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94)
제 666화
177화. 요나, 요나, 요나…….(4)
혼돈의 장막이 다시 닫힌 후 소환된 마물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놈들의 기운에 장막이 일그러지며 시야를 어지럽혔고, 요나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물들을 이용해 누님과 가짜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생각이었나, 조슈아 놈…… 하나부터 열까지 저열하지 않은 구석이 없군.’
조슈아는 진 정도의 경지에 올라보지 못했으니, 세 사람에게 이런 얄팍한 계책이 통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이런 장난으로는 초인들의 감각을 교란할 수 없다. 물론 요나와 가짜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극히 사소한 변수만으로도 위협이 될 수 있으나, 그마저도 일행을 상대로는 어림없었다.
“이것 참. 저런 걸 2기수랍시고 대우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겠구나, 진.”
“여러모로 곤욕이긴 했습니다.”
가장 먼저 헤도가 앞으로 나서 검도의 경지를 펼쳤다. 파도처럼 퍼지는 검기가 마물들을 뒤덮으며 눈부신 빛을 일으켰다.
마구잡이로 튀어 오른 뼈와 살점이 비처럼 쏟아지는 와중, 요나들 중 셋이 동시에 오울을 노렸다. 그는 진과 달리 곧장 진짜를 구분해낼 수 없기에 공격을 쳐내기만 했다.
“누님과 가짜들을 상대로는 계속 수비만 해주십시오. 제가 하나씩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다.”
검도에 휩쓸린 마물들의 잔해가 다시 모여 또 다른 괴수를 형성하고 있었다.
헤도의 도륙보다 놈들의 재생이 더 빠른 모양새.
헤도는 그 사실이 언짢은 듯(또한 임시로 가져온 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미간을 찡그리며 한층 더 힘을 끌어올렸다.
다만 그 힘을 함부로 휘두르기가 애매했다. 마물의 증식을 막기는 해야 하는데, 지금보다 위력을 배가시키면 자칫 요나들이 휩쓸릴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근접전으로 해결을 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진이 감당해야 할 범위가 늘어나서 귀찮아질 텐데.’
헤도가 고민하려는 찰나, 별안간 오울의 소매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머리카락보다도 가느다란 수천 갈래의 실이었다.
하나하나 모두 오울의 기운을 머금은 실들이 마물들을 아무렇게나 움켜쥐었다.
오울은 버티지 못해 그대로 분해되는 마물이 보이자 힘을 조절해 묶어두는 섬세한 제어까지 선보였다.
“오. 한결 편해지겠소, 무명왕. 아까부터 그대의 능력에 놀라고 있소이다.”
“본래 가짜들을 속박하려고 아껴둔 것인데, 진이 구분할 수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소.”
초인들이 덕담을 나누는 사이 진은 한 명의 가짜를 더 베어냈다.
‘이제 남은 건 누님과 가짜 다섯인가.’
그때부터 요나들은 함부로 진을 노리지 않았다.
상황을 계산한 게 아니라 본능이었다. 진이 싸워본바, 요나들은 현재 이성이 없는 상태였다.
그들은 맹목적으로 조슈아의 명령만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만일 지금 가짜들이 요나가 혼돈에 폭주하기 전 수준의 판단력을 갖고 있었다면 진도 약간은 버거웠을 것이다.
화르륵……!
진의 흐릿한 마검이 횃불처럼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요나들은 그 검을 주시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검의 불에 시선이 머무는 순간 몸 속 어딘가가 불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자신의 검에 그런 힘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진이 먼저 요나들을 찾기 시작했다. 브라다만테가 아공간 곳곳을 벨 때마다 요나들의 모습이 잠시 드러났다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래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 실제로 진은 한동안 가짜들을 죽이지 못하고 아공간을 탐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진은 바로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자 각 세력의 강자들을 데려왔다.
츠아아악-!
진이 종으로 검을 휘둘러 아공간의 한쪽을 완전히 찢어냈다.
“엑!”
“까, 깜짝……이야…….”
그와 동시에 란케와 비앙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흠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막 근처에 도착해서 아공간을 뚫으려던 참이었다.
“왔군.”
“그, 우리가…… 온 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어? 아, 답답해. 비앙카, 말을 좀 빠르게 할 순 없는 거냐? 도저히?”
“어떻게 알기는 어떻게 알아. 기운을 읽었다.”
“기운을 읽었다고?”
“기운을…… 읽었어……?”
란케와 비앙카는 서로를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혼돈의 장막 때문에 안쪽에서 흐르는 기운을 감지할 수 없던 것이다.
“아무튼 빨리 들어와서 누님과 가짜들을 압박해. 방어만 하면서 몰아붙이라는 뜻이다.”
“공격이 아니라 방어만 하면서 어떻게 몰아붙이라고?”
“내가 압박하고 있으니 할 수 있어. 그리고 한 번 더 말하는데, 행여 진짜 누님이 다치기라도 하면 재미없을 거다. 자, 그럼 힘내자고.”
란케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비앙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막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추가되자 요나들은 아예 숨는 것에만 전념하기 시작하는 형세였는데, 진은 슬슬 그들이 도망치리라고 확신했다.
‘킨젤로들이 들어온 입구가 수복되지 않고 있다. 아마 베일이 조슈아를 찾아 교전 중이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일 테지.’
베일이 열었을 때는 곧장 복구되었다. 그때는 조슈아가 이곳으로 계속 혼기를 흘려보내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그는 분노한 베일을 상대하느라 이쪽을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진은 자신이 만든 휑한 입구를 지키지 않는 척했다. 일부러 입구로부터 찬찬히 멀어지며 요나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린 것이다.
본능만 남은 요나들은 너무나 쉽게 함정으로 달려들었다. 한 가짜가 진이 등을 돌린 순간 은신을 해제하며 입구로 돌진하고 있었다.
물론 가짜는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없었다.
프즈즈즛!
진이 미리 입구에 심어둔 마력이 얼음 방벽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가짜는 그 순간 검을 뻗어 방벽을 부수려 했으나, 그 틈에 진에게 뒤를 잡혔다.
“어딜.”
브라다만테가 가짜의 등을 관통했다. 가짜는 파르르 몸을 떨다 산화하며 검은 덩어리를 남겼다.
“또 나가고 싶은 가짜?”
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남은 가짜는 넷, 머릿수가 줄어들 때마다 요나들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었다.
아공간 중앙 부근에서는 여전히 헤도와 오울이 내단 마물들을 제압하는 중이고, 란케와 비앙카는 진의 불이 요나를 찾아낼 때마다 그들 앞으로 쇄도해 벽을 쳤다.
“못, 가…… 진짜…… 나올…… 때까지.”
“어휴, 저 바보는 끝까지 우리 일처럼 돕고 있네.”
찬찬히 주위를 살피는 진. 이대로라면 삼십 분 내로 남은 가짜들을 처리하고 요나를 데리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좋은 예감은 잠깐뿐이었다.
돌연 혼돈의 아공간이 불안정하게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 이봐! 아공간이 폭발할 것 같은데?”
란케가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아공간이 폭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다.
아공간에 문제가 생긴 이유야 뻔했다. 조슈아가 마지막 발악으로 재를 뿌리는 것.
‘조슈아, 이 새끼가 끝까지 이러는군. 베일 경한테 두들겨 맞다가 자폭을 선택한 모양이지.’
그렇다면 빠르게 작전을 바꿔 대응해야 했다.
“전부 다 흩어져서 할 수 있는 한까지 폭발을 막아!”
아공간 폭발의 규모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숲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고, 어쩌면 저 멀리 민가까지도 피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
진이 외치자 헤도와 오울, 비앙카와 란케가 각각 사방으로 퍼져서 자리를 잡았다.
요나들도 아공간의 갑작스러운 붕괴가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들은 산불에 갇힌 짐승들처럼 괴성을 지르며 아공간 곳곳을 마구잡이로 뛰어댔다.
그리고 진은 자신이 가진 모든 감각을 끌어올렸다.
‘폭발의 위력이 아무리 커도, 저 네 사람이 전력으로 막는다면 민가까지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은 누이를 찾아 보호해야 했다. 지금의 그녀는 이만한 폭발로부터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
설령 있다 할지라도 그건 요나가 아니라 혼돈의 힘이다.
혼돈의 힘은, 요나의 육신이 붕괴되는 순간 자연스레 그녀를 잠식해 회복시킬 터. 즉, 진이 가장 경계하는 신체 변형이 일어난다는 뜻이었다.
쿠르르르……!
아공간을 이룬 혼돈이 한 점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약 5초 뒤면 모든 힘이 응집되어 터질 것이다.
진은 그 안에 가짜들 사이에서 진짜를 찾고, 그녀를 붙잡기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나머지 강자들, 특히 요나를 진만큼이나 끔찍이 아끼는 오울이 그녀를 찾는 대신 폭발을 감당하라는 걸 순순히 따른 것엔 다 이유가 있었다.
확신한 까닭이다. 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이다.
진이 전방으로 돌진하며 몸을 던졌다. 마치 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붙잡는 것처럼.
“누님!”
요나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으나 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하마터면 요나의 검에 복부를 찔릴 뻔했지만 다행히 쳐낼 수 있었다.
이어 아공간이 폭발하자 요나는 눈을 질끈 감았고, 진은 그녀를 안은 채 보호막을 펼쳤다.
콰아아아아……! 크두두둑!
남매에게 아귀처럼 달려든 가짜들의 몸이 분해되고 있었다.
[키아아아악……!] [칵!]아공간의 화기가 그들이 남긴 검은 덩어리까지 태워버렸다.
머리가 터질 듯한 굉음과 함께 시작된 폭발은 그로부터 무려 오 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강자들이 쉴 새 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보호막을 펼쳤고, 진은 마침내 막냇누이를 지켜낼 수 있었다.
“다들 무사한가?”
가장 먼저 헤도가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무사하오. 경이 가장 많은 폭발을 감당했는데, 잔상처 하나 없군.”
“나도 그대보다 뛰어난 점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보아하니 킨젤로의 간부들도 멀쩡한 것 같군. 음, 저 친구는 아닌가?”
“허억, 헉…… 이게 무슨 개고생이야, 뒤지는 줄 알았네!”
“란케…… 허약해…… 막을 만……하던데.”
“이게! 컥, 꺽!”
버럭 소리를 지른 란케가 핏물을 토하며 쓰러지자, 비앙카는 허둥지둥 그를 부축해주었다. 진은 그들의 뒤편에서 여전히 요나를 안고 있었다.
목과 등에 상처가 가득했다. 요나는 여전히 폭주한 상태인지라 계속 진을 할퀴어댔는데, 그래도 진은 그저 기쁠 뿐이었다.
“누님. 이제 갑시다, 집으로.”
요나는 괴성으로 대답했고 진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엔 막 이곳에 도착한 지플의 함대가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