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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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
나는 수석합격한 후에 몸에 괴이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몸이 자꾸만 노곤해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잠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춘곤증이라고 보기에는 지독하게 심했다. 난데없이 이런 현상이 일어나자 혼란스러웠다.
‘ 내 공력이라고 해봤자 미미하다. 왜 이런 일이…’
비록 다른 동기들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수련에 쏟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공력은 5년 수위를 넘지 못했다. 강호에서 이류로도 행세하기 힘든 수준인 것이다. 나는 고민했지만 별달리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저 수련에만 열중할 뿐이었다.
그렇게 아는 사람 없이 혼자서 천하삼십육검과 장괘장권구식, 그리고 새로 배운 태을신공과 유운검법을 시전하고 있을 때였다. 달이 떠오르고 밤이 밝아왔다. 나는 말없이 달빛 아래에서 끊임없이 검을 연습했다.
[ 너의 재질은 평범함 그 자체이다.]처음 나와 면담했을 때의 장로의 말이었다. 그는 내가 천하삼십육검을 펼치는 것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어찌된 일인지 대단한 실전경험이 녹아있구나. 그 덕분에 쾌검(快劍)을 연성하는 건 쉬웠겠지만 종남파의 무학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네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야.]정확히는 내게는 오성이 부족했다. 본능적으로 깨닫는 무언가, 천재의 영역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게 전혀 없었다. 사실 쾌검 또한 몸을 아끼지 않는 연습 덕에 연성된 것일 뿐이었다.
달은 밝았다. 울적한 심사를 반영하듯 달무리도 살짝 개어있었다.
나는 그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 또 보름달…?”
내가 밤에 수련을 하는 것은 이걸로 아흐레째다. 그 동안은 누구와도 말조차도 섞지 않고 종남산에 있는 계곡에서 혼자서 검법과 공력만 수련했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은 잘 알 수가 없었지만, 보름달이 몇 번이나 뜨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내가 보름달을 보는 건 이걸로 아홉 번째였다. 기묘한 일에 정신이 혼란되었다. 그 때 문득 잠이 오기 시작했다.
” … 설마….”
나는 경악스러운 상황을 한 가지 유추할 수가 있었다. 사실 말이 안되는 일이긴 했다.
” 나는, 아흐레째 [이 하루]를 반복하고 있단 말인가?”
나는 쏟아오는 졸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제서야 이 현상이 춘곤증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하루가 반복되는 동안 인식조차도 하지 못하고 계속 수련이나 하고 있으니 안 졸릴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수련을 한 것은 아흐레지만 실제로는 아마 하루가 지났을 것이다. 나는 타인의 9배나 되는 시간을 수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 ……”
나는 몸에 쌓인 공력을 살펴보았다. 뜻밖에도 시간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내력은 그대로 쌓여 있었다. 공력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이상한 일이 한두개가 아니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 배가 고프지 않군.”
확실히 피곤하기만 할 뿐, 배가 고프다거나 생명활동에 이상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냥 적당히 자 주면서 계속 여기서만 수련을 한다면, 다른 사람의 아홉 배로 수련이 가능한 것이다.
내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아침이었다. 나는 언제나 하던 것처럼 계속해서 검법과 내공을 수련했다.
하지만 밤이 되었을 때 다시 비명을 질렀다.
” 또 보름달?!”
다행히도 다음 날부터는 달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하루가 내게 있어서는 열흘인 것 같았다. 그 말은, 같은 시간동안 10 배나 되는 수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력광인 내게 있어서 이것보다 좋은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이 생기게 되자, 나는 제일 먼저 유운검법과 천하삼십육검을 완벽하게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이 두 검법은 변초가 엄청나게 많아서 보통은 스무개에서 끝나는 것을 수백개까지도 늘어나기도 했다. 천하삼십육검의 경우처럼 유운검법 또한 연습을 하면 뭔가가 나아질 것이다.
나는 반복되는 시간 사이로 끊임없이 수련하고 또 수련했다.
현재의 내 위치는 종남파의 정식 제자로써, 이대제자의 아래 항렬에 있다. 아직까지는 후진을 위한 가르침을 위해서 시간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내 스승이 되는 장로조차도 내가 혼자 틀어박혀서 수행만 하는 것을 용납하는 것 같았다.
유운검법은 정말 어려웠다. 물론 검법의 형식 정도는 예전에 다 익혔지만, 하나하나의 초식에 따라서 파생되는 변초와 파식은 무려 일천 개에 이르렀다. 그것 하나하나를 다 생각하면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세 달, 내게 있어서는 2년 반이 지났을 때였다.
나는 겨우 유운검법에 포함된 초식변화 중에서 일할을 익혔을 뿐이었다. 보통은 이렇게까지 유운검법을 파고들지 않지만, 나는 어떻게든 배운 무공만으로 강해지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끝이 보이지 않는 노력이라고 해도 달게 받아들일 수가 있다.
육체는 별로 성장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쏟은 노력이란 건 말할 수도 없었다.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전부 수련만 생각하고 수련에 전념했다. 하루 중에서 일곱 시진(14시간)을 수련에 투자했다.
어떤 때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 울기도 하고 입술을 짓씹기도 했다. 천하삼십육검과 유운검법, 그리고 장괘장권구식의 세 가지 무공을 계속해서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속에서 진물이 나올 것 같았다.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이었다.
그로부터 다른 사람에게는 일 년이 지났을 때였다.
나는 이미 10년이란 세월 동안 천하삼십육검과 유운검법, 장괘장권구식을 연습하고 연마하고 있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미친듯이 무공을 수련했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도 검의 속도조차도 빨라지지 않았다.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왔다.
‘ 이 수련에, 끝이란 건 과연 있는 것인가…?’
의혹에 휩싸여서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내게 변화의 계기가 찾아온 것은 정식제자끼리 벌이는 비무시합 때였다.
나는 벌써 13년이나 유운검법과 천하삼십육검, 장괘장권구식을 수련하고 있었다. 이제는 눈과 귀를 막고 시전하라고 해도 모조리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는데도 도저히 성취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태을신공과 현천건강기, 두 가지 내공을 13년 동안 수련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기초내공에 불과한 것만으로도 나는 상당한 내공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일류고수라고 칭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내가 반복되는 10배의 하루에 허덕이고 있을 때, 장로가 말했다.
” 이번에 정식제자들끼리 모여서 비무대회를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