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0
찰나간에 일어난 일이라 다들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으나 티우는 방금 일어난 일을 똑똑히 보았다.
‘수리검이 섀도 펜서의 가죽을 뚫었다고?’
섀도 펜서의 가죽을 뚫기 위해서는 2단계 이상의 검기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2단계 검기를 못 쓴다고 잡지 못할 마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가죽을 뚫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정도 위력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
놀랍게도 노아는 그런 가죽을 수리검을 던지는 것으로 뚫어냈다.
‘손에 든 수리검에 검기를 씌우는 건 이해가 가. 노아는 원래 2단계 검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건…….’
던진 수리검이 섀도 펜서의 가죽에 박혔다.
그 말은 수리검이 손을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검기를 띠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그건 검기가 거의 3단계에 도달했다는 소리잖아?’
검기가 검에서 떨어져 날아다니는 것이 바로 3단계.
이는 검술이 팔다리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되는 경지라고 하여 무형검이라고도 부르며, 그 아래 단계와는 비교를 불허했다.
무형검의 활용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실력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나 일단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현역 기사들과 견줄 수 있는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도달한 걸지도……?’
노아가 섀도 펜서를 상대하는 동안 티우는 앞서 물려갈 뻔했던 학생을 구했다.
다행히도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팔이 부러지긴 했지만 호흡도 멀쩡하고 괜찮아. 목을 물리면서 피가 안 통해 기절한 것뿐이야.”
“주변에 다른 섀도 펜서가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
노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림자 속에 숨은 섀도 펜서는 소리도, 진동도 없이 움직인다.
이곳처럼 여기저기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서는 잠깐 눈을 떼면 그대로 놓쳐 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르르르르…….”
섀도 펜서는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바로 공격당할 거라는 사실을 아는지 노아를 경계했다.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를 주시하며 기회를 엿보는 대치 상황.
먼저 움직인 것은 수리검으로 출혈이 일어나고 있던 섀도 펜서였다.
“크앙!”
노아를 덮치려는 듯한 공격.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속임수에 불과했다.
“도망치려는 거냐?”
뛰어오른 섀도 펜서의 착지점이 미묘하게 노아에게서 벗어나 있었다.
이쪽이 방어하면 공격하는 척 그대로 그림자 속에 들어가 내빼려는 것.
“내가 그런 걸 한두 번 본 줄 아나?”
노아는 섀도 펜서가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 직후, 지면을 발로 차 흙더미를 흩뿌렸다.
티우는 이내 노아의 의도를 알아채고 감탄했다.
‘섀도 펜서를 그림자 속에 가두려는 거구나!’
섀도 펜서는 그림자 속을 넘나들 수 있지만, 거기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몸이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그림자로는 넘나들지 못한다는 것.
고양잇과답게 작은 그림자에도 잘 비집고 들어가는 녀석들이지만, 그림자가 잘게 부서져 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짧은 사이에 거기까지?”
“아니, 예전부터 알고 있던 거야. 많이 해봤거든.”
“많이 해봤다니? 마수 사냥을?”
노아는 검기를 끌어올려 그림자 속에 가둔 섀도 펜서를 그림자와 함께 통째로 베어버렸다.
죽은 섀도 펜서는 허리가 갈라진 채 그림자 밖으로 튀어나왔다.
“전에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우리 집 뒷산에 사는 녀석들은 검기 없인 베이지도 않는다고.”
“……그게 농담이 아니었다고?”
“섀도 펜서는 검기를 못 써도 잡을 순 있긴 해. 숙련된 사냥꾼들은 그림자 덫을 치고 가두는 방식으로 퇴치하기도 하고.”
“아니, 못 믿어서 묻는 게 아닌데…….”
섀도 펜서를 능숙하게 상대하는 걸 보면 거짓말이라곤 생각하기 힘들었다.
다만 마수의 영역에서 살았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마수의 영역으로 나가려면 허가가 필요할 텐데 아예 거기서 살기까지 했다니. 도대체가…….”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기사였다고 했었는데. 아마 그쪽 인맥을 쓴 게 아닐까?”
왜 거기까지 나가서 산 건진 노아도 몰랐다.
그냥 할아버지가 가자니 따라갔고, 살 만하니 눌러앉았다.
덕분에 노아가 어린 시절부터 상대한 짐승들은 대부분 맹수가 아니라 마수였다.
“일단은 이동부터 하자. 소란을 듣고 다른 섀도 펜서나 마수들이 나타날지도 몰라.”
가뜩이나 부상자도 있는 상황이었다.
노아는 카를로스를 일으켜 세웠고 티우는 부상자를 업었다.
이어서 아직도 얼빠진 상태로 남아 있던 이들에게 말했다.
“거기 있는 머저리들은 마음 같아선 내 손으로 죄다 쫓아내고 싶지만 그럴 필요도 없겠네.”
그곳에 있던 정도 신입생들은 모두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
이미 섀도 펜서의 습격을 받고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모습.
굳이 노아가 나서지 않아도 이대로 해안까지 돌아가 중도 포기할 생각이 굴뚝같아 보였다.
“꺼져.”
“하, 하지만 로니는……!”
“이 녀석은 깨어나면 본인의 의사부터 물어볼 거다. 포기하겠다면 그때 돌려보내도 늦지 않겠지.”
카를로스의 경우에는 실력은 미덥지 못해도 그 용기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힘이 부쳐 포기하겠다면 모를까 계속 도전하겠다면 노아도 응원할 생각이었다.
“시간을 끌면 다른 마수의 추적이 따라붙을 거다. 설마 돌아가는 길을 호위해 달라고까지 하진 않겠지?”
“가, 갈게! 가면 되잖아!”
살기를 뿌리자 학생들은 일제히 도망쳤다.
노아는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일행에게로 돌아섰다.
“자, 그럼 이 녀석이 깨어날 때까진 일단 거점으로 가 있을까?”
* * *
노아의 거점에 도착한 카를로스는 감탄을 연발해 댔다.
“벌써 식수에 잘 곳까지 확보해 놨다고?”
“여기저기 덫도 설치해 뒀으니 내일아침 확인해 보면 한둘쯤 잡혀 있을 거야.”
정도 학생들은 식량에 대해선 아무런 행동도 없이 낙관적이기만 했다.
그에 반해 노아는 처음부터 장기전으로 갈 것을 대비하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둔 모습이었다.
“이런 건 생각도 못 했어.”
교관에 의해 처음부터 마수뿐만 아니라 학생간의 경쟁도 예정된 상황.
체력을 더 잘 보존해 둔 쪽이 유리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밥은 항상 누군가가 차려준 것만 먹었지 내가 차려야 했던 적이 없으니……. 나뿐만 아니라 정도 신입생 전부가 그래.”
“그럼 한 3일차부턴 고생 좀 할 거다. 사도 쪽에는 사냥 좀 해본 녀석들이 꽤 되거든.”
뛰어난 검술 실력과 사냥감을 추적하는 능력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설픈 실력으로 사냥에 나섰다간 오히려 힘만 빼고 돌아와야 하리라.
지옥주간 시작부터 정도와 사도 간의 경험 차이가 드러나고 있었다.
“이걸로 응급처치는 끝냈어. 큰 상처는 없으니 아마 저녁나절엔 일어날 거야.”
“수고했어, 티우.”
“나야 뭐 부목을 대주고 약초나 발라준 게 다인걸. 약초학 수업은 열심히 들었지만 실제 약초가 이렇게 구분하기 어려운 줄은 몰랐어.”
야생초는 교과서의 삽화처럼 확연하게 구분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뜯어 먹히기도 하고, 비슷한 다른 풀에 가려 있기도 해서 눈앞에서 보고도 모르고 지나가기 일쑤였다.
반면에 노아는 지형을 보고 원하는 약초의 서식지를 찾아 금방 필요한 것들을 구해왔다.
“아무튼. 카를로스 넌 어쩔 거냐? 정도 학생들은 행동을 같이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고 싶다면 데려다주는 정도는 할 수 있어.”
“안 그래도 오는 길에 계속 그 생각을 했어.”
카를로스는 진중한 표정으로 노아 앞에 고개를 숙였다.
“나를 너희 팀에 받아주지 않을래?”
“우린 사도인데?”
“그런 건 상관없어. 나는 사람에게 옳고 그름이 있을지언정 검술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너희들을 차별하는 지금의 정도 신입생들은 그르다고 생각하고.”
카를로스는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절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너희에게 거절당한다고 해도 나는 그 녀석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들은 노아는 티우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쩔래?”
“나는 상관없어. 네 의견에 따를게. 애초에 오늘 꼴을 보아하니 우리 팀은 사실상 네가 주도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
티우는 자신에게 물어봐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기색이었다.
“좋아. 그럼 같이해 보자.”
“정말?”
“마침 일손이 필요했거든.”
* * *
한편 용검도 주변에 위치한 대기소에서는 교관들이 보고를 확인하고 있었다.
“결국 산 정상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예상대로 펠릭스 마이어로군요.”
“마이어 가문의 교육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까요. 잠재적인 상위 랭커라고 봐도 되겠죠.”
“하지만 지옥주간은 검술 실력만으로 통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지옥주간의 진행을 담당한 교관들은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하고 있었다.
이미 학생 수보다 많은 감시원들이 용검도 곳곳에 숨어 있는 상황이었다.
교관들은 그들이 보내오는 보고를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이미 저희의 의도를 파악한 녀석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지. 우린 섬 안에서의 일을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지 감시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어.”
학생들은 교관들이 모두 섬 바깥에서 대기 중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교관들은 처음부터 학생들의 행동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과제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죠.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지, 완수하지 못하면 불합격이라고 한 적은 없는걸요.”
“사실 모두 협력하기만 한다면 다 같이 합격하는 것도 가능한데 말이죠.”
이번 지옥주간에서 심사하는 것은 사실 과제 해결 능력이 아니라 ‘인성’과 ‘자질’이었다.
힌트는 이미 몇 번이고 주었다. 그걸 알아챌지 어떨지도 시험의 일부였다.
“지금은 약해도 상관없어요. 자질만 있다면 얼마든지 학교에서 기사로 키워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인성. 명예롭지 못한 기사는 없는 것만 못하죠.”
“이번 선별 과정은 기사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은 학생들을 골라내기 위한 시험입니다. 중요한 시험이니만큼 공정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이 없다고 생각할 때,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그때야말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법. 실제로 이미 8명의 학생이 추태를 보이고 중도 포기를 선언했지요?”
“비록 실력은 부족했지만 카를로스 학생의 용기도 인상적이더군요.”
“이번 시험의 목적과는 동떨어지긴 했지만 노아 학생의 대처도 놀라웠습니다. 섀도 펜서는 침착하게 대처하기만 하면 다른 학생들도 상대할 수 있는 마수입니다만, 사냥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인데 말이죠.”
교관들은 학교 내에 인공섬을 만들어낼 정도의 뛰어난 기사들이었다.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주변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것으로 섀도 펜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침착하게 사냥감을 몰아넣어 마무리 지은 노아의 행동은 숙련된 사냥꾼을 연상케 했다.
“안 그래도 그 학생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시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상부라면?”
“학교장님이십니다.”
그 말에 대기소 내의 공기가 달라졌다.
레지나는 이 나라에서 황제 다음가는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따로 당부한 사항이라면 이 시험 전체보다도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대 교장의 뒤를 이어 교장이 되신 후 학교 운영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으셨던 분이 왜……?”
“이유야 어찌 알겠습니까. 저희는 명령에 따를 뿐이죠.”
그리하여 교관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시작된 2일차 아침.
노아는 모두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