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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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太王)
쏴아아아 –
이야기가 끝났다.
그저 흐리던 날인데 – 이야기가 시작된지 반 시진이 지난 지금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 자리에 모여있던 사람들 중에서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침묵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았다. 혜정대사는 불호를 외웠다.
” 아미타불.”
그는 눈을 감았다.
” 하은천은 훌륭한 무인(武人)이었구려. 소림사를 대표해 유감을 표하오.”
” 말이라도 고맙군.”
쓴웃음을 지은 십이율 싸울아비 문주, 망량은 허리를 꼿꼿이 폈다.
” 너희가 이야기 전반을 믿든 믿지 않든 상관 없어. 확실한 사실은 이제 팔왕은 반수가 줄어들어서 사왕(四王)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북천멸겁과 천겁령이 큰 타격을 입어서 현재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 그렇구려. 귀하의 이야기는 무림평화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오.”
” 이봐.”
망량이 큭하고 웃었다.
” 무림이 평화롭든 아니든 십이율 입장에선 상관없어. 공치사는 그만 하고,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빨리 해. 떠보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좋은 상황이 아니니까.”
” 음, 그렇구려.”
혜정대사는 망량의 의도를 알아챈 듯 했다. 원래 이런 중요한 외교회담이나 동맹에서는 서로의 본심을 감추면서 빙빙 돌아가는 게 통례다. 하지만 태왕(太王)이라는 존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설픈 이득챙기기는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소림사 장문인, 혜정대사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 크흠… 그 말대로라면 태왕이라는 자는 무신마 께서도 이길 수가 없는 무신(武神) 그 자체. 다만 그는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사왕이나 천겁령의 일에 전혀 개입하지 않을 거란 말이 하고 싶으신 거요?”
” 요점은 그거지.”
망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 태왕은 확실히 무적(無敵)이다. 하지만 치타우의 전언에 따르면, 태왕은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백 년 이상 은거할 거라고 직접 언급했더군. 애초에 무림 일에 끼어드는 일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야.
실제적으로 적은 삼왕(三王)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 혈관음, 분뢰수… 는 확실하오만.”
혜정대사가 떫은 표정을 지었다.
” 적멸존자는 어째서 꼽는 것이오? 그대의 이야기대로라면, 유검과의 전투 전에 해동밀교의 교주 손에 멸겁화로 불타 죽었잖소.”
” 놈은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존재라고 말했잖아. 그냥 본거지에 만들어 둔 육체로 옮길 뿐이야.”
가볍게 대답한 망량은 팔짱을 꼈다.
” 도리어 팔왕이라는 굴레가 없어져버린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아마 적멸존자는 내키는 곳에 터를 잡고 일반인을 학살하면서 힘을 모으겠지. 우리가 빨리 나머지 팔왕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나중에 힘을 키운 적멸존자에게 모두 죽을지도 몰라.”
” ……”
잠시 생각하던 혜정 대사가 한숨을 쉬었다.
” 그 태왕이란 존재는 정말 종잡을 수가 없구려… 무림을 멸망시킬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가 하면, 적멸존자같은 마왕(魔王)도 함께 부활시켜 버리다니.”
” 인간이 신(神)을 이해하려고 해 봐야 의미가 없어. 놈 앞에선 누구든 벌레로밖에 안 보일거다.”
” 후우.”
” 아무튼 신 이야기는 그만하자고.”
그리고 잠시 동안 정천맹과 십이율 동맹에 관한 외교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십이율은 당금 강호와 연계하기에는 이민족 출신이 대부분이므로, 공식적으로 인정을 했다가는 관(官)에서 안좋은 눈치를 받을 수 있으니 비밀동맹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 음, 그러고보니…”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하던 혜정대사가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 저 시주는 그대의 동료요?”
” 어? 그렇다고 치지.”
” 아까도 데리고 들어오겠다고 우기더니…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데려올 만한 인물인가?”
듣기에 따라서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그 말에 망량이 코웃음치며 혜정대사를 비웃었다.
” 흥! 하급무사라고 사람을 얕보는 거냐? 착각하지 마라 땡중.”
” 뭐, 뭐라고.”
” 저 녀석은 이름이 망량이라고 한다. 내 가명이랑 같지.”
그게 어쨌냐는 얼굴로 쳐다보는 혜정대사에게 망량이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 내공을 사용할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쓰러뜨릴 역량이 있다. 나는 그 점이 흥미로워서 데리고 온 거라구. 내공을 못 쓰는 게 흠이지만.”
” ……!!”
나는 일이 이상하게 꼬여간다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주목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망량은 다른 듯 했다. 어떻게든 나를 눈에 띄게 만들 생각인 듯 했다. 자리에 있던 사대금강과 나한들의 시선이 내게로 몰리는 현상이 생겼다.
혜정대사는 망량을 곱지 못한 눈으로 한번 훑어보곤, 나를 쳐다보았다.
” 그럼 망량… 시주께서는 단전(丹田)이 폐쇄된 상태시오?”
” 그런 건 아닙니다.”
” 그럼 어찌하여 공력을 쓰지 못하는 것이오.”
나는 마땅히 답할만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이 강제적으로 몸을 환원시킨다는 말을 해봤자, 누가 믿을 것인가! 나는 대신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 대사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저는 대단한 인물이 아닙니다. 주루의 호위무사일 뿐인데 과대평가받았을 뿐입니다. 그게 전부지요.”
” 허허. 자기를 숨기는 겐가.”
” 숨길 것도 없습니다. 제가 내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그 때였다.
지켜보고 있던 망량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끼어들었다.
” 저기 땡중. 이번 일은 확실히 그쪽이 우리한테 빚이 있는 거 아닌가? 우리는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 댓가로, 무언가 한가지라도 받아야 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혜정대사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억만금을 주더라도 얻고 싶어할 정보를 그냥 건네주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 그렇군. 무엇을 원하시오?”
” 나는 댓가를 정할 자격이 있으니까, 지금 말하겠어.”
망량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이어진 말에, 이 자리에 있던 승려들의 눈이 다들 부릅떠졌다.
” 여기 있는 망량 녀석한테 소림사의 대환단(大還丹)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