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6
지옥주간이 그렇게 끝난 후 노아와 티우는 생각지도 못했던 연휴를 맞이했다.
다른 동기들이 모두 재시험을 치르고 있으니 수업은 중단.
덕분에 재시험을 치를 필요 없는 둘만 시간이 붕 떠버린 것이다.
선배들조차 각자 수업이 있어 결국 둘만 기숙사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노아는 이 연휴를 유용하게 써먹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리베리 놈들이 덤벼오는 걸 기다릴 거 없이 내가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닐까?”
“글쎄…….”
티우는 지옥주간에 얻은 동기들의 검술 정보를 정리하면서 노아의 말에 답해주었다.
“현재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리베리 본가 출신의 학생은 전부 상위 랭커인데?”
나이트레이의 랭킹 제도는 크게 1,000등 이내의 상위 랭커와 그 외의 일반 학생들로 구분되었다.
상위 랭커는 혜택도 혜택이지만 일반 학생들과 랭킹전이 따로 나뉘는 것이 특징이었다.
“리베리 가문 녀석들과 싸우고 싶다면 랭킹을 올려서 승급부터 하는 게 먼저야. 또 그런다고 바로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냐.”
“왜? 뭐가 더 있어?”
“8대 가문의 본가 출신 인원들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교내에서 각자 세력을 이루고 있어. 일부러 자기들끼리만 랭킹전을 치르며 랭킹을 나눠 먹고 있어서 뭔가 미끼라도 거는 게 아니면 안 받아줄걸?”
“윽……! 생각해 보니 시바 선배도 랭킹 떨어뜨린 뒤 싸워주는 사람이 없어서 복구를 못 하고 있다고 했던가.”
덤으로 이 학교에 리베리 가문의 직계 출신인 녀석이 한둘인 것도 아니었다.
방계를 전부 제외하더라도 그 숫자는 두 자릿수에 달했다.
저쪽에서 작정하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면 누가 리암을 사주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한 달 해서 겨우 1,000등 올렸는데 그래서 도대체 언제 그놈들을 만나?”
걸어오는 랭킹전을 전부 받아들인 노아는 한 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야 겨우 8,000위대에 들어섰다.
한편 티우는 의무적인 횟수만 채우면서 9,000등대 중반에 그친 상태였다.
이 속도라면 상위 랭커에 이르기까지 반년은 더 걸리리라.
“시비를 걸리고도 그걸 한참 방치해야 한다니 영 뒤가 찜찜한데…….”
툴툴대던 노아는 처음 보는 기척이 기숙사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간 손님은커녕 길을 잘못 든 사람조차 없었던 기숙사에 접근하는 인물.
마침 따분했던 노아는 흥미가 동했다.
“우리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땐 아슬란 선배가 바로 앞까지 와 있어도 몰랐었지.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확인해 볼까?”
“노는 건 상관없는데 손님한테 폐를 끼치면 안 된다?”
노아는 기척을 죽이며 기숙사 건물을 빠져나왔다.
‘오러를 조작해 최대한 내 움직임을 주위와 비슷하게 만든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소리를 죽이고 시야의 바깥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속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러를 육감처럼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오러 또한 숨길 필요가 있었다.
최선은 속성변환까지 사용해 자연과 완전히 동화하는 것.
아직 그 정도 응용까진 불가능한 노아로서는 움직임을 흐리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래도 경계하지 않고 있는 상대라면 충분히 먹히겠는데? 꽤 괜찮을지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워, 깜짝이야!”
갑자기 코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노아는 화들짝 놀라 거리를 벌렸다.
“당신은 분명 방금까지 저쪽에…… 어라? 지금도 있네? 어어?”
기숙사 정문으로 걸어오던 인물이 뒤로 돌아 나온 노아의 앞에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그러고도 정문에서 여전히 같은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반가워. 나는 강사인 쿠이나라고 해. 너는 노아 맞지?”
“예. 그런데 저를 아시나요?”
“너는 나를 처음 보는 거겠지만 나는 아니거든.”
“……?”
쿠이나는 어리둥절해하는 노아에게 웃으며 자신이 지옥주간의 교관이었음을 설명했다.
“아무튼 그때 교장선생님이 깜빡하고 지급하지 않은 상품이 있어서 대신 왔는데…… 너 지금 내 얘기 안 듣고 있지?”
“앗, 아니에요. 당연히 다 듣고 있죠. 하하.”
“정문 쪽의 기척에 아예 정신이 팔려 있는데 발뺌은. 저게 그렇게 신기해?”
“……솔직히 신기하긴 하네요.”
쿠이나가 눈앞에서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정문의 기척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오러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마치 똑같은 사람이 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
검술이야 할아버지 덕분에 하늘에 닿을 지경까지 다 겪어봤지만, 이런 기술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오러를 날려 실제 위치를 속이는 이형환위는 알고 있지? 이건 그 응용. 무형검에 익숙해지면 이런 것도 가능해.”
“강사님은 엄청 강하신가 보네요?”
“졸업생이니까 당연히 학생보다는 강하지. 하지만 이건 강사라서 할 수 있는 건 아냐. 나는 원래 첩보가 주특기인 암부기사였거든.”
최초의 기사라고 불리는 시황제는 그 능력으로 마수와 싸웠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 분쟁은 늘 따르는 법.
마수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기사가 있는가 하면, 대인전 전문이나, 첩보전 전문도 있기 마련이었다.
쿠이나는 원래 정보원 소속의 암부기사였으나 최근 나이트레이의 강사로 들어온 참이었다.
“참고로 이것도 그냥 이형환위가 아니라 속성변환이 들어간 거란다. 네가 했던 것처럼 말이야.”
“윽, 그것도 보신 건가요?”
“괜찮아. 나도 어디 소문내고 다니진 않을 테니까. 아무튼 이거 유지하려면 오러가 계속 소모되니까 이제 문 좀 열어줄래?”
“네?”
휙!
그와 동시에 눈앞에 있던 쿠이나가 오러가 되어 사라졌다.
노아는 그 모습에 전율했다.
“……이형환위라는 게 이쪽이었어?”
눈앞에서 평범하게 대화까지 나눴건만 사실 분신이었던 것은 바로 이쪽.
보고 있으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실이었다.
“감탄밖에 안 나오네. 진짜 검술이라는 건 무궁무진하구나.”
노아의 머릿속에 속성변환의 진정한 의미와 암부기사의 저력이 각인되었다.
* * *
“자. 이게 지옥주간의 합격 상품인 상위 랭커 도전권이야.”
응접실로 안내받은 쿠이나는 노아와 티우에게 각각 티켓 하나씩을 건넸다.
“이걸 사용하면 현재 랭킹에 상관없이 상위 랭커에게 도전할 수 있고, 상대의 거절도 불가능해. 즉, 원하는 상대와 반드시 맞붙는 티켓이란 뜻이지.”
“이게 상품이라고요? 이런 게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데…….”
티우는 도전권을 받아 들곤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일부러 노아를 등 떠미는 것처럼 보인다?”
쿠이나는 티우가 선뜻 꺼내지 못했던 말을 거리낄 것 없이 꺼내 버렸다.
“교장선생님이 무슨 생각이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도전권 자체는 이전부터 생각해 두신 거라고 해. 아마 앞으로도 여러 명목으로 계속 뿌려질 거야.”
“8대 가문이 주도하고 있는 상위 랭킹을 뒤바꾸겠다는 건가요?”
현재의 랭킹 제도는 다수파가 작정하면 실력과 무관하게 랭킹을 만들어줄 수 있는 방식이었다.
한번 상위권을 먹은 이들이 자기들끼리만 랭킹전을 돌리면 아래에선 올라갈 수 없었다.
8대 가문에 속하지 않은 학생들은 시바처럼 본인 실력에 비해 낮은 등수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이 도전권이 흔해진다면, 그런 상황을 뒤바꿀 수 있으리라.
“이번 건 일종의 시범인 셈이지. 너나 노아라면 상위 랭커들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실력이 있으니까.”
“노아는 몰라도 전 그 정도까진 아닌걸요?”
“글쎄. 상위 랭커와 싸울 자신도 없는 사람이 그렇게 열심히 100위권 이내의 검술을 조사하고 있을 것 같진 않은데.”
“……!”
“뭐, 본인이 아니라니 단순히 강한 검술을 살펴보고 배울 점을 찾는 거였나 보네.”
쿠이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교장선생님의 상품은 전했고, 용건은 끝. 이지만 서비스로 하나 더 얹어줄게.”
도전권에 정신이 팔려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노아는 뭔가 싶어 그녀를 바라봤다.
“리암 녀석을 시켜 너랑 펠릭스를 떨어뜨리려 했던 녀석. 이름은 프랑크라고 해.”
* * *
노아와 티우는 쿠이나가 주고 간 정보로 프랑크에 대해 알아보았다.
아무래도 학교 내의 주류에 속하는 8대 가문의 직계 혈통이다 보니 이래저래 알려진 사실들이 많았다.
프랑크 리베리.
8대 가문의 일익인 리베리 가문의 직계.
3년차 선배로, 현재 랭킹은 844위.
“랭킹은 생각보다 별로 안 높네? 8대 가문의 직계라면서?”
“같은 직계라도 적통을 제외하면 편차가 커. 사실상 아직 분가만 안 했을 뿐인 방계도 섞여 있으니까.”
“그럼 8대 가문의 내부 서열을 따져보면 이렇게 되는 건가?”
1. 본가의 적통.
2. 본가의 직계.
3. 분가한 방계.
4. 산하 가문 출신.
이 서열은 단순히 출신 성분을 나타내는 것뿐만 아니라 실력의 척도이기도 했다.
가끔 출신을 뛰어넘는 천재들이 등장하는 일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론 실력도 저 순서를 따라갔다.
만일 그 천재가 적통마저 뛰어넘는다면, 본가에 편입되어 다음 가주가 된다.
그렇게 강자존의 법칙을 따라 긴 세월 동안 유전자부터 가꿔온 것이 바로 지금의 8대 가문이었다.
“직계인데도 844위라니. 하자 있는 놈인가? 본인이 약하니 더 밑에 있는 애들한테 꼬장 부리는 타입?”
“시바 선배의 경우를 생각해. 이 학교의 순위는 실력과 비례하긴 하지만, 정확하진 않아. 특히 8대 가문의 직계들은 더더욱.”
직계들의 랭킹전 내용은 추종자들에 의해 엄중히 보호되는 곳에서 치러진다.
결과야 랭킹 변동으로 알 수 있지만 실제 내용이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프랑크의 844위가 본인 실력으로 딴 자리인지, 정치질로 딴 자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그거야 붙어보면 알 일이지.”
시간표는 학사에 모두 공개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노아는 강의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강의실을 찾아갔다.
“자, 여기서 내가 프랑크 리베리다 거수.”
프랑크의 동기들은 대부분 현 상황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노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의아해했다.
같은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프랑크가 앞으로 나섰다.
“후배가 말이 짧군?”
“미안한데 선빵 맞고도 실실거리는 성격은 아니라서.”
차라리 프랑크가 정정당당하게 덤볐다면 이기든 지든 상관없었다.
다른 사람을 시켜 시비를 건 시점에서 노아는 이미 프랑크를 존중할 생각이 없었다.
“랭킹전이다. 덤벼라.”
“하하하. 이 후배가 아직 입학한 지 얼마 안 돼서 학교 규칙을 잘 모르나 본데?”
프랑크는 동기들을 돌아보며 일부러 과장스럽게 말했다.
“상위 랭커는 상위 랭커들끼리만 랭킹전을 할 수 있다고? 수준 차이가 너무 나면 경기가 꼴사나우니까 말이지.”
프랑크의 말에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이 웃었다.
그들은 노아를 구경거리로 만들 생각이었다.
“헛소리 말고 이거나 보시지.”
착!
프랑크는 노아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던진 티켓을 잡아챘다.
“상위 랭커 도전권? 무슨 이런 장난감 같은…….”
“멀쩡히 교장 인감도장까지 찍힌 물건이다. 정 의심되면 직접 물어보지 그래?”
그 말에 프랑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레지나 님께서?”
“알아들었으면 슬슬 칼 뽑지?”
“잠깐. 잠깐 기다려 다오. 꼭 랭킹전이 아니더라도 후배와 대련을 해주는 건 상관없지만 우린 바로 다음 강의가 있어.”
“강의를 핑계로 튀겠다는 거냐?”
“아니. 시간만 좀 조정해 줬으면 좋겠군. 오래 미룰 것도 없이 강의가 전부 끝난 오늘 저녁은 어떤가? 랭킹전 기록원도 부르고 경기장도 섭외해 두지.”
랭킹전은 하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었지만, 상위 랭커들은 보통 따로 경기장을 신청하는 편이었다.
검기를 막 쏟아내면서 싸우다 보면 주변에 피해가 가니 당연한 일이었다.
“나중에 징징대는 걸 듣느니 그 정돈 들어주지.”
“허허, 이것 참 재미있는 후배야. 누가 보면 내가 억지를 부리는 줄 알겠어. 그럼 장소와 시간은 내가 섭외해서 사람을 보내도록 하지. 이따 저녁때 보자고.”
* * *
노아를 보낸 뒤 프랑크는 다음 강의 중간에 자리를 비웠다.
쾅!
“저 망할 새끼가!”
프랑크는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아 때문은 아니었다.
분노의 이유는 대부분 리암이 멍청하게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해 버렸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것도 레지나 님 앞에서……!”
듣자하니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리베리 가문의 이름이 나온 이상 레지나가 사정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으리라.
이래서야 가문 내에서 자신이 꼬리 자르기를 당할 판국이었다.
“망할 녀석들! 평소에 귀찮은 일은 다 나한테 떠맡긴 주제에 책임까지 떠넘겨?”
신입생들을 ‘관리’하는 것은 가문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반드시 했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프랑크는 직계 중에서 가장 서열이 낮다는 이유로 그 모든 걸 도맡아야 했다.
솔직히 저항하지 못하는 녀석들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건 재미있었지만 그렇다고 혼자 독박을 쓸 순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혼자 가지 않는다. 불똥이 튀는 게 싫다면 너희들도 나를 도와야 할 거야.”
프랑크는 재학 중인 리베리 가문의 일원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가문의 입장에선 자신을 꼬리 자르기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뿐 다른 방법이 없는 게 아니었다.
리베리 가문이 작정하고 힘을 쓴다면 사도 학생 한 명쯤 묻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가문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 프랑크도 그만한 대가를 내놔야만 했다.
이번 일로 안 그래도 좁은 가문 내에서의 입지가 더더욱 좁아지리라.
“내가 다른 녀석들에게 고개를 숙이게 만든 일은 잊지 않겠다! 노아……!”
그리고 예고했던 랭킹전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