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3)
먼치킨 길들이기 13화
백작의 시선은 브라이언을 거의 뚫어 버릴 듯 날카로웠다.
“브륀 백작. 이 못생긴 변태가 나와 내 사람들을 훔쳐보던데.”
“대공녀! 다 제 불찰입니다!”
브륀 백작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저번에도 저놈이 라나가 목욕하는 걸 훔쳐봤어요!”
세이어가 옆에서 소리를 높였다. 키네미아는 세이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하네. 이번에는 자네가 잘 처리해 줄 거라 믿어.”
“이번에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야지. 저런 변태가 내 영지에서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니는 꼴은 못 봐주겠으니까. 키네미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믿겠네.”
그러자 내내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브라이언이 키네미아에게 무릎을 꿇고 기어갔다.
“대, 대공녀! 부디 자비를…….”
으, 키네미아가 소름이 끼치는 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날 한 번만 더 부르면 네 혀를 자를 거야.”
브라이언은 두 손으로 제 입을 황급히 틀어막았다.
“그리고 자비를 바라야 할 이는 내가 아닐 텐데.”
키네미아가 라나를 흘깃 응시했다.
“라, 라나. 내가, 내가 다 잘못했-”
브라이언이 두 손을 모으자 라나가 히죽 웃었다.
“어디서 개가 짖네.”
“뭐, 그렇다는군.”
브라이언은 차마 대공녀라는 부름을 내뱉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한 상태로 주저앉아 있었다.
혀를 찬 백작이 그의 목덜미를 잡아끌었고, 그의 품 안에서 백금화 6개가 우르르 쏟아졌다.
“……!”
라나는 쏟아진 백금화를 냉큼 챙기고서는 키네미아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대공녀.”
라나가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대공녀께서 안 계셨다면 저와 언니는-”
“괜찮아.”
“-살인자가 됐을 거예요.”
“으응……?”
키네미아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에 신음성을 냈다.
‘살인 누명이 아니었어……?’
정말 저놈을 죽이고 전장을 떠돌았던 모양이다.
타이밍, 완전 천운이었네…….
조금만 늦었어도 베히모스를 찾으러 북으로 가야 할 뻔했다.
“그리고 돈은 여기에 있습니다.”
라나가 백금화를 내밀며 말했다.
키네미아는 라나가 내민 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있지.”
운을 띄운 키네미아가 라나의 손가락을 굽혀서 백금화를 꼭 쥐도록 만들었다.
의아해진 라나가 돈을 쥔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이어, 라나. 이건 모두 내가 제안하는 투자금이야.”
“……예?”
“어때?”
“이걸, 다요?”
라나가 입을 헤 벌렸고, 옆에 서 있던 세이어가 꺅! 소리를 질렀다.
표정과 제스처를 보아하니 이미 결정 난 사안인 것 같긴 했으나, 키네미아는 일부러 다시 물었다.
“나랑 계약할래?”
“네!”
“네네! 네!”
화색이 된 세이어와 라나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키네미아는 웃으며 그런 자매를 바라보았다.
* * *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브라이언의 부모는 전 재산을 긁어모아 합의금이라고 내놓았고, 키네미아는 부모의 정성과 피해자인 라나의 의견을 취합해 아들만 감옥에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대공 성을 방문한 세이어와 라나는 흔쾌히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대공 성으로 들어와도 돼. 아니면 다른 지역에 작업장을 만들어 줄 수도 있고.”
키네미아가 제안했다. 계속 있던 곳에서 지내는 건 편치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저희는 계속 살던 곳이 편해요.”
“별 해코지는 못 할 거예요. 저희가 미아 님과 연이 닿아 있는 걸 아는 사람들이니.”
응, 키네미아가 답하며 웃었다. 그러자 자매는 망치를 쥐었다.
“게다가 망치도 있고.”
“맞아. 망치도 있고.”
키네미아는 ‘망치로 뭘 어떻게 할 생각인데?’라는 의문을 애써 목구멍 안으로 삼켰다.
‘살인죄가 누명이 아니었다는 건 조금 충격이었지…….’
등장인물들이 모두 진실을 말한 건 아니구나. 뭐, 유용한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물 흐르듯 계약까지 모두 마쳤으니 키네미아에게 남은 일은 딱 한 가지였다.
주술진을 몸에 다시 새기는 것뿐.
“꺄아아아아아아아!”
키네미아는 주술진이 완성되는 그 시간 내내 눈물 바람이었다.
“아프시죠.”
그날 밤, 침실로 찾아온 유모 바네사가 키네미아의 손목을 어루만졌다. 가느다란 손목에는 지워졌던 주문이 다시 걸려 있었다.
“아니. 하나도 안 아파.”
사실 엄청나게 아팠다. 주문을 새긴다는 건 말 그대로 귀한 마정석을 녹여 내서 문신을 하듯 새긴다는 뜻이다. 아프지 않을 리가 없지.
바네사가 키네미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조심하세요, 이제 실수하지 마시고.”
“응응. 이제 안 해.”
키네미아가 작게 한숨을 쉬는 바네사를 꼭 끌어안았다.
괴한에게 납치당할 뻔했다고 솔직히 말했다면 한숨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겠지. 그녀가 걱정할 것을 알기에 부러 실수로 주문을 사용했다고 말한 참이었다.
“요즘 계속 걱정시켜서 미안. 유모.”
“잘 아시네요. 모르시는 줄 알았는데.”
“내가 유모 마음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잖아.”
“에휴.”
키네미아가 바네사의 볼에 쪽쪽 입을 맞췄다. 바네사는 간지럽다고 미소를 지으며 까르륵 웃는 키네미아를 침대 위에 눕혔다.
“참, 아가씨. 그런데 오늘 그분들은 누구신가요?”
“응?”
“그 망치 든 여자분들 말이에요.”
“아…….”
뭐라고 하지? 고민하며 키네미아가 눈을 굴렸다.
“응, 그 언니들은…… 슬라임을…….”
“예?”
“슬라임이라고 장난감 같은 게 있는데…….”
키네미아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마물 슬라임이 아니라 말캉말캉한 애들용 장난감이라는 걸.
“그 언니들은 그러니까…… 슬라임을 만드는…… 장인들이야…….”
“어머나! 슬라임 장인이라니, 그런 분들이 계셨군요!”
키네미아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졌다.
‘아니, 슬라임계에는 지존도 없고 장인도 없어. 그런 사람들은 없어……. 거짓말해서 미안. 유모…….’
3장 슬라임
키네미아가 베히모스에 투자한 지 몇 개월이 지난 때였다.
그사이 세이어와 라나는 대량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마물 뼈로 만든 칼 제련의 숙련도가 높아졌다.
‘햐, 결국 내 원한 살인의 미래도 멀어졌구나.’
-라고 한가하게 생각하는 키네미아와는 다르게 가신들은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맙소사. 이게 정말 마물의 뼈를 제련한 칼이라 이 말이오?”
“네, 브륀 백작님. 모양은 조금 뭉툭하지만 이 정도면 보통 검과 다를 바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날이 얇으면 마물과 부딪쳤을 때 견뎌 내기 힘들어요. 오러가 있으면 괜찮겠지만, 오러를 낼 수 없는 병사들이 사용하기에는 이게 더 편할 거예요.”
세이어와 라나가 연달아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검이 나올 줄이야…….”
“다 대공녀 덕이죠.”
“맞아, 맞아. 대공녀께서 오러로 마물을 제련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시고, 그럴 수 있는 기회까지 주셨으니까요.”
세이어와 라나가 키네미아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분명 그 변태 새끼를 죽인 이후에 도망자가 되어 북부를 전전했을 것이다.
게다가 브라이언이 그 꼴이 난 이후, 세이어와 라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던 주변의 인물들도 꼬리를 흔들면서 달라붙었다.
“대공녀와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네…… 이거 먹을 것 좀 챙겨 와 봤는데, 좀 들고…….”
“그러게 말이야! 그런 친분이 있었구만! 내가 의뢰할 검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브라이언, 그놈은 내 한 번 일을 치를 줄 알았지. 그 새끼가 집에 돈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면서 여자들에게 한 번씩 손을 대고 그랬잖아.”
이게 다 대공녀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보지 못했을 일들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했지만-
세이어와 라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렇게 신경 써 주실 필요 없습니다. 이상하게 굴지들 마시고 평소처럼 하시죠.”
“이제 개인 의뢰는 안 받습니다. 이미 손이 모자랄 정도로 바빠서요.”
사실 통쾌함이 더 컸다.
굳이 이런 시골에 남은 이유를, 키네미아에게는 지내던 곳이 편해서라고 둘러댔으나, 실은 저들이 쩔쩔매는 모습이 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그뿐인가.
‘이 검! 분명 큰돈이 된다!’
마물의 뼈를 제련해 이렇게 내구도가 높고 독에 대한 내성이 좋은 검을 만들 수 있다니!
자매의 눈에는 돈방석에 앉을 찬란한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가난뱅이 탈출!’
‘돈이여, 내 품으로 오라!’
이제 그녀들에게 키네미아는 그저 귀여운 대공녀를 넘어서, 거의 신이 내린 황금의 사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녀들은 ‘역시 그 금발이 괜히 금발이 아니다.’라면서 ‘황금의 금이다.’, ‘황금 사자다.’ 따위의 헛소리를 주고받는 데까지 이르렀다.
“허어……!”
그리고 이 말을 전해 들은 가신들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참지 못했다.
자신들이 마음으로 낳아 키운 대공녀가 아닌가. 그냥 건강하게 자라기만 해도 예쁘고 귀여운 딸자식 같은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커서 큰일을 하다니.
“우리 대공녀께서 이리 성장하실 줄이야……!”
“내가 말했지 않소! 우리 대공녀께서는 요오오오오정님이라고!”
“맞네, 자네 말이 맞아. 내가 지금껏 요오오오오정님을 몰라뵀다니.”
“역시 요오오오오정님이셨군요……!”
데니스 백작의 말에 브륀 백작과 로메오 남작이 요오오오오정 타령을 하면서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그나마 이성을 잡고 있는 일라이 후작이 홀홀홀 웃으며 세이어와 라나에게 물었다.
“도와줄 조수를 더 붙여 줄 테니 양산해 낼 수 있겠나? 이건 정말 큰 가치가 있는 검이라네.”
“네! 시간과 재료만 주신다면야.”
“당연히 할 수 있죠!”
세이어와 라나의 눈이 호승심으로 빛났다. 찰캉찰캉, 돈 들어오는 소리가 벌써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
한참 검을 살펴보던 로메오 남작이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질문을 던졌다.
“한데 그 슬라임이란 것은…….”
“아, 그러게 말이오. 대공녀께서 분명 슬라임이란 장난감을 만들겠다 하지 않으셨소.”
브륀 백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슬라임이요?”
“슬라임?”
마물 슬라임? 세이어와 라나가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다.