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95)
제 999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6)
* * *
지플, 이야기의 탑.
카둔의 보고가 끝났다. 켈리악은 바멀 연합이 참전한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결과가 더 빨리 나왔군. 하긴, 적명족이 바로 참전했으니 진 룬칸델도 계속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겠지.”
적명족의 침공에 대비해 시간을 벌어야 하는 건 킨젤로뿐만이 아니다. 지플도 이야기의 탑을 정비하고, 성지를 옮길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켈리악, 나는 그 소환된 마족들이 마음에 걸리는군.]“스리비, 그리고 이름을 파악하지 못한 두 마족 말인가?”
카둔과 화룡 군단은 진과 시마트의 싸움이 거세지자마자 자리를 떴다. 그나마 카둔이 거리를 유지하며 전투 양상을 좀 더 지켜본 덕에 마족들이 소환된 사실을 알아본 것이다. 카둔은 그중 스리비의 이름만 확인했다.
[그래. 놈들은 물리적 타격을 전혀 받지 않는 듯 보였다. 게다가 어떤 제약이 따르는 것도 아닌 것 같았고, 전장에 퍼진 기운들을 흡수하는 정황도 있었지. 킨젤로의 그 요상한 소환 의식이 성공해서 나온 놈들인데 이 세상에 그런 놈들이 존재할 수 있는 건가?]“정말 별다른 조건 없이 자연의 질서를 위배한다면, 그 배후에 있을 인물은 한 명뿐이다. 마녀 헬루람…… 그자와 관련이 있을 테지.”
카둔이 미간을 좁혔다.
[그 어두운 미지의 존재가 피아식별을 잘 할 것 같지는 않은데.]켈리악은 대답하지 않고 한동안 마녀 헬루람에 대해 생각했다. 마녀의 권능이 없었다면, 켈리악은 지토로부터 안전할 수 없었을 터였다.
“그 마족들에 대해선 가네스토가와 한 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당분간 성지와 마신석에 제대로 집중해야겠군. 대사막에 또 변수가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 * *
크리틸.
시마트는 성좌에 앉은 채 전투를 복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마족 삼인방이 소환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진과 루나는 예상대로 한없이 강한 무위를 보여주었으나, 그들만으로는 자신들을 밀어내고 대사막을 차지할 수 없었다.
요나와 엘티엇이라는 변수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다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변일 뿐, 전투가 계속 이어졌다 한들 적명족이 기술이나 부품을 탈취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마족들은…… 아무래도 헬루람, 그자와 관련이 있을 것 같군.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헬루람은 태양 전쟁이 한창이던 고대에도 활동을 했었다. 지금처럼 모두가 그 이름을 알지는 못했으나, 태양에 가까이 닿은 이들은 예외였다.
그때도 헬루람은 ‘질서를 벗어난’ 권능을 보여주고는 했었다. 시마트는 태양 전쟁 당시 처음으로 헬루람을 직접 본 날을 떠올렸다.
‘그때도 헬루람과는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하필 지금 그 영향을 받은 거로 추정되는 놈들이 나타나다니. 마녀 헬루람, 그자는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다.’
태양신의 부활을 원하는 것인지, 영원한 죽음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세상에 혼돈을 초래하고 싶을 뿐인지 알 수 없는 불멸자.
그런데도 가진 힘은 ‘경계 수호’의 임무를 맡은 전성기의 아메리스보다 뛰어난 듯 보였으니, 시마트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헬루람, 그자가 아직까지 존재하는 걸 확인한 이상, 한 번은 만나보아야 해. 그리고 만약 적명에 해가 될 존재라고 판단된다면…… 제거해야 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시마트가 팔찌를 눌러 창을 띄웠다.
“리마가스.”
{예, 투신 동포.}
창 너머로 리마가스라 불린 적명족이 고개를 숙였다. 일족 없는 자 리마가스, 그는 적명족의 1급 투왕이자 ‘무기 관리자’로, 시마트의 심복 중 하나였다.
“크리의 동력원에 적용된 1급 제한을 해제할 것이다. 소멸의 빛을 가동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준비하도록.”
소멸의 빛.
그건 크리의 동력원과 태양검 테탈론을 대가로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였다.
공중요새 크리의 동력원이 사라진다는 건 도시 크리틸이 사라진다는 뜻이고, 테탈론이 사라진가는 건 투신의 광심장이 멈춘다는 뜻이다.
따라서 소멸의 빛은 적명족이 가진 최후의 전쟁 수단이었다.
{……알겠습니다, 투신 동포. 부디 그걸 사용할 일이 없기를 빌어야겠군요.}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어디까지나 마녀의 직접적인 개입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일 뿐이니.”
{마족들에 대한 보고서를 봤을 때, 저도 마녀를 떠올리긴 했습니다.}
“일단은 다른 동포들이 알지 못하도록 함구해.”
{적명.}
시마트가 창을 닫자, 곧바로 바카룬의 통신이 걸려왔다.
“바카룬 동포, 무슨 일이지?”
{투신 동포, 진 룬칸델이 다시 대사막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제 1차전이 끝나고 겨우 다섯 시간이 지난 참이었다.
“1차전에서 서로 큰 피해가 없었으니 금방 다시 올 법도 하지만, 마족들이라는 변수가 생겼는데도 이리 급하다니…… 대사막이 중요하긴 중요한 모양이군. 인원은 아까와 같나?”
{인원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정찰조가 직접 확인한 건 진 룬칸델과 백경 두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청풍제는 따로 들어올 것이다. 아마 아공간 관련 기술자를 데려왔을 테지. 정찰조를 늘려라, 놈들을 찾아내야 한다.”
{알겠습니다.}
“킨젤로와 지플은?”
{지플은 현재까지는 완전히 빠진 듯 보이고, 킨젤로는 소환된 마족들과 대사막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마족들이 대사막에 남은 적뇌의 잔기를 흡수하는 것 같다는 보고입니다.}
“알뜰한 놈들이로군. 우리도 15분 안에 다시 대사막으로 간다.”
{예, 준비하겠…… 엇, 투신 동포, 방금 새로운 보고가 더 들어왔습니다.}
“보고자를 내게 연결해.”
{예.}
티링! 시마트의 앞으로 영상통신 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정찰조로 투입된 2급 투왕의 다급한 얼굴이 보였다.
{투신 동포를 뵙습니다! 투신 동포, 방금 대사막 중앙부에서 이상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상 현상?”
{갑자기 중앙부 일대, 라프라로사 추정 위치에서 푸른 뇌기가 치솟는 중입니다. 관측을 위해 지금 접근하는 중이긴 하나, 정찰조 함선으로는 이천 걸음 이상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뇌기의 크기가 우리 공중요새의 5할 출력 주포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시마트의 눈동자가 커졌다.
‘설마, 청명족의 후손들이 벌써……!?’
이내 시마트는 본능적으로 명령을 내리려 했다. 지금 내가 바로 갈 테니, 정찰조는 더 접근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그러나 입을 떼려는 순간, 시마트는 2급 투왕과의 영상통신 창이 갑자기 시퍼렇게 물드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크허어억!}
프즈즛! 파치이익-!
뇌기였다. 이천 걸음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시작되었다는 뇌기가, 정찰조의 함선을 집어삼킨 것이다.
{쿠웰리 동포! 이 무슨……!}
함께 듣고 있던 바카룬이 방금 뇌기에 덮쳐진 2급 투왕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나 뇌기에 물든 창은 5초쯤 노이즈를 일으키다 꺼지는 모습이었다.
시마트는 황급히 팔찌를 눌러 대사막에 나간 모든 정찰조의 함선으로 통신을 걸었다.
대사막에 있는 정찰조 함선은 오십 척이 넘건만, 아무도 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벌써 전부 당한 건가, 생각한 찰나 시마트의 앞에 새 창이 떠올랐다.
{허억, 헉! 투, 투신 동포……!}
화면 너머 적명족의 머리와 입에서 굵직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적명족의 뒤로 보이는 풍경도 전부 엉망진창으로 파괴된 모습이었다. 그는 이미 뇌기에 덮쳐져 추락한 함선 속에서 가까스로 시마트의 통신을 받은 것이다.
그가 정찰조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놈들이…… 청명족의 후손들입니다. 놈들이 뇌기를 퍼뜨려 정찰조를 모조리 죽였습니다……!}
“내가 바로 가겠다. 동포는 그때까지 숨어서 생명을 보존하는 일에만 집중하라.”
{알겠…… 커헉!}
콰득-!
돌연 생존자의 목이 낫 모양으로 꺾였다. 누군가 발로 그의 머리를 짓밟은 것이다. 시마트와 바카룬은 움찔하며 화면에 새로 나타난 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아아, 그래. 너흰 그 명인인가 뭔가 하는, 킨젤로의 생체 병기들이지? 진 형제에게 들은 적이 있어……. 설마 너희가 우릴 소환한 거냐? 가슴에 광심장까지 구현하고, 꽤 노력한 모양이야. 이 불쾌한 벌레 놈들이.}
명왕족 칠투왕 벨리즈.
그녀가 살의에 찬 얼굴로 화면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명왕족 사투왕, 린파도 모습을 드러냈다.
{명인…… 기술 발전…… 많이 한 모양이지……. 감히 우리 명왕족을…… 따라 한 것도…… 모자라, 겁도 없이…… 소환까지? 완성도를, 높이고 싶어서인가……? 미쳤군, 미쳤어…….}
벨리즈와 린파는 적명족을 킨젤로의 명인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프라로사의 명왕족들은 아직 진에게 흉신전 이후의 상황을 전해 듣지 못했다.
따라서 명왕족들은 자신들과 매우 ‘닮은’ 적명족들을 진에게 들은 바 있는 명인으로 착각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잊힌 고대 명왕족이 인세에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심지어 소환을 진이 했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라프라로사의 명왕족들은 소환 과정에 진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오로지 불쾌한 마기와 적뇌가 난데없이 라프라로사 내부로 스며드는 것만 확인한 까닭이었다.
시마트는 말문이 막힌 채 한동안 벨리즈와 린파를 응시했다. 그들에게서 전성기 청명족 투왕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그보다도 훨씬 강하리라는 직감이 찾아들고 있었다. 영상통신 상으로만 봐도, 그들이 풍기는 뇌기는 분명 그 이상이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진 룬칸델의 의지로 소환된 게 아니다. 킨젤로가 소환한 마족들 때문에 라프라로사라는 아공간에 오류가 생긴 것인가…….’
으득!
시마트가 마족 삼인방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감히 그런 조악한 합성 생물과 위대한 명왕, 적명족을 비교하지 마라. 동포들을 죽인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그 자리에서 기다리든, 도망치든 마음대로 하여라.”
그 말에 벨리즈와 린파는 둘 다 어깨를 으쓱였다.
{어, 그렇다면 우린 일단 빠지도록 하지. 조악한 합성 생물들을 죽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거든.}
당연히 그건 진을 만나 라프라로사에 생긴 상황을 알리는 일이었다. 일단 적명족 정찰조 함대를 쓸어버린 건 당연히 그들이 진의 적이리라 생각했기 때문일 뿐.
{대신 그 다음엔 우리가 먼저 찾아가서 죄다 죽여줄 테니, 목 빼놓고 있어라. 명인 놈들아.}
쾅-!
벨리즈가 주먹을 내리쳐 영상통신 창을 깨부쉈다.
“하! 어이가 없어서. 바깥세상 기술이 말도 안 되게 좋아지기는 한 모양이야, 린파 형제. 이 명인 놈들,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꽤 강인하잖아? 심지어 방금까지 우리랑 얘기한 명인은 정말 위험해 보였어. 뭔가 창성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니까. 합성 생물도 창성이 될 수 있는 건가? 그럴 수가 있나?”
“그건 잘 모르겠어…… 일단…… 진 형제를 찾자. 우리가, 밖에 나온 걸…… 알려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