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38
사악!
암월이 문을 베었지만 약간의 상처만 났을 뿐, 문은 금방 아물었다.
열심히 베어봐야 이 방을 통째로 휘감고 있는 막대한 오러의 흐름이 그걸 다시 덮어버리는 것.
“그야말로 칼로 물 베기로군. 역시 내 도움을 받는 게 좋지 않겠나?”
“됐어. 이 정도 깊이면 가능해.”
방금의 일격은 그저 강도 시험이었을 뿐.
‘침입자를 요격하는 기능 같은 건 없는 듯하고. 이 정도면 할 수 있겠어.’
키이잉!
문을 겨눈 암월에 붕괴 현상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만상붕괴 3식 중 천원에 이은 2번식.
점화(點火).
천원이 붕괴의 방향을 하나로 좁히는 기술이었다면 점화는 붕괴 현상을 한 곳에 고정시키는 기술.
검에 두른 만상붕괴를 계속해서 휘두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었다.
카가가각!
만상붕괴를 두른 암월이 긁는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버드라이브를 사용한 노아조차 손이 얼얼할 정도.
‘미안하지만 잠깐만 버텨주라.’
화륵!
노아는 그 상태로 흑아를 사용했다.
고정시킨 만상붕괴가 흑아를 타고 회전하기 시작한다.
완성된 성련검인 암월조차 부서지진 않을까 걱정될 위력.
재해급 오러를 퍼부은 막대한 검기가 암월을 휘감고 휘몰아쳤다.
‘타이밍은 지금.’
노아는 검기가 정렬되는 순간 정면을 찔렀다.
오의도 뭣도 아닌 단순해 빠진 찌르기.
하지만 최대한의 힘을 싣기 위한 가장 단순한 동작에, 찔린 지점을 중심으로 문이 푹 들어갔다.
키이이이잉!
찌르기의 압력으로 압축된 문의 오러가 자체적으로 붕괴 현상을 일으켰다.
잭은 그 모습에 경악했다.
‘뭔 놈의 찌르기가…….’
순수한 힘만으로 붕괴 현상이 일어날 정도.
노아의 검이 맞닿은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리며 나아갔다.
허나 그 속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미친, 저 문은 저런 위력의 공격마저 막아내는 건가?’
잭은 용왕궁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애초에 용왕궁은 마스터 나이트와 동급의 전력인 용왕이 상주하는 곳.
거기에 저런 방벽까지 존재한다면, 따로 경비가 필요 없는 게 당연했다.
‘조금, 아주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그러한 와중에도 노아의 눈은 정확하게 견적을 내고 있었다.
전부 뚫어낼 필요는 없다.
나무를 패듯 충분한 깊이만큼 파내면 흐름에 휘말려 스스로 붕괴할 터.
아슬아슬한 선에서 힘이 다하려는 찰나, 묘한 감각이 손에 걸렸다.
‘음?’
내부에서 느껴지는 진동.
무언가가 노아가 공격하는 반대편에서 같은 지점을 노리고 있었다.
‘이건 바람의 속성변환이잖아?’
아무런 속성이 부여되지 않은 오러 속에서 속성변환의 감각이 느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수인들이 사는 용궁에 속성변환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기사는 없다.
소요는 검을 사용하긴 해도 검기를 쓰는 건 아니었으니까.
‘잭 말고도 다른 사람이 더 있었나?’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었다.
투둑!
양쪽에서의 공격으로 부족한 위력이 채워지자, 마침내 문에 구멍이 뚫렸다.
두 사람은 그 구멍을 통해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티우?”
“역시 노아 너였구나.”
구멍을 뚫어내긴 했지만 가만히 놔두면 다시 메워질 게 분명했다.
잭은 그 틈에 봉을 던져 넣었다.
파앗!
시원석 봉은 월식이 안치된 방 안으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노아는 순간 월식을 노렸다가 빗나간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봉에 새겨진 진법이 주변을 흐르는 오러로 작동하기 시작하자 폭주하던 진법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더뎠으나 폭주가 계속 심화되던 것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실제로 위험을 감지하고 폐쇄되었던 월식의 방 문도 자연스럽게 개방되었다.
“티우 네가 왜 그 안에 있는 거야?”
“폭주할 때 축지진에 휘말렸어. 그보다 노아, 저 사람은…….”
티우가 말하려는 찰나, 잭이 월식이 안치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월식의 탈취.
들어가기 위해 노아와 협력하긴 했지만 이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물론, 노아 또한 그걸 예상하고 있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도움닫기도 없이 그 자리에서 도약한다.
노아는 잭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그보다 먼저 월식에 도착했다.
“비켜!”
잭은 포기하는 대신 무형검을 만들어내며 반항했다.
그의 공격은 노아의 손에 간단히 막혔으나, 공격은 눈속임이었다.
파지직!
“이중속성이었나!”
번개의 속성변환을 이용한 잭이 순간적으로 가속했다.
‘괜히 폭주를 부추길까 봐 참았다만!’
노아는 뒤늦게 뇌명신을 사용해 잭을 막아냈다.
그러나 번개 속성을 이용한 가속은 예상치 못했던 일인 만큼 대응이 늦었다.
덕분에 잭을 월식에서 떨어뜨리는 건 성공했으나 그 와중에 노아의 손이 월식에 닿았다.
그리고,
피-잉!
본 적 없는 기억이 플래시백 됐다.
* * *
그것은 검을 휘두르는 여인의 기억이었다.
젊은 나이에도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칼, 지금껏 보아온 그 누구보다도 진한 자안은 그녀의 정체를 추측케 했다.
‘어머니.’
살아 있는 생물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오러조차도 미약하게 느껴지는 몸.
강체술도 익히지 못한 엔야는 가냘픈 팔다리로도 우아하게 검을 휘둘렀다.
부족한 근력을 대신하는 완벽한 힘의 컨트롤.
같은 검술을 익힌 노아는 그것이 기의 완성형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레이. 언제까지 거기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생각이야?”
‘레이?’
엔야의 말에 반응한 것은 지금보다 훨씬 앳된 얼굴을 한 광휘제였다.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는 얼굴과는 다르게 젊은 광휘제는 완전히 죽어버린 눈을 하고 있었다.
“누님…….”
엔야 또한 자신이 생명을 갉아먹으며 검술을 만들어가는 동안 광휘제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음을 잘 알았다.
그녀는 광휘제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곤 볼을 쓰다듬으며 애칭을 불렀다.
“레이.”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이미 그녀는 반대를 무릅쓰고 검을 쥔 상태였으니까.
“슬퍼하지 마렴. 네게는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이 남아 있잖니?”
“누님이 없으면 그날들은 제게 지옥일 뿐입니다.”
“나와의 이별이 네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면 나는 죽어도 편히 죽지 못할걸.”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엔야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광휘제도 알고 있었다.
검을 잡지 않는다고 해도 엔야의 수명이 그리 길진 않았으리라는 것을.
강체술을 배우지 못해 수명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오러로 가득한 이 세상은 오러에 반발하는 체질인 엔야에게는 독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상 엔야는 처음부터 단명할 운명이었다.
“내 삶은 나를 위해 쓸 수 있게 해줘.”
그 뒤로 광휘제가 뭔가 말을 하려 했으나 노아는 그곳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으윽……!’
기억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음으로 멈춘 곳은 폐허가 된 대지.
하늘은 먹구름으로 검게 물들었고, 대지는 불타고 있었다.
그곳에서 노아는 기사코트를 휘날리며 대지에 우뚝 선 엔야를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과 달리 기사의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노아는 거기서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검집이 없다. 이건 내가 검집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건가?’
이 기억은 모두 엔야의 검집이었던 월식 그 자체의 기억.
아까의 시점은 연습을 위해 검집을 근처에 기대어놨을 때.
그리고 이번에는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풀어버린 검집을 땅에 꽂아놓고 앞으로 나선 상황이었다.
“드디어 만났다.”
노아는 순간 움찔했으나 그건 노아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길을 열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희생했어. 여기까지 와서 내가 져버리면 안 되겠지.”
종말이 만들어낸 수많은 재해급 마수들.
그러한 재해의 장막을 뚫기 위해 마스터 나이트를 포함해 남아 있는 모든 병력이 총동원됐다.
“어떻게 도착하긴 했지만 네 일대일 상황을 만들어줄 수 있는 건 20분이 한계다.”
엔야의 옆에서 그렇게 말한 것은 바로 카인이었다.
“20분이라. 빠듯하네.”
“……30분까진 노력해 보지.”
그 말에 엔야는 카인을 돌아보았다.
“너무 무리하지 마. 설마 나를 과부로 만들어 버릴 속셈은 아니지?”
카인이 마지막까지 엔야와 함께 돌입한 것은 그의 심검인 천의무봉이 반격에 특화된 심검이기 때문.
엔야가 단독으로 종말을 상대하는 동안, 카인은 홀로 4마리의 재해급을 막으면서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코코아 선생님에게 맡겨놓긴 했지만 역시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노아가 울겠지. 최대한 빨리 끝낼 테니까 부탁할게.”
쪽!
그러면서 엔야는 카인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카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 보이고는 길목을 틀어막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홀로 남은 엔야는 검을 고쳐 쥐었다.
“아아, 빨리 아들 보고 싶다.”
멀리서 종말의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기억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붕괴하고 있는 대지.
그러나 노아는 그것이 아까와 같은 위치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어머니는?’
자신의 육감을 사용할 수 없는 월식의 기억 속에서 노아는 황급히 엔야를 찾았다.
엔야는 찢어진 기사코트 차림으로 부러진 검을 들고 흙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하하, 이거 야단났네…….”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위험해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어차피 그녀는 강체술도 없는 몸.
한 대라도 맞았으면 다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죽는다.
이 출혈도 과도한 오러를 감당하지 못한 몸이 자멸하면서 생긴 상처였다.
“이러면 노아의 얼굴을 못 보잖아…….”
문제는 사람의 몸에서 가장 약한 곳 중 하나가 바로 눈이라는 점.
마안을 잃고 보랏빛이 사라진 엔야의 눈은, 초점을 잃고 탁해진 상태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거머쥔 승리.
거기에 살아남기까지 했으나, 남아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조차 아들의 얼굴을 볼 순 없을 듯했다.
“크흣…….”
눈물이 흐른다.
남들 앞에서는 강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녀도 결국 사람이었다.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럼에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선 자신이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 모든 것이 전부 서러웠다.
“흐아아앙!”
할 일을 모두 마친 엔야는 그렇게 한참을 대성통곡했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흘러 모든 것이 사라진 새하얀 공간.
그곳에서 노아는 자신의 몸으로 월식을 마주했다.
“네가…… 일부러 이 기억들을 보여준 거야?”
우웅!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에 혼이 깃든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있지만 성련검이, 아니, 검도 아닌 검집이 이러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허나 그 주인이었던 엔야부터가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인물이었다.
암월이 자신과 대화하듯 떨어대는 것을 겪어본 적 있는 노아는 검에도 혼이 있다고 믿는 파였다.
그렇다면 검집에 혼이 깃들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고맙다.”
노아는 월식에게 감사를 표했으나 월식은 항의하듯 울어댔다.
우웅! 우우웅!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거냐?”
우웅!
“그럼 내가 어떻게…… 아까처럼 잡으면 되나?”
노아는 허공에 떠 있는 월식을 붙잡았다.
그러자 새로운 기술이 노아의 머릿속으로 쏟아졌다.
‘이건…… 발검술?’
검집에 들어 있는 검을 뽑아내며 휘두르는 기술.
허나 그냥 기술이 아니었다.
‘이 기술은 설마……!’
기승전결에 있어 ‘전’에 해당하는 기술.
월식에 각인된 발검술은 바로 엔야의 심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