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64
“이쪽이에요.”
무이무이의 안내에 따라 침투조는 4번섬으로 가는 길목에 도착했다.
“밀물 때라 길은 물에 잠겨 있지만 수심이 그리 깊지는 않아요. 거리가 먼 것도 아니니 여차하면 수면 위로 이동해도 되고요.”
강체술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몸속의 오러를 조절하는 걸로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물 위를 달릴 수도 있었다.
이론상으로는 공기를 박차고 허공을 달리는 것도 되겠지만, 그쪽은 차라리 무형검으로 발판을 만드는 쪽이 싸게 먹힌다.
그에 반해 물이나 얇은 나뭇가지 등은 학생 수준에서도 안정적으로 뛰어다닐 수 있었다.
“이쪽 길목을 강력한 마수가 막고 있다고 했는데. 저놈인가?”
해안이 보이는 위치에서 멈춘 일행은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한 마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로 사람처럼 생겼군. 종이접기로 만든 것처럼 삐죽삐죽하긴 하지만 말이다.”
“딱히 강해 보이진 않는데?”
해당 마수에게서 느껴지는 오러는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만난 특급 변이종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마수의 강함은 힘의 크기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는 기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던 피난민 무리를 공포로 몰고 간 놈이야. 어떤 이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이상 방심해서 안 돼.”
피난민 무리에서 얻은 정보는 외형과 강하다는 사실 정도가 전부였다.
그들은 이미 지쳐 있는 상태에서 기습을 당했고, 놈을 상대로는 도망치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했다.
“굳이 싸울 필요가 있나? 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리카르도의 물음에 무이무이는 고개를 저었다.
“놈의 감지 범위를 피해 돌아가려면 바다로 나가야 해요. 만일 그러다가 빅 웨이브의 눈길을 끌게 되기라도 하면 마수 하나 상대하는 정도로는 안 끝날 거예요.”
“차라리 저거 하나 잡고 가는 게 낫다는 건가.”
여우를 피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느니 여우를 쓰러뜨리는 쪽이 나았다.
“그렇다면 전력을 다해 속전속결로 끝낸다.”
마수의 감각이 닿지 않는 범위에서 공격을 준비한 침투조는 신호와 동시에 일제히 덤벼들었다.
‘뇌명!’
파지지직!
가장 먼저 놈에게 도착한 것은 뇌명을 발동하고 일직선으로 달려 나간 리카르도.
기습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최단거리로 돌진한 리카르도는 눈 깜짝할 새에 마수의 목을 향해 검을 찔렀다.
까앙!
“무슨 반응속도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가만히 서 있던 마수가 순식간에 팔을 휘둘러 리카르도의 검을 쳐냈다.
이어서 발차기.
콰아아앙!
리카르도는 황급히 그 발차기를 막았으나 충격을 완전히 상쇄할 순 없었다.
“리카르도!”
“공격을 멈추면 안 돼!”
티우는 물수제비를 던지듯 수면 위를 튕겨 날아가는 리카르도를 뒤로하고 무형검을 쏘아 보냈다.
그러나 인간형 마수는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 공격을 막으려 하지도, 피하지도 않고 모두 몸으로 받아냈다.
칼바람이 몰아친 아래로 드러난 놈의 외피는 멀쩡했다.
“흠집도 없다고!?”
“그럼 이건 어떠냐!”
이어서 쉴 틈을 주지 않은 노아의 검이 마수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레지나가 노아의 하늘 가르기를 개조해 만들어준 기술인 화룡.
불의 속성변환을 상시 검에 휘감는 이 기술로 노아는 4단계 검기를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었다.
화륵!
검이 지나간 자리에 불의 궤적이 허공을 갈랐다.
마수도 속성변환은 몸으로 받아내는 대신 피했다.
이어서 리카르도 때와 마찬가지로 돌려차기로 반격을 날렸지만, 앞서 그 모습을 본 노아는 대부분의 위력을 흘려내고 수면 위를 몇 걸음 밀려나는 정도에서 그쳤다.
“오호라. 속성변환은 못 막는 모양이구나?”
“다른 분들은 뒤로 물러나세요! 놈에게는 속성변환 수준의 공격력이 아니면 통하지 않습니다!”
티우의 말에 뒤이어 덤벼들려고 하던 침투조 인원들이 뒤로 빠졌다.
치명타를 입힐 순 없어도 보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들의 전력도 중요했다.
‘여기서 속성변환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나와 리카르도뿐인가.’
“어이, 리카르도!”
“귀 안 먹었다.”
리카르도는 반격에 날아가긴 했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는지 다시 거리를 좁혔다.
강체술로 육체가 강해져도 체중이 늘어나진 않는다.
체중에 비해 낼 수 있는 힘이 강력한 강자들의 싸움에선 힘을 조금만 잘못 흘려도 저렇게 휙휙 날아가곤 했다.
“조심해라. 위력을 대부분 흘려냈음에도 형편없이 날아갈 정도다. 잘못 맞으면 뼈가 부러지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야.”
“참고하지.”
두 사람은 양옆으로 나뉘어 마수의 앞뒤를 포위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놈의 몸에 검을 꽂아야 하는 건 그 둘이었다.
두 사람의 합이 가장 중요했다.
[기이잉]마수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양팔을 크게 떨쳤다.
그러자 인간이라면 손이 위치할 부분에서 기다란 칼날이 튀어나왔다.
“생긴 것만 인간을 닮은 게 아니라 검까지 쓰는 건가?”
“잠깐, 저 자세는…… 리카르도! 피해!”
노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리카르도의 등 뒤로 인간형 마수가 튀어나왔다.
예상을 뛰어넘은 속도.
하지만 아까 상대의 민첩함을 한번 봤던 리카르도는 아슬아슬하게 살짝 밀려나는 정도로 공격을 막아냈다.
‘무겁다!’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공격이 무겁다.
하물며 이곳은 수면 위.
불안정한 발판 위에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는 것보다 놈의 후속타가 더 빠르다.
마수의 양손에 달린 검이 리카르도의 얼굴과 심장을 동시에 찌르는 찰나, 노아의 검이 그것을 막아냈다.
까앙!
뇌명신까지 써서 달려왔음에도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그마저도 노아까지 반격에 위험해질 뻔했으나 티우와 다른 기사들이 앞을 막아준 덕분에 다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저 마수, 지금 검술을 쓴 것 같은데?”
“맞아. 잘못 본 거 아냐.”
검기는 발현되지 않았지만 방금 저 마수가 사용한 건 분명 인간의 검술이었다.
뒤를 잡고 인체 구조상 대응하기 힘들게 한다거나, 검을 얽어 상대의 무기를 빼앗으려는 움직임.
하나같이 노아가 본 적 있는 것들뿐이었다.
“노아, 저 검술은 역시…….”
어떻게 저게 가능한지 이해할 순 없지만, 절대로 눈의 착각 따위는 아니었다.
“그래. 로젤리아 선배의 검술이 분명해.”
리베리의 검술은 반격에 특화된 검술이지만, 쌍둥이 선배의 검술은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이 함께 싸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그녀들의 검술은 수비적인 태세로 반격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을 퍼붓는 쪽에 가까웠다.
한 사람이 공격을 전담하고 다른 한 사람이 방어와 반격을 맡는다.
필요에 따라 그 역할은 어떤 상황이라도 자유자재로 바뀐다.
두 사람의 쌍검, 총 4자루의 검으로 펼쳐지는 무한연쇄는 어설픈 실력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폭풍이었다.
‘그런 특이한 검술을 잘못 알아볼 가능성은 없어. 저건 쌍둥이 선배, 그중에서도 로젤리아 선배의 검술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전년도 탑 소드 우승자가 저놈 손에 당했다는 건가?”
“몰라. 하지만 저놈이 선배의 검술을 본 적이 있는 건 분명해.”
로젤리아가 놈에게 당했다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아무리 그녀가 리나리아와 함께 싸워야만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해도, 그녀는 혼자서도 나이트레이의 12위에 오른 강자였다.
‘부동의 15인은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천재들이야. 아직 학생이라지만 그들은 이미 어지간한 기사보다 강해.’
노아는 선발전에서 15인 중 한 명인 베로니카와 겨뤄본 적이 있었다.
저 녀석이 로젤리아가 도망도 못 칠 정도로 강하다곤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럼 최소한 저놈은 전년도 탑 소드 우승자와 마주치고도 멀쩡히 살아나온 놈이라는 거군.”
로젤리아의 검술을 사용하는 마수.
검기를 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놈은 강했다.
‘검기도 강체술도 쓸 수 없지만 마수의 튼튼한 몸이 그걸 뒷받침하고 있어. 무엇보다도 놈의 이능이 아직 뭔지 몰라.’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하겠어.”
“뭐? 다 같이 덤벼도 모자랄 판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실력이라면 그렇겠지. 그런 의미에서 저 녀석은 내 상대로 딱 좋아.”
노아는 검을 고쳐 잡으며 앞으로 나섰다.
놈은 어째서인지 이쪽의 공격에만 소극적으로 반응할 뿐 인간을 눈앞에 두고도 덤벼들지 않고 있었다.
마치 네놈들의 실력으로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양 이쪽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
“마수 주제에 건방지다.”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는다.
저 녀석의 움직임은 뇌명신을 써야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평범하게 공격을 걸어서는 제대로 된 공방을 이어가기조차 힘들 정도.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착!
놈의 간격 속으로 발을 내딛은 순간, 칼날이 날아온다.
‘오른손!’
검을 쥔 손을 노리는 공격.
노아는 살짝 옆으로 이동하며 그 공격을 흘려냈다.
이어서 옆구리.
놈은 양손에 칼날을 달고 있는 만큼 공격의 구성이 빡빡하다.
타다다당!
순식간에 빠른 공방이 오고간다.
놀랍게도 노아는 안정적으로 마수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티우와 리카르도는 그 모습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지? 저 녀석, 방금 전이랑은 완전히 딴판이잖아?”
“공방이 오가는 동안에도 매 순간 강해지고 있어.”
테오도르와 함께했던 감각수련.
무의식의 영역에 있던 직감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그 수련에서 노아는 극한까지 자신을 가다듬었다.
그걸 바탕으로 이뤄낸 기의 완성.
할아버지는 이전에 노아에게 기승전결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기의 완성은 곧 네 몸이 나와 같은 조건에 서게 됨을 뜻하느니라.”
“네? 그럼 저도 할아버지의 오의 같은 걸 쓸 수 있게 되나요?”
“오러의 양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검술 실력이 상승하는 건 아니니 그건 불가능하다. 기의 완성은 그보다 네 모든 잠재력이 상시 개방되는 것에 가깝지.”
반응속도를 제로로 만들어 생각과 동시에 움직이며, 머릿속으로 그린 동작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펼칠 수 있는 경지.
척수반사조차 오러를 이용해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이 경지에 이르면 사용자는 검술을 펼치기 위한 완벽한 육체를 가지게 된다.
“그때가 되면 네 성장의 한계가 사라질 거다.”
이제는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으며 어떠한 검술이라도 펼칠 수 있는 몸.’
이중속성 사용자도 희귀한 이 세상에서 노아는 불도, 물도, 번개도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었다.
다른 속성도 마찬가지이리라.
그 어떠한 검술이라도 펼칠 수 있게 되기 위한 사전 준비.
그걸 마친 이상 노아에게는 더 이상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계에 막히지 않는 무한한 성장.
그것이 바로 기승전결에서 기가 뜻하는 바였다.
“네게서 너를 쓰러뜨릴 방법을 배우겠다.”
당당히 서서 간격 내에 들어온 모든 공격을 쳐낸다.
상대가 무리해서 검의 범위 안쪽까지 치고 들어오려 하면 가볍게 한 걸음 물러나며 거리를 벌리고, 반격을 노린다.
말로는 쉬운 간단한 루틴.
하지만 이 루틴이 반복될 때마다 인간형 마수의 상처가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대신 노아도 한 걸음씩 계속 물러났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팅!
-!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받아내던 노아가 발걸음을 멈췄다.
“이제 알겠다. 네놈의 움직임.”
앞으로 발을 내딛는다.
어느새 일방적으로 공격을 가하던 마수는 방어에 급급했고, 노아만이 공격하고 있었다.
형세 역전.
실력의 격차가 지금 이곳에서 뒤집어졌다.
[키이익! 키익!]“두려우냐?”
검술 실력도, 신체 능력도 모두 노아보다 뛰어나던 마수다.
방금까지만 해도 놈은 노아가 간격 안에 들어오지만 않으면 옆에 있어도 무시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지금.
놈은 노아의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사냥당한다.
사냥꾼의 입장으로만 살아온 강력한 마수는 처음으로 사냥당하는 공포를 느꼈다.
공포가 몸을 붙잡고 늘어진다.
노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흑아.”
검은 이빨이 마수를 반으로 갈랐다.
“네놈에게 이능을 쓸 시간 따윈 주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