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30)
제 888화
209화. 테마르의 일곱 번째 무덤 – 케이탐의 그림(4)
두 명의 십대기사와 오백의 최정예 기사들이 일제히 쏜 검기였다. 무라칸은 공중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환장하겠군, 프레이! 너는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십대기사들 중 가장 유하고 이성적인 게 너라고! 하말렌의 자비로운 성녀께서 왜 이러실까?]하말렌의 자비로운 성녀.
프레이가 룬칸델의 일원이 되기 전부터, 천 년 전의 세인들은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그녀는 강대한 힘을 타고났으면서도 한 번도 그 힘을 함부로 휘두른 적이 없으며, 늘 세상의 고통을 덜어내고자 고민하는 구도자로서 살았었다.
“당신이 가주를 해한 건, 단지 가문에만 피해를 입힌 게 아닙니다. 당신으로 인해 이 세상 전체가 위험해졌죠. 이제 지플은 뜻대로 역사를 주무를 것이며, 결국 우리가 가주 없이 부족한 힘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세상은 끔찍하게 변해버릴 테죠…….”
[그러니까 그건 내가 한 게 아니라니까! 아, 그래. 비올로, 너도 있었지. 너라도 내 말을 좀 들어줘라? 응?]“무라칸, 등에 달고 있는 마녀의 고양이나 감추고 지껄이지 그랬나. 그래, 이제야 알겠어…… 네놈이 어째서 갑자기 악에 취해 가주를 해하고, 가문을 배신하였는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죽여댔는지 말이야. 네놈도 결국 로키아처럼 마녀에게 붙은 것이었다!”
비올로가 검으로 슈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비올로, 그는 제국제일검으로 명성이 드높았으나 테마르에게 감화되어 룬칸델로 이름을 바꾸고 십대기사가 된 인물이었다.
[먀먁!?]“마녀가 도대체 무엇을 약속했기에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냐. 솔더렛의 소멸을 막아준다던가? 그렇다면 네놈뿐만이 아니라 그 솔더렛까지 우릴 배신한 걸 수도 있겠군. 그래, 그게 맞을 테지. 애초에 수호룡은 절대로 계약자를 죽음에 이를 정도로 해할 수 없으니!”
[먀먀, 먀먀먀먓, 먀아아악!]슈리가 억울한 듯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슈리는 적옥묘의 언어로 자신은 전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 슈리라도 적옥에 넣어두고 올걸. 슈리가 헬루람의 적옥묘였다는 걸 잊고 있었군.’
진이 이마를 짚으며 슈리에게 적옥을 내밀었다.
“넌 잘못한 거 없으니 들어가서 기다려, 슈리. 억울한 상황 정리되면 내가 잘 말해줄게.”
[먀앙!]“감추고 말하랬더니 진짜로 마녀의 적옥묘를 집어넣는군. 우릴 얼마나 우습게 보기에 이런 장난질을 치는 건지 모를 정도야, 무라칸.”
쓰아아아악-! 해일처럼 밀려든 검기가 쉴 새 없이 보호막을 두들기고 있었다. 특히 프레이와 비올로는 기사들의 검풍을 타고 비행하며 무라칸에게 가까이 붙어 미늘창과 장검을 휘둘러댔다.
“가문의 의복을 입은 인간은 또 무엇이냐? 우릴 모조리 죽이고, 가주를 대신해 사용할 마녀의 꼭두각시인가?”
영기 장막이 찢어졌다 복원되기를 반복했고, 무라칸은 답답한 마음에 연신 욕설을 내뱉었다.
[제발 부탁이다, 이 자식들아. 너흰 적당히 상대할 수가 없다고. 그러니까 좀 멈춰!]무라칸은 거의 애원하듯 소리치고 있었다. 십대기사와 기사들은 모두 그림에 불과한 존재나, 그들은 과거 무덤들에 있던 실더레이나 사라처럼 그들의 인격을 빼닮은 수호자였다.
그러니 무라칸은 그들을 해치고 싶지가 않았다. 실더레이 때처럼 천 년의 계약자로서 시험이 필요해 설정된 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차분하게 나를 봐라! 내가 그 가짜 놈이었으면 지금껏 반격 한 번 안 하고 피하거나 막고만 있겠냐? 벌써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거다. 평기사들은 대부분 나를 보자마자 죽었을 거고!]그 말에 처음으로 십대기사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다만 공격은 계속 이어졌는데, 일순간이지만 마음이 흔들린 탓인지 빈틈이 보였다. 십대기사들도 곧장 그 사실을 인지하며 급히 방어태세를 취했다. 물론 진과 무라칸은 허점을 찌르지 않았다.
프레이와 비올로가 이토록 쉽게 빈틈을 보인 건 결코 그들의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다.
그만큼 무라칸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가짜 무라칸이 배신하기 전까지, 무라칸은 십대기사들이 가장 의지하던 존재였다.
“상황이 어지러워 인사가 늦었습니다, 십대기사님들. 전 마녀 헬루람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바멀이라고 합니다, 제 검을 봐주시겠습니까?”
진은 일부러 룬칸델이라는 이름을 숨겼다.
‘역시 나와 무라칸이 솔더렛의 안배인 척을 하는 게 낫겠어.’
오는 길에 무라칸과 함께 설정한 상황 중엔 그게 가장 나을 것 같았다.
실은 이곳은 그림 속 세계고, 당신들은 케이탐이 그린 세계 속에 사는 수호자이며, 우린 오염된 그림을 고치고 천 년 전의 역사를 살피러 왔다.
그렇게 설명하는 것보다 ‘솔더렛이 보낸 사람’이라고 하는 쪽이 그나마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어떤 면에선 아주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그건, 브라다만테……!?”
“그렇습니다, 바리사다의 형제검 브라다만테입니다. 이조차 계략의 일부로 만든 것이냐 물으시겠지요. 직접 살펴보십시오, 피콘 님의 물건은 그 누구도 따라 만들 수 없다는 걸 아마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진이 허리춤에서 브라다만테를 풀어 십대기사들에게 던졌다. 검을 낚아채 살펴보니 진품임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브라다만테는 피콘 민체가 미완 상태로 둘 수 없다며 가져갔었는데. 설마 그를 해하고 가져온 것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잠시만 진정하고 시간을 내어주시면 제가 차분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적옥묘 슈리에 대한 오해도 풀어드리겠습니다. 무라칸, 일단 하강해서 지상에 자리 잡아. 두 분 검풍으로 비행 상태 유지하는 거 피로하시겠다.”
십대기사들은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손을 들어 기사들의 공격을 중지시켰다.
“……좋다, 들어보도록 하지. 우릴 해할 생각이었다면 방금 둘 다 동시에 허점을 보였을 때를 놓치지 않았을 테지. 그럴 능력쯤이야 능히 있는 것 같으니.”
창성까지 단 한 걸음만을 남겨놓고 있는 초월적인 강자, 십대기사들은 단번에 진의 실력을 알아보았다.
“감사합니다.”
[아오! 고맙다, 이 잡것들아. 꼬마 놈이 말하니까 이제야 듣는군. 마음 아프게 때려서 제압해야 하나 엄청 고민했다.]일행과 십대기사들이 모두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옷은 어디에서 구한 것이냐? 우리 의복과 흡사하나, 조금 다르군.”
“옷은…….”
“크아악! 이 쳐죽일 놈들, 이 드라낙스가 있는 한 폭풍성을 무너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
쩌어엉-!
목소리보다 먼저 드라낙스의 일격이 진과 무라칸의 후방으로 떨어졌다. 무라칸은 뒤를 돌아보며 꼬리로 드라낙스의 검을 받아쳤다.
[아, 이 자식이 또! 아, 더럽게 아프네! 어, 어, 후속타 휘두르기만 해봐. 아무리 너라도 턱주가리 박살 나는 수가 있다, 드라낙스.]“멈추세요, 드라낙스.”
“멈춰라, 드라낙스!”
세 사람이 동시에 드라낙스를 말렸다. 드라낙스는 재차 휘두르려던 검을 멈춘 채 고개를 갸웃했다.
“엥? 프레이, 이게 무슨 상황이냐? 방금까지 분명 공중에서 한창 싸우고 있었잖아. 어찌어찌 무라칸 떨궈서 지상전으로 끌고 온 것 아니야?”
“그게 아니라 이 바멀이라는 자와 무라칸이 하는 말이 심상치가 않아서 이야기를 해보려…….”
“넌 조용히 있어, 비올로. 난 프레이한테 물었잖냐, 응?”
“후우, 그래. 프레이한테 들어라.”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청년과 무라칸이 하는 말이 심상치 않기에.”
“아, 그렇군. 알았다. 프레이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아니, 나랑 프레이랑 같은 말 했는데.”
“조용히 있으라니까, 비올로. 한 대 맞을래? 그래서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이 당시 세상에 드라낙스를 휘어잡을 수 있는 사람은 딱 네 명뿐이었다. 테마르, 프레이, 그리고 집사장 르엣과 흑룡 미샤.
“하…….”
“프레이, 이놈은 조금 전에도 나한테 자기는 가짜, 아니. 자기가 진짜라고 했던가? 아무튼 이상한 소릴 지껄였다. 그 내용인 거지?”
“그렇습니다.”
십대기사들은 한동안 진과 무라칸을 빤히 쳐다보았다.
“……저는 솔더렛이 이런 날을 대비해 남겨둔 사람입니다. 그리고 방금까지 저희가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테마르 님을 공격한 무라칸은 가짜고, 여기 있는 무라칸이 진짜입니다.”
진이 손바닥에 영기를 띄우며 말했다. 그리고 셔츠 단추를 풀어 광심장도 보여주었다.
“경들께서도 테마르 님에게 라프라로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그곳에서 명왕족들에게 수련을 받으며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솔더렛이 의식을 잃은 무라칸을 데리고 라프라로사를 찾아왔습니다. 솔더렛이 말하기를, 적들이 무라칸을 복제했다더군요.”
진은 십대기사들의 분위기를 살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솔더렛조차 어떻게 무라칸을 복제했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여기 있는 진짜 무라칸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가짜에게 당한 건 확실하고, 가짜는 그때부터 룬칸델에 섞여 지냈다고 했습니다. 진짜인 척하면서.”
“……그러다 기회가 오자마자 가짜가 테마르에게 비수를 꽂았다는 건가?”
“제가 솔더렛에게 들은 바로는 그렇습니다. 이 이상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합니다. 저는 그저 솔더렛의 안배를 위해 준비된 사람에 불과하고, 무라칸은 저와 함께 라프라로사를 나오기 전까지 의식이 없었으니까요.”
[그래, 그, 가짜 놈에게 당한 것 때문에 기억도 좀 잃었어. 힘은 거의 되찾았지만 머리에 약간 문제가 생긴 거지. 음.]“하아? 그래서 날 보고 오랜만에 본 것처럼 말했던 거냐? 널 어떻게 잊고 있었지, 분명 나한테 그렇게 말했어.”
[맞다, 드라낙스.]“그런데 우린 가주께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바멀. 게다가 무라칸이 가짜라는 걸 솔더렛이 알고 있었다면, 왜 가주나 우리에게 알리지 않은 거죠?”
“아마 죽어가는 무라칸을 살리느라 여유가 없었을 겁니다. 전 그저 라프라로사에서 수련만 하다가 명령을 받은지라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솔더렛은 지금껏 제 존재를 비밀에 부쳤습니다. 솔더렛은 저를 일종의…… 음…… 비밀병기 정도로 여긴 것 같습니다.”
“……비밀병기?”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로군요, 바멀.”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행동으로 경들께 보여줄 것은, 테마르 님을 해한 가짜 무라칸을 처단하는 일입니다.”
진은 십대기사들과 눈을 맞추며 이렇게 뒷말을 이었다.
“그러니, 저와 무라칸이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실망할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