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31)
제 888화
209화. 테마르의 일곱 번째 무덤 – 케이탐의 그림(5)
십대기사들이 진과 무라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무라칸은 인간으로 변신하며 싸울 마음이 없다는 걸 강조했다.
“그래! 대충 살펴보니까 너희 손도 부족한 것 같은데 말이다. 테마르야 다쳐서 도피 중이라지만, 다른 녀석들은 어디에 있어? 왜 너희 셋만 있냐고?”
“다른 놈들은.”
드라낙스가 대답하려는 순간 프레이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다 외부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곧 돌아올 예정이죠.”
무라칸은 곧이곧대로 프레이의 말을 믿었으나 진은 단박에 거짓임을 알아차렸다.
‘아직 우릴 믿을 수 없을 테니 전력 상황을 감추고 싶겠지. 하지만 아마 지금 나온 인원이 현재 폭풍성의 최대 전력일 가능성이 높다. 매복이나 기습을 준비한 것도 아니니.’
이들은 ‘가짜 무라칸’이 전면전을 감행했다고 상정한 채로 임전태세를 취했다. 당연히 십대기사와 병력이 더 있었다면 모두 배치했을 것이다.
“그렇군.”
“아직 대답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 옷과 마녀의 적옥묘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바멀.”
“옷은 라프라로사의 명왕족들이 과거 테마르를 위해 만든 물건입니다. 수련이 끝나면 나가서 입으라고 짠 건데, 깜빡 잊었다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 나오면서 입게 되었고요. 적옥묘는 이름이 슈리인데, 헬루람에게 버려진 걸 솔더렛이 거뒀습니다.”
“마찬가지로 라프라로사에 있었고?”
“그렇습니다. 버리기 전 마녀에게 불사의 저주를 받기까지 했으니, 불쌍한 아이입니다.”
프레이는 한동안 진과 눈을 맞춘 채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당신은 솔더렛이 준비한 비밀병기. 여기 있는 무라칸은 예전에 가짜에게 당해 지금껏 치료를 받았고, 기억에도 문제가 생겼으며…… 다시 가문을 위해 싸우고자 돌아왔다. 이것이로군요.”
“예, 프레이 경.”
프레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들의 말이 진실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원군이 생기는 셈. 가짜 무라칸을 처단하는 일에 가망이 생길 터였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마녀의 계략이라면…….’
프레이가 거기까지 생각한 찰나 진이 시그문드를 풀어 그들에게 내밀었다.
“저와 무라칸이 적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마녀여도 고작 첩자 노릇을 시키려고 저나 무라칸 같은 존재를 보낼 것 같지는 않군요. 차라리 저희가 가짜 무라칸과 연계해서 다 같이 여길 친다면, 폭풍성이 함락되는 건 필연일 겁니다. 일단 신뢰를 더 표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남은 검도 마저 넘기는 겁니다.”
“검이 없다고 하여 약해질 사람이 아닌 것 같기는 하군요.”
“포박을 하셔도 좋습니다.”
“고대 만년철로 포박한다 한들 제압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닐 테고요.”
“아, 그럼 어쩌자는 거야, 프레이! 내 입장도 좀 생각해줘라? 난 말이다, 가짜 놈에게 당한 후 겨우 회복하자마자 바로 가문으로 달려온 거라고. 그런데 테마르는 가짜한테 당해서 도피 중이라고 하지, 너흰 날 공격하지. 내 심정이 어떻겠냐? 에이 씨!”
“무라칸, 진정해.”
“아, 진정하게 생겼냐고! 아니지, 백날 말로 해서 뭐 설명이 되겠어? 그 가짜 새끼 어디에 있냐? 대충 짐작 가는 곳이라도 말해봐. 나랑 꼬마가 가서 그놈 목을 가져오면 너희도 믿을 수밖에 없겠지. 우리 둘이면 충분하니까 얼른 알려줘.”
연기가 아니라, 무라칸은 진짜로 울분에 찬 목소리를 냈다. 그림 속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가 느끼기엔 생생한 현실 같았다.
“내가 진짜 무라칸인 걸 알면 나중에 미안해서 어쩌려고 이러냐? 얼른 안 알려주고 뭐 해! 그것도 알려주기 싫으면 그냥 꼬마랑 둘이 찾으러 간다. 가자, 꼬마!”
장단을 맞춰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검을 돌려달라고 말하자, 결국 프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좋아요, 믿어보겠습니다. 지금 배신과 학살을 감행하고 있는 그 무라칸이 가짜라는 사실을…… 정말 간절히, 믿고 싶기도 하군요. 그 악마가 정말 우리가 알던 흑룡이 맞는 건지, 수천수만 번을 의심했으니.”
“프레이, 괜찮겠어?”
“프레이가 믿겠다는데 네놈이 왜 토를 달아? 비올로. 네가 프레이보다 똑똑한 것 같지?”
“드라낙스, 그냥 물어본 거잖아…… 이게 근데 아까부터 자꾸 시비를 걸고 난리네.”
“뭐, 마음에 안 드냐? 오랜만에 한 판 뜰까?”
“둘 다 그만하세요. 믿기로 하였으니 이들은 이제 돌아온 친구와, 가주의 신이 우리를 위해 안배한 사람입니다. 특히 드라낙스, 자꾸 그렇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곤란합니다.”
“응, 미안.”
프레이가 검들을 다시 진에게 돌려주었다.
“바멀, 당신은 현명한 사람 같으니 우리가 의심한 일을 이해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로서는, 당신과 무라칸을 받아들이는 게 도박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검증하고 싶으나…… 상황이 그만큼 좋지가 않군요.”
“물론 이해합니다, 프레이 경. 제가 함께 싸우는 걸 직접 겪기 전까진 완전히 믿기는 어려우실 겁니다. 하지만 함께 싸워보면 아실 겁니다. 저는 룬칸델을 위해 언제든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어찌 그럴 수 있죠? 당신은 솔더렛의 도움을 받아 라프라로사에서 수련했다고 하나, 사실 가문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정해졌습니다.”
“그래, 꼬마는 어, 자아라는 게 생길 무렵부터 오직 룬칸델을 위해 싸우고자 수련만 했다고. 가문 모르게 짝사랑을 한 셈이지.”
“그렇다면 솔더렛에게 잔인한 구석이 또 있었군요. 룬칸델을 위해 한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황폐한 인생을 살도록 만든 셈이니.”
무라칸은 흠칫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진은 그들이 솔더렛에 대해 마냥 좋은 인식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모두가 가주를…… 젠장! 솔더렛, 이 개 같은 배신자 새끼! 약속을 지키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단 말이냐! 나와, 모습을 드러내라, 이 빌어먹을……!
-실더레이 경! 경마저 이러시면 다른 식솔들은 어찌하란 말씀이십니까. 고정하십시오, 제발!
-수호신께서 가주님을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잖습니까.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실더레이 경.
-솔더렛이 아니면 누가 가주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이냐? 가주가 당할 때, 그 무능한 신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냔 말이다!
첫 번째 무덤의 기록 영상 속 실더레이의 절규가 떠올랐다. 의식이 없이 야윈 채 병상에 누워 있던 테마르의 모습도.
당시 다이애나는 그런 실더레이를 꾸짖으며 ‘가주의 마지막 명’을 따르라 말했었다.
“……너희는 테마르가 내게 당했다고 생각했을 테니 솔더렛이 미울 수도 있겠지. 그런데 아까 비올로가 한 말은 뭐냐? 내게 마녀가 솔더렛의 소멸을 막아주기로 했냐고 소리쳤잖아.”
“무라칸, 기억에 문제가 큰 모양이군요. 자신이 모시는 신의 소멸조차 잊고 있다니. 솔더렛은 가주와 계약하기 전부터 이미 서서히 소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와 지플, 모두 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요.”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렇다면 내가 회귀하기 전, 솔더렛과 소통이 끊긴 것도 관련이 있겠군…….’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그림 속 역사는 온전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도 솔더렛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 모종의 이유로 숨어 지내야 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아. 소멸했다면 내 영기는 물론이고, 무라칸과 미샤 님 역시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없었을 테니. 혹은 소멸했고, 나와 흑룡들에게 남은 힘을 모두 남긴 상태일지도…….’
어느 쪽이든 진은 솔더렛이 남은 힘을 모두 자신과 무라칸, 미샤를 위해 사용했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회귀’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랬었다고? 젠장, 전혀 기억이 없는데. 마녀에겐 그렇다면 소멸을 막을 방법이 있는 거냐?”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있다 할지라도 정상적인 방법은 아닐 테죠. 아주 많은…… 대가도 요구할 겁니다.”
“아, 물론 마녀에게 손을 빌릴 생각 따윈 추호도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짓은 하지 않지. 그냥 막 나온 말이니까 행여 날 의심하거나 그러진 마라.”
“당신이 진짜 무라칸이라고 생각하니 충분히 납득이 가는 헛소리였습니다. 어쨌거나 돌아와서 기쁘군요, 무라칸. 많은 걸 잊었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과, 우리 이름은 기억하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아까 드라낙스에게도 말했지만, 어떻게 너흴 잊고 살았나 싶을 정도다. 보자마자 이렇게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말이야. 후후, 하말렌의 성녀께선 이 몸을 짝사랑하기도 하였지.”
“당사자를 앞에 두고 잘도 그런 소리를 하네요, 무라칸. 그것도 옛날 얘기를. 그 뻔뻔함은 기억을 잃고도 고쳐지지 않은 건가요?”
“맞아, 그랬었지. 프레이의 어두운 역사라고나 할까…… 저런 놈 어디가 좋다고.”
“그러게, 웬일로 네가 옳은 말을 다 하네 비올로. 나 같은 멋진 사내를 두고 어떻게 무라칸을?”
“난 항상 프레이나 집사장하고 비슷한 의견을 내놓거든? 네놈이 매번 딴지를 걸 뿐이지. 그리고 넌 사내보다는 짐승에 더 가깝다, 드라낙스.”
“아, 르엣은 어디에 있냐?”
“집사장이 가주를 모시고 있는지라 우리도 정확한 위치는 알지 못합니다, 무라칸.”
“아직 우릴 못 믿어서 숨기는 건 아니지?”
“정말 모릅니다. 하지만 알았어도 대답하진 않았을 거예요. 우리가 필요한 상황이면 가주 쪽에서 먼저 연락을 취할 겁니다.”
“좋아, 어쨌거나 가짜 놈 죽이기 전엔 우릴 완전히 식구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로군. 그놈 잡으러 지금 바로 가면 되냐?”
“안 됩니다. 두 분은 여기 남아 우리와 함께 폭풍성을 지키는 게 좋겠습니다.”
“어째서? 오는 길에 마을 사람들한테 들었는데, 그놈이 휴페스터 전역을 들쑤시고 있다던데. 무고한 사람들이 더 죽기 전에 먼저 찾아서 치는 게 낫지 않냐?”
프레이는 대답을 고르며 잠시 머뭇거렸다.
“프레이 님, 제 생각엔 이곳 폭풍성에 지켜야 할 게 있는 것 같군요.”
“당신을 상대로는 무엇 하나도 숨기기가 어렵군요, 바멀. 맞습니다. 폭풍성엔 가짜 무라칸이 노리는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놈은 일부러 휴페스터 곳곳을 공격하고 있죠. 우리를 유인하려는 겁니다.”
“어떤 물건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내키지 않는다면 말씀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저와 무라칸은 대기하면서 가짜 무라칸의 습격을 기다릴 겁니다.”
프레이는 가만히 진을 응시하다가, 이내 대답을 해주었다.
“……바리사다, 가주의 검. 가짜 무라칸이 노리는 물건은 그것입니다.”
“엉? 바리사다? 그걸 가짜 놈이 어디에 쓰려고 가지려는 거지?”
“과거 솔더렛이 가주에게 말하기를 바리사다는 단지 검이 아니라, 어딘가로 이르는 열쇠이기도 하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