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72
베로니카와 노아의 1위 결정전은 예상대로 충격적(?)으로 끝났다.
마안의 발현.
이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노아의 출신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뒤집는 일이었다.
그것을 드러낸 것이 황녀와의 1위 결정전이라는 점, 또한 결국 승리했다는 점 등으로 광휘제의 사생아였나 하는 기사까지 튀어나오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 이 모든 일의 장본인인 노아는 기차에 앉아 황제의 집행관을 마주하고 있었다.
“스텔라리움 중앙역에 도착했다는데 안 내리나요?”
“앉아 있거라. 우리가 내릴 역은 여기가 아니니.”
‘다른 역에 내리는 건가? 하지만 황궁은 중앙역이 가장 가까울 텐데.’
마안의 각성.
노아가 황가의 핏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광휘제의 소환령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광휘제는 이미 노아의 부모님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는 엔야의 존재를 세상에 공표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마안이 등장한 이상 대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려둘 필요는 있었다.
그리하여 황명으로 소환령을 내린 바, 테오도르가 직접 노아를 스텔라리움으로 데려온 것.
[잠시 후 종착역인 개선문 역에 도착합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미리 하차를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종착역이라는 방송이 나왔음에도 테오도르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기차가 종착역을 지나 차고지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테오도르는 말없이 앉아 있었으며, 직원들 또한 그들을 확인하고도 별말이 없었다.
그리고 기차는 차고지를 그냥 지나쳐 지하로 이어진 선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아무런 표시 하나 없는 숨겨진 역.
황궁 지하의 비밀정거장이었다.
“내리지.”
테오도르를 따라 기차에서 내리자, 비밀정거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열댓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으나 노아는 그들의 의복을 통해 정체를 알아보았다.
‘여기 모인 이들은 전원 황족들이다.’
기사 코트의 부대마크가 들어가는 부분에 금실로 띠가 둘러져 있었다.
베로니카 덕분에 그것이 황실의 표식임을 들었던지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스터 테오도르.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오, 내 임무는 노아를 폐하께 데려가는 것. 마지막까지 집행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겠소.”
테오도르의 거절에 황족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으로 변했다.
제안이 거절당한 것에 대한 당혹감.
굳이 마스터 나이트에 대한 칭호를 사용하였으나, 집행관으로서의 임무를 강조하며 답한 것.
테오도르가 보이는 노아에 대한 태도 등등.
경지에 오른 실력자인 노아는 그들이 자신들을 ‘관찰’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황제에게 불려왔는데 황족들이 막아서는 모습.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는 것을 본 노아는 전음을 통해 테오도르에게 물었다.
-이분들은 뭐죠?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제국 황가는 그 자체로도 8대 가문 이상의 내력을 지닌 거대한 가문이다. 당연히 그중에는 현 황제와 뜻이 다른 이들도 있지.
황위 경쟁에서 광휘제에게 밀린 황족과 그 세력들은 물론, 이미 방계로 갈라진 수많은 세력들까지.
황제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영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숙청을 피한 황족들 중에는 광휘제의 폭거에 내심 반감을 지닌 이들도 많았다.
덕분에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여도, 황가의 내부 사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광휘제가 절대권력을 지닌 황제로 제국을 지배하고 있긴 해도 모두가 그에게 복종하지는 않는다는 것.
“허허, 큰일을 하셔야 하실 분께서 고작 아이 돌보기나 하고 계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는 집안일이니 저희가 하겠습니다.”
“황명은 충분히 큰일 중 하나입니다. 비키시죠.”
“아니, 저런……!”
황족이라도 감히 마스터 나이트의 위에 설 수는 없었다.
내내 존중을 표하며 유하게 나오던 황족 대표에게 테오도르가 비키라 말하자 뒤에 있던 이들이 반발했다.
‘대표는 감정을 잘 숨기고 있지만 배분이 떨어지는 이들은 다소 격정적이군. 정치력의 차이인가?’
제삼자로서 상황을 지켜보는 노아에게는 그 모든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테오도르도 마찬가지였다.
‘속내가 뻔히 보이는군.’
여기 모인 황족들은 여러 계파가 섞여 있었다.
이들 중에는 노아를 이용해 먹고 싶은 사람도, 노아의 출현이 꺼림칙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새롭게 나타난 마안의 소유자가 황제에게 넘어가면 안 된다는 합의하에 모두가 이렇게 모인 것.
이 모습은 마치 테오도르 자신이 처음 가주의 자리에 올랐을 때를 보는 듯했다.
‘무능한 것들.’
테오도르가 가주로서 리베리 가문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 원래는 후계자 중 막내였던 그를 향한 반발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걸 힘과 실력으로 찍어 누른 것이 바로 테오도르.
광휘제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마스터 나이트라는 실력을 가지고도 자신이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종말의 영약을 삼킬 수 있는 인간에 비하면 격이 낮아도 한참 낮다.’
제국의 황제는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없는 마스터 나이트를 거느린다.
평범한 마스터 나이트가 그들을 모두 복종시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광휘제가 아니더라도 황제의 자리는 완벽한 절대초인에게만 허락되어야 한다.’
테오도르는 자신의 기준조차 통과하지 못한 이들에게 협력할 생각이 없었다.
“비키시지 않는다면 ‘집행’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겠나. 우린 그저 계엄령 이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집행관’을 돕고 싶은 것뿐인데. 비켜줄 테니 자네는 의무를 다하게나.”
황족의 대표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허허 웃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노아는 테오도르의 뒤를 따랐다.
황족들과 충분히 거리가 멀어지자 노아가 입을 열었다.
“혹시 제가 마안을 계속 숨기는 편이 나았을까요?”
“잘은 모르지만 아닐 거다. 정말로 숨겨야 하는 일이라면 폐하께서 먼저 막으셨을 테니.”
그보다 테오도르로서는 노아가 황실의 피를 이었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어쩐지 폐하께서 유난히 신경을 쓰시더라니. 너도 황족이었을 줄이야.”
“저도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지만요.”
“역시 무리해서라도 딸들이랑 혼인부터 시켜놨어야 했는데.”
“그건 좀.”
가볍게 말하긴 했으나 가벼운 말은 아니었다.
‘폐하는 날 때부터 마안을 타고난 7황녀가 자신의 뒤를 이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뒤늦게 나타난 노아가 바로 그 베로니카를 이기고 마안을 각성했다.
‘이걸로 다음으로 황위에 오르는 것이 누가 될지 모르게 되었군.’
과연 광휘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집행관으로서 황제의 최측근으로 지내온 테오도르조차 의중을 짐작할 수 없었다.
“폐하께서 너를 데려오는 일에 나를 보낸 건 조직도 조직이지만 저 인간들 때문도 있을 거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저들을 가까이 하지 않도록 해라.”
“명심하죠.”
광휘제가 절대적으로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들과 가까이하면 제국의 지배자가 노골적으로 싫어한다.
그것만으로도 저 사람들을 피하기에는 충분한 이유였다.
‘애초에 베로니카가 그 고생을 할 때 아무도 안 말리던 인간들이 집안일이랍시고 챙기는 척은.’
생각해 보니 그냥 싫기도 했고.
물론 광휘제에게도 이 점을 따질 생각이었으나 그쪽과는 부모님 대에서부터 얽힌 일이 많아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쪽은 일단 이기고 생각하자고.’
물론 심검을 무제한으로 써대는 인간을 무슨 수로 이겨야 하나 싶긴 하지만.
까짓것 한 방의 위력에서 우위를 점하면 이길 가능성도 있긴 할 테니까.
그렇게 테오도르를 따라 황궁으로 들어선 노아는, 황궁의 회랑에서 광휘제와 마주쳤다.
“나와 계셨습니까.”
“어차피 알현실에서 대화를 나눌 건 아니었으니까. 자네는 그만 일 보게.”
“예, 폐하.”
테오도르는 광휘제에게 인사를 올리고, 노아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인 후 자리를 떠났다.
광휘제는 노아가 도착했다는 소리에 여기까지 마중을 나온 주제에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따라오너라.”
둘은 한동안 회랑을 걸었다.
양옆으로 정원을 끼고 있는 회랑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산책길이었다.
다만 노아는 황궁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무 말도 안 하시나?’
마안을 발현한 것에 대한 감상이든, 엔야에 대한 것은 기밀인데도 마안을 멋대로 공개한 타박이든.
뭐라도 말을 해야 반응을 할 텐데 아무런 말도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노아였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엔야가 잠든 곳.”
“……!”
황가의 무덤.
허리춤의 월식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 * *
“스텔라리움에서 광휘제의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마데이라를 벗어나려면 지금뿐입니다.”
“좋아, 다들 준비는 됐겠지?”
카인의 말에 모두들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한참 전부터 탈출을 대비했던 만큼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모두 준비는 되어 있었다.
“예정대로 코코아 선생님과 아라크네는 이곳에 남는다.”
“자, 잠깐만요! 역시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마데이라가 제국의 압박에 저희를 팔아넘기면요?”
“지금까지 신세를 져놓고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생각해 봐라. 얘들이 버릴 생각이라도 널 내놓는 순간 우리와 협조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인데 팔아넘길 수 있겠냐?”
“아니, 당신들이야 이전에 빚을 지워뒀을지 몰라도 마인인 나는 불안하다고요! 게다가 팔아넘길 생각이 아니더라도 제국에서 저를 노릴 수도 있잖아요?”
“우리 때문에 온 놈들이니 내가 모습을 드러낸 시점에 군의 방향을 돌릴 거다.”
광휘제는 스텔라리움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전, 이미 마데이라의 왕성을 완전히 포위했다.
그 병력은 바로 마스터 나이트 넷.
황실 1기사단 단장 아슬란과 휘하의 기사들.
3군단 군단장 유진 마이어와 마이어 기사들.
8군단 군단장 루크레치아 파브리스와 아니스를 비롯한 파브리스 기사들.
9군단 군단장 올베르트 싱클레어와 싱클레어 기사들.
단순 규모만 봐도 생텀 킵 전체 전력의 2배.
오렌의 마스터 나이트 등극이 기밀사항인 지금, 대외적으로 드러난 마데이라 전력의 4배에 해당하는 전력이었다.
‘1기사단은 그렇다 쳐도 8대 가문의 가주를 셋이나 투입하다니. 조직 쪽은 괜찮은 건가?’
카인이 여덟 개의 심검을 가지고 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마스터 나이트 여덟 명만큼 강한 건 아니었다.
단적으로 말해 혼자 여덟 개를 가진 것보단 여덟 명이 심검을 하나씩 나눠가진 편이 더 세다.
단순히 생각해서 오러의 양도 여덟 배고, 팔도 훨씬 많으니까.
한 손으로 열 손을 당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네 명은 어떨까?’
일대사.
결과를 확신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는 건 이기든 지든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뜻.
게다가 지금은 스텔라리움에 있다고 해도 시간을 끌면 얼마든지 이곳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 광휘제였다.
“답은 일점돌파뿐이다.”
일대일이라면 상대도 무리하지 않고 시간만 끌려고 할 터.
그 틈에 뚫고 지나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역시 8군단 쪽이 낫겠죠? 파브리스 가주의 심검으로는 시간을 끌기가 힘드니까요.”
“아니, 그 음침한 올베르트가 참전한 이상 저쪽도 이쪽의 생각을 읽고 있다고 봐야겠지.”
상대적으로 병력이 적은 곳은 나름대로의 방비가 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면 어쩌실 생각이죠?”
“정면돌파.”
병력이 가장 두터운 적의 중앙을 돌파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싸게 먹히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