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78)
제 888화
220화. 지치지 않는(1)
선제공격.
물론 단독 전투 자체를 수행하는 일은 초인이라면 누구나 수행할 수 있으나, 연합은 여전히 진마계 마족들의 정확한 전투력과 특수 능력들을 모른다.
따라서 적지에서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탈출 가능성이 특히 우수한 경지의 무인이 필요했다. 지토가 직접 강림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진, 무라칸, 발라스, 알펜, 타샤, 루나, 룬티아, 투벤, 헤이진, 바네사, 제드, 베일, 헤도, 단테, 오울, 요나, 탈라리스.
그 정도가 해당 임무의 조건을 충족하는 초인이었다.
그중 진과 무라칸은 총사령관이자 최후의 패로서 되도록 사령탑을 떠나지 않는 게 옳고, 전대 가주들과 흑기사들, 제드는 휴페스터를 지켜야 한다.
베일은 황금함과 더불어 방벽의 중심이며, 단테는 당연히 제국을 떠날 수 없다. 오울과 요나는 늘 침투 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고, 탈라리스는 여전히 지토의 눈을 살피고 있다.
따라서 가장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루나와 룬티아, 그리고 헤도 세 사람. 그마저도 ‘균열 정리’라는 상시 임무는 모든 초인의 공통이니 결코 여유롭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균열은 연합 전역에 계속 생성되는 중이고, 그에 맞춰 우리 병력과 초인들은 계속 전장을 나가는 상황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적명족이 어느 날 갑자기 선언문을 깨고 우리 쪽까지 공격을 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예, 그놈들이 언제까지 루테로만 치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게다가 아율라께서 태양신교의 루크라는 명왕족의 옛 투신도 머잖아 인세에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루크, 그자가 인세에 나왔을 때 태양신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관건입니다. 지플과 더 밀접하게 붙을지, 아니면 결별하게 될지…… 어느 쪽이든 우리가 꺾어야 할 적들이라는 건 변함이 없겠죠.”
진과 동료들은 한동안 의견을 교환하며 진마계에 대한 이번 역습의 주인공을 골랐다.
“루나 누님이 좋겠습니다.”
“예, 아무래도 셋 중 가장 강한 사람을 보내는 쪽이 좋을 것 같군요.”
“만장일치로군.”
자타공인.
루나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시론을 비롯해 켈리악, 론, 탈라리스 등. 이전 세대의 모든 정점들이 그렇게 평가한 인물이 바로 루나였다.
루나에게 부여된 임무는 섬멸과 지토의 살점 소진 유도. 진이 직접 겪어 본 바, 지토의 살점 소진을 홀로 해내고도 가장 피해를 적게 받을 만한 인물 또한 루나밖에 없었다.
역습의 전략은 간단했다.
루나가 홀로 적지로 침투해서 전투를 벌이고, 혹 지원이 필요할 때 대기 중인 다른 초인을 합류시키는 것.
대부분은 룬티아와 헤도가 지원을 갈 테지만, 각지 전장 상황에 따라 진을 비롯한 연합의 모든 초인이 합류를 할 수도 있었다.
물론 가장 좋은 경우는 지원이 필요 없이 루나 홀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은, 루나를 믿었다.
결정이 끝나자 진은 즉시 검의 정원으로 통신을 걸어 상황을 전달했다.
{예, 소가주. 집사장입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1기수를 출격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소궁주와 연계할까요, 아니면 붉은부엉이를 보내주십니까?}
“소궁주와 연계하는 게 좋겠습니다.”
{막…… 아차, 소가주! 단독 임무입니까? 잘됐네요. 마침 제가 담당한 균열 구역 정리가 끝난 참이었거든요. 아, 집사장. 그냥 저는 반말 좀 하면 안 될까요? 매번 불편한데. 집사장 눈치를 보느라 매번 체할 것 같습니다.}
{1기수가 법도를 지켜야 가문의 기강이 지켜지는 겁니다. 흐음, 하지만 뭐…… 그렇게까지 불편하시다면. 공식 석상이 아닌 곳에선 봐드리도록 하죠. 물론 소가주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눈이 많은 곳에선 철저히 예를 지켜주셔야 하고요.}
{오, 감사합니다! 집사장님도 마냥 꽉 막히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군요. 허락해주실 거죠, 소가주?}
“물론입니다, 집사장. 그럼 또 연락하겠습니다. 누님,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그럼, 걱정 마라. 가서 지토의 살점인지 뭔지 죄다 없애 버리고 오마. 좋은 술이나 열댓 병 준비해 둬.]{아니, 이보시오 집사장! 내가 루나랑 똑같은 요청을 했을 땐 단칼에 거절했으면서!? 어디 가시오 집사장! 집사장!}
{흑검회장께선 저랑 실랑이할 시간이 있으신가 보군요. 전 문서들을 확인하러 가는 길입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방금 보고 들어온 균열 지역으로 가시겠습니까.}
{쳇, 균열 지역으로 가도록 하지! 나 원, 진마계 놈들.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군. 아무튼 나도 이제 공식 석상 아니면 막내한테 말 편하게 하는 것이오? 아, 막내야. 그것 아느냐? 이 증조부는 이번에도 알펜 경과 균열 정리 내기를 해서 이기고 있느니라. 하여간 그 사람, 날 한 번이라도 이기고 싶은 모양이다. 크하핫!}
통신 장치로 들려오는 한바탕 소요에 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가족과 동료들의 활기찬 모습은 언제나 큰 힘이 되었다.
“자, 그럼 우리도 일하러 갑시다. 제트는 각지 전투 상황 보고서 확인하고 추려서 올리고, 퀴칸텔 님과 엔야는 슬슬 방벽으로 이동해주세요.”
“알겠다.”
“네, 공자!”
콰울과 발레리아는 방벽 형성 임무에 엔야와 퀴칸텔을 추가로 요청한 상태였다.
용화차단막과 시간의 권능.
그 두 가지 힘을 콰울의 발명품들과 발레리아의 지식을 통해 응용하면, 방벽 전체에 큰 보탬이 되리라는 판단이었다.
제트가 보고서를 추리는 사이, 진은 잠시 무라칸의 방을 찾았다. 그는 다 죽어가는 얼굴을 한 채 침대에 누워 길리의 무릎을 베고 있었다.
“도련님, 오셨어요? 아, 이건…… 그, 오해하지는 마세요. 그저 무라칸 님이 이렇게 하면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야, 무라칸. 너는 길리가 얼마나 바쁜데.”
“시끄러워, 휴식에 방해되니까 얼른 나가라, 꼬마. 으으, 딸기파이여. 이번엔 정말 내가 고생을 많이 하였다…… 으윽, 무라칸 아팡, 호 해줭…….”
“네, 적지에 다녀오신 후로 반쪽이 된 얼굴이 돌아오질 않으니 정말 걱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혀에도 문제가 조금 생긴 모양이에요. 어떻게 해야 하지……!”
진은 차마 더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어 조용히 문을 닫았다. 잠시 후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오자 왠지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무라칸 녀석, 아픈 건 사실이지만 저 정도는 아닌데. 길리한테 보살핌을 받고 싶어서 더 꾀병을 부리는 걸, 길리는 모르는 건가? 아니면 설마, 알면서 즐기는 건가. 모르겠군, 모르겠어…….’
진은 다시 집무실로 가 제트가 들고 온 보고서들과 통신 장치에 번갈아 시선을 두었다.
빠르면 30분, 늦어도 한 시간 이내로는 루나로부터 작전에 대한 첫 보고가 들어올 터였다.
‘루나 누님인 만큼 큰 걱정은 안 되지만, 붉은 기운의 횟수가 조금 걸리긴 하는군. 마족들을 그냥 상대할 때는 몰라도, 대균열이나 지토의 살점을 사용할 땐 붉은 기운을 사용하실 수밖에 없을 텐데,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누님이 붉은 검기를 다 소진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문득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진은 얼마 안 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일 그게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면, 아버지께서 분명 더 강력하게 경고를 하셨을 거다. 하지만 아버지께선 누님을 흑해에서 보낼 때 단지 되도록 아끼라고만 하셨으니, 괜찮을 것이다.’
* * *
그 시각, 휴페스터 최남단에 위치한 ‘키카로 왕국’의 한 평원엔 모트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보오옹!]“소궁주, 이번에도 고마워.”
“설마 비궁의 소궁주가 된 후 제가 이런 식으로 전장에 무인들을 배달하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곤 상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시리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과 모트가 전쟁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비궁의 대표로서 전장을 이끄는 게 아니라 무인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는 현실에 약간의 자괴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괴감은 잘 이용하면 발전의 좋은 발판이 되지. 지금이야 소궁주가 아무래도 나보다는 무력이 조금 밀리지만, 내가 보기에 소궁주는 나와 엇비슷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애초에 소궁주는 나이에 비해 어마어마한 강자이기도 하고.”
조금이요? 엇비슷한 잠재력이요? 시리스는 그렇게 대답하려다 어깨를 으쓱였다. 실제로 루나는 빈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또한 전장에서 내가 빠지는 것보다 소궁주와 모트가 빠지는 게 더 손실이 클걸? 그러니 너무 아쉬워 말고, 만빙을 더 여유롭게 기다리면서 정진해 봐. 곧 그간의 경험치가 한꺼번에 폭발할 날이 올 테니.”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여긴 벌써…… 난리로군요. 이쪽 평원은 더 어릴 적에 몇 번 수련 차원에서 온 적이 있는데, 이젠 완전히 진마계의 땅처럼 보인단 말이죠.”
시리스가 주위를 살피며 말했다.
사방이 진마계의 성채와 건물들, 그리고 보랏빛 마기로 우글거리고 있었다. 특히 평원 한가운데 흉물스럽게 우뚝 솟은 성채는, 옛 황제궁을 연상시킬 만큼 거대한 규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루나는 그 모습에 핏, 웃음을 터뜨리며 등에 멘 크란텔을 추켜들었다.
“싸워 보니 별것도 아닌 놈들이 쓸데없이 으리으리하게 지내는군. 이번엔 지켜야 할 사람도 없으니, 혼자 실컷 쳐부술 수 있겠어. 소궁주는 내가 지켜야 할 만큼 약하지 않으니 말이야?”
“전 근처에 모트와 함께 대기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 소궁주의 성장에 훌륭한 양분이 될 만한 놈이 있으면 하나씩 추려서 보내줄게. 괜찮지?”
“아,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기대하겠습니다.”
이내 루나가 모트에서 하강하며 크란텔에 기운을 집중시켰다. 진마계의 성채는 즉시 그 힘을 감지하고는 경계 마법과 방위 장비를 가동시켰고, 루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에게 쇄도하는 공격 마법과 포격을 쳐다보았다.
“우선 성부터 싹 부숴주마.”
룬칸델 제1결전기
쇄천 – 루나 룬칸델
루나가 크란텔을 바닥으로 내리꽂자마자, 평원 전체를 뒤집을 듯 맹렬한 지진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