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8)
제 66화
24화. 두 운명을 비틀다(1)
현재 비먼트의 마법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용들 중, 칠색조가 파악하고 있는 숫자는 총 여섯이었다.
지룡 라부스.
지룡 비르테가.
지룡 운티엘.
황룡 지브.
청룡 마두라이.
은룡 퀴칸텔.
목록을 확인한 무라칸이 낮은 탄식을 뱉었다.
“크, 이것들이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네?”
지룡 셋과 청룡, 황룡이 비먼트와 함께하는 건 전생에서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러나 은룡 퀴칸텔은 상당히 의외였다.
‘이 시기에 시간의 신과 계약한 인간이 있었나?’
은룡의 가호를 받는 건 시간의 신과 계약한 존재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화룡 카둔이 켈리악을, 풍룡 뷰렛타가 안드레이를, 흑룡 무라칸이 진을 수호하는 것처럼.
진이 전생에서 시간의 신, 올타와 계약한 마법사가 탄생했다는 소릴 들은 건 스물여섯 때다.
‘당시에 반세기 만에 올타의 계약자가 나왔다며 세상이 떠들썩했는데…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뭔가 구린 일이 있었다는 의미로군.’
구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진이 기억하기로 반세기 만에 나온 올타의 계약자는, 순혈 지플이었기 때문이었다. 순혈 지플이 비먼트에서 마법사로 활동할 필요는 없을 터.
이 문제를 어떻게 물어봐야 자연스러울지 고민하는 찰나, 무라칸이 입을 열었다.
“게다가 퀴칸텔? 비먼트에 올타의 계약자가 있다는 건가. 미물, 이거 확실한 정보냐?”
“예, 무라칸 님. 올타의 계약자가 비먼트에 소속되어 있다는 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입니다.”
“퀴칸텔이 데리고 있는 마법사 놈 가문이 어딘데? 올타가 예뻐하던 가문이 어디 보자, 라픈? 카이널?”
“아, 그게. ‘엔야’라는 이름의 평민입니다. 비먼트 마법 아카데미 재능 장학생이더군요. 심지어 아직 재학 중입니다.”
“평민이라니! 그 혈통 따지기 좋아하는 올타가? 재능이 어지간했나 보군. 아무튼 재미있구나. 아즈 밀 수호룡에 대한 행방은 퀴칸텔에게 물어보면 되겠어.”
진은 ‘평민’과 ‘재능 장학생’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췄다.
‘엔야. 전생에서 그런 이름은 들어 본 적 없다. 올타의 계약자가 될 정도면 어마어마한 잠재력이 있다는 거고, 학생이면 나이도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을 뿐인데.’
마법사들이 솔더렛만큼이나 염원하는 존재라면 불의 신 쉬누와 시간의 신 올타가 가장 많이 언급된다.
그럼에도 왜 엔야는 유명한 마법사가 되지 못했으며, 왜 진이 기억하는 올타의 계약자는 반세기 만에 등장한 것인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지플 놈들이 엔야를 처리하고 계약을 다시 치렀겠지.’
증거도, 심증도 없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알량한 배경 하나 없는 평민 장학생 하나쯤 묻어 버리는 건 놈들에겐 숨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다.
계약을 다시 치른 방법은 알 수 없었다. 그런 게 가능한지도 의문이 들었으나, 어쩐지 놈들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음,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만. 카시미르 경, 칠색조의 정보력도 대단하군요. 아까는 말씀드릴 경황이 없었지만 경이 칠색조의 수장이란 이야길 듣고 꽤 놀랐습니다.”
“룬칸델에 비할 바는 아닐 겁니다, 공자. 공자의 선의에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군요. 후우, 저도 경황이 없어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만. 공자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피차일반이죠. 유리아를 구한 이후에도 카시미르 경과 저는 함께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군요.”
“예, 한 배를 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령 딸아이의 수호룡을 찾지 못하더라도… 제가 공자를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공자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제 일처럼 하겠습니다.”
“저 또한 약속드리죠. 반드시 찾아오겠습니다.”
진이 먼저 손을 내밀어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눴다. 카시미르는 처음 딸이 위험하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와 달리 다소 진정된 모습이었다.
딸을 살리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저는 지금부터 다시 칠색조 전체를 수호룡 수색에 투입하겠습니다.”
“오냐, 애랑 잘 놀아 주고. 그럼 나는 지금 바로 다녀오겠다.”
“무라칸.”
“왜, 꼬마.”
“나도 같이 가는 게 좋겠어.”
“그러든지. 딸기파이는… 고소 공포증이 심하니 그냥 여기 있는 게 좋겠군. 좀 위험하기도 하고.”
“위험해?”
“음… 퀴칸텔이 성격이 좀 지랄 같거든. 나랑 과거도 좀 있고.”
“길리 님은 제가 직접 사람을 붙여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진 공자와 무라칸 님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입 무거운 친구들로 준비하죠.”
“이왕이면 비먼트 귀족 출신으로 붙여 주십시오.”
진이 그렇게 말하자 카시미르의 눈동자가 커졌다.
칠색조의 수장이 카시미르라는 것뿐만 아니라, 대외적 수장인 ‘7인회’가 비먼트 귀족 출신이라는 것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제가 룬칸델의 정보력을 얕본 모양이군요. 이제 와서 진 공자에게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다녀와서 뵙죠, 카시미르 경.”
카시미르가 나가고 숙소엔 다시 진 일행만 남게 되었다.
* * *
비먼트 인근 해역까지 꼬박 이틀을 날았다. 줄곧 고공으로 비행하던 무라칸이 망망대해에 이르자 서서히 고도를 낮췄다.
새벽이었다. 달 밝은 바다엔 어선 한 척 떠 있지 않았다.
진은 오는 동안 무라칸과 비먼트에 있는 용들의 관계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괜찮겠냐? 네 말대로라면… 비먼트의 용들은 대부분 네게 좋은 감정보단 악감정이 클 것 같은데.”
무라칸에 의하면, 현재 비먼트의 용들은 대부분 무라칸에게 두들겨 맞은 적이 있었다. 그의 전성기 때 허락 없이 무라칸 산 인근을 비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내 영역에 들어온 놈은 일단 맞고 시작하는 거야. 그때는 그랬어.]“잘났다, 아주.”
하지만 나머지 다섯과 달리 퀴칸텔과의 관계는 꽤나 복잡한 모양이었다. 이를테면 애증으로 얼룩진 관계인데, 과거에 오백년 정도 연애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5년 정도 만난 셈이지.]“퀴칸텔하고 말이지? 왜 헤어졌는데?”
[그냥 뭐… 성격 차이. 이제 슬슬 기운을 방출하면, 퀴칸텔이나 나머지 떨거지 중 하나는 뛰쳐나올 거야. 시작한다.]기운 방출이 시작되었지만 진은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용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기운 한 가지는, 돌고래의 음파처럼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다만 고개를 내려 바다를 보니, 무라칸이 떠 있는 지점부터 끊임없이 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신기하네. 이게 정말 비먼트 결계 안쪽까지 전해진단 말이야?’
어림잡아도 수십 킬로미터는 될 것이다. 단지 이런 기운만으로 그 거리까지 존재감을 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어련하시겠어.”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놀랍게도 무라칸의 말대로 저 멀리서부터 무언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지룡이었다.
[라부스와 운티엘이로군. 하긴, 저것들이 나한테 가장 많이 맞았지. 투구 써라.]진이 뮬타의 룬을 발동시켜 얼굴을 가렸다.
어찌나 빠르게 날아오고 있는지, 점처럼 보이다가 순식간에 용의 거대한 형상이 코앞까지 다가오는 것 같았다.
빠르다기보다는 허겁지겁하는 느낌이 더 강했다.
[무라칸-!]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무라칸이 위엄 가득한 목소리를 이어 갔다.
[지룡 라부스와 운티엘이여. 내 할 일이 있어 오랜 잠에서 잠시 깨어났으니… 그대들은 나를 도우라.]그러자 마냥 급해 보이던 두 지룡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헛기침 비슷한 걸 하며 날갯짓을 늦췄다.
[솔더렛의 친구, 드높은 산의 지배자여. 그대의 사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때가 좋지 않다네. 어서 몸을 피하시게.] [어서 피하시게! 나, 운티엘은 비먼트 해역에서 분란이 일어나는 걸 원치 않음이니. 그대를 만나 반가운 건 사실이나 계약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네.]돌연 말투가 바뀐 무라칸과 용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진은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체면치레도 이런 체면치레가 없었다.
‘그런데 몸을 피하라니, 뭔 소리야?’
무라칸이 고개를 저었다.
[하늘 아래 이 무라칸이 피할 곳은 없다. 그대들은 어째서 내게 떠나라고 하는가? 내가 두려운가? 내가 할 일이 있다고 말하였음이니.]계속해서 점잔을 빼는 무라칸.
먼저 체면을 포기한 쪽은 지룡들이었다.
[이익! 젠장, 그만! 그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고. 얼른 피해, 퀴칸텔이 너 죽인다고 난리 치고 있단 말이다!] [여기서 싸움 나면 우리 계약자들 나라 다 뒤집혀! 설마 퀴칸텔이 여기 있는 걸 알고 찾아온 건 아니지?] [그게 무슨 소리인가, 오랜 벗들이여. 시간의 은룡이 나를 해할 것이라는 말인가?] [아 좀! 제발, 오빠. 이렇게 부탁할게. 그냥 가면 안 될까?] [너 깨어난 거, 아직 다른 용들 모르지? 지금 안 가면 내가 다 소문낼…….] [두려움을 잊은 모양이로군, 하찮은 지룡들아. 천 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고 싶은 겐가?]후우웅-!
무라칸이 영기를 드러내자 일순 사방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지룡들은 무서운 게 사실인 듯, 감히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진은 이 상황이 흥미롭기도 하고, 전성기의 무라칸이 과연 대단하긴 한 모양이라고 느꼈다.
그래도 다른 용들이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일단 피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진이 일단 들어나 보자고 말하려는 찰나.
[으아아.] [난 모른다!]두 용이 갈라지듯 동시에 양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시이이잉-!
거대한 파공음을 일으키는 무언가가, 저 멀리서부터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퀴칸텔의 브레스였다.
“어. 야.”
[꽉 잡아, 꼬마.]무라칸도 급속 비행을 펼쳐 브레스를 피했다. 슬쩍 고개 돌려 바라본 브레스는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8성 마법사의 궁극 절기쯤에 빗댈 수 있는 위력.
시이이잇, 시잉!
그런 브레스가 연발로 날아들고 있었다. 무라칸은 곡예를 부리듯 밤하늘을 가로질렀고, 진은 비늘을 꽉 붙잡고 공격 방향을 확인했다.
‘브레스를 연사하면서 거리까지 좁히고 있다고!?’
밤하늘이 무색할 만큼 은빛 찬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퀴칸텔, 시간의 지평선을 수호하는 은룡.
콰득!
한순간에 바짝 붙은 퀴칸텔이 거대한 주둥이를 벌려 무라칸의 목덜미를 물었다. 다행히 비늘을 스치기만 했는데, 엉킨 채 몸싸움이 시작되니 무라칸이 금세 밀리는 분위기였다.
그녀는 테마르에게 패배해 힘을 잃은 무라칸과 달리, 아직 전성기를 이어 가고 있는 상태다.
[수장시켜 주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그 뻔뻔한 낯짝을 들고 찾아왔느냐! 네놈은 계속 잠들어 있었어야 했다.] [인사치곤 격하군.]무라칸이 퀴칸텔의 품을 빠져나오며 말했다.
“뭐야, 이거. 우리 저 괴물 같은 용하고 싸워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