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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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겁혈신(天劫血神)
개화(開花).
내가 태왕의 아수라파천무를 거듭해서 관찰하면서 느끼는 건 말 그대로 경이(驚異)였다. 중원의 어떤 무학, 아니 허공록에서 보았던 그 어떤 무공과도 비교를 불허했다.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으로 빨려드는 것 같았다.
현재 나의 성취 중 하나인 무형검(無形劍)의 경지는 호풍환우와 맞닿아 있다. 도편수와의 대결에서는 수비적으로 일관해서 그렇지, 공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끝도없이 강해질 수 있다. 종남파 검술의 원형을 아예 부숴뜨리고 없애버리고 갈아버려서 더 이상 기(技)가 남지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무엇이든’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마음 가는대로 비(雨)나 구름(雲)을 내 검(劍)으로 사용하려고 해도 충분히 가능하다. 수십억 가지가 훨씬 넘는 무예(武藝)나 무종(武宗)을 모조리 한 번씩 거친 후에는 세계를 이루는 기본단위를 깨닫게 되고, 이윽고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원환(圓環)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아수라파천무는 수십억, 수백억 가지의 무예 중 어떤 것으로도 체현(體現)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무예의 이치를 넘어서서 삼라만상에 도달했다고 자부하는 무형검의 검리(劍理)로도 아수라파천무를 담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 마치 무공이되 무공이 아닌 것 같았다.]하은천의 평가가 이해가 되었다. 그는 어렴풋한 느낌을 말했을 뿐이지만 나는 그 이유가 절실하게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내 눈에 비치는 만다라의 형상이 셀 수 없이 겹치면서 쌍곡선을 만들 정도이므로, 아예 이해가 되어서도 안되는 수준이다.
” ……”
이런 건 10번의 반복으로는 도저히 익히거나 가늠할 수가 없다. 근성이나 노력으로 어떻게 되는 문제가 아니라, 애초부터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다. 열 번 반복해서 보는 동안에 그나마 아수라파천무가 펼쳐질 때의 ‘현상’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런 소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졌다. 왠지 모르지만 하은천이 내게 마련해 준 이 기회가 언제고 천금보다 귀하게 쓰일 때가 올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육신통을 뛰어넘는 신명락이 예지하는 칠감(七感)의 영역이다.
오늘은 도편수와 겨룬 지 열흘째의 하루. 마지막 날이기에 나는 좀 더 정성을 다해서 도편수와 대화했고, 그에게 약간의 깨달음을 주는 데 성공했다. 나는 검을 거두며 소림사 장문인에게 말했다.
” 나는 도편수를 따라가겠습니다.”
여러 번 생각해 봤지만, 이게 제일 낫다. 계속 주루에서 경비무사로 남아있으면 태왕을 만나기는 힘들다. 어차피 ‘유천영’의 삶을 버렸으니 자유롭게 강호를 헤집으면서 내가 원하는 단서를 찾아내면 된다.
” 시주, 괜찮으시겠소?”
혜정 대사가 날 보더니 걱정스럽게 말했다.
” 동방무림의 십이율은 하은천에 의해 통일되었으나 아직도 세력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격전지(激戰地)요. 내공이 없으면 암습때문에 쉽게 목숨을 잃을 염려가 있소이다.”
” 어이 땡중, 초치지 말지?”
도편수가 불쾌하게 대답했다.
” 겨우 암습에 당할 실력이면 내 백팔유령환의 전력전개를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으냐? 눈을 두고도 써먹질 못하니 후…”
” 강호란 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건 시주도 잘 알고 있잖소. 저 시주를 손님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만한 보장을 하시는 편이 좋겠소.”
” 크으. 정 그렇다면.”
미간을 모은 채 고민하던 도편수가 말했다.
” 칠정검(七精劍)과 칠살도(七煞刀)의 주인에게 호위를 의뢰하겠다. 그 정도면 되겠지.”
” 허어!”
칠정검과 칠살도라는 말을 들은 혜정대사가 깜짝 놀랐다. 특히 사대금강은 안색이 약간 파리하게 변하는 듯 했다. 나도 예전부터 그들의 명성을 들은 적이 있으므로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강호 최대의 의뢰대행이자 강호에서 손꼽히는 절대고수, 칠살문주와 칠정검주! 두 사람이 형제사이라는 건 유명했지만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호 최대의 의뢰대행인데도 모습이 불명인 이유는 간단했다. 그 자들은 자신들의 얼굴이나 용모파기를 목격한 자를 대부분 죽이곤 했기 때문이다.
결코 사악한 자를 용서하지 않지만, 본인들도 의뢰를 받으면 살인이나 척살을 서슴지 않는 존재. 그러므로 칠살문주와 칠정검주는 그 실력에도 불구하고 천하오십대고수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반쯤 마도(魔道)로 분류되고 있었다. 다만 무공실력만큼은 확실해서, 천무삼성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도편수가 말했다.
” 아참, 망량… 잠시 말할 게 있는데.”
이어서 그가 내게 육합전성을 보내 왔다.
[ 가는 길에 잠시 신주광량(神州狂亮)의 제자와 만나야 할 듯 하다. 그 자가 극마령(極魔靈)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극마령?
도편수가 힐끔 혜정대사 쪽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 원래는 팔왕 천무대제의 사제(師弟)지. 이번에 우리 십이율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
나는 약간 놀랐다.
‘ 천무대제의 사제? 그렇다면…’
들은 적이 있다. 전에 종남산에 팔왕이 쳐들어왔을 때, 나는 반복되는 열흘의 하루 중에서 운좋게 천무대제와 겨루어서 그를 죽인 적이 있다. 그 때 그가 하던 비밀스러운 이야기 중에서 자기 사제 자랑이 있었다.
듣기로는 술법의 천재인 천무대제조차도 재능에 기가 죽을 정도였고, 마왕의 오대술법을 통달하고 나면 누구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할 정도였다. 나는 문득 호기심이 생겼지만 전음을 보낼 수가 없어서 낭패감을 느꼈다.
‘ 흠. 전음은 안 되는데 뜻(意)을 보내는 건 어떨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뜻을 뭉쳐서 도편수에게 보낼 때였다.
투웅!
콰앙
” 크아아아아악!!!”
도편수가 폭음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저편으로 날아갔다.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그를 보았지만, 이내 도편수가 오십여 장 밖에서 재차 뛰어오르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가 어찌나 놀라고 당황했는지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했다.
” 제, 제길! 의형살인강(意形殺人罡)이라니! 또 어떤 고수가 이 자리에 있는 거냐?!”
” 무슨 말이오.”
” 방금 형체도 기척도 없는 강기가 나를 공격했다!! 호신강기로도 충격의 육 할을 막아내지 못했으니 두려운 놈이다.”
사사삿
소림사의 무승들과 혜정대사가 순식간에 전투태세를 갖추며 주변을 경계했다. 뿐만 아니라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한들도 신호를 받고 올라와서 진법을 갖추기 시작했다. 도편수는 상당한 부상을 입었는지 선 채로 운기요상을 하는 듯 했다.
” ……”
어떻게 해야할까.
아무래도 내가 한 것 같은데, 차마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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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개편하니까 연재하는거 짱 불편함
헠헠
얼른 67만원짜리 놋북이 도착해야 열심히 쓸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