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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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푹!
갑자기 노인의 왼손이 자신이 앉아있던 자갈방석 바로 옆에 깊숙이 박혔다. 그리고 길쭉한 흙덩어리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몽둥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곳곳에 시든 잡초가 붙어 있는데다 군데군데 이름 모를 잡풀까지 듬성듬성 나 있는 그 흙방망이로부터 ‘후두둑’ 흙모래가 비오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쾅쾅쾅!
노인은 왼손 하나로 흙몽둥이를 휘둘러 단단한 돌덩이를 내리쳤다
파사사삭! 퍽! 퍽!
갈색 흙몽둥이와 회색 암석이 부딪칠 때마다 우스스 굳은 흙덩이와 이끼, 풀이 떨어져 내렸다.
“응? 아직인가?”
쾅! 쾅!
노인이 몽둥이를 두어 번 더 내리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것의 숨겨진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알을 깨고 부화하는 병아리처럼 단단히 둘러싸인 진흙껍질을 뚫고나온 것은 놀랍게도 한 자루의 도였다.
넓은 도신과 특색 있는 용 모양의 손잡이로 미루어 볼때 도제 용경의의 애도 용천도가 분명했다.
쇠도 두부 썰듯 써는 천하의 도보라고 명성이 자자하던 것이 백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고물상에 가도 엿이나 제 값에 바꿔줄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참흑하게 곯아 있었다.
저 상태로 미루어보아 수 년간, 아니 수십 년간은 흙 속에 묻어둔 듯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 해도 용하다 하겠다.
‘용케도 썩어 문드러지지 않았군.
이미 곯을 대로 곯은 갈집은 가루가 댔어야 정상이라 여겨지는데 용케 저런 충격에도 여태껏 견디고 있는 것이다. 나무 칼집이라면 저런 무모한 일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분명 한철을 모루 위에 두들겨 제작한 것이리라.
“이제 좀 볼 만하군.”
그러나 무식하게 대충 턴 것이라 여전히 군데군데 흙과 함께 한때 대지의 일부였다는 증거가 남아 있었다.
“뭐 아쉬운 대로 이걸로도 충분하겠지!”
그러고는 대표단들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
그때까지만 해도 대표단은 노인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했다.
슈욱!
퍽!
작은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컥!”
그 순간 박자라도 맞추는 듯 윤준호가 배때기를 움켜지며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쯧쯧! 이런 것도 못 피하면 안 되지!”
슈욱!
다시 도제의 왼손에 들린 보관불량품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였다.
퍽!
또다시 울려퍼지는 소리.
이번에는 백무영이었다. 전적이 있어 경각심을 일깨웠을텐데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눈에 눈물이 찔끔 했다.
“이런, 이런다고 해도 피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지!”
노인이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았다. 실망이라는 기색이다.
이 정도로는 아직 재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쯧쯧쯧 젊은 친구들이 이렇게 강단이 없어서야 어따 써먹겠나? 좀 더 이 늙은이를 즐겁게 해주게나!”
슈욱!
다시 그의 칼이 칼집과 함께쾌속하게 바람을 가르며 움직였다.
깡!
이번에는 북치는 소리 대신 쇳소리가 났다.
모용휘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노인의 칼집을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들어올려 막고 그 반동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던 것이다.
“호오?”
처음으로 나온 반응이라 그런지 노인은 점점 더 흥미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그럼 어디?”
슈욱! 다시 뱀처럼 영활하게 움직이는 칼집.
” 앗 !”
카카캉!
교착 상태! 칼집을 내지른 사람도 검집으로 그걸 눌러 막아낸 사람도 양쪽 모두 교착상태에 빠져 움직이지 않았다. 모용휘는 어느새 질러온 그의 칼집을 왼손에 잡은 검접으로 내리누르고 있었다. 또한 뒤로 튕겨나가지도 않았다. 부르르 떨리는 그의 발은 원래 있던 곳에서 반 보 정도 뒤로 밀려나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 그 새 또 실력이 늘었군. 이젠 빙검과 염도의 바로 밑까지 따라왔나…?’
“오호호!”
이제는 좀 재미있어졌군, 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노인의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두툼하고 산적같은 눈썹 밑에 감춰진 두 눈에 장난기가 감돌았다.
“어디 솜씨를 한 번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