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61)
제 777화
187화. 찾아야 할 사람들, 의외의 단서(3)
[여기 왔던 녀석이 로키아 가네스토였다고? 그렇다면, 진짜 그 녀석이 배신자였나?]베일은 룬티아를 찾은 인물의 정체가 로키아라는 사실에만 집중했으나, 보다 중요한 건 뒷내용이었다.
[막내가 아버지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룬티아가 말하자 문득, 진은 라프라로사에서 복귀한 직후 흉신이 뿌린 기사들이 떠올랐다.
-(룬칸델가 가주 로사 룬칸델, 시론 룬칸델이 흑해에서 전사했음을 밝혀. 반신을 전사시킨 존재는 흑해의 왕이며, 검황성전의 글리엑과 같은 존재가 몇이나 더 남았음을 암시…….)
-(흑표범, 룬칸델의 새로운 주인으로서 전대 가주의 유지를 이어 흑해의 왕들을 토벌하겠다고 밝히다. 그러나 그전에 전 세계를 통일하는 것이 우선 과제임을 매우 강조.)
흑해의 왕.
진은 시론의 원정대가 흑해에 간 이유가 흑해의 왕들과 관련이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었다.
“……아마 흑해의 왕에 대한 이야기일 겁니다. 로키아 가네스토는 아버지가 흑해에서 그들과 싸우다가, 혹은 창성의 마성화에 타락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것 같군요.”
흑해의 왕이 가진 혼돈과 창성 특유의 마성화.
진은 이미 그 두 가지에 타락한 론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뭐라고!?]“발레리아, 기록은 이게 전부야? 로키아가 어디서 왔는지, 아공간을 나가 어느 곳으로 향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그 기록들은 수집이 되지 않고 있어. 기록들이 불안정한 걸 보니 아마 로키아 가네스토에게 적용된 역사 조작으로 인한 문제 같군.”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창에 떠오른 문장들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다른 가능성은? 기록이 불안정한 이유가 역사 조작 때문이 아니라, 로키아가 의도적으로 손을 쓴 결과라던가.”
로키아가 남긴 말을 확인하자마자 급격히 불안감이 치솟긴 했으나, 차분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동선에 대한 기록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는데, 시론에 대한 불길한 내용만 온전히 드러난 점이 그랬다.
“기록 마법을 뛰어넘는 힘이라……. 로키아 가네스토는 흉신조차 모르게 배후에서 암약하고 있는 인물이니, 그런 권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로키아는 애초에 지플의 역사 조작을 자신을 감추는 일에 사용한 정황도 있지. 현재 내 기록 마법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기도 하고.”
“로키아가 자신의 동선에 대한 기록을 감췄다고 가정하면, 이건 다분히 의도적인 메시지야.”
[막내야, 알아듣게 설명해다오.]“함정이라는 뜻입니다, 누님. 제 생각에, 로키아가 굳이 아버지에 대한 내용만 기록 마법에 드러나도록 한 건 우리가 흑해로 떠나기를 바라서일 겁니다.”
“예. 그리고 발레리아의 말처럼, 로키아는 인간 시절의 그 날카롭던 흉신조차 모르게 활동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허술하게 자신에 대한 단서를 남긴 것도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 동료 중 기록 마법사가 있다는 걸 모를 리도 없을 테고. 오히려 기록 마법사의 존재를 잘 알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한 거겠죠.”
[그렇다면 도대체 왜?]“로키아 가네스토의 목적은 태양신을 부활시키는 것. 아마 그 일에 저나 가문, 바멀 연합의 존재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 같군요. 만일 이 메시지 때문에 바멀 연합이 본격적으로 흑해를 수색하기라도 하면,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길 테니까요.”
[로키아가 너를 이런 메시지 하나만으로 흑해에 전력을 투입하는 바보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예, 그럴 겁니다. 하지만 며칠 정도만 투자를 해서, 저와 주요 전력 몇 명이 흑해 초중반 지역 정도는 가볼 수 있겠죠. 마침 흑해 출신이나 다름없는 헤도 경도 있으니. 제가 로키아라면 그걸 노렸을 겁니다. 거기에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면서.”
물론 모두 가정에 불과하다.
다만 진은 로키아의 속내를 간파한 듯한 직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게다가 굳이 이런 장난을 치는 걸 보아하니 로키아의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군요. 그건 흉신전이 그자의 뜻대로 끝나지 않은 까닭일 겁니다.”
[후우, 그래도 영 심란하기는 하군. 네가 흉신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또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누님,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얼마 전 저는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아버지를!?]“흉신과 내계에서 전초전을 벌일 때였죠. 그때 만난 아버지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으로 남는 길에 서 계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흉신처럼 괴물이 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또한, 글리엑전 당시의 론도 결국 마성화를 이겨내고 세상을 지켰다.
진의 도움이 있기는 했으나, 지금 시론의 곁에는 루나와 원정대가 있었다.
내계에서의 만남 이후 시론이 진을 걱정하지 않았듯.
진 역시 아버지를 믿고 있었다.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로키아 이전에도 이미 예언자가 이런 불길한 예언을 지껄였었습니다. 그 결과는 누님도 잘 아실 거고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이런 메시지 따윈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중요한 건 예언이나 예지 따위가 아니라 거대한 운명이, 숙명이 눈앞에 당도했을 때 쓰러지지 않고 그걸 넘어설 수 있는 힘과 의지다.
진은 흉신전을 겪으며 누구보다도 그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쨌거나 파들러 경의 말대로 로키아의 존재가 확실해졌으니 앞으로 그자를 찾는 일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겠군요.”
진의 말들을 들으며, 룬티아는 불안해진 마음이 왠지 모르게 빠르게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게 가정이라 할지라도, 진이기 때문에 믿음이 가는 것이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구나, 막내. 이제 그만 어서 돌아가도록 하여라. 저번에도 말했지만, 다음엔 나를 꺼낼 수 있는 확신이 있을 때만 찾아와. 네 시간은 그만큼 귀하다.]“알겠습니다, 누님. 다음에 뵐 땐 많이 강해지신 모습이겠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누님. 그렇다고 옛날의 메리 누님처럼 3개월에 한 번씩 결투를 요청하지는 않으시겠죠?”
[혹시 모르지, 나보다 강한 기사를 상대하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니까. 수련이 끝나면 너를 포함해 그런 사람이 몇 사람 남지도 않을 것 같고 말이다.]“오…… 자신감이 상당하십니다.”
[내가 과거 검과 삶에 흥미를 잃지만 않았어도, 지금 넌 나랑 경쟁을 하고 있었을 거다. 하하, 돌아가거든 메리랑 토나 녀석들에게도 안부 전해줘.]“알겠습니다, 누님.”
더 이상 이런 헤어짐에 슬픔과 씁쓸한 느낌은 없었다.
시론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다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인사말들이 오가고 아공간을 빠져나가는 문을 열었다.
룬티아는 활짝 웃으면서 떠나는 동생 일행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진. 네 누이, 정신력이 대단하네. 저 끔찍한 공간에서 고독을 이겨내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
“육체도 그만큼 단단해서 예전에 당황했었어. 그나저나 고맙다, 발레리아. 누님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날 찌른 건 그 사람의 의지가 아니었으니까. 낯간지러운 소리는 됐으니 가자.”
다음에 그들이 향해야 할 곳은 킨젤로의 신본부였다.
르엣을 만나러 가기 전에 잠깐 들르려는 것이다.
본래는 강철 거래에 대해(카시미르가 이미 일부러 실패한) 적들을 교란하려는 목적으로만 방문하려 했으나, 가는 김에 로키아에 대해서도 대놓고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함선을 세워둔 자리가 여기쯤이었던 거 같은데.”
진이 앞을 쳐다보며 말했다.
온통 새하얗게 펼쳐진 설원의 풍경만이 보였으나, 사실 그곳 어딘가엔 붉은부엉이가 숨겨져 있었다.
-도착, 복귀 좌표는 귀곡새성과 티칸으로 설정해뒀다. 출격장이 열리면 선실 중앙에 있는 단추만 누르면 돼. 눈 깜짝할 새에 귀곡새성 앞일 거다. 그리고 투명화는 아직 개발 중이니, 도착하면 우선 외부 노출부터 신경을 써라.
-투명화라고요?
-언제 개발될지 몰라. 아무튼 행여 붉은부엉이가 파손되기라도 하는 날엔, 나와 발레리아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죽일 것이라는 것도 명심하고.
과거 콰울이 말했던 신기술, ‘투명화’가 결국 엊그제 붉은부엉이에 적용된 것이다.
일행은 잠시 근처를 돌아다니며 붉은부엉이를 찾았다.
하필 눈이 내리지 않아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발레리아가 한숨을 내쉬며 기록 마법을 펼치고 나서야 붉은부엉이를 찾았다.
두 사람은 이 상황이 우스워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베일은 상말을 내뱉으며 짜증을 냈다.
붉은부엉이를 찾고도 너무 투명해서 탑승구를 찾느라 또 애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일행은 베일이 몇 번 어딘가에 머리를 찧은 끝에 겨우 탑승했고, 그때가 되어서야 투명화가 자동으로 해제되었다.
“음, 개량이 좀 필요하긴 하겠어.”
“나나 콰울 박사님이나 노력하고 있으니까 닦달하지 마. 내가 얼마나 바쁜지는 아는지 모르겠군.”
[높은 곳에 앉은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네가 이해해라, 발레리아.]좌표를 설정하자 붉은부엉이는 순식간에 킨젤로의 신본부 정문으로 일행을 순간 이동 시켰다.
“어, 어어! 저거, 저거, 뭐야. 저놈들!”
“바멀 연합 놈들이다!”
부바르와 아이나스 칼리고, 마침 정문 앞에 앉아 개미를 지켜보며 놀고 있던 두 사람이 일행을 반겨주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이렇게 막 함부로 들어와, 하여간 재수 없는 놈! 아직도 동맹인 줄 알아? 기습이냐!?”
“기습이지! 언니, 단장님! 대공! 진 룬칸델이 쳐들어왔어요!”
일행은 그들에게 대꾸도 해주지 않은 채 뚜벅뚜벅 정문으로 향했다.
빽빽 소리만 지를 뿐, 두 사람은 막상 진이 다가오니 몸을 웅크리며 질끈 눈을 감았다.
문지기로 서 있던 적호족들이 잠시 무기를 겨누긴 했으나, 모두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치워.”
진의 한 마디에 결국 적호족들은 눈을 내리깔며 무기를 거뒀다.
“그리고 아무나 가서 너희 단장 좀 불러와. 난 귀빈실에 있을 테니까.”
부바르와 아이나스는 그렇게 말하며 제집처럼 귀빈실로 향하는 진 일행을 쳐다보며, 소극적으로 욕설을 속삭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