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85)
제 666화
175화. 금제(2)
* * *
“오셨습니까, 제피린 님!”
“오셨어요, 대공, 언니!”
킨젤로 신본부, 부바르와 아이나스가 해맑은 목소리로 막 돌아온 간부 셋을 반겼다.
제피린과 비앙카, 란케. 세 사람은 진과 베일이 전투를 하는 틈에 아공간을 탈출해서 돌아온 것인데, 당연히 심기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제피린은 이번에도 진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엔 진이 계략을 꾸민 것도 아니고, 그저 쫓아갔다가 손실만 입었으니 더욱 짜증이 났다.
“하여간 진 룬칸델과 엮이면 무조건 피곤해진다는 말이죠. 하아, 이게 무슨 꼴인지.”
킨젤로가 전투에 끼어드는 대신 후퇴를 택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는 제피린이 단장의 힘을 쓸 수 없다는 점이고 둘째는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자꾸 사라를 외쳐대던 그 미친놈에게 진이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무리해서 그 얄미운 인간을 도울 필요는 없다는 게 제피린의 판단이었다.
“대공…… 그래도…… 이번엔…… 진 룬칸델이, 우리를…… 돕기는…… 했어. 아공간…… 찢어줬어.”
“우릴 도우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그 미친놈하고 싸우는 여파에 아공간이 찢어졌을 뿐이에요, 비앙카. 하, 어쨌거나 추후 진 경에게 제대로 된 정보 공유를 요청해야겠군요. 정황상 테마르의 무덤을 개방한 건 확실한데.”
[콜록…… 콜록!]오르갈이 기침을 토하며 회의실로 들어서자 모두가 일제히 예를 갖췄다.
“아, 우리 주인께서는 왜 또 굳이 죽어가는 몸뚱이를 이끌고 오셨을까…… 가만히 계시면 알아서 보고를 드리러 갔을 텐데 말이에요.”
[기…… 기쁜…… 쿨럭! 일이니.]“기쁜 일이라고요?”
제피린이 고개를 갸웃하자 단장의 흐릿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테마르의 무덤에서, 컥. 깨어난 존재. 베일을 보고, 쿠헉, 느낀 바가 없었나, 제피린.]오르갈의 질문에 제피린의 눈동자가 차츰 커져갔다. 이내 그녀는 주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아보았다.
“설마…… 그 미친놈이 생명의 흔적이라는 말씀인가요?”
단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피린은 반사적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생명의 흔적’을 감히 미친놈이라 표현한 자신의 불경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세상에. 정말로 진 룬칸델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 순간이 찾아왔군요!”
대업을 위한 핵심 열쇠이자 킨젤로가 그토록 오랜 시간 찾아온 존재 중 하나가 생명의 흔적, 베일이었다.
오르갈은 베일을 직접 보지 못했음에도 확신하고 있었다. 애초에 베일이 깨어나서 권능을 휘두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특유의 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또한 베일이 룬칸델의 깨어남과 동시에 해제한 역사 조작에는 오르갈에 대한 역사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그건 곧 오르갈의 권능이 돌아오는 속도가 보다 빨라진다는 이야기였다.
[제피린.]“말씀하십시오, 주인님.”
[진이, 콜록! 베일에 대해 얼마나 빨리 정보를 알게 될지 모른다. 큽, 그가 계약과 금제를 알게 되기 전에, 후욱, 우리가 선수를 쳐야 해.]“알겠습니다. 그런데 놈은 사라라는 인물에게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더군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라 룬칸델을 대신할 수 있는 걸 만들어줘야지……. 흡,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본래도 순수한 데다 상처까지 입은 상태일 테니.]“이미 진 경과 계약을 진행했을 가능성은 없나요? 복귀하기 전에 진 경과 전투를 하는 걸 보기는 했습니다만. 진 경이 제거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계약이 되었다면, 우린 또 한 번 진에게 약점을 잡히게 되겠지. 큭!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으니 제거됐을 리는 없다, 컬컬. 게다가 진 룬칸델은 그에게 들을 이야기가 많아. 설령 진과의 전투에서 밀렸더라도 베일이 탈출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또 약점을 잡힐 수 있다는 대목에서 제피린은 잠시 사색이 되었다.
“……당장 티칸으로 가서 상황부터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베일이 티칸에 없다면 수색조를 풀고, 진과 같이 있다면 극진히 모셔오도록.]* * *
안타깝게도 티칸을 찾은 제피린이 본 것은, 이미 계약이 끝나 스스로에게 금제를 건 베일의 모습이었다.
베일은 처음 깨어났을 때와 달리 평범한 인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 위 빛나는 고리와 희고 거대한 두 날개가 사라졌고, 십자였던 눈도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황금빛 머리칼만이 은은하고 신령스러운 빛을 일으키며 그가 범상치 않은 존재임을 알리고 있었다.
“베일, 저기 과자 좀 가져와서 나랑 같이 먹자.”
“……알았다.”
그 신적인 존재를 산드라는 마치 늦둥이 동생이라도 다루듯 귀여워하고 있었다.
베일은 어두운 낯빛으로 식탁에 놓인 과자를 가져왔다.
산드라가 사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한 이후부터, 베일은 그녀를 당장 찢어 죽이고 싶었으나 방법이 없었다.
계약과 금제는 절대적이기 때문. 현재 베일의 상태는 산드라에게 완벽하게 종속된 노예였다.
“5초에 하나씩 먹여주면 돼. 알았지? 넌 알아서 먹고.”
“알았다.”
“너무 딱딱해, 좀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대답을 해줄 순 없어?”
“노력해볼게.”
“음, 좋아.”
산드라가 베일을 대하는 건 아직 진과 티칸의 동료들에게도 그리 익숙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러니 그를 모시러 온 킨젤로의 간부들로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수밖에.
“……진 경,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죠?”
“머리가 아픈 상황. 보면 모르겠나?”
“저분이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데, 저 미친 생체 골렘이.”
산드라는 베일이 먹여준 과자를 씹으며 콧노래를 흥얼댔다. 그녀는 제피린이 베일을 보자마자 예를 갖추는 걸 확인하곤 일부러 얄밉게 구는 중이다.
제피린은 한숨을 푹 내쉬곤 다시 한 번 베일에게 고개를 숙였다.
“베일 님, 마계 대공작 제피린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제 주인께서 베일 님께 알려드릴 게 있으니 모셔오라 하셨습…….”
“베일, 저 악마룡 좀 치워. 거슬리네.”
“죽이라는 뜻이냐?”
“물론이지.”
치이이이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베일이 본래의 형태로 변신하기 시작하자, 진이 산드라를 말렸다.
“산드라.”
“쳇. 멈춰, 베일.”
“알았다.”
“친밀감!”
“알았어…….”
“빌어먹을! 베일 님, 어째서 이딴 생체 골렘과 계약을 맺으신 겁니까?”
“야, 악마룡. 너 지금 그 태도가 맞아? 베일한테는 깍듯하면서 나는 아주 아랫것 취급이네? 확 베일더러 절대 너네한테 협조하지 말라고 한다? 예를 갖추란 말이야, 예를.”
결국 제피린이 진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진 경, 저 생체 골렘은 당신의 말을 아주 잘 듣죠. 이런 모욕, 더는 견딜 수 없습니다. 임시 동맹으로서 경에게 정식으로 요청하겠어요. 베일 님을 우리가 모실 수 있도록 조치를 해주십시오.”
“산드라는 내 부하가 아니야, 제피린. 그리고 너희가 무슨 허튼짓을 할 줄 알고?”
“얼마 전 히스터를 살릴 때 내 주인께서 경에게 도움을 준 걸 잊었습니까? 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닐 텐데요. 우리가 수를 쓸까 염려된다면 진 경이 동행해도 좋습니다.”
베일이 산드라에게 종속된 게 어이가 없었다면, 난데없이 킨젤로가 찾아와서 베일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흥미로웠다.
잘하면 헤도와 산드라의 안전에 킨젤로를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제피린, 난 솔직히 너희가 찾아온다면 피해 보상 같은 걸 요구하거나 우리에게 베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저자세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지? 솔직하게 답해라.”
“……좋아요. 우린 이미 베일 님의 계약과 금제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 모르게 먼저 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생체 골렘이 선수를 쳤더군요.”
“아, 그렇다면 너흰 베일이 내가 아니라 산드라와 계약하는 경우는 상정하지 않았다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경에게도 물론 그렇겠지만, 우리에게 베일 님은 아주 중요한 존재입니다.”
“오르갈이 말한 생명의 부모라는 존재 때문인가?”
진은 킨젤로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집착할 만한 대상은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회담에서 알게 된바, 킨젤로의 목표는 생명의 부모와 깊은 관련이 있는 듯 보였으니까.
‘내게 지플의 성지에 관한 정보를 흘린 것도 그것 때문인 것 같았지.’
-난 진실의 계약자가 없다 할지라도 딱히 거짓을 말할 생각이 없다, 진 룬칸델. 지금 세상이 이 모양인 건, 생명의 부모가 소멸하였기 때문이지.
아마도 킨젤로가 말하는 ‘정화’에는 생명의 부모를 부활시키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을 터.
‘킨젤로는 생명의 부모를 부활시키려고 하고, 예언자는 헬루람을 재림시키려 한다…….’
이를테면, 그들의 목표는 대척점에 놓여 있는 듯 보였다. 세상을 정화하는 자와 혼돈으로 몰아넣으려는 자들.
물론 진의 눈에는 그들 모두가 멀쩡한 세상을 자꾸 괴롭히는 미친놈들처럼 보일 뿐이다. 역사를 조작해 세상을 자기들 뜻대로만 움직이려는 지플과 마찬가지로.
킨젤로는 정화랍시고 듣기 좋은 말을 하지만 결국 테러와 살인, 각종 악행을 일삼았고 예언자와 지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로사는 그 가운데에서 세상을 완전히 파멸시키려 하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문득 두통이 밀려오는 진이었다.
“맞아요. 우린 생명의 부모를 부활시키길 원하고, 베일 님은 그 중요한 단서입니다.”
“아주 시원하게 고백하는군.”
“임시라고는 해도 동맹이니까요. 베일 님은 제 주인의 회복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로사 룬칸델과 결전을 치르기 전에 주인을 최대한 회복시키는 건, 당신으로서도 필요한 일이지 않나요?”
맞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은 첫 회담 때 오르갈의 회복을 염려했었다.
어차피 오르갈과는 한 번 만날 필요가 있었다. 로사의 힘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강해지는 것 같다는 사실도 알려야 하니까.
“굳이 베일이 아니어도 최악의 경우 회복을 가속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건 이미 오르갈이 직접 말한 내용이다.”
“그래서 협력하지 못하겠다는 뜻인가요?”
“아니, 협력하도록 하지.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걸고 싶은데.”
“하, 지긋지긋한 그놈의 조건. 뭔데요?”
“산드라와 탑지기에 대한 보호. 너도 테마르의 무덤에서 대충 눈치는 챘겠지만, 그들은 이제 지플로 돌아가도 배신자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안 돌려보내면 그만이지 않나요? 지플 측이 심히 불쾌하게 여기긴 할 테지만, 어차피 좋든 싫든 로사와의 결전을 앞두고 당신과 극단적으로 반목할 수는 없습니다. 배신은 사람 관리 똑바로 못한 자기들 잘못이기도 하고.”
“돌려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결전 때까지는 배신을 했어도 중요 전력이니 문제가 없을 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너희에게도 보호를 요청하는 거다. 손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제피린은 의외로 순순히 진의 요구에 응했다.
“어차피 베일 님이 있는 한 우리로서는 생체 골렘을 보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탑지기는 보호한다는 게 우스울 정도의 사내니, 당신치고는 상당히 양심적인 조건이군요. 수락하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