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91)
제 666화
177화. 요나, 요나, 요나…….(1)
1803년 5월 6일, 무명으로부터 요나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도 요나는 그때까지도 아킨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고, 위치 또한 민가나 도시와 거리가 멀었다.
진은 연락을 받은 즉시 헤도와 베일, 그리고 비앙카 칼리고와 란케 할로비체를(그들은 왜 베일을 빨리 데려오지 않느냐고 따지러 왔다) 데리고 즉각 붉은부엉이에 탑승했다.
“진…… 룬칸델…… 우리는, 왜…….”
비앙카의 느릿한 목소리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묻어났다. 란케도 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버럭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으나, 잔뜩 언짢은 얼굴이었다.
“안타깝게도 너희 대공은 나와 거래를 했다. 오르갈이 베일을 만나게 해주는 대신, 산드라와 헤도 경을 절대적으로 보호해주겠다고 말이야.”
“아…… 보호. 그런데…… 절대적이라고는 하지 않았…….”
“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대신 우리 거래는 파기되는 거지.”
“앗…… 으으.”
비앙카가 답답한 듯 머리를 감싸 쥐자 결국 란케가 벌떡 일어서며 인상을 구겼다.
“아, 거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우리가 무슨 네놈 노예야? 보호를 받고 싶으면 얌전하게라도 있던가, 쓸데없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까지 우리더러 책임을 져달라니?”
“란케 할로비체, 저번에 덜 맞은 모양이지. 이렇게 용기 있는 발언을 하는 걸 보니 말이야.”
“이익! 내 비록 네놈에게 한 번 패배했다고는 하나. 나는 위대한 마계 4대 공작가 할로비체가의 1공자이자, 마계 북부와 그 생명들의 통치자이며 트나 산과 카리온 산의 주인이다! 힘에 굴복해 긍지마저 버리지는 않아!”
“그러냐?”
“라, 란케.”
“이건 명백히 과도하고 부조리한 요구다. 비앙카 칼리고, 너도 멍청이처럼 말만 더듬고 있지 마라. 이건 우리 4대 공작가의 명예가 걸린 문제란 말이다!”
“명예…….”
“좋아, 명예라. 말 한번 잘했군. 거래에 따라 나를 돕는 게 그렇게까지 싫다면, 이건 어떠냐? 란케, 칼드란 설원에서 내가 아니었으면 네놈은 끝장이 났다. 힘이 다해 거적때기처럼 누워 있던 네놈을 구출한 게 누구지?”
“너다!”
“알면 닥치고 협조하도록. 명예로운 일이지 않나, 은인을 돕는 것이니.”
“은인은 얼어 죽을, 우리가 칼드란 설원에 갔던 이유도 네놈 때문이잖아!”
“그건 로사와의 결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저 내 개인사가 아니라 임시 동맹들 모두가 나서는 게 맞는 일이었다는 뜻이지. 지금도 마찬가지다. 요나 누님은 살수들 사이에서 신으로 통한다. 로사와 결전을 치를 때 당연히 큰 도움이 되겠지?”
“납득 된다는 듯 고개 끄덕이지 마, 비앙카. 좋아, 진 룬칸델. 이게 임시 동맹의 일이라면 지플은 왜 없지? 저 근육덩어리를 빼냈으니 부르기 부담스럽더냐? 대의를 위한 일인데도?”
“지플은 장소를 제공하고 있잖아. 그렇게 싫으면 너는 빠져. 돌아가서 너희 단장한테 상황을 설명해주면 아마 아주 잘했다고 할 거다. 그리고 내 생각에, 네가 자꾸 떠드는 건 일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요나 누님이 두려워서인 것 같은데.”
“뭐라고?”
“인지하기도 전에 널 죽일 수 있는 상대라면 두려울 수 있지, 뭐.”
“하, 좋아. 날 꺾은 후로 내가 아주 우습게 보이는 모양인데, 오늘 증명해주마. 이 란케 님은 강하고 유용하다. 하지만 오늘 이후 네놈의 장난질에 놀아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걸 알아둬라.”
“좋아, 좋아, 아주 훌륭해.”
란케는 자존심 때문에 빼지 않았고, 비앙카는 끌려온 이유를 이해한 듯했다.
‘참 다루기 쉬운 놈들이야.’
마족은 다 이렇게 멍청한가 싶을 정도였는데, 헤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앙카나 란케 같은 이들이 이런 안타까운 지능을 갖고도 마계에서 추앙받은 건, 분명 그걸 상회할 만큼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마족의 강자들까지 데려오게 되었으니, 진으로서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진, 헤도, 베일, 비앙카, 란케에 오울과 무명의 최고 살수들까지.
사실 이 정도 파티라면 세상에 감당하지 못할 존재가 거의 없었다. 시론과 흉신이 된 로사를 제외하면 홀로 이들을 모두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붉은부엉이는 언제나처럼 그들을 순식간에 아킨의 숲으로 데려다주었다.
“왔느냐, 12기수. 상당히…… 독특하고 든든한 조합이로군.”
오울은 베일의 정체와 킨젤로가 함께 온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진이 설명해주자 그는 매우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나가 혼기 폭주로 더 강해졌다고 한들 괜찮겠구나.”
만약 목적이 요나를 죽이는 것이라면 진 혼자서도 충분했을 테지만, 제압은 배 이상의 힘이 필요했다. 그녀는 강할 뿐만이 아니라 특수한 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도 진이 이끌고 온 파티는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한데, 상황이 길어지면 반드시 지플이 올 것이다. 그때 헤도 경의 배신이 문제가 되어 지플이 훼방을 놓을 수도 있을…… 뭐, 그것도 상관없겠군. 로사와의 결전을 앞두고 여기 있는 자들과 전쟁을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하물며 켈리악도 멀쩡하지 않은 상태니까.”
“그렇습니다, 오울 님. 이미 지플에 이 상황에 대한 서신을 보내두기도 했습니다. 슬슬 도착했겠군요. 그들로서도 차라리 영토에 피해가 커지기 전에 요나 누님이 잡히도록 협조하는 게 나을 겁니다. 억울하고 분하겠지만 말이죠.”
낯짝이 적당히 두꺼워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또한, 이 정도 억지를 부리고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말이었다.
오울은 새삼 눈앞의 진이 이제 세계의 정점들과 견줘도 모자람 없는 인물이 되었다는 걸 느꼈다. 불과 몇 년 사이, 진은 진짜 거물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하이란 제2성에서 봤을 때보다 경지가 한 단계 더 올랐군…….’
오울이 베일을 쳐다보았다.
“벽을 하나 더 부순 건, 베일 경을 만났기 때문인가?”
“베일 경도 있지만, 로사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강해지는 속도보다, 로사가 완전해지는 것이 더 빠릅니다.”
베일과 싸울 당시 로사는 잠시 파들러의 눈을 통해 진을 내려다보았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진은 그녀의 힘을 선명하게 느꼈었다. 그녀는 분명 오르갈의 예측을 벗어나고 있었다.
“……끔찍한 이야기로군. 그래서 천 년의 원수들마저 힘을 합치고 있기는 하지만.”
저 멀리 앞에 펼쳐진 숲을 가리키는 오울.
“요나는 현재 저 숲 어딘가에 있다. 몇 차례 교전이 있었으나 포위선을 뚫지는 못했어. 혹은…… 우리를 한꺼번에 다 죽일 가장 좋은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느낌이지. 교전이 있을 때마다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감각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마지막 교전에선 오울과 비젠이 동시에 요나와 조우했는데, 단 일격에 비젠이 죽을 뻔했다.
“그렇다면 우선 숲 전체를 불태워서 찾으면 되겠군.”
베일이 말했다.
“베일, 그렇게 하면 반드시 민간 피해로 이어진다. 아가씨의 명령을 잊은 거냐?”
헤도가 답하자 베일은 짜증 나는 듯 미간을 좁혔다. 알아서 할 테니 닥치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산드라의 명령엔 헤도를 잘 따르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색은 저와 헤도 경, 오울 님만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나머지 인원은 각각 포위선 주요 지점에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탄이 터지면 즉시 해당 위치로 진입하고요. 혹 누님이 우리가 진입한 걸 알고 도주하려는 정황을 보이면, 베일 경이 추격할 수 있을 겁니다.”
베일이 힘을 개방하자 머리 위에는 고리가, 등에는 날개가 형성되며 황금빛 기운이 흘러넘쳤다. 그는 매보다도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었다.
“내 생각도 그게 좋을 것 같군. 어차피 포위선에 있는 살수들에게도 신호탄이 있으니, 어느 쪽으로든 합류는 편할 것이다. 그리고 베일 경은…… 연락망 역할도 수행해주면 좋겠소. 기동성이 압도적일 테니.”
“하, 내게 명령질을?”
“베일, 얌전히 따라라. 꼭 매번 내가 한 번 더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인가?”
“쳇!”
그렇게 일행은 흩어지고 진과 헤도, 오울이 숲으로 들어섰다.
다른 이들과 달리 진은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곳곳에 남아 있는 요나의 미약한 혼기를 느꼈다.
“남은 혼기가 너무 약하고 어지럽긴 하지만, 잘 읽으면 요나 누님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느껴진다는 말인가?”
“예, 언젠가부터 이상할 만큼 혼돈에 대한 감각이 높아져서 가능한 일입니다, 오울 님. 제가 대략적인 동선을 유추할 테니, 경께선 제가 판단이 어려워질 때마다 조언해주십시오.”
본격적으로 요나를 수색하기 시작하니, 자꾸 어지러워지는 마음을 간신히 다스렸다.
요나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 그녀를 제압해서 데려와도 달리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누님은 잘 이겨내고 계실 것이다. 지금까지 민간인을 아무도 죽이지 않은 것부터 누님이 저항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여기서 놓치지만 않으면, 누님은 반드시 돌아올 수 있어…….’
수색이 두어 시간쯤 이어졌을 때, 별안간 진이 걸음을 멈추며 주위를 살폈다. 얼굴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여실히 드러났다.
“12기수, 혹 뭔가 잘못된 것이냐?”
“……오울 님, 갑자기 혼기의 종류가 늘었습니다.”
“뭐?”
“지금 이 숲에 혼기를 사용하는 존재가 요나 누님 하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럴 리가. 포위선은 하이란 제2성에서 너를 만난 이후 계속 유지되었다.”
“누군가가 포위선을 뚫고 숲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혹은 처음부터 숲에 요나 누님 외의 혼돈 사용자가 있었다거나.”
“전자는 아예 가능성이 없다. 나와 최고 살수들이 포함된 포위선이니, 무력으로 뚫는 건 몰라도 잠입은 절대로 불가능해. 나나 요나와 같은 수준의 능력을 갖춘 누군가가 또 존재하지 않는 한. 후자는…… 잠깐, 설마?”
불현듯 무언가를 떠올린 오울의 눈동자가 커졌다. 진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짜 요나라면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그간 우리가 교전한 게 가짜 요나일 수도 있겠군.”
“제가 새로 찾은 혼기는 기존에 느끼던 것과 아주 미묘한 차이만 있습니다. 하이란에서 마주친 가짜가 숲에 잠입한 겁니다.”
그렇다면 가짜 요나가 무명보다 먼저 숲에 있었거나, 본신의 능력이나 예언자의 굴을 통해 포위선을 뚫고 잠입했다는 것이다.
즉, 숲에 존재하는 요나는 진짜와 가짜를 포함해 여럿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짜들이 숲을 찾은 이유는, 몇 되지 않을 터였다.
“진, 그게 사실이라면 진실의 계약자가 필요하지 않겠나?”
헤도의 말에 진은 고개를 저었다.
“가짜 요나가 다수일 경우 유리아를 보호하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기운이 두 종류니, 진짜 누님과 가짜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제압한 후 일단 그것으로 구분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