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01
이때 베로니카는 연이은 전투로 지쳐 놓치고 말았으나, 생사령이 스텔라리움에 나타난 것은 훨씬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번 작전에서 암문의 역할은 바로 미하엘의 정확한 위치를 잡아내는 것.
그런 상황에서 생사령이 이곳에 등장했다는 건,
‘저쪽은 잘될지 모르겠군.’
미하엘이 스텔라리움에 나타났다는 것.
마수의 파도를 앞에 둔 그들의 등 뒤로, 스텔라리움 황궁에 봉인진이 펼쳐졌다.
* * *
시작은 오러를 모두 버리는 것이었다.
어차피 곧 얻게 될 종말의 오러를 생각하면 지금 자신이 가진 오러는 극히 미미한 수준.
오러를 모두 버리고 새로이 쌓는 게 가능하다는 건 이미 카인이 증명한 바 있었다.
미하엘은 그렇게 자신의 오러를 모두 버렸다.
“이 상태로 겉모습을 바꾸면…… 됐군.”
오러도, 생긴 것도 전혀 다른 모습.
미하엘이라는 요소는 하나도 남기지 않은 완벽한 변장이 완성됐다.
“그럼 어디 취직을 해보실까.”
변신한 미하엘이 새로운 신분을 가지고 황궁에 들어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의 새로운 협력자인 키예프의 힘이라면 사람 하나 마음대로 뽑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일단 황궁에 들어서고 나면 그다음은 쉬웠다.
미하엘은 적당한 희생양의 오러를 빼앗고 그 몸으로 변신하여 황궁 안을 자유롭게 활보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도 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미하엘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준비는 끝났다.”
“약속은 잊지 않으셨겠지요?”
“제국의 옥좌 따위 마음대로 해라.”
키예프는 제국을 손에 넣기 위해 그에게 협조하고 있었으나, 미하엘은 그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바보 같은 놈.’
황실의 실세인 키예프는 레지나가 공개하기도 전부터 미하엘을 잡기 위한 봉인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조직에 협조하면서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레지나와 노아를 불러 미하엘을 잡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황실의 일원으로 ‘위대한 제국’에 너무 심취하여 조직 따윈 대전쟁도 이겨낸 제국에게 그리 큰 위험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
키예프는 미하엘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스텔라리움을 공격하여 광휘제의 부재를 만천하에 공개한다.”
그렇게 조직의 공세가 시작되자 미하엘은 쓸모를 다한 키예프부터 처리했다.
“커헉!”
“네 몸과 오러는 마지막까지 내가 유용하게 쓰도록 하지.”
황궁 심처.
마스터 나이트에 가까운 기사라 일컬어지던 키예프는 반항 한번 못 해보고 미하엘의 손에 쓰러졌다.
“이능을 이용한 공격에 이렇게까지 대비가 안 되어 있을 줄이야. 마스터 나이트가 되지 못한 자라 자조하면서도 자신의 검술에 대한 자부심은 버리지 못했던 건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미 죽은 자의 사정 따윈 알 바가 아니었다.
미하엘은 키예프의 몸을 이용해 중앙군에 명령을 내렸다.
“현재 위치를 사수하라.”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말입니까?”
“그에 대해선 예정된 계획이 있다. 중앙군은 황궁을 지키는 데만 집중하라.”
현상 유지를 명령한 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황가의 무덤.
희생양의 몸으로는 확인하지 못한 황족만이 들어갈 수 있는 땅.
“거기까지.”
사람을 물리고 홀로 그 안으로 들어서려던 키예프를 막아선 것은 바로 노아와 레지나였다.
“인간임을 포기하더니 별 짓을 다 하는구나 미하엘.”
레지나가 말을 거는 사이 노아는 도착과 동시에 봉인진부터 발동시켰다.
이미 키예프가 미하엘이라 확신하고 있는 모습.
‘오러도, 생김새도 완전히 키예프와 같을 텐데?’
“저를 보고 미하엘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레지나 원수.”
“아무리 똑같이 변신해 봐야 결국 실제 키예프를 죽여 버린 시점에서 모두 들통났다. 그쪽은 우리 감시 대상이었거든.”
“핫.”
그 말에 미하엘은 웃어버리고 말았다.
레지나가 작정하고 사람을 붙여뒀다면 빌린 몸과 오러로는 감지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미하엘은 계속해서 키예프의 모습으로 말했다.
키예프의 오러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노아나 레지나와 싸우기에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대놓고 황궁을 노리다니. 간덩이가 부었군.”
“봉인진이라. 여기까지 예상하고 있었나?”
“예상?”
그 말에 레지나는 코웃음 쳤다.
“그런 건 자기가 똑똑한 줄 아는 멍청이나 하는 거다.”
레지나는 진작부터 키예프를 비롯한 황족들이 딴생각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에 따른 대응으로 선택한 것은 그 모든 인물에 대한 감시.
그녀가 사비로 움직인 블랙 하운드 용병대는 조직은 물론, 테오도르나 베로니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확실하게 스텔라리움에 숨어들었다.
“비싸도 일 처리 하나는 완벽한 놈들이 있거든.”
“블랙 하운드인가. 과연. 그런 전력을 남겨두고도 바깥의 기사들이 죽어나가는 걸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거군.”
미하엘은 레지나를 도발했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군에게 희생을 강요하다니. 천하의 레지나도 변했군.”
“변했다고?”
“한때는 도리를 울부짖으며 후퇴 명령을 거부하던 정의로운 기사였음에도, 이제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부하들을 소모품 취급을 하고 있는데 이게 변한 것이 아니라면 뭔가?”
“……!”
노아가 이어받은 황실 2기사단은 대전쟁 당시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기 위해 사지에 남았다가 궤멸했다.
이는 자칫하면 전력의 공백으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행동이었으나, 결과적으론 후폭풍이 밀어닥치기 전에 엔야가 전쟁을 끝낸 터라 공만 남았다.
이미 끝난 전쟁에서 잘못을 따지기 보단 최대한 좋은 점만 이야기하자는 풍조가 퍼졌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당사자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영웅이라는 칭호도 레지나에게는 그저 자기만 살아 돌아왔다는 비난처럼 들렸다.
그녀가 2기사단을 재건하지 않고 나이트레이에서 후진 양성에만 힘쓴 것도 반쯤은 그 때문.
“네가 뭘 안다는 거지? 당시의 너는 그저 코찔찔이에 불과했으면서.”
“모두 봤으니까.”
“봤다고……?”
“이거라면 알 수 있겠지.”
그와 동시에 미하엘의 그림자 속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네게 한 말이 아니다 레지나.”
내내 여유를 부리던 미하엘도 이번만큼은 화를 내고 있었다.
“노아. 마안을 가진 네 눈이라면 이것이 보이겠지.”
-뭔가 있는 거냐?
전음으로 비밀리에 물어오는 레지나의 말에 노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검령…….”
월식은 노아에게 그녀의 기억을 체험시켜주었다.
그렇다면 다른 검령을 통해 과거를 보는 것도 가능하리라.
‘하지만 어떻게?’
지금까지 검령을 본 것은 모두 마안을 가진 이들뿐.
노아가 일부러 오러를 불어넣어 월식의 모습을 내보인 적도 있긴 하지만, 미하엘이 검령을 볼 수 있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율리우스 선배랑 같은 경우인 건가!’
제국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황실의 피는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
8대 가문인 리히테나워의 후예라면 황실의 피가 섞여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미하엘이 율리우스처럼 남몰래 마안을 발현하고, 검령을 보게 되었을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럼 저 검령은 도대체?’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만 노아. 저 미하엘은 본체인가?
-네 맞아요. 분신이나 다른 무언가를 조종하고 있을 뿐이라면 흔적이 이어져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보이지 않아요.
연결된 본체의 위치를 알아내는 마안의 힘을 피하기 위해 미하엘 또한 직접 이곳에 잠입한 것.
“그렇다면 자세한 이야기는 놈을 제압하고 나서 듣도록 하지.”
말을 꺼낸 순간 두 사람은 이미 공격하고 있었다.
튀어나간 노아의 검이 미하엘의 머리를 관통하고, 이어진 레지나의 시공단열이 몸뚱이를 지워 버린다.
미하엘은 일방적으로 공격에 얻어맞고 순식간에 머리만 남아 버리고 말았다.
노아는 재생이나 환각 등 모종의 이능에 대비했으나, 미하엘의 오러는 진짜로 흩어지고 있었다.
생명이 꺼져간다.
‘뭐? 그냥 이렇게 죽는다고?’
분명 이능의 사용에는 오러가 든다.
잠입을 위해 기존의 오러를 모두 버린 미하엘의 몸에는 두 사람과 싸울 만한 오러가 없었다.
키예프의 오러는 적지 않은 양이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함정인가?”
“마안으로 보고 있었어요. 그럴 만한 요소는…….”
그 순간, 봉인진 바깥에서 상당한 규모의 이능이 발동했다.
하는 수 없이 진법을 거두고 바깥으로 나온 두 사람을 반긴 것은 밤하늘을 스크린 삼아 펼쳐지는 커다란 영상.
그 영상 속에서 노아와 레지나는 키예프의 목을 베고 있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저 영상 속의 내용은 방금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으니.
허나 미하엘이 키예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빼고 저것만 보면 상당히 묘한 상황이 되고 만다.
“망할 녀석이……!”
“침착하세요. 저런 것쯤은 해명하면 됩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레지나는 영상을 본 순간 미하엘의 의도를 깨달았다.
“대중에게 해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내게는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있으니까. 하지만 저걸 본 황실 사람들도 적을 벤 거니 괜찮다고 생각할까?”
“……!”
원래부터 광휘제와 그가 만든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황족들이, 자신들의 대표나 다름없는 키예프가 죽는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까?
키예프는 미하엘이 변신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댄다면 레지나는 그 누구라도 죽여 버리고 조직의 소행이라 덮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다음에 미하엘의 변신이라 지목되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 확신할 수 있나?
실제로 저 키예프가 미하엘인지 아닌지는 알 바 아니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자신이 제거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권력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는 것.
“거기냐!”
다음 순간 시내에서 미하엘의 기척을 포착한 레지나가 곧바로 공간을 넘어 그를 베었다.
이번에도 역시 미하엘은 아무런 저항 없이 목이 잘려 죽었다.
그리고 또다시 먼 곳에서 미하엘의 기척이 잡혔다.
‘분신? 아냐, 이번에도 본체야. 설마 이건…….’
새롭게 나타난 미하엘은 이번엔 자신과 똑같은 머리를 들고 있었다.
“눈치채는 게 느리군.”
리히테나워의 본가에서 노아는 대모를 머리만 남기고 베어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모는 죽지 않고 몸을 재생해냈다.
놈들은 머리만 남아도 몸을 재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도 가능한 게 아닐까?
서걱!
노아의 검기가 또다시 미하엘을 벤다.
그러자 그가 들고 있던 잘린 머리에서 새로운 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원래 몸에서 계속 재생하는 게 아니라, 잘라둔 신체에서 새롭게 재생한다.
머리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미하엘은 신체의 일부와 오러만 있으면 어디서든 부활할 수 있었다.
“이미 나는 세상 곳곳에 팔다리를 잘라두고 왔다. 너희들이 몇 번을 죽이더라도 나는 끝없이 살아난다.”
미하엘이 본체를 보낸 것은 본체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기 때문.
“자, 그럼 내가 다음으로 나타날 곳은 어디일까?”
새로운 몸의 오러를 짜내 간신히 만들어낸 무형검이 스스로의 목을 잘라낸다.
미하엘은 그렇게 자신을 쫓아온 노아와 레지나의 눈앞에서 자살했다.
또다시 미하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다음 날 아침.
토벌군이 심검 2개를 빼앗겼다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