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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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이윽고 검후와 비류연의 비무가 끝나고, 인사가 이어졌다.
“불초제자 독고령과 나예린이 삼가 사부님의 존안을 뵙습니다.
건강해 보이셔서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독고령과 나예린이 땅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최상의 공경을 담아 검후 앞에 부복했다.
“저런 아이였더냐, 네가 선택한 사람은?”
검후의 고요한 목소리는 나예린을 향한 것이었다.
“사, 사부님. 저, 저는.”
나예린은 근엄한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부를 앞에 두고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했다.그녀가 받아야했던 것은 뺨대기가 아니라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는 부드러운 손이었다.
움찔 놀랐던 나예린이 시선을 들어 검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온화한 미소가 서려있었다.
“그동안 많이 변했구나. 너도 이제 너의 마음에 솔직해져야 하지 않겠니?”
검후가 인자함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나예린의 전신을 포근히 감싸주는 따뜻함과 자애로움이 그 안에 깃들여 있었다.
“그, 그런가요? 그다지 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당황해서 대답하는 나예린의 얼굴은 약간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목소리는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검후는 피식 웃었고, 그 다음으로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다! 예전에 너는 사람의 마음을 닫고 인형처럼 있었지.
세상이 무서워서 자꾸만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외부 세계와 접촉을 끊은 채 너는 차가운 얼음 인형이 되기로 결정했지.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으니깐.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으니깐. 네가 다시 사람의 마음에 눈을 뜬 것 같구나. 좋은 표정이 되었다. 이제 너도 막혀 있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사, 사부님.”
검후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울상이 되어 있는 나예린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오냐오냐! 겨울 들판에 봄을 돌려준 그에게 예를 표하며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검후의 시선이 잠시 비류연을 향했다. 비류연은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서 조금 전 그들 두 동강 내려 했던 살기는 씻은 듯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온후함이 들어와 자리를 틀고 있었다.
“너도 그쪽 방면으로는 거의 무방비라 걱정했는데, 날 닮아 그런지 남자 보는 눈이 있구나. 안심했다!”
검후의 말에 나예린은 수줍은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달아오른 양쪽 볼에서 김이라도 피어오를 기세였다.
“오호호호, 그러니 영락없는 보통의 여자애로구나!”
검후는 제자의 보기 드문 귀엽고 깜찍한 모습에 유쾌한 듯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노, 놀리지 마세요, 사부님!”
이제 나예린의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사람의 마음이라…’
나 또한 나예린처럼 어느 정도는 타인에게의, 세계에게의 문을 닫고 있었다.
그것은 나예린처럼 세상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저 너무 질려버려서, 모든 것을 알아버리면 지독하게도 쓸쓸한 세상이 될까봐 가능성을 아껴두고 있을 뿐이었다. 나예린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동시에 약간 우울해졌다.
그 어떤 사랑도, 우정도, 신념도 내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게 내가 지닌 업(業)이다.
모든 일이 일단락 난 것 같았다. 내가 비류연과 검후의 대결을 곱씹으며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 검성이 말했다.
” 네가 모용휘가 말하던 그 아이구나.”
” 예?”
나는 반문했다.
검성 모용정천은 뜻밖에도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그가 웃었다.
” 휘아는 언제부터인가, 끊임없이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구나.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강렬한 독기와 집념으로 버텼으며
다음에 보았을 때는 상대가 되지 않는 강적을 신념만으로 꺾었으며
타인이 뭐라고 하든간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나가는
… 그래, 그렇군.
차갑고 딱딱해서 얼음과 착각하지만
한 번 뜨거워지면 불처럼 강해지며
순식간에 냉정해지는 강철같은 사내라고 했었지.”
” ……”
내가 놀라고 있을 때,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렸다.
” 그 아이는 근 2년 동안, 너를 목표로 노력해 왔다.
결벽함을 포기하려고 하면서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렇게까지 휘아가 목표로 삼은 자는 여태껏 없었기에, 한 번 말하고 싶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