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97
한편 나이트레이 내습으로부터 5일 전, 스텔라리움.
베로니카는 2기사단 본대를 이끌고 수도에 입성했다.
출정군과의 교대로 오늘부터 최대 1달간 이곳의 방위를 맡게 된 그들은 간단한 인수인계 후, 곧바로 임무에 들어갔다.
베로니카 또한 실제 작전 지역 확인을 끝낸 후, 대장들을 불러 임무 현황을 확인했다.
“한 달간의 경계작전 편성을 완료하고 최초근무자들 투입을 완료했습니다.”
“첫날인데 어디 문제는 없고요?”
“문제는커녕 오히려 열의에 불타고 있습니다.”
“예?”
“그간 기승전결을 제외하더라도 훈련량이 상당한 수준이었는데, 드디어 그걸 실제 임무에 쓸 수 있다고 좋아하고 있더군요.”
리히테나워 군단에서 숙련된 인원들만 출동했던 첫 작전과는 달리, 이번 작전에는 사실상 2기사단 전원이 참가했다.
막 들어와 훈련만 반복하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던 인원들은 긴장이 풀어지기 쉬운 경계작전에서도 열심이었다.
“아마 그 전에 끝날 거라 예상하지만, 한 달이면 짧지도 않은 시간이에요. 그 의욕이 죽지 않도록 잘해봐요.”
“알겠습니다.”
“그럼 습격에 대비한 작전들을 재확인하죠.”
사실상 군사 시설로 탈바꿈한 나이트레이와는 달리 스텔라리움에는 멀쩡히 민간인들이 살고 있었다.
어떤 적이 얼마나 어떻게 쳐들어오는지에 따라 철저히 준비해 두지 않으면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것.
“최초 확인 시의 판단이…….”
* * *
회의를 마친 베로니카는 황궁을 산책했다.
“황궁 자체는 재해급 마수의 공격도 버틸 수 있을 것 같고…….”
산책이라곤 해도 사실상 설비의 점검에 가까운 일이었다.
스텔라리움은 과거 별의 파편 생산지에 세워진 요새에서 시작한 도시.
그 중심부에 위치한 황궁은 아름다운 궁전보다는 실전적인 요새에 가까운 구조를 하고 있었다.
도시 내에 있으니 착각하기 쉽지만, 그들은 지금부터 최장 1달간 계속 ‘작전 중’인 상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 사소한 것도 허투루 할 생각은 없었다.
“베로니카 님.”
“아, 키예프 님.”
그렇게 황궁을 거닐던 베로니카를 불러 세운 것은 키예프 브림스톤이었다.
전 1기사단장이었던 그는 계엄령 때 아슬란에게 단장 자리를 넘겨주고 본인은 참모부로 이동했다.
그 후 아슬란이 배신한 뒤에도 1기사단은 레지나에게 맡겨두고 중앙참모부에 남아 있었다.
기사로서 실력도, 경력도 확실했으나 마스터 나이트가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성씨가 갈라지긴 했지만 그 또한 황족 출신으로, 현역 장군인 점을 더해 황실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베로니카에게도 그리 멀지 않은 친척이기도 했다.
물론 족보상 그렇다는 것뿐.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수련받은 그녀에게 친한 친척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 나이에 벌써부터 부대를 통솔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아닙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인걸요.”
“그렇다곤 해도 스텔라리움까지 미끼로 쓰시겠다니. 원래부터 자신감이 상당하셨지만 폐하께서도 너무하시군요.”
그 말에 베로니카는 발걸음을 멈췄다.
원수인 레지나 다음가는 제국군 대장이었다.
제국군 편제상에서 마스터 나이트나 8대 가문급 대형기사단 단장들은 중장에서 그쳤다.
대장은 그런 이들에게도 필요에 따라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실상 최고 계급.
레지나가 원수로 올라간 현시점에선 밴, 빈센트, 키예프 셋밖에 없는 계급이었다.
그마저도 밴과 빈센트는 각각 선임집행관, 국사라는 이유로 대장 계급을 받은 예비역 대장들임을 생각하면 군부 내에서 키예프의 입지는 확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레지나는 키예프에게 광휘제의 부재에 대한 것을 숨겼다.
광휘제와 대립하는 황족들의 대표주자나 다름없는 그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나올지 몰랐으니까.
‘여기서 폐하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어쩌면 그들이 눈치챘을 수도 있다.
저것만으로는 확신하기 힘든 내용.
하지만 여기서 그녀가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만큼 위기 상황이라는 뜻이겠지요.”
혹시라도 눈치챘다면 지금은 위기 상황이니 허튼짓하지 말라는 뜻.
키예프는 그 뜻을 읽고 본색을 드러냈다.
“폐하께서 부재중이라는 사실을 알고계십니까?”
갑작스러운 직구.
베로니카는 최대한 반응을 억제했으나, 노련한 정치 군인인 키예프는 그것만으로도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레지나 원수가 주도하고 있는 이 정보 공작은 얼마 안 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악랄한 범죄입니다. 황녀께서는 신속히 그 일에서 손을 떼십시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지금이라면 이 사실을 폭로하는 것으로 진실을 은폐하는 데 일조했다는 입장을 손쉽게 벗어던질 수 있습니다.”
키예프는 베로니카의 연기 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듯, 자기가 할 말만을 계속했다.
황실은 이미 광휘제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공개하고 정당히 황위를 이으십시오.”
“저보고 황제가 되라는 말씀이신가요?”
“날 때부터 마안을 타고난 그 혈통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저를 뒤에서 조종하고요?”
베로니카의 말에 키예프는 입을 다물었다.
“마스터 나이트가 아닌 황제라면 자신들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현 황실의 힘이라면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지요.”
현시점에서 황족 중 광휘제를 제외하면 마스터 나이트는 노아뿐.
기존의 사례들을 따져봤을 때, 황제를 새로 뽑는다면 노아가 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황실의 구렁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노아에게 모든 것이 넘어가는 꼴을 그냥 보고만 있을 리는 없었다.
“당신이 자신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것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봐주는 것도 선이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인질로 삼고 수작을 부리려는 거라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베로니카의 입장 표명을 들은 키예프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저 또한 더 큰 위협을 앞두고 내분을 일으킬 생각은 없답니다. 말씀드린 건 말 그대로 진실을 호도하지 않기 위한 것이니 걱정 마시길.”
그는 마지막까지 예의를 지켜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
베로니카와 헤어진 키예프가 직행한 곳은 황궁 내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별실.
그곳에는 이미 약속을 잡았던 황실의 주요 인물들이 나와 있었다.
“어떻소?”
“안 되겠더군. 이미 레지나가 꽉 잡고 있는 모양이야.”
“쉽게 갈 수 있나 싶었는데 어쩔 수 없군.”
베로니카가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그들은 별로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녀를 허수아비 황제로 만들려고 했던 건 그저 그게 가장 쉬웠기 때문.
마음만 먹으면 그들은 다른 이들도 황제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면 1황자를 황제로 만드는 거면 되겠소?”
“나는 불만 없네. 1황자는 본인이 먼저 제안해 올 정도이니 차라리 나은 점도 있겠지.”
“아쉽지만 마안 없이 황제가 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니.”
8대 가문 위에는 황가가 있다.
비록 현재 그들에겐 대표로 삼을 마스터 나이트가 없었으나, 오랜 세월 이권을 독점해 온 황가의 힘은 제국 전역에 뻗어 있었다.
원래부터 황가든 8대 가문이든 마스터 나이트가 없던 시기는 종종 있었다.
지금처럼 여기저기 큰 세력마다 마스터 나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오히려 드문 것.
대전쟁의 여파로 기사들의 수준이 올라간 탓이라 그렇지 마스터 나이트라는 건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황제가 되고 나서 심검을 얻은 경우야 얼마든지 있었으니 젊기만 하면 문제는 되지 않지.”
이미 늙거나 검술의 재능이 없었던 그들이 이제 와서 황위를 직접 노리는 건 불가능했다.
그나마 늦게라도 심검을 얻기만 하면 키예프는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의 절망이 되었던 그 벽이 갑작스레 열릴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문제가 있다면 이미 황족이면서 마스터 나이트인 인물을 두고 다른 사람을 올린다는 건데…….”
노아의 존재가 방해된다.
“이렇게 된 이상 계엄령 상황이라는 걸 이용하는 수밖에 없겠구먼.”
“본인이 알아서 죽어주면 좋을 것을.”
“치워 버릴까?”
“직접 건드리는 건 위험부담이 크네. 주변의 사람을 쳐내는 편이 나아.”
“어쨌거나 제안을 거절한 7황녀는 죽여야겠군.”
그렇게 스텔라리움에서는 세상과 격리된 별실에서 세상을 뒤흔들 음모가 꾸며지고 있었다.
* * *
사건이 일어난 것은 2기사단이 스텔라리움에 도착한지 4일차가 되는 날 저녁이었다.
대모의 나이트레이 습격 11시간 전.
스텔라리움 시 바깥을 돌던 순찰조가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작전대로 보고가 그 즉시 지휘부까지 올라왔다.
“전원 전투 준비.”
베로니카의 명령에 2기사단은 전투 준비에 들어가는 한편, 이러한 정보를 중앙군 측에도 알렸다.
“행방불명된 인원들의 동선은?”
“여기 있습니다.”
사람들이 멀쩡히 살고 있는 시내에서 적을 맞이할 수는 없는 일.
때문에 순찰조도, 적이 나타났을 때 초동대응에 나설 5분전투대기부대도 전부 도시 바깥에 있었다.
“이번에 사라진 순찰조의 동선은 최외곽입니다.”
“적의 선발대는 이미 안쪽까지 파고들었고, 후발대가 순찰조와 만났을 가능성은?”
“아직까지 진법에 반응은 없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테오도르 님은 현재 정반대편인 서쪽에 계십니다.”
“다방면에서 공격해 올 가능성이 있으니 일단 중앙군은 대기시켜 놓고 우리만으로 대응에 나선다. 나머지는 이동하면서 듣지. 움직여!”
2기사단의 부대 이동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키예프는 중앙군에서 2기사단이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이내 어딘가로 신호를 보냈다.
“슬슬 시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알겠다.”
대수롭지 않은 대답.
하지만 그 직후 일어난 일은 분명 대수로운 일이었다.
스텔라리움 전역에 설치되어 있던 진법이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 성벽 너머로 거대한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별의 파편 광산.
땅 속에 묻혀 있던 그것을 지상에 올려놓자 말 그대로 산 하나가 떡하니 나타났다.
“광산을 가져갈 수 있다면, 광산째로 공격해 올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지.”
무수한 숫자의 마수가 광산으로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 수는 100만 이상.
분류로 따지면 일반 등급을 벗어나지 못할 마수도 많았으나, 어쨌거나 마수인 만큼 기본적으로 맹수보다 위험한 생물이었다.
거기에 이능을 더하면 위험성은 배 이상.
스텔라리움 총인구의 2배를 넘는 대량의 마수를 상대로 2기사단이 뭘 할 수 있을까.
크오오오오오!
자잘한 마수들 속에서 재해급 마수가 포효했다.
파직!
도시 바깥에서 내지른 포효에, 도시 중앙에 위치한 황궁의 창문에 금이 갔다.
“그럼 여기 특등석에서 새 시대의 시작을 지켜보기로 할까.”
수십 년의 세월동안 넘을 수 없는 벽을 바라보며 느꼈던 절망.
이제는 무력감이라는 이름의 그 절망을 모두와 나눌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