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10)
제 777화
180화. 각자의 싸움(1)
* * *
진이 디푸스의 차원 이동으로 전장을 벗어난 그때, 리칼튼 중심부에 남은 동료들은 포로들을 구출하고 있었다.
“끄아아악!”
“우, 으윽…….”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멀 연합의 일원이 열매를 하나 가를 때마다 비명과 울음, 감사의 인사가 뒤섞여 쏟아졌다.
열매마다 약 50명.
지상에 떨어진 열매 대부분은 그중 3할 정도의 포로만이 살아 있었다. 그보다 많은 생존자가 갇힌 열매가 없지는 않았으나, 껍질을 갈라도 아무 반응이 없는 열매가 더 많았다.
“티칸 수비대장 알리사 뱃저입니다. 바깥으로 나와서 저쪽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세요!”
“바멀 연합 길리 맥로란입니다,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세요. 거동이 불가한 분들은 여러분이 직접 챙겨주셔야 합니다. 힘들겠지만, 침착하게 움직여주세요.”
“안녕? 노다브 사르생이야. 혹시 여기 우리 팬클럽 회원 있니? 아, 지금 그럴 때가 아니지. 저기로 가, 저기. 너희 살려주러 왔어!”
“귀신대장이오, 저기 파란 빛이 보이지? 어떻게든 저곳까지 가. 그러면 우리 마법사와 기사들이 여러분들을 보호해줄 거니까…….”
지옥이 바로 여기다.
동료들은 그런 마음으로 쉴 새 없이 뛰고 있었다.
이미 바닥에 떨어진 열매가 족히 수백은 되는데, 성 근처의 나무들은 계속 열매를 털어내는 중이었다.
포로들이 집결하는 파란 빛은 발레리아가 펼친 거대한 기록 창이었다.
그녀와 콰울, 엔야, 헤도는 구조에 참여하는 대신 집결하는 포로들을 지키며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이었다.
“발레리아, 신호탄이 터지자마자 갑자기 진의 기운이 사라졌다. 기록 창에 나타나는 바는 없나?”
“지금 얘는 집중 중이라 대답을 못 해! 잠깐 기다려봐, 내가 기록 창을 읽어볼 테니.”
콰울이 헤도의 말에 대신 대답하며 기록 창을 살폈다. 그의 말대로 발레리아는 전장 전체의 기록을 추출하느라 아예 타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태였다.
“여기 있군. 디푸스 룬칸델과 흉신의 권능을 통해 이동을…… 음, 진이 이동한 지역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 글자가 희미하게 조합되려고 하는 걸 보니 시간이 지나면 창에 나타날 거다.”
헤도는 진이 전장을 이탈한 게 조금 찝찝하기는 했으나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흉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는 한, 휴페스터에 그를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없을 터였다.
‘지플과 킨젤로의 함대가 늦어지고 있다. 그 말은 즉 그쪽도 흉신의 군대, 그중에서도 초인급 강자가 섞인 전력을 상대하고 있다는 뜻……. 진이 그들 모두를 감당하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4기수는 일대일 싸움을 위해 진을 유인한 건가.’
벌써 백여 명에 달하는 포로들이 기록 창 근처에 도달했고, 그보다 훨씬 많은 포로들이 시커먼 벌판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일이 너무 수월하게 풀리는군, 헤도. 혼돈의 병력이 이상하리만치 보이질 않아.]퀴칸텔이 열매 하나를 조심스레 지상에 내려두며 말했다.
“꼭 그런 말을 하면 문제가 생기더군요, 퀴칸텔 님. 지금처럼 말이죠…….”
헤도가 검을 뽑으며 말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리칼튼 성의 정문. 그곳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한 여인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예언자, 일리나 룬칸델.
헤도는 곧장 그쪽으로 검도를 퍼뜨렸는데, 일리나는 안개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형상을 되찾으며 옷을 털었다.
헤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담배를 물었다.
[빌어먹을, 그러네. 정황상 저게 예언자인 것 같은데.]“성가신 놈이 나왔군요. 무인이나 마법사는 그냥 싸우면 그만인데, 저런 건 보통 진처럼 특수한 힘이 있어야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으니.”
문제는 전투력이 아니라 상황의 불리함이다.
포로들을 지키며 싸워야 하는 데다 일리나의 능력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리칼튼을 찾아주신 인세의 용사 여러분. 포로 구출은 즐겁게들 하고 계신가요?]일리나의 증폭된 목소리가 전장을 가볍게 울렸다.
헤도는 못처럼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고, 동료들은 포로들이 공포에 질린 탓에 구출이 더뎌졌다.
[대답이 없는 걸 보아하니 별로인 모양이네요. 자, 그래서 제가 여러분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답니다!]짝짝!
일리나가 손뼉을 치자, 별안간 포로를 묶어둔 나무들의 가운데 원이 생겼다.
‘눈’이었다. 이어 나무들의 몸통이 옆으로 펼쳐지며 팔과 다리를 꺼내드는 기괴한 모습이 이어졌다.
[미친…… 저게 나무가 아니라 일종의 괴물이었단 말인가?]방금까지 나무로 보였던 괴물들이 웅크린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열매가 맺힌 부분은 머리와 머리칼 같았고, 지하에 뿌리처럼 박혀 있던 다리가 펼쳐지자 괴물들은 하나하나가 리칼튼 성보다도 거대한 몸집이었다.
[제가 가주께 도움을 받아 만든 거신수들이랍니다. 다들 묘지 거인을 상대해보셨죠? 걔들하고 비슷해요. 다만, 머리의 열매에 인간들을 좀 주렁주렁 달고 있을 뿐. 일종의 장신구라고 할까요?]즉, 일행이 거신수를 파괴하는 일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뜻이다. 까딱하면 일행의 공격에 거신수의 열매들도 같이 박살이 날 테니까.
[머리 아프게 됐군. 그런데, 헤도. 저 예언자라는 놈…… 우리를 제거할 힘은 없는 모양이다.]“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동료들 대부분은 급격히 마음이 조급해지는 느낌에 휩싸였으나, 헤도와 퀴칸텔은 침착하게 상황을 읽었다.
“시간을 벌려고 수작을 부린다는 느낌이 강하군요. 포로를 구하는 걸 어렵게 만들면서. 혼돈의 군대가 적은 것도 그 이유일 겁니다. 다수의 병력과 난전을 벌이면 포로들이 소모되는 속도가 너무 빠를 테니, 우리가 조심하며 싸울 이유가 없어진다는 걸 알고 있는 겁니다.”
[이제 와서 이미 진과 전투에 돌입한 디푸스의 회복 때문에 시간을 끄는 건 아닐 테고, 목적은 흉신의 운신이겠군. 뻔히 보이는 쇼를 하는 걸 보아하니 저쪽도 나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건가.]“전술적으로는, 당장 모든 포로를 포기하고 진격해서 저자의 의도를 어그러뜨리는 게 나을 겁니다. 그러나 그건 진의 방식이 아니겠죠.”
[벌써 바멀 연합스러운 말을 하는군. 적응이 빨라.]“추후 진이 괴로워하면 산드라 아가씨가 난리를 치실 게 우려스러워서 말입니다. 진격했다가 함정의 함정에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우선 임시 동맹들이 올 때까지 침착하게 대응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충 수가 떠올랐으니.”
그우우우욱!
거신수들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놈들이 움직일 때마다 어두운 저음의 울음소리와 나무가 비틀리는 불쾌한 소음이 퍼졌다.
그중 하나가 지상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라타를 노린 것이었는데, 그는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하며 충격파에 튕긴 포로 몇 사람까지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모든 동료가 라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막내 사단처럼 상대적으로 무위가 부족한 이들은 거신수의 공격을 피할 때마다 치명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럼, 거신수들과의 만남이 부디 여러분께 더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하길 바라며.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예언자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리칼튼 성으로 돌아갔다.
“퀴칸텔 님. 율리안과 흑왕단장을 데려와 주십시오.”
퀴칸텔은 순식간에 전장을 뛰고 있는 그들을 찾아왔다.
“율리안, 너는 지금부터 지상 포로 구출에서 빠진다. 대신 흑왕단장과 같이 움직이면서 거신수에 붙어 있는 열매들을 수확해.”
율리안이 뇌궁 하르밀라로 거신수에 맺힌 열매를 떨어뜨리고, 발카스가 그걸 기록 창 근처로 옮긴다.
헤도는 거신수에 붙은 포로들을 그런 식으로 구할 계획이었다. 율리안의 사격 능력과 발카스의 힘을 이용해서 말이다.
“흑왕단장, 열매를 여기까지 완벽하게 가져올 필요는 없소. 가능한 먼 거리에서 던지면 내가 모조리 받아낼 것이오. 또한 너무 정확할 필요도 없소, 나를 좀 벗어나는 쪽에 던지더라도 검풍을 일으켜서 받을 수 있으니.”
“알겠소.”
그게 가능한가, 발카스는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헤도의 괴력을 떠올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발카스가 특히 고생하겠군. 거신수의 열매를 확보하면서 아군 엄호에도 신경을 써야 할 텐데.]논외급 초인인 헤도를 제외하면 발카스는 일행 중 유일한 10성이니 아군 보호에도 많은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흑왕단장이 아주 버겁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후우웅-!
별안간 헤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허공을 베었다. 빛처럼 쏘아진 검도가 지상으로 떨어지던 거신수의 팔목을 후려치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 거신수는 본래 메사 밀카노를 노리고 주먹을 내리친 것이었으나, 검도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이런 식으로 제가 전장 전체를 아우르면서 아군을 보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
헤도는 자리를 떠날 수 없다. 그가 움직이는 순간 이곳에 모인 포로들은 죽은 목숨이었다.
게다가 구출된 이들이 집결할 곳도 사라지며, 발레리아와 콰울의 분석에도 차질이 생긴다.
동료들은 감탄했으나 헤도는 아쉬웠다. 차라리 자신이 디푸스를 맡고 진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예언자가 이런 수작을 부릴 수는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놈들도 그런 걸 계산하고 진을 빼돌린 것일 테지.’
거신수의 숫자는 총 여덟. 헤도는 놈들의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냥 무력이기에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최대한 많은 포로들을 구하면서 동맹이 올 때까지 버티도록 하죠. 리칼튼 성 침투 인원도 하나 필요합니다. 그건 메리 룬칸델, 7기수가 적임자일 것 같군요.”
[전달하도록 하겠다.]“엔야 양은 지금부터 후방에만 집중해. 내가 후방은 아예 신경을 쓸 수가 없을 것 같구나.”
“네, 걱정 마세요. 헤도 경!”
그가 몇 번 더 원거리 지원으로 거신수들을 주춤하게 만들자 동료들은 다시 포로 구출에 집중할 수 있었다.
헤도의 검기가 계속 리칼튼 성과 집결지 사이에 빛나는 끈처럼 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