냥 여기 계십시오, 아가씨.”
“이따가 저녁 만들어줄게, 30분 정도만.”
“엔야랑 차나 한 잔 마시지 뭐, 다녀올게요!”
산드라가 사라지자 다과점 내에는 진과 헤도만이 남았다. 헤도는 심기가 불편한 듯 안경을 닦고 담배를 꺼냈다.
“여긴 금연이오.”
한층 부풀어 오른 근육에 헤도의 셔츠 단추가 진 쪽으로 튕겼다. 치익, 그대로 불을 붙인 헤도는 한 호흡에 한 개비를 태워버렸다.
회색 연기가 잠시 두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
“자네가 선을 넘는데 내가 예의 차려줄 이유는 없을 것 같군.”
“그 정도는 이해하도록 하지. 탑지기, 내가 볼 때 당신은 지플이 아니라 산드라 지플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소.”
지플이 아닌 산드라 지플.
그건 헤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직감한 바였다.
그 절대적인 충심의 연원은 알 수 없으나, 헤도는 분명 지플과 산드라 지플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 후자를 고를 것이라고 말이다.
“내 말이 틀리오?”
헤도는 대답 대신 다음 담배를 꺼내 태웠다.
“그렇다는 뜻으로 알겠소. 그러니, 나로서는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소. 산드라 지플이 계속 가문에 남아 있다면, 그 끝이 어떻게 될 것 같소?”
“지금과 같겠지.”
“나는 얼마 전에 베라딘을 만나보았소. 그는 기억을 잃었고 마검사 생체 골렘이 되어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지. 산드라 또한 결국 실험에 희생되어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
“아가씨가 그렇게 될 일은 없다, 진 룬칸델.”
“당신이 산드라 지플을 지켜주기 때문인가?”
“그래.”
“이해가 가지 않는군. 당신이 말하는 보호란, 산드라를 대상으로 한 일정 수준의 실험까지는 모두 용인하는 것인가?”
산드라는 이미 생체 골렘이다. 그녀는 모종의 방법으로 시간의 권능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초재생과 더불어 마법사답지 않은 육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난 지금 산드라 지플이 가진 다소 특이한 정신 상태와 그녀가 겪은 실험들이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산드라 아가씨는 원래 이상하다. 실험과는 관련이 없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있소? 베라딘처럼 변해버리면, 그걸 과연 산드라 지플이라 할 수 있냐는 말이오.”
“그건 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판단할 문제도 아니오. 산드라 본인이 결정할 일이지. 게다가 도대체 그게 무슨 보호요? 사람이 아주 망가지지 않는 선까지의 실험은 허용하고, 그 이상은 당신이 지켜주겠다고? 정말 그딴 생각으로 산드라를 곁에 두고 있는 것이오?”
“난 오늘 내 검의 정체를 알아보고자 부름에 응한 것이지, 배신자가 될 마음으로 티칸을 온 게 아니다. 그리고 실험은…….”
어떤 기억이 떠오른 듯, 헤도의 미간이 좁혀졌다.
“……아가씨께서 원한 것이다.”
“비겁한 소리를 하는군. 설령 산드라가 그걸 원했다 할지라도, 피실험체가 되도록 내버려두는 게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테지.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도 산드라를 지키기 위해선 그녀에게 최소 그 정도의 재생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건가?”
“그럼 자네는 무엇을 해줄 수 있지?”
“뭐라고?”
헤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산드라 아가씨가 지플을 배신했다고 치지. 다음은? 자네와 바멀 연합은, 언제나 산드라 아가씨를 1순위로 지켜줄 수 있나? 연합 전체가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산드라 아가씨를 우선할 수 있겠나?”
“당연히 불가하오.”
“자네는 분명 강하지. 이제는 나보다도 강할 것이다. 그러나 로사와의 싸움이 끝나고 동맹이 깨졌을 때, 내 눈에는 여전히 자네가 지플을 이기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내가 자네 밑으로 들어가 힘을 보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당신이 생각하기에 보다 가능성이 높은 쪽에 산드라의 인생을 걸겠다, 이 말이로군.”
“그래. 네가 아니라 시론 경이 같은 제안을 했어도 나는 거부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그만 알아듣고 포기해주면 좋겠군.”
“그렇다면, 내가 지플을 완벽하게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을 때는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되겠소?”
헤도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내게 그런 확신을 준다면, 자네가 거부해도 제발 나와 아가씨를 받아달라고 빌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