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59)
제 777화
187화. 찾아야 할 사람들, 의외의 단서(1)
칼드란 설원.
진은 붉은 부엉이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룬티아를 다시 만난다 한들, 바일람과 달리 지금의 정화기로는 그녀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둘째 누이는 여전히 혼돈의 광기에 휩싸인 괴물이 되어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고 있을 터였다.
혼기가 사라져 다시 순백으로 펼쳐진 끝없는 설원 한가운데, 룬티아의 아공간으로 향하는 동굴이 있었다.
[먀아아…….]동굴에 다다르자 힘을 내라는 듯, 슈리가 진의 등을 핥았다.
“슈리, 고마워.”
“나한텐 안 고맙냐.”
“어, 그래. 너도 고맙다고 해두자. 베일. 슬슬 힘을 개방해.”
베일이 변신하자 순식간에 동굴 안에 황금빛 기운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처음 룬티아를 찾으러 왔을 때, 진은 샤칸과 영기를 통해 우연히 아공간의 문을 열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기를 소모하지 않고도 중앙에 문이 형성되는 모습이었다.
문에서부터 벌써 짙은 혼기가 느껴졌다. 흉신과 예언자는 완전한 소멸을 맞이했으나, 룬티아에게 사용된 혼기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께름칙하구만…… 꼭 들어가야겠어? 어차피 지금은 네 누이를 되돌릴 수단도 없다며.]“지금 그걸 말이라고. 얼른 따라와.”
슈리를 다시 적옥으로 보내고 문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곧장 드넓은 아공간이 드러났다. 아공간의 시간은 인세와 다르게 흐르니, 빠르게 룬티아만 살펴보고 나가야 했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도 저번에 사용한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처럼 발레리아가 남긴 이정표가 없으니 아공간은 그저 공허한 어둠뿐이었다.
“베일, 넌 저쪽으로 가보고, 나는 이쪽을 살펴볼…….”
거기까지 말한 찰나.
돌연 진은 저 멀리서부터 혼돈의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급히 뜀박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빠른 속도였다.
‘룬티아 누님의 기운인가!’
혼기가 짙다. 그건 곧 룬티아에게 이성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뜻했다.
또 가슴이 답답해졌으나, 잠시 후 나타난 룬티아는 진의 불길한 예감을 단번에 씻어주었다.
[진, 막내야!]“누님!?”
놀랍게도 룬티아는 인간일 때의 이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저것에 연결되면, 난 다시 미치게 될 것이다.]
지난번에 룬티아가 했던 말.
그녀와 아공간을 잇는 ‘연결점’들도 여전히 존재했으며, 외형도 그때처럼 이마에 뿔이 돋아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멀쩡해서 놀란 모양이지?]“그렇게 말씀하시니 꼭 악당의 대사 같군요. 놀랍긴 하지만, 그보다 기쁜 마음이 훨씬 더 큽니다.”
[후후, 얼마 전부터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더니, 이제는 완전히 예전과 같아졌다. 아마도, 네가 흉신을 쓰러뜨린 덕분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그 말대로 룬티아의 정신이 돌아온 건 흉신의 죽음으로 인한 결과였다. 주인 잃은 혼기들은 더 이상 룬티아의 정신을 잠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룬티아가 가진 의지가 그만큼 대단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누님.”
“베일이라고, 룬칸델의 옛 십대기사입니다.”
[뭐? 위대한 선조님을 뵙습니다!]룬티아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자 베일은 흡족한 듯 거드름을 피웠다.
[그래, 그래. 드디어 위아래를 아는 후손을 만나는구나. 이놈은 맨날 나 부려먹을 줄이나 알지, 도대체가 선조 대우라는 개념은 없는 모양이야! 네가 누나로서 한 번 혼쭐을 내줘라!]“다소 경박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친구입니다. 누님이 이해해주십시오.”
진이 룬티아를 일으키며 말했다.
[이것 봐, 또, 또!] [옛 십대기사라면 가장 존경해야 마땅한 선조님이 아니시더냐?]“그렇기는 한데, 오직 가문을 위해 헌신했다고 할 수는 없는 선조인지라. 하마터면 저와 동료들도 죽을 뻔했죠. 이제는 좀 정신을 차려서 조금씩 훌륭한 기사에 가까워지고 있기는 합니다.”
이어 그는 룬티아에게 그간 있던 일들을 요약해서 설명해주었다.
룬티아는 거의 다 예상한 일이라는 듯 듣는 동안 큰 기복을 보이지 않았으나, 때때로 씁쓸한 눈빛이 되었다.
디푸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뮤 자매와 란, 뷔고와 달리 디푸스는 룬티아에게도 전혀 무게가 다른 죽음이었다.
[……그래, 네가 소가주가 되었단 말이지.]이야기가 끝나자 룬티아는 이번엔 진에게 예를 갖췄다. 임명식 때 올 수 없었으니 지금이라도 동생을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고생 많았다, 진. 너와 형제들, 사람들이 그토록 처절하게 싸우는 동안 난 아무것도 한 게 없구나. 짐이 많이 무거웠을 것이야.]“그런 말씀 마십시오. 누님이 의식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돌아오시거든 가문을 위해 할 일도 많으실 거고요.”
지난번 만남 이후 진은 룬티아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있었다. 남은 기수들은, 이제 진짜 가족들이었다.
“누님을 되돌리기 위해선 투신 형제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할 일이 많을 테니 나를 구하기 위한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마라. 이제 의식이 돌아왔으니 홀로 폐관 수련을 한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겠다. 설령 네가 날 여기서 빼내지 못한다 해도 원망스럽지 않을 거야. 마음이 쓰인다고 자주 찾아오지도 마라. 쓸데없는 짓이야.]“반드시 꺼내드릴 겁니다.”
[그런데, 막내야.]“예, 누님.”
[네가 오기 전에, 이미 누군가 이곳을 다녀갔었다. 안 그래도 네가 찾아오면 얘기를 해주려고 했어.]“그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자세히 이야기해주십시오.”
[내가 이성을 절반쯤만 되찾은 시점에 있던 일이라, 기억이 희미해.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 있어 얼굴은 볼 수 없었는데, 목소리는 여자였어. 도무지 누구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는데, 그간 있던 일들을 듣고 보니…… 어쩌면 로키아 가네스토라는 천 년 전의 배신자가 아닐까 싶어.]진도 룬티아의 말을 듣자마자 그렇게 직감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아공간은 본래 테마르의 다섯 번째 무덤이다. 진처럼 솔더렛의 계약자거나, 천 년 전 룬칸델과 깊은 연관이 있는 무언가를 지니지 않고서는 입장 자체가 불가한 공간인 것이다.
과거 예언자조차도 이곳을 열기 위해 천 년 전의 물건을 소모한 것으로 추정되고, 발레리아 역시 입장을 위해 조사 도중 얻은 베일의 손수건을 사용했다. 진과 헤도 역시 영기와 샤칸을 통해 입장했었다.
따라서 룬티아가 만난 인물은 로키아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십대기사뿐이었다.
[잠깐, 걔 목소리가 어땠는데? 맑았냐, 다소 탁한 느낌이었냐?] [맑은 쪽에 가까웠습니다, 베일 경.] [로키아는 목소리가 좀 거칠었는데.]“목소리 같은 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 그자가 누님께 무슨 말을 했습니까?”
룬티아는 광기가 다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내가 거절한 다음에, 어떤 말들을 더 하기는 했는데…… 그 내용은 기억이 안 나. 그때부터는 광기를 억누르느라 말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기도 했어. 젠장, 그자가 조금만 늦게 날 찾아왔다면 온전히 다 듣고 네게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누님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어쩌면 기록 마법으로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상처 입혔던 그 히스터가 마법사?]“예, 발레리아가 맡은 일이 끝나는 대로 다시 와서 기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누님은 듣지 못했어도, 그자가 어떤 말을 했다는 기록만큼은 분명히 이 공간에 남아있을 겁니다.”
발레리아는 지금 제국 광장에 흉신전에 관한 기록창을 유지하느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진은 그 일이 끝나는 즉시 발레리아를 데리고 다시 룬티아를 찾아오기로 결정했다.
[오, 그 생각은 못 했군. 자주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이후 조만간 너를 또 보겠구나.]예상치 못하게 로키아, 혹은 그 하수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단서를 찾은 건 좋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흉신이 사라지자마자 그토록 빨리 활동을 개시했으니, 로키아는 또 무언가 흉계를 꾸미고 있다는 뜻이었다.
‘파들러 경의 말대로라면, 로키아 가네스토는 인간 시절의 로사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할 만큼 완벽하게 자신의 계략을 진행시킨 인물이다.’
타락하기 전, 인간 시절의 로사는 분명 진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빈틈이 없는 인간이었다.
그런 로사도 흉신으로서 소멸하는 순간까지 로키아의 개입을 알지 못했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감각을 잔뜩 곤두세운 채 살펴야 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거라, 막내. 아공간의 시간은 인세에 비해 아주 빠르게 흐른다고 들었어.]룬티아가 몇 번이나 강조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막상 고개를 끄덕이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직, 룬티아에게 전하지 못한 소식이 하나 남았기에 더욱 그랬다.
“누님.”
[리샴 유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이구나. 표정이 무거운 것을 보니.]룬티아의 유모, 리샴.
룬티아 더러 파들러를 대신해 이 아공간의 주인이 되라고 가장 강력하게 종용한 인물이자, 한때는.
아니, 여전히 지금도 룬티아에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머니.
진은 아공간에서 룬티아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사람을 시켜 리샴과 그 친딸의 행방을 알아왔다.
[……리샴 유모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거지?]“……그렇습니다.”
리샴은 죽었다.
그것도 흉신이 직접 그녀를 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막내야, 나는 네가 리샴 유모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고인이 되기도 했고… 내게는 목숨보다 소중했던 사람이야. 리샴 유모의 부탁이 없었다 할지라도, 어차피 난 강제로 이곳에 묶이게 되었을 것이다.]그때나 지금이나, 진은 룬티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과 길리가 같은 상황에 놓였다 할지라도, 진은 길리를 절대 미워하지 못할 테니까.
“엊그제 처음 소식을 접했습니다. 전란 속에서 피난민이 되었었는데, 다행히 살아남았더군요. 제국 남부에서 지내는 중이라 합니다.”
[내가 나가기 전까지, 그들을 네가 좀 보살펴줄 수 있을까?]한 치의 고민도 없이, 룬티아가 말했다.
진은 가만히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을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