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72)
제 888화
218화. 쓰러뜨리면 더 강한 놈이 오는 구조(2)
휴페스터 연합은 검의 바다라고 부르고, 루테로 마법 연방은 마법의 바다라고 부르는 바다.
그 한가운데에 진마계의 주둔지들이 몰려 있었다. 사실상 중립 해역 취급되던 지역을 진마계가 접수한 셈이었다.
“공자, 두 분만 가시기엔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카시미르가 말하자 옆에 있던 루나가 대신 고개를 저었다.
“위험하지 않습니다, 국왕님. 설령 진마계에서 창성 전력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할지라도 막내와 무라칸 님 정도면 얼마든지 빠질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근처에 어차피 황금함도 대기하고 있을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너무 여럿이서 가면 모양이 빠지기도 하지. 미물, 넌 상황실에서 보고들이나 잘 받고 있어.”
“무라칸, 아무리 그래도 카시미르는 한 나라의 국왕이자 어쩌면 머잖아 제국의 황제가 될 수도 있는 몸인데 매번 그렇게 미물이라 부르면 되겠느냐.”
아메리스가 편을 들어주자 카시미르는 빵긋 미소를 지었다.
“나름 애칭이니 이런 것까지 간섭하지는 맙시다, 아메리스 양반. 가자, 꼬마!”
“다들 임무 시작입니다. 국왕께선 각지 임무 중 특이사항이 생기면 바로 제게 연락을 주십시오.”
진이 코트 안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철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 철판은 마침내 콰울이 완성한 ‘휴대형’ 통신 장치였다.
진을 포함한 연합의 주요 초인들에겐 모두 배포가 되었고, 이번 주 내로 각지 지휘관급 인물 전체에게 보급이 될 예정이었다.
“알겠습니다, 공자.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진은 이번엔 붉은부엉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임무 지역이 많은 만큼 붉은부엉이는 다른 동료들이 번갈아 사용해야 했다.
[크하하, 역시 용은 날아서 적들에게 나타나야 제맛이지.]“마족들 앞에서 네가 토하는 추태를 보일까 봐 걱정이 되기는 했다.”
[헹, 꽉 잡아라. 최속으로 갈 거니까.]“너 타고 장거리를 가는 건 오랜만이네.”
무라칸이 날개를 한 차례 펄럭이자 구름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며 충격파가 일었다. 무라칸은 바람의 용들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하늘을 헤쳐나갔다.
이런 속도라면 진마계의 주둔지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세 시간.
다른 평범한 용이나 비행함이 기준이라면 대여섯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그건 곧, 방벽이 뚫리는 순간 적들이 언제든 티칸을 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방벽을 비집고 들어온다 할지라도 티칸엔 언제나 바멀의 최상위 초인들과 방위 장비들이 대기하고 있다.
‘적들이 근처에 자리를 잡았는데도 아주 부담스럽지는 않군.’
예비 기수 때부터 이제껏 준비한 결실들이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전쟁은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나, 진은 왠지 질 리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에 휩싸이고 있었다.
‘적명족과 진마계. 지하세력들이 본격적으로 판을 치기 시작했지만 결국 가문과 연합의, 나의 가장 큰 적은 여전히 지플이다.’
차가운 바람이 머리를 차게 식혀주고 있었다.
비행을 시작하고 두 시간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카시미르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공자, 잘 들리십니까?}
“잘 들립니다.”
{방금 1기수와 3기수로부터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델키 남부 대균열은 모두 제거했고, 일곱 개의 중소 균열이 남았다더군요. 하지만 중소 균열은 제거보다 전이 완료 후 토벌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예, 그게 좋겠군요. 누님들의 비기들엔 횟수 제한이 있다고 했으니, 중소 균열까지 소멸시키기엔 아깝습니다. 민간인 대피는 예전에 끝났을 테고요. 다른 임무 지역들은 어떻습니까?”
{슈체론 왕국 쪽 대균열들은 투벤 경과 헤이진 경이 무난하게 제압 중인 것 같고, 7기수와 10, 11기수 쪽은 좀 애를 먹고 있는 듯합니다. 다른 곳들도 아직까진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한 시간이 더 흘렀다.
진과 무라칸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진마계의 주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야…… 이 새끼들 봐라. 벌써 땅덩이가 웬만한 소국 정도 규모는 되겠는데? 제국 전 수도보다 크겠어.]무라칸의 말대로, 해상에 소환된 진마계의 주둔지는 ‘국가’라 부르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을 규모였다.
연합은 이미 수차례의 전투에서 전이된 수십 개의 성채가 파괴되었고, 몇만에 육박하는 병력과 다수의 장군급 마족들을 물리쳤으나.
진마계의 전체 규모를 생각하면 생채기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지금 두 사람이 보고 있는 중심 주둔지 역시 진마계의 극히 일부가 소환된 결과일 뿐이니 말이다.
주둔지 전체에 결계처럼 보랏빛 마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제대로 단련되지 않은 이들에겐 그 자체로 극독이나 다름없는 마기, 따라서 6성 미만 전투 인원은 주둔지에 진입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마기에 노출된 채 전투다운 전투를 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은 7성쯤 되겠군. 아예 영향을 받지 않고 제 실력을 내려면 9성부터나 가능하겠어.”
[추후 전면전을 펼칠 땐 어차피 최고 정예들만 추려서 갈 테니 그건 문제가 안 될 거다. 물론 마기가 그때는 더 짙어진 상태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쪽도 그때쯤이면 황금함대 같은 게 양산됐겠지. 그럼 초장거리에서 함포로 밀고 들어가면 될 거고.]“너도 전략이라는 걸 생각하기는 하는구나, 무라칸.”
[더 이상 나 혼자 강하다고 다 되는 세상이 아니니 말이다. 뭐, 천 년 전도 마찬가지였지…… 그때의 나는 완벽한 전성기였는데도 동료들을 지켜주지 못했으니. 에잇, 가슴 아픈 이야긴 집어치우고. 슬슬 환영식이 시작되려는 모양이다.]환영식은 당연히 주둔지에 설치된 온갖 마법 함정과 수성 장비들이 가동되는 걸 뜻했다.
무라칸이 주둔지에 더 가까이 접근하자, 일대에 퍼진 마기가 마치 생물처럼 움직이며 거대한 마법진을 형성했다.
처음 보는 형태의 어둠계 마법이었다.
그러나 그 마법진이 뜻하는 바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보통 시전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술식이 저렇게 복잡한 건 저주 계통이지.”
[그리고 너는 면역이고.]무라칸이 대답하자마자 마법진에 응축된 마기가 수백 갈래의 얇은 촉수처럼 변하며 진에게 쇄도했다.
피하자면 피할 수 있었으나, 진과 무라칸은 일부러 온몸으로 저주를 받아주었다. 촉수들은 진을 찌르려다 갑자기 꽃이 시들듯 팍 꺾이는 모습.
그러자 마법진은 곧바로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이번엔 공격 계통의 마법이었는데, 진은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었다. 무라칸이 진력으로 토해내는 숨결이 전부 다 상쇄시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계 마법은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이어졌으나, 창성에 근접한 두 사람을 압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슬슬 짜증이 치솟아 검을 뽑으려는 찰나, 돌연 시야를 가리고 있는 거대한 마기가 일시에 사라지며 주둔지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지토와 진마계 놈들. 취향 참 확실하군.’
주둔지는 일반적인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구조였다.
다만 건물마다 가시덤불이 휘감겨 있었고, 진과 무라칸은 꽤 높은 상공에 떠 있는데도 아래로부터 쉴 새 없이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윤회의 길에 오르지 못하고 지옥에 갇힌, 망자들의 비명이다. 집중해서 살펴보니 주둔지 곳곳 길과 광장에 매달려 있는 영혼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과거 흉신이 되살린 옛 영웅들처럼 생전의 모습을 했으나 반투명한 쪽빛으로 빛나는 외형이었다.
주둔지에 소환된 마족들은 그렇게 인간의 영혼을 고문하며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물론 그들도 한때는 살아 있는 인간이었을 테니, 일순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기는 했으나.
아메리스와 테스에 의하면 지옥에 떨어진 이들은 모두 생전에 그럴 만한 죄악을 저지른 족속들이다.
특히 테스는 그들을 결코 안타깝게 여길 필요가 없다고 진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너희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끔찍한 죄를 저지른 이들만이 지옥에 떨어진다고 말이다.
그런 악인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새삼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꼬마, 책임자라고 할 만한 놈이 나오려나 보다.]사라진 마기는 방금 주둔지 상공 정중앙에 형성된 한 차원문으로 집중된 상태였다. 차원문 속에서 한 마족이 하늘을 뚜벅뚜벅 걸어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진 룬칸델 경. 사키엘 그로쉬에라고 합니다.”
[너 같은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은 필요 없고, 파엘리토 벨가시움인지 뭔지 하는 놈이나 데려와라.]무라칸의 도발에 사키엘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두 분이 설마 이렇게 갑자기 우리 진마계를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미처 환영식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군요. 지금은 내륙을 정리하느라 한창 바쁘셔야 할 텐데요…….”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 말고 제일 센 놈 불러오라니까? 지금 한판 붙어보게.]무라칸의 말은 진심이었다.
진은 찾아온 김에 가능하다면 진마계제일검이라는 인물과 검을 섞어볼 의향이 있었다. 승부를 내진 않더라도, 전투력을 미리 가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 또한 진마계의 총서기관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고 있으니, 저를 만난 것으로 만족하시면 좋겠군요. 하지만 두 분은, 지금이라도 빨리 돌아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동료들을 아낀다면 말이에요.”
사키엘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통신 장치가 진동을 일으켰다.
{진 공자, 7기수와 10, 11기수가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균열에서 나온 마족들을 진압하자마자, 갑자기 전장에 새로운 대균열이 형성되며 그곳에서 더 강한 마족과 병력이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사키엘은 지금 진과 무라칸을 맞이하기 전까지 모든 균열의 전투 상황을 직접 지켜보고 있었다.
애초에 진마계가 내륙에 형성한 균열들은 ‘1차’에 불과했던 것이다. 진마계는 연합의 초인들이 진압을 위해 분산되면, 2차 균열을 형성해 흩어진 초인들을 압박할 계획이었다.
“아, 이번에 내륙에 형성된 전이 균열들은 쓰러뜨리면 더 강한 놈이 나오는 구조였다. 이거로군…….”
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사키엘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준비된 균열이 아직 많습니다. 괜히 여기서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고, 돌아가도록 하세요. 어차피 앞으로 볼 날이 많을 테니 말이에요.”
그 말에 진도 씨익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래?”
사키엘이 대답하려는 찰나 진이 먼저 통신 장치를 들었다.
“루나 누님, 룬티아 누님. 들으셨죠?”
그 둘은 진과 무라칸이 진마계 주둔지에 도착하기 전에 대균열을 제거하고, 중소 균열의 잔당들까지 모두 소탕했다.
그리고 방금 사키엘의 명령에 의해 새로 열린 대균열까지도 일검에 없앤 상태였다.
사키엘도 자신의 수정구에 실시간으로 떠오른 그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뭐? 방금 내보낸 새로운 균열을, 단 일격에?’
{여기는 1기수. 예, 들었습니다, 소가주. 지금 즉시 소궁주와 연계해 델키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키엘을 쳐다보았다.
“어쩌나? 사키엘. 우리도 누군가 쓰러지면 더 강한 사람을 보내는 구조인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