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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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겁혈신(天劫血神)
그 무렵, 대륙의 서쪽 어딘가 –
동굴 안.
두근!
연화대(蓮花臺)가 크게 울렁인다.
의문의 존재가 다가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다.
어둠이 술렁이는 제단(祭檀)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금줄이 결계처럼 둘러쳐져 있고, 촛불이 바닥에 원형을 그리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연화대는 수천만 송이의 연화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중력을 무시한 채 떠올라 있는 중이었다.
피빛으로 가라앉은 제단에는 과거 팔왕(八王) 하은천(河銀天)이 사기(邪氣)의 침범을 막기 위해 쳐 놓은 오대존명왕진(五大尊冥王陣)의 흔적이 있었다. 북쪽에 금강야차부(金剛夜叉符), 동쪽에 강삼세부(降三世符), 서쪽에 대위덕부(大威德符), 남쪽에 군다리부(軍茶利符), 중앙에 부동명왕부(不動明王符)로 완결되는 오대존명왕진은 현존하는 결계술 중에서 최상급의 술수였다.
과거, 하은천의 제자인 월승혼은 무모하게 화산지회에서 폭왕의 허언이라는 이능력(異能力)을 남발하다가 영혼이 파멸 직전까지 몰려있었다. 마치 사채를 마구 끌어다 쓴 자가 파국을 맞이하는 듯한 형상이었다. 스승인 하은천은 그 상황을 예감하고 미리 연화대라는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다.
파멸한 영혼이라고 할지라도 상처를 감싸서 다시 윤회(輪回)의 고리로 되돌리는 정온(正溫)의 술법. 예정대로라면 월승혼은 구원받을 수 있었으리라.
저벅
연화대 앞으로 한 인영(人影)이 발을 들이밀었다. 괴인(怪人)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어째서 연화대가 여기에 있지?”
괴인의 복장은 특이했다.
머리에는 평정건을 쓰고 있고 옷깃이 이중깃이었다. 허리에는 각대를 하고 있어서 고려나 요동, 혹은 저 멀리 초원의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얼굴에는 양 모양을 하고 있는 가면을 쓰고 있어서 이목구비를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고반다, 전생자(傳生者)이자 진입자(進入者)였다. 말세(末世)의 시대에 패배했던 고반다의 영혼은 부름에 이끌려서 이 세계에 환생했고, 지금에 와서는 무이궁주 천무대제의 사제로써 초상승의 술법사가 된 상태였다.
고반다는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연화대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의 본질은 위선(爲善).
악(惡)에 가깝지만 순수한 악은 아니다. 그는 힘과 권력을 탐하는 존재였으며 상황에 따라서 행동을 변화시킬 줄 알았다.
고반다는 천무대제에게서 월승혼의 영혼이 사라졌던 일에 대해서 전해들은 적이 있었다. 팔왕 대부분이 전멸한 지금, 딱히 격동하는 무림에 뛰어들 일도 없어서 월승혼의 의문에 대해서 조사하러 다니는 것이다.
‘ 힘이 필요하다.’
유천영에게 난데없이 대패했던 일이 그 결심에 박차를 가했다. 그 정도로 가공할 힘을 지닌 우도(右道)의 신인(神人)을 상대하려면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왕 아하스페르쯔에 필적하는 강대한 주술력이 필요하다. 월승혼의 죽음에 대해서 찾아다니다보면 뭔가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월승혼의 영혼이 날아간 방향을 추적해서 대륙 서쪽, 사천보다 더욱 멀고 서역에 조금 못 미치는 외딴 동굴까지 와버린 참이다.
이제 고반다는 월승혼의 영혼을 찾아서 잡아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월승혼이 지닌 용안과 전생의 힘을 집어삼킨다면 그는 한 단계 진화할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다.
어째서 연화대가 여기에 있는가?
하은천은 연화대를 고려(高麗) 개경 땅에 마련해 두었다. 그것도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인 의천대사(義天大師)가 기거하는 국청사(國淸寺)에 마련했으니 어지간한 요마나 잡귀도 침범할 수 없는 성스러운 기운이 흘렀다. 현재의 해동밀교는 불교와 크게 먼 사이가 아니었으므로 해동밀교주의 부탁을 의천대사가 받아들여준 덕분이었다.
술수의 최상승 경지에 도달한 고반다라고 하더라도 간디바를 꺼내지 않으면 연화대를 파괴하기 힘들 정도였다. 어떤 물리적 힘을 동원해도 연화대를 함부로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천 리(里)를 뛰어넘어서 중원의 외곽, 대륙의 서쪽 어딘가의 동굴에 연화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고려에서 여기까지는 말이 이천 리지 아예 땅끝이나 다름없었다.
‘ 도대체 누가? 왜?’
게다가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원래는 환생과 전생, 불가의 공덕을 상징하는 최고의 술수가 연화대다. 그것도 오대존명왕법에 보호받고 있으면 서기(瑞氣)가 흘러야 정상이다.
우우우우 –
” ……”
금새라도, 공간에 피빛 폭풍이 몰아칠 것 같다.
사방에는 서기 대신에 혈기(血氣)와 마기(魔氣)가 미친듯이 꿈틀대고 있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인세에 마계를 펼친 것처럼 무시무시한 기류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사술(邪術)을 잘 사용하는 고반다도 이 정도로 불길하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는 그다지 본 일이 없었다.
차라리 마법(魔法)에 가깝다. 이 음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술자(術者)는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이리라.
고반다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역시 이 음모의 주재자는 이미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반다의 실력으로도 파악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가 있을 리가 없다. 기본적으로는 천무대제를 뛰어넘은 지 옛날이기 때문이다.
” 어쨌든 저 안에 참극왕의 진체(眞體)가 있는지는 확인해야겠군.”
고반다의 몸이 둥실 떠올라서 연화대 앞으로 날아갔다. 허공답보든 부유술이든 자연법칙을 무시하는 일은 이제 신기한 일도 아니었다. 고반다가 연화대 앞에 손을 대어서 내부를 열어보려 하는 순간이었다.
쩌적
” ……?!”
약간의 힘을 가했을 뿐이다. 고반다가 강하긴 하지만 그렇게 힘을 세게 넣지도 않았다. 그런데 역장을 약간 흘려보낸 것만으로도, 연화대의 연꽃잎은 가을의 낙엽처럼 흩날리면서 껍질을 깼다.
푸과가가가각
깨진 껍질에서는 마치 인간의 선혈을 연상시키는 붉은 액체가 마치 터진 샘물처럼 흘러나왔다. 꿀럭거리며 땅으로 늘어지는 연화대는 부숴진 자궁처럼 보여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원래는 저 안에서 영혼을 숙성시키고 여인(女人)의 몸에 전혼(傳魂)시켜서 전생시켜야 하는데, 술법은 대실패였다. 봉신연의의 시대에도 통했던 방법이 막혀버린 것이다.
생기(生氣)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내부에 있던 영혼도 느껴지지 않는다. 고반다는 고생해서 날아온 끝에 허탕을 쳤다는 생각이 들자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 이런 제길… 이 짓거리를 한 놈은 도대체 무슨 의도인 거지?”
최상급 주술인 연화대를 부쉈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다. 이 세계는 이미 힘의 균형이 뒤틀어져서 어떤 기적도 일어날 수 있다. 카르마와 다르마를 조율할만한 신적 존재도 봉인되어있다. 그러므로 얼추 세어봐도 오십 명 이상은 그럴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 여기까지 옮겨와서 부쉈다는 게 걸린다. 연화대를 부술 능력이 있다면 그냥 고려의 국청사에서 부쉈으면 될 게 아닌가? 고려 땡중과 밀교승이 그리 강한것도 아닐진데, 이천 리도 넘는 곳에서 부술 이유가 어디 있다는 걸까.
그 때였다.
[ 흐흐… 먹잇감을 빼앗겨서 화난다고 솔직히 말하지 그런가…]음울한 소리가 동굴에 울려퍼졌다. 고반다는 목소리의 주인이 곧 사기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방의 역량이 높긴 하지만 못 이길 정도가 아닌지라 그는 여전히 태연하게 대답했다.
” 참극왕을 먹어치운 건 네놈이냐?”
고반다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곧 자신의 머리를 잡으며 킥킥대고 웃었다.
” 크크크. 이제 보니 팔왕(八王) 적멸존자로군. 하긴 네놈 말고는 이만한 일을 벌일 놈이 없을 것이다.”
팔왕 적멸존자!
팔왕 최강의 술법사이자 고대의 마왕이다. 전성기 시절에는 탈혼마제와 함께 중원을 양분하며 암흑기의 지존에 있었으나, 장천사에게 퇴치당했다. 이후 태왕이 되살려내서 팔왕에 가입한 존재였다.
‘ 놈, 잘 만났다.’
고반다 입장에서 적멸존자는 말 그대로 숙적이었다. 딱히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의 사형인 천무대제가 반드시 적멸존자를 죽이기를 고반다에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고반다가 남의 명령을 들을 인물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한 번은 지나쳐야 할 적이었다.
진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신기(神器) 간디바와 나다요가, 게다가 무이궁의 술법까지 합하면 그는 말세 때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다. 힘을 잃은 전대 마왕 하나 해치울 수 없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무인들과 달리 술법사끼리는 기(氣)로 서로의 역량을 측정하는 일이 되지 않았다. 대신에 하위의 술사는 상위술사에게 이기는 게 거의 불가능하므로, 한두 번만 부딪혀봐도 승패가 명확하게 난다.
적멸존자는 자신의 열세를 아는지 모르는지 공간의 암흑에 몸을 숨기고 음충맞게 웃었다.
[ 크흐흐… 천무대제가 마지막으로 남긴 대비책이… 너같은 위선자일 줄이야… 방황하는 유대인에게 죽을 때는… 기분이 어땠느냐…?]” ……”
고반다의 얼굴이 급속히 굳어졌다.
팔왕 적멸존자는 그의 전생에서의 행적과 진짜 정체를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왠만한 진입자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적멸존자의 말이 이어졌다.
[ 흐흐… 나는 진입자는 아니다… 진입자는 아니라도 그들의 존재는 알고 있지… 우리가 삼천세계라 부르는 모든 것들이… 상상할 수 있다면 실존(實存)하게 된다는 승천(昇天)의 법칙도…]고반다는 속으로는 놀랐지만 겉으로는 냉담하게 말했다.
” 어쩌자는 거냐?”
퍼버벙
단지 그가 손가락을 튕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공간의 암흑에 섞여들어가 있던 팔왕 적멸존자는 단숨에 튕겨져 나갔다. 풍운록(風雲錄)을 대성한 고반다의 눈에는 적멸존자의 술수가 모두 파악되어서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바람이 일어났다.
오행혈마공(五行血魔功)
오행역천람(五行逆天濫)
술법으로 상대가 안 된다면 무공으로 억눌러 볼 심산인지, 적멸존자의 신형이 기묘한 궤도로 짐승처럼 날아왔다. 아마 몸에 저주가 새겨져 있어서 만지기만 해도 부패할 게 뻔했다.
오행의 기운을 역으로 되돌린다. 과거 월승혼이 무신마에게 펼치던 것보다 몇 배는 두렵고 흉험한 공격!
” 흥!”
고반다는 되려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는 한 손에서 자연스럽게 칼을 놓았다.
비검(飛劍)
일진류(一眞流)
광풍(狂風)
수백 개의 검이 날아다니는 이기어검의 수법이었다. 강호에서 자주 쓰여서 의미가 퇴색된 감은 있었지만, 무이궁의 비검 일진류는 강호의 유수한 검술 중에서도 초절정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행역천람의 기운은 단번에 일진류 광풍에 휩쓸려서 뒤로 물러섰고, 다음 순간 고반다의 검극은 적멸존자의 가슴팍을 꿰뚫고 있었다.
퍼억
[ 크윽… 이 놈… ]고반다는 손을 뻗은 채 비웃음을 지었다.
” 큭큭큭… 나를 천무대제 수준으로 착각하는 것 같군. 무공은 내가 그보다 두 수는 높고, 술법은 천하제일(天下第一)이다. 너처럼 약해빠진 놈이 팔왕에 있었다는 게 아연할 뿐이다.”
과신이나 허세가 아니었다. 고반다는 그 정도 실력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유천영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주륵
주춤거리던 적멸존자의 몸이 잠시 후 핏물로 녹아내렸다. 고반다가 수를 쓴 게 아니라, 본래부터 분신으로 만들어 낸 혈체(血體)였던 것이다. 그러나 힘을 부여했기 때문에 적멸존자는 상당히 지쳐 있었다.
” 도망치는 거냐?”
[ 크흐… 흐…]
적멸존자는 숨을 몰아쉬더니 말했다.
[ 한가지… 재밌는 걸 알려주지… 내가 어째서 연화대를 여기까지 갖고 왔는지를…]움찔
고반다는 미미하게 반응했다. 지금까지 필살수를 써서 적멸존자를 끝장내지 않은 것도 줄곧 그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반다가 냉철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자, 적멸존자가 말했다.
[ 나도 처음에는… 그냥 연화대를 습격해서 월승혼의 영혼을 먹으려 했다… 알다시피 참극왕의 영혼은 진입자의 격이 높기 때문에 큰 힘이 되니까… 하지만 나는 ‘놈’과 만나서 거래를 했다…]” 놈?”
[ 흐흐… 확실히 재밌는 계획이더군… 태왕(太王)을 쓰러뜨릴 가능성도 있어서… 나는 놈과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네놈은 너무 늦게 왔어… 크흐흐…]고반다가 차갑게 웃었다.
” 큭큭! 네 놈의 영혼을 쥐어짜서 자백을 듣는 건 일도 아니다. 지금의 말, 후회하게 될 것이다.”
[ 해 보시지…?]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불길한 액체소리가 연신 흘렀다. 고반다는 그 소리에서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는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술법사답게 적멸존자가 하려는 행위가 무엇인지 대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 그러고보니 인근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냥 중원 외곽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어둠에서 흘러 나와서 적멸존자의 추악한 육신에 처덕거리며 달라붙는 점액질. 거기에는 간혹 눈이나 꿈틀거리는 촉수가 달려 있어서 흉악하게 보였다.
주르륵
살아있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모든 건 ‘살아있는 인간’이었으니까. 고반다는 흉칙한 참상에 놀라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 서쪽 끝으로 옮긴 이유가 이거였군. 사람이 대량으로 실종되어도 중원의 이목을 끌 일이 적으니까.”
[ 정답… 나는 틈날 때마다 여기서 힘을 회복했다…]이제 점액질은 홍수처럼 쏟아져서 아예 적멸존자를 뒤덮고 있었다. 살아있는 인간을 용해시켜서 자신의 힘을 높이기 위한 매개체로 만들어버린 결과다. 고반다는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았지만 그 개체수를 느끼자 기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최소 팔천 명.
더 있을 거라고 감안하면 일만 단위의 인간을 희생시켜서, 여태껏 힘을 쌓고 있던 것이다! 그 악독함과 집념에는 고반다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둠 속에서 적멸존자의 흉안(凶眼)이 빛났다.
[ 흐흐… 네 스스로 재주가 뛰어나다고 까불었지만… 네 놈 따위는 나를 봉인했던 장천사(張天師) 장염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뻐엉!!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섬광이 적멸존자를 관통했다. 고반다가 더 이상 듣기가 귀찮아서 그냥 간디바로 아스트라를 쏘아서, 신급 주술로 그를 소멸시키기로 한 것이다. 브라흐마스트라를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있을 만한 생물은 없다.
” 그래. 알겠으니 죽어라.”
고반다는 의외로 싱겁게 끝장냈다고 생각하며 뒤로 돌아섰다.
철퍽
” ……”
하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불길하고 끈적끈적한 소리는, 적멸존자가 범천의 일격을 맞고도 재생하고 있다는 현실을 말해 줬다. 줄곧 냉정을 잃지 않던 고반다의 얼굴에 처음으로 ‘공포’라고 부를만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 뭐, 뭐….”
최강의 주술인 브라흐마스트라가 통하지 않으면, 나다요가를 비롯해서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 장천사에 비하면 버러지같은 놈. 지금부터 증명해주마.]스스스스
적멸존자의 전신에는 이제 점액질이 묻어있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신을 재생해버린 적멸존자는 아까와 달리 완전한 암흑의 옷을 두르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아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지금까지 시뻘건 옷을 두르고 겔겔거리던 것과는 달리 더 이상 말꼬리를 늘이지도 않았다.
적멸존자의 새하얗고 긴 손이 쥐어졌다.
[ 전성기 사 할(四割)의 힘으로.]퍼엉!
” 아… 으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고반다는 선혈을 멍청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상대가 무슨 술수를 썼는지도 모르겠는데, 그의 최강무기인 간디바와 오른팔이 동시에 소멸(消滅)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각성한 적멸존자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 풍운록(風雲錄)으로도 동화시키거나 비껴나가게 할 수 없는 이유를 알고 싶나?]고반다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풍운록은 저절로 모든 공격을 흡수, 회피하는 묘용이 있었는데 적멸존자의 손짓 한번에 박살난 게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멸존자가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 안 알려준다.]다시 한 번의 손짓.
고반다의 죽음은 허무하게 머리가 날아가는 것으로 끝났다. 오체분시가 된 고반다의 시체는 이윽고 염산에 녹듯이 부글거리며 끓어올랐다.
흑의(黑衣)를 마장처럼 둘러 입은 적멸존자는 불쾌한 듯 손을 오무락펴락 했다.
이 상태가 사할의 힘을 전개한 상태지만, 좀 더 힘을 모으지 않으면 과거 신(神)처럼 유계(幽界)에 군림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천무대제보다 몇 배나 강한 고반다가 사 할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였으니, 적멸존자는 이대로라면 순조롭게 마신(魔神)의 경지에 오를 거라고 예상했다.
팔왕에 있던 자들이 간과한 점이 있었다. 적멸존자가 힘을 되찾으면 열 배 이상 강해진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어떤 수준’의 힘인지는 감을 잡지 못한 것이다.
완전각성한 마왕 적멸존자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는 건 최소한 유검 수준에 있는 초월자들이었다.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셈이었다.
적멸존자는 비어있는 연화대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계획은 중간단계다. 태왕을 제외하고는 막을 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천멸겁 후백재와 손을 잡았던 게 신의 한수였다.
[ 그래. 알아서 잘 해주겠지… 생전(生前)보다 훨씬 강해지고 용안(龍眼)도 개화(開花)했으니… ]그는 연화잎을 집어서 천천히 향기를 맡았다. 그리고는, 보는 사람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미소를 지었다.
[ 칠성(七星)이 된 기분은 어떤가. 참극왕 월승혼이여.]꼭두각시의 춤이 선운산을 피로 물들일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적멸존자가 부활했음을 알게 되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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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천년검로에 집중합니다 어디에서 연재하는지 아시죠? 헠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