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60)
제 777화
187화. 찾아야 할 사람들, 의외의 단서(2)
* * *
엿새가 더 흘렀다.
바멀 연합의 기록 공개 덕에 이제 세상 사람들은 흉신전의 갖가지 내막을 모두 알게 되었다.
“……디푸스 룬칸델과 린 밀카노의 죽음이 포장되고 있군.”
루테로 마법 연방, 이야기의 탑.
옥타비아가 책상에 놓인 소식지를 살피며 말했다.
소식지엔 공개된 흉신전의 기록들이 기사로 변해 서술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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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 재글런을 필두로 한 룬칸델의 필진들은 이 기록을 통해 디푸스의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문체로 기록을 기사로 옮겨 적기만 했다.
메리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디푸스의 죽음은 가장 가까운 형제로서 개인적인 추모를 해야 할 일이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진에게 희망을 걸었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든. 수많은 사람들이 타락한 그의 손에 죽은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진 룬칸델에게 희망을 걸며’라는 대목을 통해 디푸스를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나, 적어도 디푸스가 다시 없을 역적으로 취급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린 밀카노의 배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린의 배신은 대중에게는 물론이고 임시 동맹들에게도 알려진 일이 아니나, 그녀가 흉신전을 위해 악역을 자처한 사실이 새로이 드러나고 있었다.
“우리 쪽 기자들이 란, 뷔고, 뮤, 앤을 통해 계속 흠집 내기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분위기를 바꾸기가 쉽지는 않겠어.”
아울러 부활한 전대 가주들의 배신과, 끝끝내 타락하지 않은 전대 가주들의 활약 역시 대중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공개된 기록은 하나부터 열까지, 대부분 룬칸델에게 이로운 효과를 부르는 중이었다.
“게다가 린 밀카노의 배신은 당시 우리에게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흉신전이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로닐이 대답하자 카둔이 까드득 이를 갈았다.
“명백한 기만이지! 12기수, 그 빌어먹을 놈이 우릴 갖고 놀았어. 정보 공개도 우리와 한마디 상의조차 없이 진행하고, 기가 막히는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쳐?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카둔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베라딘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화를 내봤자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카둔 님.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매번 이러실 때마다 제가 다 민망합니다.”
베라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실의 분위기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켈리악의 수호룡이 된 이후, 카둔을 이렇게 나무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카둔이 쓸데없이 화를 내거나 헛소리를 할 때면 켈리악조차 그를 좋게 달래기만 했던 것이다.
“……뭐라고?”
“듣는 사람들 불편하게 분노를 표출하시려거든, 그만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카둔 님은 당장 룬칸델과 바멀 연합을 압박할 수를 갖고 계십니까? 단신의 무력으로 그들을 찍어 누를 수 있습니까?”
카둔이 베라딘을 노려보았다.
이성을 찾은 이후 베라딘은 지플이 알던 모습으로부터도, 그들이 정신 조작을 통해 원하던 모습으로부터도 멀어지고 있었다.
“소가주, 네 아버지조차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카둔 님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내가 아버지를 본받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내 말에 틀린 부분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
“베라딘!”
“앞으로 쓸데없이 감정을 분출하며 분위기 망치는 행위는 자제하십시오. 아군에게나 적에게나 그저 우습게 보일 뿐이니. 가문의 수호룡으로서 무게감을 가지시란 말입니다. 제가 이전에도 한 번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만.”
카둔이 무언가 소리치려는 찰나 옥타비아와 로닐이 그를 만류했다.
“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 아버지를 회복시키도록 하세요. 그럼 카둔 님을 더 존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쾅!
결국 카둔은 탁자를 부수고는 회의실을 떠나버렸다.
“로닐 형님. 회의 끝나면 카둔 님에게 경고하도록 하세요. 또 이런 식으로 회의 도중 나가면 앞으로 여기 다시 앉을 일은 없을 거라고.”
“……알겠습니다.”
“바멀 연합으로부터 정화기 사용에 대한 답변은 왔습니까?”
-결전 때 나도 켈리악의 힘이 필요하오. 물론 불쾌한 일이나, 만일 결전 전까지 정화기가 개량된다면, 그리고 그때 켈리악 지플이라는 전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면. 정화기를 그에게 사용하도록 하겠소.
임시 동맹 회담 당시 진이 했던 말.
지플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룬칸델에 정화기 사용을 요청한 상태였다.
“아직입니다. 아예 답변 자체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응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더 강하게 요청할까요?”
“아니, 됐습니다. 어차피 아버지의 잠식 상태가 그들의 정화기로 치료 가능한 수준도 아닐 것 같으니,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나을 겁니다. 그것도 카둔 님에게 맡으라고 하십시오.”
“……베라딘. 아니, 소가주. 카둔 님을 지나치게 홀대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소. 룬칸델과 바멀 연합은 전쟁이 끝나자마자 굳건히 뭉치고 있는데, 우리끼리 굳이 균열을 만들 이유가 없지 않겠소?”
“망령대장, 우리 연방도 결속을 위해서는 카둔 님의 유능한 모습이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를 비롯한 가문의 수뇌부들 전부에게 해당되는 말이죠. 저쪽은 진 룬칸델이라는 확실한 구심점이 있습니다.”
“설마 카둔 님의 기세를 꺾어서 아랫것들에게 소가주의 위엄을 드러내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 믿소.”
“그것도 고려를 해봐야겠군요. 카둔 님이 공손해지면 내 통솔력이 가문과 휘하 세력에게 다시 증명되는 셈이니.”
“소가주.”
“그만,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망령대장께선 책사들과 협의해서 룬칸델의 분위기를 흐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란과 뷔고, 뮤 앤. 죽은 그들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진 룬칸델이 흉신전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전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식으로 골자를 짜는 게 나을 겁니다. 실제로 우리와 킨젤로를 많이 자극하고 있기도 하니까.”
“……알겠소.”
“제국 하이란 제2성 인근에 함선 건조장이 건축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이 부분은 옥타비아 님이 예의주시하면서 동향을 살피십시오. 아마 강철이 가장 모자랄 테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도록 계속 조여야 합니다.”
“루테로 연방의 강철 수출을 중지한 채 제후국, 인접 중립국, 휴페스터의 운송 수단들을 모조리 살피는 중이오. 소가주 말대로 애를 먹는 눈치더군.”
“그 정도로는 안심할 수 없습니다. 어딘가에 뒷주머니를 차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민체 대장장이 협회…… 아니면 킨젤로일 겁니다.”
“전자는 계속 살펴보고 있소. 휴페스터나 바멀 연합, 제국의 운송선이 드나드는 모습은 아직 한 번도 포착되지 않았지. 게다가 12기수는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소. 협회가 만든 무기를 허락도 없이 대여하고 있으니, 쉽사리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오.”
“킨젤로 쪽은 어떻습니까?”
“오늘 아침 바멀 연합에서 카시미르 알프리온이 신본부를 찾아갔더군.”
“단장의 차원문을 통한 운송은 포착하기 어려울 겁니다.”
“만나서 놈들의 거래가 성사됐는지 확인하도록 하겠소.”
“성사가 됐든, 불발이 났든. 무조건 바멀 연합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거래를 우리 쪽으로 돌리십시오.”
회의는 몇 가지 안건이 더 이야기된 후 종료되었다.
베라딘은 모두가 나간 회의실에 잠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카둔 님을 압박하는 건 분명 필요한 일이었으나, 지나친 감이 있었다.’
사실 베라딘은 언젠가부터 감정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걸 느꼈다.
방금 카둔을 자극한 건 미리 계획한 행동이었으나, 말이 생각보다 과하게 나간 감이 있었다.
‘아버지 때문인가, 아니면 마력 흔적을 통해 얻은 권능 때문인가. 제어가 쉽지 않군.’
이내 베라딘은 서서히 탑의 최상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
켈리악의 유지 장치에 손을 얹는 베라딘.
유지 장치 속 켈리악은 온몸이 시커멓게 변한 모습이었다.
신체 변형도 이미 진행이 되어 현재의 정화기로는 재생이 불가능했다.
“곧, 거기서 꺼내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아마…….”
베라딘이 유지 장치에 얼굴을 더 가까이 붙이며 뒷말을 속삭였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베라딘이 밖으로 나가자.
켈리악은 조용히 눈을 떴다.
그는 검은 돌처럼 생기가 없는 눈동자로, 오랫동안 베라딘이 빠져나간 문을 쳐다보았다.
한 번씩, 손가락이 부들부들 움직였다.
* * *
진은 지난 엿새 동안 휴페스터 내 각 지역의 왕과 영주들, 동맹 가문의 가주들과 이민자들을 만나서 격려를 해주었다.
검황지의 함선 건조장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협회의 대장장이들은 건조장 구축에도 강철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는 벌써부터 바일람을 보내기 시작했다.
베라딘조차 바일람을 통한 운송은 전혀 생각을 못 했다.
지플이 회의를 하고 있던 그때에도 바일람은 쉴 새 없이, 산책하는 기분으로 강철을 나르고 있었다.
카시미르가 킨젤로 신본부를 찾아갔던 건 하이란 제2성 근처에 함선 건조장을 짓고 있는 것과 더불어, 눈속임이다.
카시미르는 일부러 킨젤로에 강철 거래를 제안하고, 거절을 당했다.
그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강철을 구입하고 싶다고만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이란 제2성 근처의 건조장은 완공이 되면 실제로 쓰이기는 할 테지만, 연합 함선 제작의 핵심은 검황지의 비밀 건조장이었다.
진은 그와 관련한 내용을 모두 보고받은 후 발레리아, 베일과 함께 다시 칼드란 설원을 찾은 상태였다.
[왔구나, 막내. 베일 경과 발레리아 양도 다시 보는군……. 발레리아 양, 그때는 내가 미안했소. 아시다시피 내가 정상이 아니었던지라.]“괜찮습니다.”
짧은 인사말들이 오가고, 발레리아는 의문의 여인이 했던 말에 대한 기록을 살폈다.
다행히 기록은 버벅거리는 일 없이 곧장 확인이 되었다.
일행은 그 대목에서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