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57)
제 777화
186화. 바멀 연합과 민체 대장장이 협회의 겹경사(1)
모루의 난데없는 극단적인 저자세에 일행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심지어 모루는 이제 무릎을 꿇은 것도 모자라 아예 넙죽 엎드려서 절을 올리기까지 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바닥에 뚝뚝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모루는 나름대로 우두머리의 품격을 지키며 감격하는 것이었다.
옆에 엎드린 협회원들은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으니까.
‘미친…… 일이 예상보다도 훨씬 더 잘 풀리는 것 같으니 좋기는 한데, 최소한의 확인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
‘이 건방진 놈들이, 피콘 민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이렇게까지 한다고? 울어?’
현 시간부로 이 섬의 모래 알갱이 하나까지도 모두 피콘 민체의 소유다…….
진은 그 말을 곱씹으며 황당한 마음을 억눌렀다.
정말 대장장이의 섬에 바멀 연합의 보유량보다 많은 강철이 존재한다면, 킨젤로에 아쉬운 소리를 할 일 따위는 없을 터였다.
[전부 다 주겠다고?]“물론입니다!”
[정말 괜찮겠나?]“피콘 님, 우리 민체 협회는 오로지 피콘 님의 뜻을 진심으로 이어받을 각오가 된 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천 년 전, 피콘 님께서 하신 말씀은 아직도 우리 가슴에 뜨겁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사실 피콘은 그걸 묻고 싶었으나 흠흠 헛기침을 하며 모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장간을 떠나지 말라. 오로지 무기를 벼리는 일에만 몰두하라.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그건 천 년 전 피콘이 종종 제자들에게 했던 말이었다.
물론 피콘이 말한 ‘주인’이 자신을 뜻하지는 않았다.
당시 피콘은 재능이 부족한 제자들이 낙담하는 것을 지켜보고는, 세상 어딘가엔 너의 무기를 최고로 생각할 사람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매진하라는 차원에서 그 말을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역작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기도 했으니까.
피콘이 죽은 후, 오십 년 정도는 그 의도가 후대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처음 피콘이 한 말은 차츰 변질이 되었는데, 그 내막을 모르는 모루는 피콘의 말뜻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었다.
“저희 협회는 이 세상의 대장장이들을 한 단계 진보시켜 줄 수 있는, 따라서 정녕 피콘 님의 환생이라 할 만한 자가, 그런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려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회는 지난 천 년 동안 철왕鐵王을 정하지 않은 채 3인 관리 체계를 지켜왔습니다.”
철왕은 또 뭔데……?
피콘은 그 질문도 참으며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희가 내 뜻을 잘 지켜왔구나, 그런 표정을 지었다.
피콘이 살아 있을 땐 철왕이라는 직책이 없었다.
피콘을 상징하는 말도 전설의 대장장이였고 말이다.
어쨌거나 모루의 말에 의하면 지금껏 협회의 수장들로 알려진 불, 모루, 망치는 모두 임시에 불과했다.
모두가 피콘의 후인이라 인정할 만한 대장장이가 탄생하기를 기다리며, 진짜 수장인 철왕의 자리는 줄곧 비워두고 있던 것이다.
그러던 중 피콘의 후인도 아닌, 피콘 민체 본인이 직접, 그것도 대장장이의 신이 되어 협회를 찾아왔으니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협회의 입장에선 천 년이나 기다려온 철왕이 마침내 재림한 셈이었다.
[음…… 훌륭하구나.]이내 피콘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하자 모루와 협회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하나같이 젖은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구원이라도 받은 사람들 같았다.
그러다 모루는 또 혼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조아렸다.
“아! 이런…… 제가 너무 기쁜 마음에 혹 주제넘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피콘 님, 저희 대장장이들의 자산을 받는 게 거북하시다면…….”
진은 빠르게 피콘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렇지는 않다. 내가 오늘부터 너희를 다시 인도하겠다.]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이지만 효과는 만점이었다.
“태어나 가장 큰 영광입니다! 어서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동하기 전, 협회원들이 품에서 작은 나팔을 꺼내 불었다. 바멀 연합의 공문이 사실이었음을 알리는 나팔이었다.
나팔 소리가 울리자마자 어둑했던 섬이 대번에 밝아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섬 전체 면적의 8할을 차지하고 있는 대장간 곳곳에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장간에서 기다리고 있던 협회원들은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며 피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아울러 진을 대하는 모루의 태도가 달라졌다.
“소가주께서도 아까의 무례를 용서해주시오. 정말 피콘 님을 모셔왔으니, 이제부터 소가주께선 우리의 은인과 같소.”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나는? 시리스는 그렇게 따지고 싶었으나 성질을 죽였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기도 했다.
대장간 입구엔 협회의 모든 대장장이들이 나란히 엎드리고 있었다.
‘아주 광신도가 따로 없네.’
다소 지나친 감이 있긴 하나 든든한 아군을 얻은 기분에 진은 미소를 지었다.
모루 때와 마찬가지로 한동안 울음바다가 열렸고, 피콘은 한 사람씩 소개하는 간부들을 보며 격려를 해주었다.
피콘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겉모습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이유도 있으나, 피콘은 대장간 내의 장비와 무기들을 보며 단번에 그 쓰임새와 완성도를 알아보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 나눈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대장장이들은 피콘의 내공을 알아보며 탄복했다.
[불, 하필 이 섬을 대장장이들의 성지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긴 내 고향도 아닌데.]각종 의례와 인사치레가 끝나자 피콘은 진을 대신해 본격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비궁의 소궁주가 없는 자리에서 답변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소궁주에 대해선 내가 직접 보장하겠다. 그리고 앞으로는 소궁주에게도 예를 갖추었으면 하는데. 나의 손님이다.]“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마 시론이나 탈라리스, 론도 이 풍경을 직접 봤다면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을 것이다.
시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저희가 이곳에 본부를 세운 이유는 해강 때문입니다.”
[해강?]“바다에서 나는 강철을 뜻합니다. 협회의 본부가 이 섬이 된 건 약 삼백여 년 전입니다. 이곳보다 해강이 많이 나는 지역이 없기 때문에 본부로 정했습니다.”
[해강의 존재는 나도 알지만, 채취가 지나치게 어려운 물건일 텐데? 현재 협회는 제국이나 다른 거대 세력보다도 많은 강철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다.]“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설명해보게.]협회 최대의 비밀을 밝혀야 하는 순간임에도 불을 비롯한 간부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우선, 해강 채굴은 바다를 주 영역으로 삼는 한 내단 마물을 통해서 채취하고 있습니다. 바일람이라는 마물인데, 과거의 간부들이 포섭한 친구입니다. 비록 마물이나 자아가 뚜렷하고, 인간에게 딱히 해를 끼칠 의도와 이유가 없는 존재죠.”
“그런 마물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진의 물음에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소가주. 녀석의 주식은 해양생물과 해초요. 대부분 심해에 거주하기에 사람들의 눈에 띌 일도 없지.]그렇다면 마물보다는 영물에 더 가까운 이로운 존재였다.
“오래전 바일람은 우리와 한 가지 거래를 하였소. 본래 바일람은 주기적으로 이빨을 갈아야 하는지라 해저의 해강을 갉아먹는 습성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공되지 않은 해강으로 이빨을 가는 일에 한계가 온 것이오.”
“그래서 해강을 가져오면 일부를 가공해서 바일람의 이갈이용 강철 덩어리를 만들어줬다는 말인가?”
“정확하오.”
대장장이의 섬 인근 해역에 묻힌 해강은 무한에 가깝다.
보통은 해강의 가치보다 채굴과 가공 비용이 훨씬 더 크기에 아무도 탐을 내지 않았으나, 협회는 바일람을 통해 수백 년 동안 거의 공짜로 해강을 얻어온 것이다.
그만한 대량의 해강을 빠르게 가공할 수 있는 집단도 협회가 유일했다.
마물과 인간이 이런 식으로 공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신기한 이야기로군. 용케도 지금껏 이 사실을 숨겨왔어.”
간부들이 일행을 대장간 지하로 안내했다.
중앙엔 거대한 개폐 장치가 있었는데, 간부들이 막대를 잡아당기자 바닥이 갈라지며 바다가 드러났다. 범선 몇 척이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의 공간이었다.
이런 공간이 있으니, 그간 바일람이 협회에 강철을 공급하는 광경이 외부에 드러날 일 자체가 없던 것이다.
“이런 배경과 피콘 님께서 물려주신 마음가짐 덕분에 우리 협회는 지금껏 그 어느 곳에도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소. 얼마 전까지는 분명 협회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강철을 보유하고 있다 말해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오.”
일행은 출렁이는 바다에 시선을 둔 채 탄성을 내뱉었다.
진도 감탄하기는 했으나, 그는 바다에서부터 올라오는 강렬한 혼기를 느끼고 있었다.
“바일람이 혼돈에 물든 모양이군.”
그 말에 간부들은 마음이 아픈 듯 미간을 찡그렸다.
“……그렇소. 바일람과 협회는 단순한 공생관계가 아니라, 이제는 친구나 다름이 없소. 검황성전과 흉신전이 이어지며 세상에 퍼진 혼돈이, 바일람을 병들게 만들었소.”
불이 바다에 대고 몇 차례 나팔을 불자 해수면이 출렁이며 거품이 일었다.
잠시 후 부상한 바일람은, 거대한 고래와 무척 흡사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피이이이…….]울음소리도 고래와 비슷했으며,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게 생긴 것이 과연 간부들의 말대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몸 곳곳에 혼돈의 검은 반점들이 보였다.
바일람은 괴로운 듯 쉬지 않고 울음소리를 냈다.
“이대로 바일람이 낫지 않으면, 더는 해강을 채굴하지 못하게 되는 건 물론이고. 협회 모두가 친구를 잃은 슬픔에 빠지게 될 것이오.”
피콘이 찾아온 기쁨이 있으나, 곧 친구를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슬픔도 있는 것이다.
피콘은 잠시 말을 고르는 눈치였고, 시리스는 바일람의 귀엽지만 아픈 모습에 마음이 아픈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진은 바일람을 유심히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불, 바일람에게 신체 변형이 있었나?”
“그게 무슨 소리요?”
“검은 반점을 제외하면, 바일람의 모습이 혼돈에 물들기 전과 완전히 같냐는 뜻이다.”
“그렇소만.”
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저 친구를 고쳐줄 수 있을 것 같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