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58)
제 777화
186화. 바멀 연합과 민체 대장장이 협회의 겹경사(2)
불과 망치, 모루 세 사람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바일람을 고쳐줄 수 있다고!?”
“그, 그게 정말이오?”
“몰랐나 보군. 우리 바멀 연합엔 혼돈 정화기라는 장치가 하나 존재한다. 신체가 변형되지 않은 혼돈 잠식은 거의 완벽하게 정화할 수 있지.”
[피피, 피이…….]바일람은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물 밖으로 잠시 몸을 빼낸 것조차 힘겨운 모양이었다.
“변수가 아예 없는 건 아니야. 마물을 상대로도 장치가 온전히 작동하는지는 확인해본 적이 없고, 몸집도 워낙 거대하니까.”
마물이 혼기에 강화되는 게 아니라 잠식되는 경우는 처음 겪어보았다.
“소가주, 도와주시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해준다면?”
진이 말을 끊으며 묻자 간부들이 움찔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소가주를 위한 역작을 한 자루 만들어주겠소.”
소박한 듯 들릴 수 있으나 그렇지 않았다. 단 한 자루의 검을 만들기 위해 (피콘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들 모두가 나서겠다는 뜻이니까.
“그런 건 피콘 님한테 부탁하면 그만이야. 나와 피콘 님이 그저 그런 사이로 보이나?”
물론 간부 셋이 힘을 합쳐도 피콘에 비할 수는 없었다.
“그건 아니오.”
[아주 막역한 사이지. 소가주가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빈 녀석의 몸속에 숨어 지내야만 했을 것이다.]“크흠! 그렇다면 무얼 원하오?”
“딱히 없다.”
“없다고? 그럼 왜.”
“무언가 줄 것처럼 말한 건 당신이지, 불. 난 그냥 호의를 베풀 생각이었거든. 다만.”
“다만?”
“꼭 보답을 하고 싶다면, 바멀 연합에 가입을 하는 건 어떤가.”
“전속 계약을 요구하는 것이오?”
“협회가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는 중립 세력이라는 건 나도 잘 알아.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능력을 지닌 자라면 누구든 어느 한쪽에 서야만 하는 때지. 그렇기에 비궁과 무명조차 오랜 전통을 버리고 연합의 깃발 아래 뭉친 것이다.”
협회는 창단 이래 지금껏 어느 진영에도 소속된 일이 없다.
간부들의 눈동자가 진지해졌다. 그러나 그 심각한 분위기는 제안에 대한 불쾌감이나 고민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
“……그 문제라면 피콘 님이 우리에게 온 순간 이미 답이 정해진 것 아니었소?”
“보다시피, 피콘 님은 우리에게 절대적 존재요. 단지 상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는 실제로 대장장이의 신이 되시기도 했지. 피콘 님의 뜻은 곧 우리의 뜻이오.”
“방금 말했던 것처럼 피콘 님은 이미 소가주와 막역하시니, 우리가 연합에 소속되는 건 자연스러운 절차 아니겠소?”
“흡족한 대답들이긴 하나, 수긍이 지나치게 빠른 느낌이 있군.”
“우리도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소. 세상 돌아가는 형세를 우리도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건 아니니까.”
“어차피 한 쪽에 서야 한다면 지플이 아니라 룬칸델이나 바멀 연합이어야 한다는 게 우리 결론이었지. 대장장이들은 아무래도 마법사보다는 기사와 더 어울리니 말이오.”
불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소. 이미 결정을 내렸다고는 하나, 사실 어쩔 수 없던 선택이기에 심기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상태였소만.”
“그래서 내가 도착했을 때 무례하게 군 건가?”
“우린 원래 그렇소. 어쨌거나 오늘 소가주를 직접 만나 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날 선택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올 겁니다.”
진도 웃으며 불의 손을 맞잡았다. 이제 식구가 되었으니 경어를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보기 좋구나. 그래, 이야기 대충 끝난 것 같으니 어서 저 바일람이라는 녀석부터 도와주도록 하자. 듣자 하니 저 녀석이 없으면 협회는 물론이고, 앞으로 바멀 연합의 계획에도 차질이 많이 생기겠어.]신체 변화는 운이 없다면 곧바로 일어날 수도 있으니 서둘러야 했다. 섬에 도착하고 채 몇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협회를 손에 거머쥐었으나 기쁨에 취할 틈은 없었다.
“티칸으로 가서 정화기를 가져오겠습니다. 바일람을 티칸으로 데려가는 건 무리 같으니. 시리스 님, 가시죠.”
피콘은 둔 채 모트를 타고 즉시 티칸으로 향했다. 다행히 흉신전 이후 모트의 상태가 많이 좋아진 터라 연이은 장거리 순간 이동에 큰 문제는 없었다.
“도련님? 벌써 돌아오셨어요?”
“응, 길리. 일은 아주 잘 풀렸어.”
“오오, 역시 우리 나리십니다!”
“제트, 혼돈 정화기 챙겨와라. 다시 가봐야 한다.”
제트가 움직이는 사이 진은 동료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요약할 필요도 없을 만큼 간단했다.
“이번엔 헤도 경도 같이 가시죠. 경의 괴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산드라는 마침 베일과 산책을 나간 덕에 자기도 함께 가겠다며 난리를 피우지 않았다.
[보오, 오오옹…….]다시 섬에 도착한 모트는 풀썩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오셨소!”
지하로 가 정화기를 내려두자 간부들은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화기의 성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이 작은 장치가 정말 바일람의 거구를 감당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불, 다시 나팔을 불어 바일람을 불러주십시오.”
나팔 소리가 울리자 바일람은 아까보다 현저히 느리게 반응하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헤도가 바다로 뛰어들어 준비해온 밧줄을 바일람의 몸통에 묶었다. 시리스는 만빙의 권능을 발현시켜 수면 아래 헤도가 발을 디딜 거대한 얼음판을 형성했다.
“진, 당겨라!”
헤도가 아래에서 바일람을 밀고 진이 잡아당기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 거대한 생명체를 순수한 완력만으로 꺼내려는 것이다.
쑤욱-!
잠시 후 무가 뽑히듯 개폐구 위로 바일람이 꺼내졌다.
“아이고, 바일람아!”
“정신 좀 차려봐!”
간부들은 바일람을 부둥켜안으며 호들갑을 떨었으나, 진이 보기엔 다행히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극초기 단계 수준의 잠식입니다. 잘하면 며칠 내로…… 아니, 오늘 내로도 정화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정화기가 마물에게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정화기의 선들을 바일람의 몸 곳곳에 붙였다. 곧장 장치가 진동하며 선 속으로 탁한 기운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5분에 한 번씩, 진과 헤도는 바일람을 다시 물속에 넣어주었다. 기운이 약해진 터라 물 밖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그토록 수고스러운 정화는 자정이 될 무렵까지 이어졌다.
[룬칸델의 소가주와 세계 최강의 완력가가 이토록 극진히 모신 마물은 이 녀석이 처음일 게다.]하루가 아니라 설령 한 달이 소요된다 할지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무한에 가까운 해강을 얻는 실리도 있지만, 바일람도 협회와 더불어 연합의 일원이나 다름이 없었다.
마지막 혼기가 선을 타고 빠져나오자 바일람의 가죽에 반짝반짝 윤기가 일었다.
곰팡이 같은 혼기가 사라진 바일람은 어떻게 봐도 마물 같은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유백색으로 빛나는 이름 모를 아름다운 고래처럼만 보일 뿐.
“……정말 이게 마물이라면, 나랑 흑해에서 구르던 그놈들은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거지?”
세성에서 가장 많은 마물을 경험했다 자부하는 헤도 조차 이런 미형 마물은 처음 보았다.
“글쎄요.”
[피피피! 피피!]기운을 차린 바일람이 듣기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바동거리며 몸을 비비려는 모습이 영락없이 감사 표시였다.
[너, 은인, 나, 은혜, 갚아용!]대장장이들에게 사람 말을 좀 배웠다는 건 치료 도중 들었다. 진은 바일람의 말이 대견해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대장장이들은 눈물이 참 많았다. 그들은 또 바일람에게 이런저런 말들을 건네며 울음을 터뜨렸다.
“지금처럼 해강을 계속 구해서 대장장이들에게 갖다 줘.”
[알았어, 하지만, 뭔가, 부족!]“너, 검황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알아!]“거기까지 헤엄치려면 며칠 필요해?”
[사흘이용.]“해강을 챙길 수 있을 만큼 가득 챙긴 상태로는?”
[그래도 사흘.]“얼마나 챙길 수 있어?”
[내, 몸무게, 정도!]“그게 힘들진 않나?”
[식은 죽, 먹기. 피피피핏. 가벼운, 산책!]짝짝, 진은 저도 모르게 손뼉을 치고 말았다.
바일람의 말대로라면 강철 수급뿐만이 아니라, 그걸 검황지로 운송하는 일까지도 한꺼번에 해결이 된 셈이었다.
심지어 해저 운송이기 때문에 적들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사흘, 아니. 아주 넉넉하게 일주일을 잡아도 그때마다 바일람과 비슷한 무게의 정제 해강을 검황지로 옮길 수 있다면…….’
강철이 부족할 수가 없다. 원가 절감 따위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함선 제작에 강철을 마구잡이로 들이부어도 남을 터였다.
바일람뿐만이 아니라 제국 내의 강철도 운송할 예정이니 적들의 눈을 속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게, 내가, 해주면, 될 일!?]“그래. 나중에 준비가 되면 말해줄 테니, 그때부터 도와주면 된다.”
[그래용! 난, 배고파, 식사, 하러 가용!]풍덩!
바일람이 개폐구 아래 바다로 몸을 던졌다. 대장장이들은 그 탓에 온몸에 바닷물을 흠뻑 뒤집어쓰고도 마냥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바일람은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이 없소, 소가주.”
“우리 협회 또한 마찬가지지.”
“바일람에게 한 말을 미루어보아, 소가주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대충 알 것 같소. 함대를 양산하려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도 부품 설계도를 주면 최대한 필요한 모양에 맞춰 보내주겠소. 현장에서 받아 간단히 재가공할 수 있도록 보내면 훨씬 나을 것이오.”
협회는 단지 대장술에만 능한 게 아니다. 금속 가공이라면 어느 영역에서든 협회의 대장장이들을 따라올 수 없었다.
바멀 연합은 함대 제작의 핵심 재료와 전속 대장장이들을 구했고, 협회는 친구를 구출하고 다시 무한한 해강을 얻었다. 일행은 술을 한 병 꺼내 겹경사를 짧게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할 일이 많았다.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앞으로 피콘 님은 이곳에서 기거하시겠군요.”
[그래야지. 돌아가거든 내 망치랑 물품들 챙겨서 보내줘라. 헤도 경과 7기수의 검도 거의 완성되었으니, 끝나는 대로 알려주겠소.]다시 모트를 타고 돌아가려는 찰나, 바일람이 바다를 도약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흐뭇한 마음과 더불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제 룬티아 누님과 르엣 님을 찾으러 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