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86)
제 999화
244화. 적명족을 기습(4)
“허…… 이게 정녕 공공시설의 부품이란 말인가? 공공시설, 공공시설이라고?”
티칸궁, 콰울의 연구실.
콰울이 루나와 엘티엇이 탈취한 부품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그 부품은 마법 공학을 잘 모르는 이들의 눈에도 극히 뛰어난 만듦새였다.
은빛 금속으로 이루어진 사과 정도 크기의 정사면체, 그 가운데엔 무엇과도 연결되지 않은 붉은 핵이 회전하고 있었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냐? 콰울 네놈이 이렇게 호들갑을 떨 만큼.”
무라칸이 묻자 콰울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고말고! 이 얇디얇은 금속 선들 안에는, 지금 인류가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정밀하고 작은 기술들이 적용되어 있어. 그 기술들이 파장을 형성하고, 그 파장은 하나의 핵으로 변해 부품 안에서 회전하는 것이야…….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군.”
“하? 꼴값은. 어어, 야 저거 진짜 운다. 제트! 손수건이라도 좀 줘라, 소름이 돋네.”
“예이,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물건만 있으면 황금함을 양산할 수 있겠어?”
콰울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는 홱 무라칸을 노려보았다.
“하여간 이 무식한 흑룡이! 내가 무슨 신인 줄 알아? 언제 다시 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이 부품을 아주 조심스럽게 해체하고, 분석하고, 적용된 기술들을 파악하고. 여기까지만 해도 나조차 최소 반년은 필요할 거다.”
“무식? 무시익? 이게 말 놨다고 아주 끝까지 놔버리네. 깡다구를 높이 사서 봐준다.”
“분석 후 우리 티칸에 그 기술을 적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건 최소 몇 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최소의 최소로 잡아도.”
“하지만 반년이라…… 게다가 적용까진 그보다도 몇 배는 필요하다고? 좀 많이 길긴 한데. 안 그래, 꼬마?”
진이 어깨를 으쓱이려는 찰나, 별안간 연구실 바깥에서부터 화통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하하핫! 그아하하하하! 제자야, 이 스승은 벌써 시마트 그놈을 아주 박살 낸 기분이 드는구나!”
“알았다고요, 스승님. 대체 몇 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제 막 치료실을 빠져나온 엘티엇과 루나였다.
두 사람은 바클을 탈출하며 상당한 부상을 당했다. 티칸에 대기 중인 성국 치유사들의 능력과 루나 특유의 강체 덕분에 이렇게 빨리 병상에서 일어난 것일 뿐.
루나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 다 회복된 상태였다. 광기에 휩쓸려 일종의 심마에 빠졌었으니 내상이 남은 건 어쩔 수 없었다.
“후하하, 너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차틴 초원에서 탈출하기 직전, 이 스승이 부품을 꺼내 놈들의 공중요새로 당당하게 내보인 것을. 시마트는 분명 그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게야.”
“시마트가 겨우 그 정도로 흥분할 만한 인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만.”
“제자 네가 나보다 시마트를 잘 알더냐? 그놈은 늘 멋있는 척, 위엄이 넘치는 척을 하지만 근본적으로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다. 크하하, 일부러 보여준 보따리에 속아 넘어가다니, 고대에 놈이 나를 속일 때마다 이런 기분이었겠지? 놈은 지금쯤 열이 올라 잠도 못 자고 있을 것이다.”
“네네, 그러면 좋겠네요.”
루나의 생각과 달리 시마트는 실제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잠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나, 마지막 순간 보여준 엘티엇의 얄미운 얼굴과 행동이 떠오를 때마다 이를 악무는 중이었다.
“오셨습니까, 엘티엇 경. 루나 누님.”
“오냐.”
“그런데 스승님, 놈이 우릴 죽이지 않고 보내줄 걸 정말 처음부터 아셨습니까?”
“알다마다.”
“그럼 그렇게까지 구차하게 도주할 필요는 없었겠군요. 스승님 업고 뛰는 제 모습이 꽤 추했을 것 같습니다만.”
“제자야,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다. 물론 놈은 내 예상대로 우릴 추격하는 척하다가 풀어줬으나, 언제든 변심할 수 있었다. 특히 놈이 너로부터 가능성을 엿보았을 테니…… 아마 놈은 너와 나를 그냥 그 자리에서 죽일까, 몇 번쯤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니 급하게 도망치는 게 옳았지.”
“하긴, 저도 갑자기 광기에 휩싸여 놈과 끝장을 보려고 하긴 했죠.”
“그건 시마트의 경우와는 다르다. 시마트의 선택엔 자신의 의지만 관여했고, 너의 선택엔 광기라는 심마가 작용했으니까. 그것이 지금 너와 시마트의 격차를 잘 나타내준다 할 수 있다.”
“격차라…….”
“제자야, 그 광기를 제압하지 못하면. 넌 파멸하게 될 것이다.”
별안간 엘티엇이 웃는 표정을 지우며 말했다.
“……네, 그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너만 파멸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이건 심각한 사안이니, 이따 수련할 때 다시 이야기를 하자꾸나.”
엘티엇은 거기까지 말하고는 초롱초롱한 젖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콰울에게 시선을 옮겼다.
“엘티엇…… 나는 이해할 수가 없소. 적명족이 정말 이 부품을 공공시설에 사용할 정도라면, 우린 그들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소.”
진심이었다.
동료들에게 분석까지 반년이 필요하다고 말하긴 했으나, 이런 게 공공시설에 쓰일 정도라면 기술 격차가 심해도 너무 심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엘티엇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콰울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공공시설? 누가 공공시설이라 그랬나?”
“당신이 그랬잖소. 가서 공공시설 털어올 거라고.”
“떽! 내가 언제!”
“분명 그러셨습니다, 스승님.”
“제자 너는 내가 설령 그리했어도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제자가 어찌 스승의 허물을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 들쑤신단 말이냐? 섭섭하구나.”
“네. 그래서, 이건 그럼 적명족이 어디에 사용하는 부품인데요?”
동료들의 시선이 엘티엇에게 집중되었다.
“공중요새 피빌.”
“아, 공중요새…… 네!?”
“뭣!?”
“피빌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건 피빌의 기능 중, 공간 도약과 가장 연관이 높은 핵심 부품이다.”
이번엔 진조차 눈동자가 커졌다.
“다들 이 엘티엇이 그깟 공공시설이나 털겠다고 소중한 내 목숨과 그저 그런 제자의 목숨을 걸 바보천치로 보였는가? 그럴 리 없지. 나는 제자가 시간을 버는 동안, 피빌에 잠입했다.”
본래는 엘티엇도 공중요새의 부품을 얻는 건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루나는 그가 예상한 것보다 시마트와 공중요새의 시선을 완벽하게 붙잡았다. 덕분에 엘티엇은 또 한 번 공중요새 잠입이라는 도박수를 던졌고, 성공한 것이다.
“제자야, 이제 왜 내가 그리 기뻐한 것인지, 시마트가 왜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인지 이해가 되느냐? 후후, 내 나름대로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다들 잘 들어라, 이 부품은…… 이 원시적인 바멀 연합의 세계에, 처음으로 발견된 불이나 다름이 없다.”
“아니, 스승님. 공중요새에 어떻게 들어간 겁니까? 그게 그렇게 쉽게 침투할 수 있는 병기였습니까?”
“본래라면 불가능하지. 그리고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이번에 침투할 수 있던 건, 과거 태양전쟁 막바지에 우리 청명족이 피빌을 탈취한 적이 있던 덕이다.”
그 말처럼 엘티엇과 청명족들은 대봉인이 시작되기 직전 피빌을 탈취했었다. 그때 피빌에 엘티엇의 인증을 추가했던 것이다.
적천왕은 그 일이 있기 전에 투신으로서의 종적을 감추고 시마트가 되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엘티엇은 한동안 차근차근 이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이제는 내 인증 수단을 폐기했을 테니 다시는 쉽게 침투할 수 없는 게지. 크하핫, 킁,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어디서 고소한 냄새가 나지 않더냐? 아, 시마트가 나와 제자를 죽이지 않은 걸 후회하는 냄새였도다.”
결국 그 대목에선 루나도 피식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하찮은 농담이 벌써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 그렇다면 엘티엇! 자네는 그 부품에 사용된 기술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가?”
콰울이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9할 분석까진 한 열흘이면 충분할 것이야. 그저 잘 살펴보며 기억을 해내면 되는 것이니. 하지만 나머지 1할은 분석이 아니라 거의 개발의 영역이라 할 수 있지. 붉은 녀석들 기술력은 애초에 우릴 앞질러 있었으니. 그게 자네의 할 일이네, 콰울.”
콰울은 정말 이례적이게도 자신감이 없는 눈빛을 내비쳤다.
“내가 이 시대 최고의 마법 공학 천재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야. 그러나 나는 그 물건을 보자마자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절망했다네. 내가 그보다 뛰어난, 혹은 그와 유사한 걸 발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잘 익은 벼가 드디어 고개를 숙이는군. 이보게 콰울, 자네는 지금 압도적인 문명 앞에 잠시 주눅이 들었을 뿐이야. 자네의 잠재력, 즉 과학에 대한 응용력과 이해도는 내 시대에도 최고였을 것이네. 내가 도와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진심인가?”
“물론. 이 엘티엇은 언제나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지성인이지. 자네의 재능과 내 지식이 더해지면, 우린 또 시마트의 코를 납작하게 누를 수 있을 것이야.”
진이 엘티엇과 눈을 맞췄다.
“그렇다면 엘티엇 경. 경이 보기에 이 피빌의 부품을 이용하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어디 보자. 우선 황금함을 양산하는 게 우리가 첫 번째로 목표한 일이었지?”
“그렇습니다.”
“가능하다. 물론 양산인 만큼 성능이 다소 떨어지긴 할 테지만, 우선 바멀 연합의 함대 역시 적명족처럼 대규모 공간 도약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엄청나군요.”
“그뿐만이 아니다. 놈들이 가진 공간 도약 방해 장치 또한 개발할 수 있다. 갑자기 적명족 함대가 티칸궁 상공에 나타나는 걸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지. 그러나 이 장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은, 따로 있다.”
“무엇입니까?”
“라프라로사의 명왕족. 우리 청명족의 후손이자, 네 형제들. 장치 분석과 개발이 모두 끝나면, 그들을 꺼내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엘티엇은 병상에서 콰울이 진행하던 연구 내역, 그중에서도 라프라로사 해방 계획에 대한 내용을 대부분 숙지한 상태였다.
그래서 확신하고 있었다. 피빌의 장치를 완벽하게 연합의 것으로 소화해내는 순간, 그들을 인세로 데려올 수 있다고.
당연히 검은빛 부르기처럼 극히 한정적인 소환이 아니라, 영구적인 해방을 뜻했다.
“그리고 그들의 힘이 더해지면, 그때부터는 전성기를 되찾은 붉은 놈들과도 제대로 한판 붙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결국 시마트를 끝장내는 건 내 제자의 몫일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