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78)
제 777화
191화. 시대를 선도하는 사람들(3)
메리와 헤이토나가 보여준 마력은 기초적인 단계를 조금 지난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기수들의 수련 기간이 겨우 한 달쯤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진은 형제들의 성장 속도를 이해할 수 없어 눈동자를 끔뻑였다.
진과 발레리아 정도의 재능을 보유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소가주께선 마법사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잘 아실 테니, 기수들의 성과가 특히 더 놀라울 겁니다.]“설마, 누님과 형님께 마법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던 겁니까?”
[의외로 마법에 대한 기수들의 감각이 모두 뛰어난 편이긴 하더군요. 하지만 소가주님 같은 천재는 아닙니다.]“그럼……?”
[저는 기수들에게 과거 제가 마법을 배우며 경험했던 기억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전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히스터, 기록 마법사들이 남긴 전승지는 단지 기억뿐만이 아니라 후손에게 마력과 마법에 대한 기억을 남기기도 한다.
“그건 오직 같은 기록 마법사에게만 가능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만.”
진은 그간 그 혜택이 같은 히스터, 그중에서도 발레리아 같은 ‘완전마력체’에게만 허용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발레리아에게 히스터가의 전승지에 대해 들었을 때, 혹 그 뿌리인 저도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몇 가지 시험을 해보았는데, 순혈 룬칸델에게 제 기억을 전달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하필 순혈 룬칸델에게만 가능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르엣이 발견한 ‘기억 전승’은 그녀의 권능과 천 년 전 테마르와 쌓은 유대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 대상이 테마르와 전혀 관련이 없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전승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순혈 룬칸델들은 비록 테마르를 만난 적이 없다 할지라도 그와 같은 피를 공유하고 있다.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를 보유한 이들만이 르엣으로부터 기억을 전승받을 수 있었다. 진이 ‘투신합일’을 통해 반의 감각을 이어받을 때처럼.
르엣이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진은 내내 눈동자가 반짝였다.
“엄청난 발견입니다, 집사장. 그런데 어떤 제한이나 대가가 전혀 없을 것 같지는 않군요.”
[정확히 보셨습니다. 우선, 기억 전승을 하면 제가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죠. 또한 기수들은 제가 마법을 배울 때의 기억을 통해 마력을 다루는 감각을 익히는 건데, 완벽하게 실현하지는 못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거죠. 누락 되는 기억도 적지 않고.]투신합일도 마찬가지였다. 동조율이 최고에 달하면 창성의 감각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나, 부족할 때는 아니었다. 흉신전에서 겪었듯 동조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자아를 잃어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
[앞으로도 계속 시간이 날 때마다 소가주님을 제외한 모든 기수들의 마법 실력을 이런 식으로 높여줄 생각입니다. 역사 조작에 억눌려있던 마력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으니, 지식과 감각만 충족된다면 금방 꽤 파괴적인 마법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될…… 윽.]르엣이 쓰러질 듯 앞으로 휘청였다.
“집사장님!”
“집사장, 괜찮습니까?”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나, 지금 룬칸델의 일원들 중 가장 극심한 과로에 시달리는 건 르엣이었다. 집사장 업무만으로도 심각한데, 기억 전승까지 하고 있으니 몸이 남아날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소가주님 말씀대로 휴식과 충전이 필요한 건 사실이군요.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르엣이 창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그리고는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몇 차례 크게 호흡을 했다.
[후아! 날이 산뜻해서 다행이군요, 깨끗한 공기로 온몸이 맑아졌습니다. 이제 됐어요.]“설마, 지금 이걸 휴식이라고 하신 겁니까?”
[원래 요정은 바람과 이슬만 있으면 언제든 생기를 되찾을 수 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밤낮없이 기록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던 것이죠. 어쨌거나, 이제는 기수들도 마검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적들과의 결전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그때가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강해져야겠죠.]전쟁이 언제 시작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1년간의 불가침조약이 있다고는 하나, 그건 허울 좋은 이야기일 뿐.
지금 거대 세력들이 서로를 치지 않는 건 어느 쪽도 압도적인 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시론을 제외한 세계최강자는 이제 진이 분명하나, 세력은 결코 그렇다 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세상은 불안정한 균형에 놓여 있는 상태다. 어느 한쪽이 치고 나아가는 순간, 반드시 전쟁이 시작될 터였다.
그냥 전쟁을 하지 않고, 이대로 평화로운 시대를 유지할 수는 없나?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진 역시, 만약 타 거대 세력들이 원하는 바가 단지 자신들의 땅을 안정적으로 가꾸고 통치하는 게 전부였다면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의 유일한 왕이 되고자 한다.
진은 가문의 정점에 오르고 싶을 뿐이나, 그들은 온 인류를 발아래 두고 세상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바꾸려 하고 있다.
진이 보는 지플과 킨젤로는 어느 쪽이 지상의 왕좌에 오르더라도 세상을 지옥으로 바꿀 작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진은 그들을 막는 입장이다. 천 년의 전쟁을 끝내고, 마신석이니 태양신이니 혼돈이니 하는 이상한 것들이 사라진.
평범한 세상을 되찾고 쟁취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친인들과 함께 멀쩡한 삶을 향유하는 일이야말로, 진이 가장 바라는 일이었다.
[자, 이제 최근의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일단 드러난 정보만으로는, 분명 우리가 가장 빠르게 많은 발전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소가주께선 사실상 세계제일검의 자리에 올랐고, 쉴 새 없이 인재가 몰려들고 있으며 여러 신기술들을 얻었죠.]“그러나 적들은 지나치게 잠잠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가주님. 아무리 소가주님이 두렵다 할지라도 한 번쯤은 우리에게 제동을 걸려는 시도가 있었어야 합니다. 심지어 소가주님께선 흉신전 이후 계속 적들에게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셨으니까요.]명백히 혼기를 통해 존재하고 있는 전대 가주들의 존재, 동의 없이 흉신전의 기록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발레리아와 지플의 관계를 알린 일 등.
모두 지플과 킨젤로가, 특히 지플이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다. 진이 부담스러운 걸 감안하더라도 소극적인 반응만 보이는 것이다.
[제가 생각하기엔, 소가주님을 제외한 다른 무언가가 더 있습니다. 이것들을 한 번 살펴보십시오.]르엣이 책상에 보고서들을 펼쳤다. 최근 킨젤로와 지플의 동향에 대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들이었다.
“킨젤로와 지플, 둘 다 주로 내정 안정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군요.”
두 세력 다 외부와의 접촉이 이상하리만치 적었다. 성국이 쇄국을 선포했을 때처럼, 어떤 중립 세력과도 만나지 않고 있었다. 룬칸델이 중립 세력을 계속 포섭하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
거대 세력들의 전쟁에 현재 세상에 남은 중립 세력의 힘이 큰 영역을 차지하기는 어렵다. 비궁과 무명, 흑왕단과 귀신대 같은 가장 강한 중립 세력은 이미 옛적에 진이 포섭한 상태니까.
[중립 세력들을 이렇게까지 방치할 이유가 없어요. 우리에게 흡수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움직이는 게 옳은 판단일 겁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는 건, 그들이 무언가 준비하는 게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준비라…… 킨젤로는 마족을 충원하는 일과 로키아를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을 겁니다.”
로키아의 이름이 나오자 일순 르엣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로키아 경이 배신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여전히 제게 큰 충격입니다. 제가 어서 그 시절의 기억을 온전히 되찾아야 제대로 내막을 알 수 있을 텐데. 정황상 그녀의 배신은 분명한 것 같지만 말이에요.]“관련 단서가 나오면 오르갈이 공유를 해줄 테니 기다려보도록 하죠.”
[예, 소가주님. 킨젤로는 지난번 신본부 방문 이후 소가주님께서 우려한 대로 계속 마족을 충원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마계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든 건 확실한데, 위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인력을 더 투입할까요?]란케가 ‘놀이터’라 말한 미트라 대사막은 아니었다. 다만 룬칸델은 대사막에 대해서도 계속 정보 수집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뇨, 어차피 당장 찾아서 칠 게 아니니 지금처럼 조심스럽게 조사하도록 하세요. 신본부에 간 그날 오르갈이 다짜고짜 나와 한 판 붙을 듯 굴었던 건, 모종의 이유로 기분이 나쁜 상태였기 때문이었으나…… 내가 함부로 찾아오지 못하도록 경고를 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겁니다. 괜히 자극해서 좋을 시기는 아닙니다.”
[마족이 충원되는 모습을 소가주께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전력을 감추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요.]“다만 나와의 싸움을 불사하면서까지 전력을 감추려는 건 아직 자신이 없다는 뜻이기도 할 할 겁니다. 천천히, 그리고 면밀하게 놈들의 전력과 마족의 전투력을 분석하면서 힘을 키우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신본부에서 소가주께서 제압한 샤갈 바흐마는 환마의 일족이니, 일단 그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지플은, 우리가 지난번 정화기 사용 요청을 무시한 이후로도 아직 연락이 없군요. 켈리악의 상태가 정화기로는 손을 쓸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일 겁니다.”
[예, 그리고 지플은 우리가 흉신전 이후 새로운 전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계속 내놓고 있지만, 그것과 우리 주요 운송 수단들을 살펴보는 게 전부입니다. 대장장이의 섬에 대해선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상태고요.]“킨젤로와의 강철 거래는 성공한 정황이 있습니까?”
[예, 지플은 현재 소가주께서 오르갈에게 제시한 것보다 더 비싼 값을 주고 킨젤로로부터 강철을 사들이고 있습니다.]“루테로 연방 암시장에 나가 있는 정보원들에게 계속 우리가 강철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라고 지시하세요. 아주 비싼 값에 일부 매물을 내놓을 텐데, 일부는 구매해서 눈을 속여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가장 최근 보고서를 보시면. 묘한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진의 시선이 보고서에 닿았다.
“카둔이 불편한 심기를 자주 드러내고 있다?”
[예, 어째서인지 최근 연방 내에서 역정을 부리는 일이 잦다고 합니다. 깊이 침투하지 못한 우리 첩자들조차 알 수 있을 정도로.]“원래 성격이 거칠고 경거망동하는 용이긴 하지만, 이런 보고가 들어올 정도라면 뭔가 불만이 쌓인 모양이로군. 지플이 켈리악에게 사용할 정화기 사용을 우리에게 더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가?”
진이 거기까지 말한 순간.
별안간 한 정보원이 급히 집무실을 찾았다.
“소가주님, 집사장님! 연방의 첩자들로부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말해보게.]“사흘 전, 지플의 1마탑 인근에서 엄청난 폭발과 진동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사유는, 전투로 추정된다고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