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20
“그래서, 노아는 어떻게 찾을 건데?”
월식은 유니아가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데 한참 걸릴 것처럼 보이자, 그 부분은 나중으로 미루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은 아직 달에 있는지 어떤지 부터 확인해 봐야죠.”
노아는 전투의 막바지에 이미 지상으로 내려왔지만 그들은 알 도리가 없었다.
낮에 일어난 일이라 볼 수도 없었지만, 밤이었다고 해도 저 먼 바다로 떨어진 것이었으니까.
그러니 노아를 찾으려면 달로 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지상을 뒤져야 하는 건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했다.
“달에 갈 방법이 있어?”
“직접 가서 확인하는 건 아니고요. 일단은 천문관측소부터 찾아가 볼 생각이었는데요.”
달의 상황을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먼저였다.
이것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의외로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노아는 지상에 내려왔을 거야.”
“그걸 어떻게 아세요?”
“달에 암월이 없으니까.”
달에 암월이 없다는 사실은 간단한 논리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능성 1번. 미하엘이 이겼을 경우. 이건 따로 말할 것도 없겠지?”
“……아버지가 이겼다면 이미 달에서 죽고 지상에서 부활했겠죠.”
“그래. 이걸로 최소한 노아가 비기거나 이긴 건 확실해. 그렇다면 지상에 내려왔겠지.”
“하지만 그럴 힘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정말 아슬아슬하게 이겼다거나, 아니면 동시에 쓰러졌다거나.”
“노아가 쓰러졌다면 달에 남아 있는 암월이 뭐라도 신호를 보냈을 거야.”
성련검은 별의 파편이라는 소재의 특수성 때문에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빈도만이 아니라 강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엔야와 함께한 시간이 1년 정도밖에 안 되지만 디 오더와 맞먹을 정도로 강한 검령이지. 암월도 크게 다르지 않아.”
그녀라면 주인 없이도 실체화할 정도의 오러를 사용할 수 있었다.
“달 표면에 구조 신호라도 남기든지 했을 거라는 거군요?”
“응. 여기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남기려면 힘들겠지만, 못할 것도 없으니까.”
방해도 없으니 성련검의 오러를 이용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암월이라고 달에 영원히 홀로 남고 싶진 않을 테니 가만있진 않으리라.
“암월이 달에 없으면, 노아도 달에 없겠지.”
사람들이 유니아가 노아를 찾으러 가겠다고 해도 말리지 않은 이유.
그들은 이미 노아를 찾는 일이 현실적인 일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문제가 있지.”
“한 달이나 발견되지 않은 걸 보면 아마 이상한 곳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 적어도 제국 내에 떨어지진 않았을 거야. 그랬다면 난리가 났을 테니까.”
“육지의 다른 국가들도 가능성이 낮겠죠. 그렇다면 바다겠네요.”
수색 범위를 이 세상 모든 곳에서 바다나 해안가로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광범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찾아야 할 범위가 넓다는 건 유니아가 포기할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럼 배부터 구하러 가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국에서 북해는 빙하가, 남해는 웨이브로 대표되는 마수 때가 길을 틀어막고 있었다.
때문에 가장 큰 해군력을 지니고 있는 곳은 동부의 싱클레어 군단이었다.
마데이라 침공 때 함대를 이끌고 나서기도 했던 싱클레어 군단은 제국 해군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해양가문이었다.
그리고 싱클레어 군단에는 노아를 찾는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줄 젊은 영웅이 있었다.
“율리우스 선배.”
“오랜만이구나, 유니아. 그리고 월식 누님도요.”
율리우스는 학생 시절에도 학교 근처에 사놓은 가문의 저택에서 지냈으므로, 검은 달 기숙사생들에 비해 유니아와의 접점이 적은 편이었다.
대신 월식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정도로 노아와의 유대는 깊었던 편이므로 둘을 진심으로 반겼다.
“월식 언니에 대해서 알고 계셨군요?”
유니아의 말에 율리우스는 월식과 눈이 마주쳤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노아가 말하지 말라고 했으니 노아 탓이다. 그러니까 노아한테 따져라.”
언제나 쿨하던 율리우스가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저런 소리를 하니 유니아는 헛웃음이 나왔다.
덕분에 분위기가 풀어졌으므로 그녀는 편한 마음으로 자신의 임무를 설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바다에 나갈 배를 구하고 싶다?”
“네, 가능하면 조언도 좀 얻고요.”
“바다를 고작 배 하나로 탐색하겠다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지금까지 노아가 발견되지 않은 걸 보면 외해에 떨어졌다는 거거든. 음, 일단 해도를 보면서 이야기할까?”
율리우스는 유니아의 부탁에 아예 군사자료인 해도까지 꺼내 와서 설명을 시작했다.
“보다시피 근해에 떨어졌다면 해류에 의해 이미 해안가로 밀려왔을 거야. 그렇지 않다는 건 최소한 이보다 멀리 떨어졌다는 거지.”
근해에 떨어졌다면 해류를 따라 특정 포인트들을 조사하면 될 일이지만, 외해에 떨어졌다면 진짜로 바다 전체를 뒤져야 할 판이었다.
“방법이 없는 건가요?”
“아무리 노아라도 한 달이나 숨을 쉬지 않고 버틸 수는 없겠지. 그러니 전제가 바뀌어야 해.”
율리우스가 하고자 하는 말은 간단했다.
“너는 노아의 시신을 찾고 싶은 건가? 아니면 살아 있는 노아를 수색하고 싶은 건가?”
어딜 찾아봐야 하는지 알기 위해 달을 확인하려 했던 것처럼, 정확한 목표를 정해야만 현실적인 탐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우 유니아가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후자입니다.”
“그럼 전제를 하나 깔고 가지. 노아는 지상에 내려왔으며, 살아 있지만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즉, 알려지지 않은 곳에 떨어졌다.
“무인도든 뭐든 좋아. 우리가 찾아야 할 곳은 해도에 기록되지 않은 곳이야.”
* * *
아직도 노아의 생존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노아를 향한 경외감과는 별개로 그가 죽었으리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숫자로 따지면 이쪽이 더 많았다.
현실적으로 모든 오러를 쏟아부어 달에 간 이상, 이겼다고 해도 돌아오기 힘들긴 했으니까.
테오도르도 바로 그런 이들 중 하나였다.
‘역시 그때 어떻게든 결혼을 시켰어야 했는데.’
만일 자신이 억지로라도 쌍둥이와 노아를 결혼시켰다면 스텔라리움 전투에서 노아는 리베리 군단에 있었으리라.
그랬다면 리나리아가 당하지 않았음은 물론, 노아가 마안을 드러냈을 때부터 많은 것들이 변했으리라.
‘그게 아니더라도 좋으니 노아가 살아 있었다면…….’
테오도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로젤리아가 땀을 흘려가며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마스터 나이트가 땀을 흘릴 정도로 연습한다는 것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싸울 적도 없건만 그녀의 훈련 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었다.
또한 리나리아가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게 요즘 두 사람의 일과였다.
서로 대화는 일절 없이 한쪽은 하루 종일 훈련하고, 한쪽은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폐하께서 숙청에 한창이실 때보다 지금이 더 무섭군.”
리나리아는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멀쩡히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다리를 직접 움직일 순 없어도, 다리에 호신강기를 휘감아 검기를 움직여 인형처럼 몸을 조작하는 것은 가능했기 때문.
그리하여 리나리아는 다리를 가리기 위해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로젤리아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항상 움직이기 편하게 바지를 입거나, 치마를 입더라도 속바지나 그를 겸하는 스타킹에 나풀거리지 않는 짧은 치마만 입어온 쌍둥이였다.
그 와중에 대놓고 ‘비전투적인’ 복장을 하고 있으니 현실을 계속 눈앞에 들이미는 셈이 된 것.
덕분에 로젤리아는 제 누이의 몫을 대신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멸성제에게 복수한 것도 그녀를 만족시키진 못한 모양이었다.
“리나를 치료하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은 계속되겠지.”
혹시라도 기대했다가 실망하지 않도록 말은 아끼고 있었으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능의 힘이라면 신경의 재생도 가능할 테지.”
미하엘은 쓰러졌지만 그가 남긴 마인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조직을 위해 일하던 하수인들은 물론, 그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마인이 된 피해자들도 있었다.
테오도르는 그들을 통해 리나리아가 마수가 아닌 마인이 될 수 있는지, 또 그것으로 마인이 되기 전에 생긴 상처도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 내용은 미하엘이 혼자만 아는 상태로 제거되었기에, 아이러니하게도 현시점에서 가장 이능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노아였다.
‘노아가 살아 있다면 아예 마인화를 노릴 것도 없이 안전한 방법도 있거늘.’
결전 이후 리나리아의 치료를 위해 온갖 마수의 이능을 조사해 본 테오도르는 재생이나 치료 관련 이능을 가진 마수들을 모아놓은 상태였다.
이전과는 달리 지금이라면 노아가 이들의 이능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했다.
자신이 이 마수들을 찾아내는 것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아니면 노아라도 살아 돌아왔다면.
양쪽 모두 실패한 이상 위험하더라도 마인화를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현실주의자인 테오도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현실적인 바람을 꿈꿨다.
노아가 살아 돌아오길.
그리하여 두 딸을 구할 수 있기를.
* * *
제국에선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노아는 제국이 아닌 땅을 밟았다.
“어으 씨, 고맙다. 진짜 고맙다. 저렇게 둥둥 떠다니다 해양마수한테 잡아먹혀 끝났으면 그게 무슨 꼴이야. 한 달 동안 사람을 못 봤더니 말이 안 통해도 보고 떠들 상대가 있어서 좋다 야.”
노아를 건져낸 어부들이 쓰던 말은 제국어가 아니었다.
그것으로 노아는 자신이 영 이상한 곳에 떨어졌음을 알았지만 괜찮았다.
살아만 있으면 돌아갈 수 있으니까.
이상한데 떨어져도 어떻게 사람을 만나 구조된 게 어딘가?
다만 배가 고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근데 밥 없냐 밥?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먹은 게 없으니 회복도 안 돼. 이러다 마스터 나이트인데 저체온증으로 죽겠어.”
손짓 발짓 다 섞어가며 의사소통을 시도한 결과 노아는 그곳에서 식사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대신 안 그래도 굶주린 상태에서 회복을 위해 평소보다 열심히 퍼먹은 결과, 좋은 마음으로 식사를 대접했던 이들조차 눈치를 보며 식량을 걱정할 정도로 먹어버리고 말았다.
기사의 식성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으므로 이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양을 먹어치워 버린 것.
“……어 음, 좀 많이 먹었나?”
신나게 배를 채운 노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노아에게는 나름대로 오지에 살던 경험이 있었다.
마을의 모습을 보건데 이곳은 겨울이 되면 식량 수급이 안 되는 부류의 동네였다.
겨울을 나기 위한 식량을 계획적으로 준비하여 소비해야 하는 마을에서 창고를 반 토막 내버렸으니 이들은 이제부터 진짜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싸우러 나온 거라서 돈은 안 가져왔는데. 애초에 제국 수표 같은 게 여기서 먹힐 리도 없고.’
“괜찮아, 괜찮아. 내가 며칠 어부 일 도우면서 다시 채워놓을게.”
노아는 열심히 일하는 동작을 취하며 돕겠다 말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야 식사 한번으로 오러가 복구될 리 없었으므로 그들에게 노아는 그냥 거렁뱅이처럼 보일 터였다.
“크흠,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상황이 골치 아파지자 노아는 한숨을 내쉬며 소금물에 절여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자 한 달을 표류해도 가려지지 않는, 제국 제일 미녀였던 어머니를 쏙 빼다 박은 외모가 드러났고,
웅성웅성!
“응? 뭐야? 왜 그래?”
사람들이 모두 절을 올리는 가운데 마을의 촌장으로 추대되었다.
“아니, 뭔데? 왜들 그러는데?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그 이유가 밝혀진 것은 이틀 뒤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