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88)
제 777화
194화. 뜻밖의 만남(3)
-또한, 당신과 오르갈의 킨젤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태양신을 부활시키려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테지. 그러니 방금 당신이 한 말은 특히 믿기가 어렵군. 당신이 속한 교파는 우선 이 세상을 모조리 파괴한 뒤에 태양신을 부활시키자는 주의일 수도 있잖소. 흉신 같은 존재를 이용해서.
쉬누의 말을 듣자마자 진은 자신이 산나에게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냥 넘겨짚었던 건데, 진짜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건가.’
쉬누에 의하면 산나는 과거의 로사보다도 더 위험한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쉬누 같은 신이 진 앞에 직접 나타나 산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정도니, 능력 또한 막강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지플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인가, 마계의 문이 발견될 때까지 세상을 파괴하기 위해서.”
[그렇다.]“태양신의 제단이 마계에 있는 이유는 무엇이오? 애초에 오르갈이 태양신을 추종하는 것도 그렇고, 마족과 태양신 사이에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엄밀히 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전부 태양신과 관계가 있다. 세상과 생명의 시작이 모두 태양신으로부터 비롯되었으니.]“그런 재미없는 이야길 듣고자 한 질문이 아니오. 유달리 마계와 연이 더 깊어 보이잖소.”
[글쎄, 마족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초기의 마족들은 늘 지하를 벗어나 지상에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갈구했지. 지상을 상징하는 가장 큰 요소가 빛이니, 자연스레 태양신을 숭배하게 된 것 아니겠나?]당장 마족과 태양신의 관계를 알아내는 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차차 알아가면 될 일이니 진은 더 이상 쉬누를 추궁하지 않았다.
“알겠소. 어쨌거나 덕분에 산나의 목적을 알았으니 대처를 고민해봐야겠군. 그 자체로 당신을 돕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테니, 이제 당신의 영역에 침범한 자들이 누구인지나 알려주시오.”
쉬누는 애초에 협상을 위해 이곳을 찾아온 게 아니다.
진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쉬누는 지금 궁지에 몰려 있으며, 자신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 한다고 말이다.
진의 입장에서도 전혀 나쁠 게 없는 일이었다. 마계와 태양신, 산나와 태양신교의 각 교파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얻었으니까.
물론 언젠가는 쉬누와 켈리악도 처리해야 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당장 쉬누와 싸우면 결과는 오직 공멸뿐이었다.
[태양신교의 사제들이다.]“다소 뻔한 이들이었군. 파이의 몰골을 떠올려보면, 당신에게도 꽤 벅찬 상대들이었던 모양이오.”
[태양신교의 사제는 대부분 망자, 과거 이름이 드높았던 영웅들로 구성되어 있다.]“부활한 옛 강자들이라, 지긋지긋하군.”
[모두 집념이나 원한을 품은 채 죽은 이들이지. 태양신이 부활하면 원하던 바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 사제가 된 것이다.]“당신은 신들 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권능을 지닌 편일 텐데. 그런 당신조차 고전할 만한 옛 영웅들이 부활해서 태양신교의 사제로 활동하고 있다는 말인가. 산나는 왜 그들을 인세에 직접 풀지 않는 거지?”
[현현이 제한적이다. 사제들은 일종의 신이 된 상태다. 인세에 현현하기 위해서는 계약자나 특별한 사건이 필요하지.]“시간문제라는 뜻으로 들리는군. 태양신교의 사제들이 인세를 자유롭게 활동하는 건.”
[그렇게 되면 인세는 끝이다. 흉신 때처럼 거대 세력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막을 수 없을 거다.]“약한 소리를 하는군.”
[진 룬칸델, 너는 네 형제들을 어떻게 평가하지?]형제.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룬칸델의 혈육들이 아니었다.
“……명왕족?”
[내가 이번에 만난 사제들 중엔 옛 명왕족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과거 투신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도 섞여 있더군. 그들이 인세에 나타나면 당연히 결과는 멸망이지 않겠나?]불의 인장이 느끼게 해주는 신뢰감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진은 잠시 표정이 굳어 있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힘든 싸움을 겪고 겁에 질린 모양이오, 쉬누. 옛 명왕족이 왜 태양신교와 함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세상을 멸망시킬 일은 없소.”
[네가 그 말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하지. 무녀를 항상 경계해라. 마계가 열리는 날, 이 세상은 더 이상 너희들이 알던 곳이 아니게 될 것이다.]“난 당신이 지금처럼 고전하다가 적당한 때에 소멸하기를 기대하겠소. 말하자면, 당신이 사라져도 태양신교의 부흥에 영향이 없을 시기에 말이오.”
쉬누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씩 화신한 그의 형태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이제 할 말을 다 했으니 떠나려는 것이다.
진은 굳이 떠나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로서도 산나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뱉어낸 것일 테니 말이다.
쉬누가 왜 소멸하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기도 했으나, 어차피 알려주지 않을 터였다. 쉬누는 어디까지나 산나와 태양신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려는 것이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자 찾아온 게 아니었다.
“으아아.”
화신이 해제되자 다시 파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이는 쉬누와 진이 나눈 대화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야기가 잘 된 모양이네요. 감사합니다, 진 경.”
화신의 부작용 때문인지 파이는 또다시 허겁지겁 앞에 놓인 음식들을 집어삼켰다. 라트리는 그런 파이가 안타까운 듯 계속 음식을 내어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잘 먹었어요! 저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괜히 귀찮으실까 봐 미리 말씀을 드리자면, 저를 뒤쫓아 행선지를 알아보는 건 효과가 없을 거예요…….”
퀴칸텔은 라트리가 챙겨준 음식을 보물처럼 안고 있는 파이를 보며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당연히 동료들은 파이의 말을 무시하고 그에게 베일을 붙였다.
그러나 파이가 떠나고 십여 분 후, 베일은 티칸으로 돌아와서 그를 놓쳤다고 말했다.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잘 쫓았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졌어. 갑자기 차원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쉬누의 영역으로 소환된 것 같군. 고생했다, 베일.”
진은 우선 파이와 쉬누로부터 얻은 정보를 즉시 룬칸델과 혼카 섬에 공유했다.
{[마계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습니다. 지하에, 존재한다는, 이야기, 주인님이, 남긴, 문헌에도, 없는, 내용. 그러나, 마족, 연구하던, 히스터들, 있었습니다. 그들의, 전승지, 찾아서, 확인해볼, 필요, 있을 겁니다.]}
혼카 섬으로부터는 ‘마족을 연구하던 히스터’에 관한 답변을 들었다. 요원하긴 하나, 그들의 전승지를 찾으면 단서가 될 만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마계의 문이라, 과거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기억이 온전치 않아서 선명하게 떠오르지는 않지만…… 분명 우리 가문과 제 동족들이 인지하고 있던 문제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렇습니까?”
{[예, 소가주님. 현재까지 밝혀진 천 년 전의 사건과 기록들엔 드러나지 않으나, 태양신교는 그때도 활동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오르갈은 그때도 태양신을 부활시키려 했고, 로키아는 그자의 계획을 막았다고 했으니까요. 제가 기억하지 못할 뿐, 분명 사건이 있었을 겁니다. 엇, 잠시만. 알펜 경과 타샤 경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하군요.]}
{[소가주, 호법회장이오.]}
“예, 말씀하십시오. 알펜 경.”
{[옆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기억나는 바가 있어서 집사장께 통신을 부탁드렸소.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성국수호전 당시 우리의 가장 큰 문제가 마계의 문을 찾는 일이었소!]}
{[아버지 말씀대로요, 소가주. 나 역시 그 임무를 수행했던 기억이 떠오르는군.]}
르엣과 알펜, 그리고 타샤는 ‘마계의 문이 지하에 존재한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묘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그 정보가 세 사람에게 적용된 역사 조작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진이 역사 조작의 힘을 꺾어온 것과 최근 이야기의 탑 일부가 파괴된 게 맞물린 결과였다. 균열에 물이 스며들듯, 잊고 있던 정보가 세 사람의 기억을 자극하고 있었다.
“계속 말씀해보십시오.”
{[성국수호전에서 당시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마족의 충원을 막는 일이었소. 죽여도 죽여도 계속 채워지는 데다, 때로는 이미 전사한 걸로 알려진 마족의 거두들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었소.]}
“그때도 흉신전처럼 죽은 이들이 부활했던 겁니까?”
{[처음엔 그런 줄 알았소. 하지만 그들은 사실 죽은 게 아니었지. 일부 고위 마족들은 본체를 마계에 둔 채 분신을 내보내는 식으로 전투에 임하고 있던 것이오. 그 사실을 깨달은 후, 우린 더더욱 마계의 위치를 찾는 일에 혈안이 되었었소. 그걸 찾지 못하면 결국 먼저 쓰러지는 쪽은 인세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알펜은 서서히 선명해지는 그때의 참혹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현대에 흉신전이 있었다면, 그 시절엔 성국수호전이 세상을 멸망의 위기에 빠뜨렸던 것이다.
“당시 마계의 위치를 찾았었습니까?”
{[아니…… 우린 결국 찾지 못했소. 마녀 헬루람이 소환한 마왕들을 토벌한 후 나는 전사했고, 이후 내가 맡던 임무는 모두 타샤가 맡았소. 타샤, 너도 무언가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
당시 타샤는 알펜이 사망한 후 마족의 잔당들을 처리했었다. 표현이 잔당일 뿐, 그들 중엔 마왕이나 그에 준하는 마족들이 적지 않았기에 그녀 또한 젊은 나이에 전사한 것이다.
{[아버지께서 전사하신 후…… 2, 3년쯤 지나 마계의 문이 있으리라 추정되는 지역을 발견한 기억이 납니다. 제가 직접 가문의 흑기사들과 한 마족을 추적한 끝에 알아냈었죠. 그 위치가…… 으윽.]}
통신 장치 너머, 타샤가 잠시 이마를 짚었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기억에 극심한 두통을 느낀 것이다. 동료들은 숨을 죽인 채 타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이내 타샤는 숨을 가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성국 반켈라의 수도…… 그래, 오테리엄. 마계가 있으리라 추정되는 땅은 분명 성국 반켈라의 수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